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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로켓 발사 소동 위성인가, 미사일인가?

2009년 4월 5일, 한반도에서 발사된 로켓 하나가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바로 북한이 발사한 ‘은하 2호’라는 위성발사체 때문이에요. 지금은 위성발사체로 판명이 났지만, 이 로켓은 발사되는 순간까지도 미사일인지 위성발사체인지 그 정체가 불분명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답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하나의 로켓을 놓고 어떤 사람은 미사일이라고 하고, 또다른 사람은 위성발사체라고 주장하다니요. 무기인 미사일과 위성을 나르는 발사체가 서로 헷갈릴 만큼 비슷한 걸까요? ‘어린이과학동아’에서 그 궁금증을 풀어봤습니다.
 

두 얼굴의 로켓, 그 정체가 궁금하다!

‘로켓’은 우주공간을 비행할 수 있는 비행체를 말해요. 하늘을 날려면 엔진에서 연료를 태워서 추진력을 얻어야 해요. 그러려면 산소가 필요한데, 대기권을 나는 비행기와 달리 우주를 비행하는 로켓은 공기 속에 포함된 산소를 이용할 수 없어요. 그래서 연료 탱크 옆에 산소 탱크를 따로 만들어서 그 산소로 연료를 태워 추진력을 얻어야 한답니다. 이런 기관을 ‘로켓 엔진’이라고 하는데, 로켓은 바로 로켓 엔진을 가진 비행체예요.
그런데 로켓은 이용하는 목적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어요. 첫 번째는 평화적인 목적으로, 주로 사람이나 위성을 우주로 띄워 올리는 데 쓰여요. 이럴 때 로켓은 ‘우주발사체’ 또는 ‘위성발사체’라고 불려요. 작년 국제우주정거장에 이소연 누나를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낸 소유스 TMA나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갈 우리나라의 KSLV-1이 우주발사체의 대표적인 예랍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로켓이 전쟁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똑같은 로켓 기술이 전쟁용 무기로도 이용될 수 있어요. 이럴
때 로켓은 ‘미사일’이라고 불려요.
 
우리나라에서 올해 7월 발사할 예정인 한국형우주발사체(KSLV-1)는 평화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우주발사체다

미사일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늘로 쏴서 포물선 궤도를 이용해 멀리 있는 목표물을 맞추는 미사일을 ‘탄도미사일’이라고 해요. 그리고 탄도미사일 중 수천㎞를 날아가는 장거리 미사일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라고 부르지요. 바다 건너 다른 대륙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에요.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 1000㎞가 넘는 높은 하늘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목표물로 떨어지기 때문에 우주 궤도로 날아가는 우주발사체와 거의 구별이 안 돼요. 더구나 똑같은 로켓 기술을 쓰기 때문에 겉모습까지 똑같아요. 위성을 넣는 부분에 폭탄을 대신 넣고 궤도만 조금 바꾸면 미사일이 되는 거지요. 그래서 이번에 북한에서 로켓을 발사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나라들은 혹시 미사일 실험을 하려는 게 아닌가 걱정을 했어요. 하지만 북한이 발사 전, 평화적인위성발사 실험이라고 전세계에 밝혔기 때문에 발사를 막을 수는 없었답니다.
 


로켓의 정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로켓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발사가 이뤄진 뒤라고 해요. 우주발사체와 미사일 모두 대기권을 뚫고 우주로 날아가는 것은 똑같지만, 궤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럼 직접 발사 순간을 추적해 보며 로켓의 궤도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❹ 탄도비행

발사 뒤 3~5분이 지나면 2단 로켓을 분리하고 탄도비행을 시작한다. 이 때에는 우주발사체와 미사일의 궤도가 확실히 구분되기 시작한다. 발사체는 비행 각도를 낮춰서 위성궤도( ‘은하 2호’의 경우 200~300㎞ 지점)에 진입하지만, 탄도미사일은 더 수직에 가깝게 비행해 1000~1200㎞까지고도를 높인다. 최고점을 지난 미사일은 다시 지상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❺ 재진입

고도가 100㎞까지 낮아지면 미사일은 탄도비행을 끝내고 대기권에 재진입한다. 이 때 대기의 마찰열을 견디면서 정확하게 목표물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은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기술보다도 훨씬 더 어렵기 때문에 일찍이 항공우주전문가들은 북한의 로켓이 미사일일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로켓 발사 전! 연료를 알면 정체를 알 수 있다?

로켓의 정체는 발사 뒤에야 알 수 있지만, 연료를 통해 추정할 수도 있다. 로켓은 사용하는 연료의 형태에 따라 액체 연료 로켓과 고체 연료 로켓으로 나뉜다. 이 중 최근 우주발사체의 1단 로켓에 많이 쓰이는 것은 액체 연료다. 액체 연료는 변질되기 쉬워 로켓 안에 오래 저장할 수 없다. 그래서 발사할 때마다 새로 넣어야 하는데 보통 넣는 데에만 최소 하루가 걸리고, 로켓을 정비하는 데 다시 3일이 걸린다. 따라서 급하게 발사해야 하는 미사일에 쓰기에는 너무 느리다. 반면 고체 연료는 한 번 넣으면 8년 정도는 연료를 갈아 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 발사할 수 있어서 미사일에 주로 쓰인다.

연료를 알아도 정체를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액체 로켓이 무조건 평화적인 로켓이라고는 볼 수 없다. 현재 로켓에 쓰이는 액체 연료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이 중에는 고체 연료처럼 저장이 가능한 연료도 있기 때문이다.‘ UDMH’라는 화학연료와 사산화질소 산화제로 만든 연료는 로켓에 넣고 반 년 정도는 저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미리 연료를 넣어 놓으면 6개월 동안은 미사일처럼 쓸 수 있다.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은하 2호의 1, 2단계 로켓이 바로 이 연
료를 썼기 때문에 미사일인지 우주발사체인지 판단하기가 더 어려웠다.

미사일로 미사일을 막는 요격의 비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하자, 이 로켓이 미사일이라면 ‘요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어요. ‘미사일 요격’은 미사일의 공격을 막기 위해 다른 방어 미사일을 쏘아서 폭파시키는 기술이에요. 미사일 기술이 뛰어난 미국과 일본에서 이런 주장이 나왔지요. 하지 만 결과적으로 미사일 요격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더구나 많은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아직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일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고도가 1000㎞가 넘는 곳까지 날아가는데다, 최고 속도가 초속 6~7㎞에 달하는 미사일을 다른 미사일로 명중시키기 위해서는 무척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마치 화살로 화살을 쏘아 떨어뜨리는 것처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지요.
그럼 탄도미사일은 막을 방법이 전혀 없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요격이 어렵다고 했지 불가능하다고 한 것은 아니니까요. 확률은 낮아도 미사일을 요격할 수단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미사일 발사를 막는 효과가 있어요. 또한 발사하고 난 뒤는 물론이고 발사 전부터 탄도미사일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있기 때문에 미사일을 함부로 발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답니다.

미사일 감시 체계

❶ 미사일 발사 탐지
우주 궤도에 떠 있는 저궤도위성과 레이더를 갖춘 비행기인 공중조기경보기, 지상레이더가 미사일의 화염을 관찰하거나 레이더 신호를 탐지해 미사일 발사를 알아 낸다
❷ 추적
첨단 방어체계를 갖춘 배인 이지스함에는 미사일의 궤도를 계산할 수 있는 첨단 레이더가 있다. 이 레이더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추적한다.
❸ 발사 단계 요격
이지스함에 있는 ‘SM-3’ 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을 직접 맞춰 폭파시킬 수 있다. 그러나 SM-3의 속도가 초속 2~3㎞로 느리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 직후부터 고도가 100~200㎞ 이하인 초기에만 효과가 있다.
❹ 재진입 단계 요격
지상에 설치된 요격미사일‘ PAC3’는 다가오는 탄도미사일을 쫓아가 그 앞에서 스스로 폭발해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이다. 탄도미사일의 고도가 30㎞보다 낮을 때에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재진입 단계에서만 쓸 수 있다.
❺ 우주감시센터
미국 콜로라도에 있는 방공우주사령부는 우주 궤도에 있는 1㎝ 크기의 금속 파편 하나까지도 다 추적할 수 있다. 따라서 우주발사체라고 속이고 미사일 실험을 하는 경우 금세 구별해 낼 수 있다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요격미사일 SM-3의 모습(왼쪽)과, 위성 궤도의 모든 물체를 감시하고 있는 북미방공우주사령부의 모습.

우주는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니에요. 그러므로 평화적인 목적이라면 다른 어느 나라도 로켓을 발사하는 연구를 막을 수 없어요. 7월에 발사 예정인 우리나라의 KSLV-1도 과학기술위성을 발사할 목적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살펴보았듯 같은 로켓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어요. 다른 과학과 기술과 마찬가지로, 연구하는 과학자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로켓도 두 가지 다른 얼굴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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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 도움

    박철 교수
  • 도움

    임춘택 교수
  • 진행

    박현정
  • 진행

    이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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