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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 손에 뭔가를 들고 다가 오셨어. 난 아빠께서 내게 선물을 주시려는 줄 알고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기다리고 있었지. 그런데, 들려오는 아빠의 말씀.
“지수야, 오늘 아빠가 최신형 휴대전화를 장만했단다~. 멋있지?”
에이, 선물이 아니라 자랑하러 오신 거잖아? 난 토라져 고개를 획 돌려 버렸지만, 호기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 뭐야. 결국 잠시 후 나는 아빠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신나게 갖고 놀고 있었단다. 참 신기했어. 손가락으로 화면 속 메뉴만 건드리면 마치 마술처럼 척척 알아서 작동했거든. 도대체 이 안에는 무엇이 숨어 있는 걸까?

 

비밀은 터치 스크린

지수가 손가락만으로 휴대전화를 조작 할 수 있었던 건 바로‘터치 스크린’덕분이에요. 터치 스크린에 손이나 펜과 같은 물체를 대면 터치 스크린이 그 위치를 감지해요. 그러면 휴대전화는 그 위치에 어떤 메뉴가 있었는지를 파악해서 원하는 기능을 실행하지요.
그런데 여기서 잠깐!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어요. 바로‘사용자 인터페이스’라는 거예요. 전자기기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명령을 내리거나 그 결과를 보여 주는 장치가 필요해요. 이렇게 사람이 전자기기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와 프로그램을 통틀어 사용자 인터페이스라고 해요.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잘 모르는 사람은 컴퓨터를 쓸 수 없을 정도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복잡했지만, 점점 사용하기 편리하게 발전해 왔어요. 그리고 최근 휴대전화나 PMP, MP3플레이어 등 휴대용 전자기기가 크게 늘어나면서 좀 더 작고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필요해졌어요. 그래서 짜잔~! 터치 스크린이 등장한 거예요.
터치 스크린은 입력장치와 출력장치의 역할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키패드나 키보드 없이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답니다.

*키패드 - 문자와 숫자 등의 기호를 입력하는 장치.

 

컴퓨터의 경우 입력장치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출력장치로는 모니터와 프린터를 주로 쓴다.

내 손을 어떻게 느끼는 거니?

손가락을 직접 화면에 갖다 대 정보를 입력한다는 게 정말 신기하지 않니? 보기엔 투명하고 아무 것도 없는 유리인데 어떻게 손가락을 인식하는 걸까? 게다가 어떤 터치 스크린은 장갑을 끼면 인식하지 못하는 반면 어떤 터치 스크린은 장갑을 껴도 멀쩡히 인식해. 왜 그런 거지?

터치 스크린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 중에서 요즘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저항막방식’과‘정전용량 방식’이지요. 이 둘은 서로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특성도 조금씩 다르답니다. 각각의 원리를 이해하면 왜 그런 차이점이 생기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저항막 방식

저항막 방식의 터치 스크린은 얇은 틈을 사이에 둔 두 장의 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손가락이 나 펜과 같은 물체로 누르면 그 부분에서는 두 장의 막이 맞닿는데, 이 위치를 감지하는 것이다.
저항막 방식은 얇은 펜으로 눌러도 인식할 정도로 정교하지만, 튼튼하지 않고 두 막 사이의 틈 때문에 화면을 아주 선명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어느 정도 힘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오래 사용하면 손가락이 피로를 느낄 수도 있다.

 


정전용량 방식

정전용량 방식의 터치 스크린은 사람의 몸이 전기를 통한다는 사실을 이용한다. 손가락을 터치스크린에 갖다 대면 전류의 변화가 생기는데, 이를 감지해 위치를 알아 내는 것이다.
정전용량 방식은 튼튼하고 화면이 선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펜과 같은 물체나 장갑낀 손은 인식하지 못하며, 피부가 넓게 닿아야 인식하기 때문에 정교한 작업을 하기 어렵다.
 


저항막 방식은 가격이 싸고 정확도가 좋아 게임기, 휴대전화 등 다양한 전자기기에 많이 쓰인다. 위는 저항막 방식 터치 스크린을 사용한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이며, 오른쪽은 세계 최초의 전면터치 휴대전화인 LG전자의 프라다폰이다.
 





정전용량 방식을 채택한 MP3 플레이어인 애플의 아이팟터치(왼쪽)와 코원의 S9(아래).

 




대세는 터치!

그러고 보니 요즘은 터치 스크린이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정말 많이 쓰이고 있어. PMP나 MP3플레이어, 그리고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에도 터치 스크린이 달려 있지. 음~, 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직접 터치 스크린을 써 보고 원리도 공부하니 신기하고 재미있긴 한데,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아
서 이렇게 널리 쓰이는지 궁금해!
예전에는 전자기기를 사용하기 위해 조작법을 익혀야 했어요. 키보드 자판의 배열을 익혀 글자를 쳐
야 했고, 손으로는 마우스를 움직여 아이콘을 클릭해야 했죠.
하지만 터치 스크린을 이용하면 특별한 조작법을 익히지 않고도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요. 사람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통해 직접 화면에 글씨를 쓰거나 손으로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죠.
휴대전화나 MP3플레이어 같은 휴대용 기기에서도 키패드를 여러 번 눌러가며 메뉴를 고를 필요 없이 간단히 손가락으로 원하는 기능을 실행할 수 있어요.
이렇게 초보자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터치 스크린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물론 터치스크린의 장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답니다.

키패드 안녕, 난 큰 화면이 좋아~

휴대용 전자기기는 작은 몸체 안에 화면과 키패드가 모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화면의 크기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면 키패드를 없앨 수 있어 더 큰 화면을 쓸 수 있다. 동영상과 같은 멀티미디어를 즐기기 좋고, 한 화면에 더 많은 정보를 담기에도 유리하다.

 

터치 스크린으로 다이어트를!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면 예전의 입력장치에 사용했던 만큼 부품의 수가 줄기 때문에 무게가 가벼워지고 두께도 얇아진다. 따라서 가지고 다니기에 더 편한 휴대용 전자기기를 만들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몸짓으로 조작한다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전자기기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어요. 사용자 인터페이스도 사람이 평소에 하는 자연스러운 행동만으로 전자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요. 요즘엔 터치 스크린처럼 몸을 직접 대지 않아도 동작만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어요. 심지어는 사람의 시선을 감지해 마우스포인터를 움직이는 방법도 개발 중이랍니다. 눈빛만으로도 터치가 되는 셈이죠.

멀티터치란 터치 스크린이 두 개 이상의 점을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멀티터치가 가능하면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더욱 다양해진다. 예를 들어, 사진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때도 손가락으로 늘이거나 줄이는 동작만 해 주면 된다.
 


최근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테이블 모양을 하고 있는 컴퓨터를 발표했다. 테이블 자체가 터치 스크린으로 되어 있어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손으로 자유롭게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다.

 



현재는 이렇게 컨트롤러 같은 장치를 가지고 동작을 감지하지만, 앞으로는 몸에 아무 것도 붙이지 않고도 사람의 동작을 인식해 게임기나 가전제품, 컴퓨터 등을 조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는 마우스와 같은 입력장치가 사라지고 대신에 우리 몸 자체를 이용하게 될 거예요~."
박준석(한국전자통신연구원 U-컴퓨팅서비스연구팀 책임연구원)

느끼는 터치의 시대가 온다!

터치 스크린에도 단점은 있어요. 키보드를 누르거나 마우스를 클릭할 때는 딸깍 하는 느낌이 나는데, 터치 스크린으로 조작할 때는 그런 느낌이 없어 어색하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제대로 눌렀는지 확인하기 어려워요. 또한 키보드처럼 점자를 새길 수 없어 시각장애인이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에요.
이런 단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햅틱’기술이랍니다. 햅틱 기술은 원래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는 과정에서 개발되었어요.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로봇의 움직임이나 물체의 무게 등을 실제와 가깝게 느끼기 위해서죠. 햅틱 기술을 이용하면 터치 스크린에 뜬 가상의 키패드를 누를 때 진동을 느끼게 할 수 있어요. 그러면 마치 실제 키패드를 누르는 듯한 느낌이 나지요.
최근에는 햅틱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피부가 느끼는 촉각을 전달하려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매끄럽거나 거친 질감, 온도 등의자극을 적절히 피부에 가해 주면 마치 실제로 어떤 물체를 만지고 있
는 듯한 느낌이 나는 거지요. 사람의 촉각은 아주 정교하기 때문에 아직은 정확히 되살리기 어렵지만, 앞으로 실현된다면 가상현실 분야에서 중요하게 쓰일거예요.

햅틱이면 수술 훈련도 거뜬해!

의학 분야에서 햅틱 기술은 이미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햅틱 기술을 이용한 모의 수술훈련장치를 이용하면 실제 환자 없이도 위험한 수술을 연습할 수 있다. 모의 수술훈련장치는 수술할 때 의사의 손에 전해지는 촉감을 가능한 비슷하게 느끼게 해 준다. 환자의 목숨을 위협하지 않으면서도 의사는 수술을 연습할 수 있다.

 


만지는 영상이 나온다

일본 동경대의 한 연구팀은 초음파를 쏘아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터치 스크린이나 홀로그램에 손을 대면 실제로 만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게된 것이다. 미래에는 박물관에서 단순히 유물이나 예술작품을 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와 똑같은 3차원 홀로그램 영상을 직접 손으로 만져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 펜? 아니 Ubi-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개발한 Ubi-펜은 햅틱 기술을 이용해 터치 스크린 위의 메뉴를 클릭하거나
그림을 그릴 때 실제 펜과 비슷한 느낌을 낸다. 메뉴를 클릭할 때는 버튼을 누르는 듯한 느낌이, 그
림을 그릴 때는 종이에 연필을 대고 그릴 때의 느낌이 나도록 만들어졌다.

 


우와~, 단순히 신기하고 재미있다고만 생각했던 터치 스크린에 이런 비밀이 숨어 있을 줄이야! 특히 햅틱 기술과 함께 이렇게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해.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 봐야겠는걸? 그런 의미에서, 아빠! 당분간 이 최신 휴대전화는 제가 맡아서 사용해 볼게요, 호호~.
 

2009년 04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 사진

    이응석
  • 박준석 책임연구원
  • 오영진 소장
  • 조영민 책임연구원
  • 채지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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