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거리는 태양, 바싹 마른 대지.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닥터고글이 땀을 뻘뻘 흘리며 집을 짓는다. 한참을 묵묵히 일한 뒤 손등으로 땀을 닦으며 먼 지평선을 바라보는 표정이 그렇게 편안해 보일 수 없다. 그 순간 닥터고글의 땀을 식히려는 듯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는데….
이 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닥터고글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824N010.jpg)
사건 의뢰 - 벽에서 물고기가 튀어나왔다?
진상은 이렇다. 지난 번 사막에서의 사건을 계기로 닥터고글은 어느새 자기가 자만심에 빠져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반성의 의미로 아프리카에서 집짓기 봉사활동에 참가하기로 한것이다. 몇 달동안 의봉사활동 끝에 아프리카 생활도 점점 익숙해졌을 무렵 그 지방에 *우기가 찾아왔다.
“보람찬 봉사활동 후에 맞는 비는 참 시원하군.”
닥터고글과 냥냥은 나무 밑에 앉아 빗줄기를 감상한다. 하지만 곧 두 아이가 싸우는 소리가 닥터고글
의 평안을 방해한다.
“정말이라니까! 물고기였다고!”
한 아이가 소리 높여 외친다. 하지만 다른 아이는 코웃음을 칠 뿐이다. 닥터고글이 무슨 일인가 싶어
살펴보니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차쿠와 우겨다.
“왜들 싸우고 그래요? 사이좋게 놀아야지요.”
닥터고글의 말에 아이들이 닥터고글에게 달려와 제각기 자기 말이 옳다고 우기기 시작한다.
“글쎄, 얘가벽속에서 물고기가 튀어 나왔다고 자꾸 우기잖아요!”
“내가두눈으로 봤으니까 하는 소리지. 자꾸 우기는 건 너잖아!”
그러자 갑자기 잠시 잊고 있던 과학탐정의 본능이 되살아난 닥터고글.
“흐음, 그래? 그럼어디본격적으로조사해볼까?”
사건 분석 ➊ 물이 없어도 숨 쉬는 물고기가 있다?
어느 새 비는 그쳐 있다. 닥터고글은 차쿠, 우겨와 함께 현장으로 향한다. 문제의 집에 도착해 벽을 살펴보니 벽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게아닌가! 닥터고글과 냥냥에게 우겨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여기 보라고! 이 구멍에서 물고기가 빠져 나왔다니까요!”
하지만 차쿠도 지지 않고 반박한다.
“나 참, 자꾸 우기지 마! 네가 일부러 구멍을 뚫어놓고 거짓말하는 거지? 닥터고글이 얘기 좀 해 주세요. 물고기는 물에서 사는 거라고요. 물이 없으면 죽는다고요!”
닥터고글이 대답한다.
“물론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살 수 없어요.” 차쿠가 기쁜 목소리로 외친다.
“거 봐! 물고기가 벽에서 나왔을 리 없다고!” 하지만 닥터고글이 차쿠에게 말한다.
“하지만 물이 없어도 숨을쉴수있는 물고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번엔 우겨의 차례다.
“거 봐! 내 말이 맞지!” 거의 싸우기라도 하려는 두 사람을 닥터고글이 뜯어말린다.
“진정하고 설명을 들어 봐요. 공기로도 숨을 쉬는 물고기가 있어요. 아시아에 사는 등목어류는‘상새
기관’이라는 보조 호흡기관을 이용해 공기로 숨을 쉴 수 있어요. 상새기관에는 점막이 있고 그 아래에
핏줄이 지나가는데, 공기로부터 직접 산소를 혈관으로 흡수하죠.”
차쿠는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정말요?”
“그래요. 내 고향인 한국에도 상새기관이 있는 물고기가 있답니다. 가물치가 대표적인데, 가물치는 물이 말라도 축축한 진흙 속에 파고 들어가 몇 달 동안 버틸 수 있어요.”
차쿠는 왠지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그런 차쿠를 본 우겨가 신나서 닥터고글을 조른다.
“내 그럴줄알았어. 닥터고글, 공기로 숨쉬는 물고기가 더 없나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824N010_img_01.jpg)
우리나라에도 상새기관이 있는 물고기가 있다. 가물치(왼쪽)와 버들붕어(오른쪽)는 공기 호흡이 가능해 물 밖에서 다른 물고기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
사건 분석 ❷ 물 밖에서도 사는 물고기가 있다?
닥터고글이 빙긋 웃으며 대답한다.
“상새기관 같은 보조 호흡기관 없이도 피부나 창자로 숨을 쉬는 물고기도 있어요.”
우겨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정말요?”
“그래요. 예를 들어, 뱀장어는 피부 호흡을 해요. 뱀장어를 물 밖으로 꺼내면 몸에서 점액을 분비하는데, 산소가 이 점액에 녹은 뒤 혈액에 흡수돼요. 뱀장어의 점액은 피부호흡에 쓰일 뿐만 아니라 몸을 보호하고 세균을 죽이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천연항생제를 연구하는 데 쓰기도 한답
니다.”
“우와~, 신기하네요. 그러면 창자로는 어떻게 숨을 쉬나요?”
“창자 호흡을 하는 물고기로는 미꾸라지가 있어요. 미꾸라지는 가끔씩 수면 위로 올라가 공기를 먹어요. 그 공기가 창자를 지나갈 때창자에서 산소를 흡수하고 나머지는 항문으로 내보내는 거예요. 그
래서 미꾸라지를 관찰하면 항문에서 공기방울이 나오는 걸 볼 수 있지요.”
그 때 차쿠가 묻는다.
“그러면 물 밖에서도 살 수있다는 뜻인가요?”
“이런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 물 밖에서도 오랫동안 버틸 수 있어요. 아까 언급한‘등목어류’는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물고기라는 뜻이에요. 아마 물 밖으로 뛰어올라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있는 걸 보고 지은 이름이겠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가미 호흡을 돕는 수준에 불과해 물 밖에서 오래 살지는 못해요.”
그러자 이번에는 차쿠가 의기양양해진다.
“이 집은 지은 지 벌써 몇 달이나 돼서 진흙이 모두 말라 버렸다고요. 마른 진흙 속에 물고기가 살아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자 닥터고글이 생각에 잠겨 중얼거린다.
“흠. 몇 달 전이라….”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824N010_img_02.jpg)
미꾸라지는 창자호흡이 가능해 산소가 부족한 물에서도 생존력이 강하다.
사건 분석 ❸ 물고기에 폐가 있다?
갑자기 닥터고글이 손가락으로“딱~”소리를 낸다.
“몇 달 전이면 건기가 시작됐을 때군요!”
“네. 그때 진흙을 떠서 벽돌을 만든 뒤에 이 집을 지었어요.”
닥터고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렇다면 우겨 군이 정말로 벽을 뚫고 나오는 물고기를 보았을 가능성이 있군요.”
“네에?”
깜짝 놀라는 차쿠와 표정이 환해지는 우겨 군.
“아프리카와 호주, 남아메리카에는 ‘폐어’ 라는물고기가 살고 있어요. 이름 그대로 허파가 있는 물고
기죠. 현재 전 세계에 6종밖에 남아 있지 않답니다. 아무래도 우겨 군이 본 것이 바로 아프리카 폐어인
것 같군요.”
차쿠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그럼 폐어는 물 밖에서도 살 수 있나요?”
“그래요. 아프리카 폐어는 건기가 다가오면 진흙속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고치를 만들어요. 그리고 허파로 호흡을 하면서 다시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죠. 몸의 대사 작용을 최대한 늦춰 먹지도 않고 버티는 거예요. 실험에 따르면 이 상태로 몇 년을 견디기도 한다고 해요. 아마 집을 지을 때 쓴 진흙 벽돌 속에 폐어가 들어 있다가 비가 와서 벽돌이 젖자 깨어나서 밖으로 나온 걸 거예요.”
“역시 내 말이 맞지?”
신나서 소리치는 우겨 군. 이 때 냥냥이 동물 흔적 추적기를 가져온다. 추적기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우기를 맞아 물이 풍성해진 호수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824N010_img_03.jpg)
호주 폐어의 모습. 호주 폐어는 아프리카 폐어와 달리 건기에 잠을 자지 않는다.
사건 해결 - 닥터고글,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지?
차쿠 군이 머쓱하게 말한다.
“만날 우기기만 하더니 맞는 말을 할 때도 있군. 이번엔 내가 미안했다.”
“그럴 수도 있지 뭘. 내 눈으로 보긴 했지만 믿을 수 없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정말 신기하더라고.”
서로 손을 붙잡는 차쿠와 우겨군. 닥터고글은 기분이 흐뭇해진다.
“폐어는 수백만년동안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아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리죠. 또한 수명도 대단히 길어서 호주에서 잡힌 한 폐어는 수족관에서 60년을 넘게 살기도 했어요. 아직은 서로 다른 대륙에서 살고 있는 폐어끼리의 관계를 정확히 밝히는 일은 어려워요. 하지만 폐어는 물고기에서 양서류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는 우리의 조상일지도 모르죠. 우리 조상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자연이 참 신비롭죠?”
차쿠와 우겨 군이 떠난뒤잔잔한 호수 위에 드리워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닥터고글과 냥냥. 수면에는 고기들이 펄떡거리고, 수많은 동물이 건기 동안 바싹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호숫가에서 물을 마신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던 닥터고글이 문득 냥냥에게 말한다.
“냥냥, 아직 이 세상에는 나의 짧은 지식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게 많다는 느낌이 들어. 이제 봉사활동도 마무리했겠다, 이번 기회에좀더깊이 공부해보는 게 어떨까?”
닥터고글을 마주 보던 냥냥이 굳게 고개를 끄덕인다.
“냥!(좋아!)”
그리하여 석양을 받으며 먼 길을 떠나는 닥터고글과 냥냥. 지금보다 훨씬더뛰어난 과학탐정이되어 돌아올 날을 기약하며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를 드린다.
“꼭 다시 만나요~!”
이 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닥터고글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824N010.jpg)
사건 의뢰 - 벽에서 물고기가 튀어나왔다?
진상은 이렇다. 지난 번 사막에서의 사건을 계기로 닥터고글은 어느새 자기가 자만심에 빠져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반성의 의미로 아프리카에서 집짓기 봉사활동에 참가하기로 한것이다. 몇 달동안 의봉사활동 끝에 아프리카 생활도 점점 익숙해졌을 무렵 그 지방에 *우기가 찾아왔다.
“보람찬 봉사활동 후에 맞는 비는 참 시원하군.”
닥터고글과 냥냥은 나무 밑에 앉아 빗줄기를 감상한다. 하지만 곧 두 아이가 싸우는 소리가 닥터고글
의 평안을 방해한다.
“정말이라니까! 물고기였다고!”
한 아이가 소리 높여 외친다. 하지만 다른 아이는 코웃음을 칠 뿐이다. 닥터고글이 무슨 일인가 싶어
살펴보니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차쿠와 우겨다.
“왜들 싸우고 그래요? 사이좋게 놀아야지요.”
닥터고글의 말에 아이들이 닥터고글에게 달려와 제각기 자기 말이 옳다고 우기기 시작한다.
“글쎄, 얘가벽속에서 물고기가 튀어 나왔다고 자꾸 우기잖아요!”
“내가두눈으로 봤으니까 하는 소리지. 자꾸 우기는 건 너잖아!”
그러자 갑자기 잠시 잊고 있던 과학탐정의 본능이 되살아난 닥터고글.
“흐음, 그래? 그럼어디본격적으로조사해볼까?”
사건 분석 ➊ 물이 없어도 숨 쉬는 물고기가 있다?
어느 새 비는 그쳐 있다. 닥터고글은 차쿠, 우겨와 함께 현장으로 향한다. 문제의 집에 도착해 벽을 살펴보니 벽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게아닌가! 닥터고글과 냥냥에게 우겨가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여기 보라고! 이 구멍에서 물고기가 빠져 나왔다니까요!”
하지만 차쿠도 지지 않고 반박한다.
“나 참, 자꾸 우기지 마! 네가 일부러 구멍을 뚫어놓고 거짓말하는 거지? 닥터고글이 얘기 좀 해 주세요. 물고기는 물에서 사는 거라고요. 물이 없으면 죽는다고요!”
닥터고글이 대답한다.
“물론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살 수 없어요.” 차쿠가 기쁜 목소리로 외친다.
“거 봐! 물고기가 벽에서 나왔을 리 없다고!” 하지만 닥터고글이 차쿠에게 말한다.
“하지만 물이 없어도 숨을쉴수있는 물고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번엔 우겨의 차례다.
“거 봐! 내 말이 맞지!” 거의 싸우기라도 하려는 두 사람을 닥터고글이 뜯어말린다.
“진정하고 설명을 들어 봐요. 공기로도 숨을 쉬는 물고기가 있어요. 아시아에 사는 등목어류는‘상새
기관’이라는 보조 호흡기관을 이용해 공기로 숨을 쉴 수 있어요. 상새기관에는 점막이 있고 그 아래에
핏줄이 지나가는데, 공기로부터 직접 산소를 혈관으로 흡수하죠.”
차쿠는 믿을 수 없다는 눈치다.
“정말요?”
“그래요. 내 고향인 한국에도 상새기관이 있는 물고기가 있답니다. 가물치가 대표적인데, 가물치는 물이 말라도 축축한 진흙 속에 파고 들어가 몇 달 동안 버틸 수 있어요.”
차쿠는 왠지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그런 차쿠를 본 우겨가 신나서 닥터고글을 조른다.
“내 그럴줄알았어. 닥터고글, 공기로 숨쉬는 물고기가 더 없나요?”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824N010_img_01.jpg)
우리나라에도 상새기관이 있는 물고기가 있다. 가물치(왼쪽)와 버들붕어(오른쪽)는 공기 호흡이 가능해 물 밖에서 다른 물고기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
사건 분석 ❷ 물 밖에서도 사는 물고기가 있다?
닥터고글이 빙긋 웃으며 대답한다.
“상새기관 같은 보조 호흡기관 없이도 피부나 창자로 숨을 쉬는 물고기도 있어요.”
우겨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정말요?”
“그래요. 예를 들어, 뱀장어는 피부 호흡을 해요. 뱀장어를 물 밖으로 꺼내면 몸에서 점액을 분비하는데, 산소가 이 점액에 녹은 뒤 혈액에 흡수돼요. 뱀장어의 점액은 피부호흡에 쓰일 뿐만 아니라 몸을 보호하고 세균을 죽이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천연항생제를 연구하는 데 쓰기도 한답
니다.”
“우와~, 신기하네요. 그러면 창자로는 어떻게 숨을 쉬나요?”
“창자 호흡을 하는 물고기로는 미꾸라지가 있어요. 미꾸라지는 가끔씩 수면 위로 올라가 공기를 먹어요. 그 공기가 창자를 지나갈 때창자에서 산소를 흡수하고 나머지는 항문으로 내보내는 거예요. 그
래서 미꾸라지를 관찰하면 항문에서 공기방울이 나오는 걸 볼 수 있지요.”
그 때 차쿠가 묻는다.
“그러면 물 밖에서도 살 수있다는 뜻인가요?”
“이런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에 비해 물 밖에서도 오랫동안 버틸 수 있어요. 아까 언급한‘등목어류’는 나무 위에 올라가 있는 물고기라는 뜻이에요. 아마 물 밖으로 뛰어올라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있는 걸 보고 지은 이름이겠죠.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가미 호흡을 돕는 수준에 불과해 물 밖에서 오래 살지는 못해요.”
그러자 이번에는 차쿠가 의기양양해진다.
“이 집은 지은 지 벌써 몇 달이나 돼서 진흙이 모두 말라 버렸다고요. 마른 진흙 속에 물고기가 살아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자 닥터고글이 생각에 잠겨 중얼거린다.
“흠. 몇 달 전이라….”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824N010_img_02.jpg)
미꾸라지는 창자호흡이 가능해 산소가 부족한 물에서도 생존력이 강하다.
사건 분석 ❸ 물고기에 폐가 있다?
갑자기 닥터고글이 손가락으로“딱~”소리를 낸다.
“몇 달 전이면 건기가 시작됐을 때군요!”
“네. 그때 진흙을 떠서 벽돌을 만든 뒤에 이 집을 지었어요.”
닥터고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렇다면 우겨 군이 정말로 벽을 뚫고 나오는 물고기를 보았을 가능성이 있군요.”
“네에?”
깜짝 놀라는 차쿠와 표정이 환해지는 우겨 군.
“아프리카와 호주, 남아메리카에는 ‘폐어’ 라는물고기가 살고 있어요. 이름 그대로 허파가 있는 물고
기죠. 현재 전 세계에 6종밖에 남아 있지 않답니다. 아무래도 우겨 군이 본 것이 바로 아프리카 폐어인
것 같군요.”
차쿠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그럼 폐어는 물 밖에서도 살 수 있나요?”
“그래요. 아프리카 폐어는 건기가 다가오면 진흙속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고치를 만들어요. 그리고 허파로 호흡을 하면서 다시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죠. 몸의 대사 작용을 최대한 늦춰 먹지도 않고 버티는 거예요. 실험에 따르면 이 상태로 몇 년을 견디기도 한다고 해요. 아마 집을 지을 때 쓴 진흙 벽돌 속에 폐어가 들어 있다가 비가 와서 벽돌이 젖자 깨어나서 밖으로 나온 걸 거예요.”
“역시 내 말이 맞지?”
신나서 소리치는 우겨 군. 이 때 냥냥이 동물 흔적 추적기를 가져온다. 추적기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우기를 맞아 물이 풍성해진 호수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1512/C200824N010_img_03.jpg)
호주 폐어의 모습. 호주 폐어는 아프리카 폐어와 달리 건기에 잠을 자지 않는다.
사건 해결 - 닥터고글,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지?
차쿠 군이 머쓱하게 말한다.
“만날 우기기만 하더니 맞는 말을 할 때도 있군. 이번엔 내가 미안했다.”
“그럴 수도 있지 뭘. 내 눈으로 보긴 했지만 믿을 수 없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정말 신기하더라고.”
서로 손을 붙잡는 차쿠와 우겨군. 닥터고글은 기분이 흐뭇해진다.
“폐어는 수백만년동안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아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리죠. 또한 수명도 대단히 길어서 호주에서 잡힌 한 폐어는 수족관에서 60년을 넘게 살기도 했어요. 아직은 서로 다른 대륙에서 살고 있는 폐어끼리의 관계를 정확히 밝히는 일은 어려워요. 하지만 폐어는 물고기에서 양서류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는 우리의 조상일지도 모르죠. 우리 조상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자연이 참 신비롭죠?”
차쿠와 우겨 군이 떠난뒤잔잔한 호수 위에 드리워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닥터고글과 냥냥. 수면에는 고기들이 펄떡거리고, 수많은 동물이 건기 동안 바싹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호숫가에서 물을 마신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던 닥터고글이 문득 냥냥에게 말한다.
“냥냥, 아직 이 세상에는 나의 짧은 지식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게 많다는 느낌이 들어. 이제 봉사활동도 마무리했겠다, 이번 기회에좀더깊이 공부해보는 게 어떨까?”
닥터고글을 마주 보던 냥냥이 굳게 고개를 끄덕인다.
“냥!(좋아!)”
그리하여 석양을 받으며 먼 길을 떠나는 닥터고글과 냥냥. 지금보다 훨씬더뛰어난 과학탐정이되어 돌아올 날을 기약하며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를 드린다.
“꼭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