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덜컹! 갑자기 비행기 고도가 떨어졌다고?

“내 팔이 부러졌으니 당신이 간호해 줘야 하는 거 아니오?”
낙엽을 밟으며 고독한 가을 남자 분위기를 내려던 닥터고글의 귀에 들리는 심상치 않은 목소리. 냥냥이 가리킨 곳에는 쩔쩔매고 있는 숙녀와 팔에 붕대를 감은 성난 남자가 보이는데…. 닥터고글, 뭔가 곤경에 처한 듯한 숙녀를 위해 기사도 정신을 발휘해야 되지 않을까?

 

사건 의뢰 - 비행기가 뚝 떨어졌다고?

“아니어여쁜숙녀분께왜소리를지르는겁니까?”
닥터고글의 말에 산만해 씨가 획 돌아본다.
“모르면 말도 마시오! 내 팔이 부러졌다구요.”
이 때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숙녀가 입을 연다.
“저는 난다 항공사 승무원인 어여뻐랍니다. 이분이 비행기를 탔을 때 사고가 있었어요. 비행기는 무사히 이륙해서 순항 중이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비행기가 휘청하며 고도가 수십m 뚝 떨어졌어요….”
산만해 씨가 어여뻐 양의 말에 끼어든다.
“그 때만 생각하면 아찔해요. 제가 비행기 통로로 몇 걸음 떼자마자 비행기가 휘청 하더니 뚝 떨어지는 거예요. 그 순간난 죽었구나 했어요. 다행히 비행기는 다시 균형을 잡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난 통로에 넘어져 팔이 부러지고 말았어요.”
산만해씨의 말에 닥터고글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보통 날씨가 안 좋을 때는 안전벨트를 하라고 방송이 나오지 않나요? 안전벨트를 매라는 주의사항을 무시하신 건 아닌가요?”
“아니에요. 그런 방송은 없었고 날씨도 매우 맑았어요. 비행기가 흔들리기 직전까지 정해진 항로로 안정적으로 날고 있었죠. 그래서 제가 음료수와 과자 등을 승객 분들에게 나눠 드리고 있었답니다. 그때 산만해 씨가 절 부르며 통로로 나오셨어요.”
어여뻐 씨의 대답에 산만해 씨가 소리를 지른다.
“간식 좀 더 달라고 한 게 죄요? 기장님이 깜빡 졸아서 비행기가 휘청거린 게 분명해. 난다 항공사에서 치료비를 물어 내는 것뿐만 아니라 다 나을 때까지 어여뻐 양이 날 보살펴 줘야 하오!”
억지부리는 산만해씨 때문에 난감해진 어여뻐양.
“우리 기장님은 그러실 분이 아니라구요!”

사건 분석 ➊ 비행기는 어디로 날지?

“기장님 실수가 아닐 거예요. 비행기는 자동항법장치와 비행관제시스템의 통제를 받아요. 예정된 경로와 고도로 자동 조종하는 장치 덕분에 기장님이 조종하지 않으신다고 해도 그렇게 갑자기 고도가 떨어지는 일은 없어요.”
닥터고글이 어여뻐 양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하는데….
“냐냐냥~냥냥(여기 높이에 따른 대기층의 구분과 온도 분포도가 있어).”
“대기권은 아래부터 대류권, 성층권, 중간권, 열권으로 나눠지죠. 대류권의 아래쪽은 덥고 위쪽은 차갑기 때문에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고, 각종 기상현상이 일어납니다.”
이 때 닥터고글의 말을 가로채는 산만해 씨.
“그럼 항공사 측에서 공기의 움직임이 불안정하고 기상현상이 일어나는 대류층에서 비행을 한게 문제로군요. 역시 항공사 탓이오!”
“아닙니다. 대류권은 불안정하지만 성층권은 아래쪽이 차갑고 위쪽이 따뜻해서 안정되어 있어요. 현재 항공기는 대부분 대류권과 성층권 아래쪽에서 비행하지요. 대류권과 성층권의 경계인 대류권계면부근을 나는 셈이죠. 안정궤도에서 순항 중이었다면 성층권 아래쪽을 날고 있었을 겁니다.”
“맞아요. 기장님께서 이륙하니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 말씀하신뒤구름층을 지났어요. 이때 대류권을 통과한 거죠. 그리고 얼마뒤기장님이 안정된 경로로 이동한다며 안전벨트를 풀고 자리에 앉아서 발아래 구름과 멋진 파란 하늘을 감상하라고 하셨으니 이 때부터 성층권으로 진입한 거죠.”
그러자 산만해 씨가 발끈하면서 닥터고글에게 다시 물어본다.
“헹, 사람 실수도 아니고 안정된 경로로 비행했다면 대체 왜 갑자기 비행기가 흔들리면서 고도가 떨어진 거요?”
 
비행기는 자동항법장치와 비행관제시스템의 도움으로 비행을 한다.

사건 분석 ❷ 갑작스런 불청객, 난기류!

“그럼 이제까지 일어난 비행기 사고들이 주로 어떤 때 일어났는지부터 생각해 보죠.”
“그건 제가 설명할게요, 닥터고글. 비행기는 자동차 등에 비하면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아주 작아요. 비행기 사고를 분석해 보면 비행기는 뜰 때와 내릴 때 주로 사고가 일어나요. 그리고 날씨가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치죠. 이착륙 시에는 안개, 비, 눈, 낮은 구름 등에 의해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나 갑작스런 바람이 일 때 주로 사고가 납니다. 그리고 상승, 순항, 하강 시에는 난기류, 산악파, 뇌우, 우박, 태풍 등이 사고의 원인이 되죠.”
어여뻐 양의 설명에 닥터고글 표정이 밝아진다.
“일단 뜨고 내릴 때가 아니었으니그경우는 제외하고, 상승이나 순항, 하강할 때의 사고 원인 중에서 갑자기 비행기가 흔들리며 수직으로 떨어진 원인을 찾으면…, 바로 난기류가 원인이군요. 비행기가 큰 난기류를 만나면 몸체가 좌우로 흔들리거나 갑작스레 고도가 달라져요.”
“그럼 난기류는 왜 생기는 건가요?”
“난기류는 공기가 불규칙하게 흐르는 것으로, 여러 가지 원인으로 공기층이 불안정해져서 생겨나요. 특히 갑자기 수직으로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바람이 난기류의 원인이 됩니다. 사막 같은 곳은 쉽게 가열돼 상승기류가 생기고 호수는 상대적으로 덜 가열돼 하강하는 기류가 생기기도 하죠. 이렇게 지표에서 불균일하게 가열된 공기 덩어리가 불규칙하게 움직일 때 난기류가 생겨요.”
닥터고글의 설명에 산만해 씨가 미심쩍은 얼굴로 다시 묻는다.
“비행기의 고도가 수십m나 변할 정도의 난기류도 생길 수 있나요?”
“뇌운 속에서 심하게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기류를 만나면 그럴 수 있어요. 아주 악성 난기류죠. 잘 발달된 뇌운에는 상승기류와 하강기류가 모두 있어서 비행기 조종이 무척 곤란하고 비행기가 손상될 수도 있어요.”
닥터고글의 말에 산만해 씨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소리친다.
“닥터고글, 내가 탄 비행기는 뇌우 속을 지나가지 않았소. 맑은 날씨였다니까!”
 
난기류가 생기는 모습. 지표가 불균일하게 가열되거나 뇌우 등에서 발생한 불규칙한 공기의 흐름 때문에 난기류가 생긴다.

사건 분석 ❸ 예상치 못한 복병, 청천난기류!

산만해 씨가 버럭 소리 지르자 닥터고글은 당황해 중얼거린다.
“거참, 기분 좋게 산책하다가 괜히 남의 사건에 끼어들어서마른하늘에날벼락같은소리만듣는군….”
이 때 닥터고글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으니!
“그래요. 날씨가 맑았지요. 그렇다면 범인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 아니 맑은 하늘에 난기류입니다. 바로 ‘청천난기류’라는 복병이 있었어요! 이 난기류는 날씨가 맑을 때 생기지요.”
닥터고글이 씩 웃으며 어여뻐 양을 바라본다.
“맑은 날, 강한 바람이 산맥을 타고 넘어갈 때 산너머 아래에 강한 회오리가 생겨 난기류가 발생해요. 이 난기류는 낮게날때만나게 되죠. 높은 고도에서도 청천난기류가 생겨요. 사람들은 구름이 없는 순항 고도인 9~12㎞ 부근에서는 난기류가 없을 것이라 예상했었죠.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대류권계면 정도의 높은 고도에서는 공기의 밀도 차이나 제트류 때문에 청천난기류가 생기죠.”
“모르는 게 없군요! 그런데 제트류가 뭐죠?”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닥터고글만 바라보며 질문하는 어여뻐 양.
“제트류는 대류권과 성층권의 경계인 대류권계면에서 주로 발생해요. 바로 이번 난다 항공사의 비행기가 순항했던 경로지요. 제트류는 상부 대류권에 있는 빠르고 강한 바람의 흐름이에요. 항공기가 제트류를 타고 더 빨리 이동할 수도 있지만 제트류에는 난기류가 심한 부분이 있으므로 무척 조심해야 해요. 이번 비행에서는 제트류에서 발생한 난기류가 비행기의 고도를뚝떨어뜨린 겁니다. 이제 의문이 풀리셨죠?”
어여뻐 양이 산만해 씨를 흘겨보며 말한다.
“산만해 씨! 이제 더 이상 억지 부리지 마세욧!”
 
난기류는 비행기 운항에 큰 위험 요인이다.

사건 해결 - 난기류를 예측하라!

머쓱해진 산만해 씨가 머리를 긁적이며 묻는다.
“그럼 난기류를 미리 알 수는 없나요?”
“현재 항공기에 가속도계를 달아 난기류의 강도를 측정하고 레이더로도 난기류를 탐지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청천난기류는 구름도 없고 미리 알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도 발견하기 힘든 청천난기류를 찾기 위한 적외선 탐지기나 레이더 탐지기가 있으니 너무 걱정 마세요.”
자신에게 반한 듯 쳐다보는 어여뻐 양의 눈빛을 느낀 닥터고글이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공기의 밀도 차이를 관측했을 때 난기류가 예상되거나 난기류가 잘 생기는 지역은 피해서 가는 게 상책이죠. 그리고 난기류를 만났을 땐 시간 차이를 두고 난기류가 지나가길 기다리거나 적절히 비행의 경로를 바꿔야 합니다. 이번엔 기장님이 침착하게 잘 피해가셨다고 생각됩니다.”
항공사 잘못이라고 우기던 산만해 씨가 멋쩍은표정을 짓는다. 그걸 보고 닥터고글이 당부한다.
“난기류가 예상보다 큰 규모거나 재빨리 항로를 변경하기 어려울 때는 난기류를 미처 피하지 못해갑자기 항공기가 흔들리고 고도가 급격히 높아지거나 떨어질수있죠. 그래서 순항 중이라도 산만해씨처럼 돌아다니지 말고 안전벨트를 매는게좋아요.”
“전 그냥 어여뻐 양이 너무 아름다워서 말이라도 한 마디 더붙여 보려고 자리에서 일어섰을 뿐에요. 쩝. 가을은 혼자 있기 외로운 계절이잖아요!”
산만해 씨의 말에 어여뻐 양이 살짝 웃는다. "
저희 항공사를 이용하다 다치셨으니 모든 치료비는 저희 측에서 부담하겠습니다. 그나저나 닥터고글! 이번에 난다 항공사에 취직해서 저랑 같이 비행기도 타고 세계를 누비는 게 어때요?”
자신의 팔을 잡고 말하는 어여뻐 양과 질투심으로 불타는 산만해 씨를 보며 난감해 하는 닥터고글.
“어여뻐 양, 그건 너무 갑작스런 제의라….”
“냐냐냐냥~!(어휴, 중간에서 복잡해지기 전에 어서 도망가자구!)”
닥터고글! 올 가을에는 고독한 가을 남자가 되기는 힘들겠는데?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8년 2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남연정 기자
  • 도움

    유병선 교수
  • 진행

    이국현

🎓️ 진로 추천

  • 항공·우주공학
  • 기상학·대기과학
  • 물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