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어억! 나…, 나라에 심상치 않은 일이!”
후덥지근하고 흐린 날씨에도 예불을 드리러 가던 비명대사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경남 밀양군 홍제사에 있는 비석‘표충비’에 땀이 흥건하게 줄줄 흐르고 있었던 것! 땀 흘리는 비석이라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사건 의뢰 - 나라에 변고가 생긴다고!
“아이고, 무슨 변고가 생기려고 이러나!”
비명대사는 수건으로 정성스레 표충비를 닦으며 근심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 때 여름휴가를 맞아 냥냥이와 함께 아름다운 절을 여행 중이던 닥터고글이 귀를 쫑긋하며 발걸음을 멈춘다.
“네?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긴다구요?”
“앞으로 큰일이 벌어질지 몰라. 이 비석은 국가에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특별한 징조를 보이거든.”
“이 비석이 무슨 신통력이 있다고 그러는 거죠?”
“우리 홍제사의 자랑인 표충비는 임진왜란 때 나라를 위해 몸 바쳐 싸우신 사명당 송운대사를 기리기 위해 1742년 세운 비석이지. 나라를 걱정했던 사명당의 혼이 깃들어 있어 국가에 중요한 일이 생기면 구슬땀을 흘린다네.”
닥터고글이 비석에 가까이 가 보니 정말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닥터고글의 키를 훌쩍 넘을 만큼 위용이 대단한 비석은 높이 275㎝, 폭 98㎝, 두께 56㎝나 됐다. 비석 위에 놓인 비각까지 치면 높이가 4m가량이나 된다.
“에헴. 크기만 대단한 게 아니라니까. 1910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나 3·1 운동, 6·25 전쟁 등 국가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렸다구. 이런 신통한 표충비가 또 땀을 흘렸으니 내가 걱정을 안할 수 있겠어?”
“걱정은 잠시 거두세요. 어디 한번 제가 살펴보도록 하죠.”
사건 분석 ➊ 신비한 표충비의 능력?
비명대사의 말에 냥냥이가 궁금증을 못 참고 표충비의 땀방울을 할짝거린다.
“냐냥냐냥~냥!(이거 그냥 물이야, 물!)”
“흐음…. 그냥 맹물이라고?”
냥냥이의 말을 들은 닥터고글이 손을 뻗어 표충비를 만진다.
“엇? 오늘은 날씨가 꽤 후덥지근한데도 표충비는 시원하다 못해 놀랄 만큼 차갑군요!”
“맞아. 표충비는 묘하게도 늘 서늘하더라고.”
더운 날 표충비를 닦느라 땀을 뻘뻘 흘리던 비명대사가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중얼거린다. 이 때 닥터고글이 눈빛을 반짝이며 무릎을 탁 친다.
“하핫! 이 표충비 땀의 정체를 알았어요! 비밀은 그 음료수 병에 맺힌 물방울과 같아요.”
닥터고글이 비명대사의 음료수 병을 잡아채며 말을 이어간다.
“자, 여길 보시죠. 이 음료수 병은 무척 차갑죠?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이렇게 찬 음료수 병을 만나면 병 표면에 물방울로 맺히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차가운 표충비에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되어 물방울로 흐르는 게 바로 표충비의 땀이죠.”
“엥? 물방울이라고?”
“예. 이 표충비는 휘록암으로 만들어졌어요. 이런 어두운 색의 암석에는 철이나 마그네슘 같은 원소가 많아 쉽게 온도가 내려간답니다.”
그러자 비명대사가 의혹의 눈초리로 닥터고글을 바라본다.
“흥! 그럼 다른 비석들은 멀쩡한데 이 표충비만 땀을 줄줄 흘리는 건 왜 그렇지? 영험한 능력이 있으니까 그런 거 아냐?”
닥터고글이 고개를 들어 비각을 바라본다.
“다른 비석과 달리 표충비 위에는 양산처럼 비각이 있어요. 이 비각이 직사광선을 막아 줘서 차가운 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거죠. 게다가 비석이 워낙 커서 떨어진 온도를 올리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온도가 잘 오르지 않는 거예요!”

사건 분석 ❷ 특별한 날씨의 힘
“에헹~, 그냥 차가운 돌 위에 물방울이 맺힌 거라면 그럼 비각이 있는 비석들은 다들 이렇게 표면에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야 하는 거 아닌가?
비명대사의 질문에 닥터고글의 말문이 막힌다. 그 때 표충비 옆에 놓인 습도계가 눈에 들어온다.
“비명대사님, 이 표충비가 언제 땀을 흘렸죠?”
“가만있자…, 1975~1993년 사이에 표충비는 땀을 35회 흘렸다네. 각 계절과 횟수는 봄 6회, 여름 1회, 가을 9회, 겨울 19회였지. 겨울 중 5회를 빼곤 전부 흐리거나 비가 왔던 때였어. 어때? 내가 이래 봬도 기억력 하나는 최고라고.”
“그러고 보니 겨울에 월등하게 땀을 많이 흘렸군요. 나라의 중대사가 겨울에 몰려서 일어나지는 않을 거고…. 냥냥아! 표충비가 땀을 흘린 날의 기압도를 보여 줘!”
“냐냐냔냥~!(그럴 줄 알고 준비했지)”
“아하! 표충비의 땀은 특별한 날씨 때문이군요. 기압도를 보면 북서쪽에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있고, 동쪽에도 고기압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엔 남서~북동쪽으로 저기압이 있죠. 이건 차가운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장기간 머무른 뒤 남쪽에서 습기가 많은 저기압이 올라와 겨울비를 내리는 전형적인 기압 배치랍니다.”
“못 알아듣겠어! 당최 기압이랑 땀이랑 무슨 상관이란 말이야?”
“표충비가 땀을 흘린 날은 대부분 저기압이 몰려와 비가 왔던 날이죠. 따라서 공기 중에 물방울이 무척 많은 날들이었어요. 차가운 고기압 덕분에 오랫동안 차게 식은 표충비에 습기가 높은 축축한 저기압의 공기가 밀려들면서 수분을 공급했고, 그 수분이 응결된 게 땀이었다는 얘기예요.”
“그러고 보니 표충비가 땀을 흘린 날은 무척 습도가 높았어. 근데 맑은 날은 왜 땀이 난 거야?”

사건 분석 ❸ 기막힌 지형의 조건
“맑은 날에도 비교적찬기단이 머무른뒤남쪽에서 덥고 습한 공기가 올라왔을 때땀을 흘렸답니다. 그래서 표충비에 땀이 나기 며칠 전엔 온도가 낮았다가, 땀나는 날은 기온이 오르고 상대습도도 높아져 응결 현상이 일어난 거죠. 다만 추운 겨울보다는 온도 차이가 적기 때문에 땀의 양이 적었을 거예요.”
“난 표충비가 명당자리에 있어서 좋은 기운을 받아 신통력을 발휘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쉬운 표정으로 비명대사가 말을 잇는다. 그러자 닥터고글이 주변을 휘휘 둘러보곤 씨익 웃는다.
“비명대사님의 생각도 일리는 있어요. 표충비가 있는 홍제사 근처엔 낙동강이 있어 충분한 습기를 공급받을 수 있어요. 게다가 낙동강이 있는 남쪽으론 산이 없어서 습기 찬 공기가 흘러들기 좋지요.”
이때 똘똘한 냥냥이가 잽싸게 지형도를 건네준다.
“표충비가 있는 곳은 마치 커다란 대접처럼 북쪽, 서쪽, 동쪽으로 산이 아늑하게 둘러싼 분지 지형이에요. 마치 그릇에 담겨 있듯 찬 공기가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비석보다 표충비의 온도가 훨씬 더 떨어질 수 있었던 거죠.”
이제야 비명대사의 얼굴에 의심의 빛이 사라진다.
“사실 표충비뿐만 아니라 같은 지역에 있는 비슷한 재질, 크기를 가진 송계공 신씨 유적비도 같은 이유로 땀을 흘리고 있답니다.”
“아항~, 비각이 비석에 닿는 직사광선을 막아 온도를 낮춰 주고, 특별한 날씨가 표충비의 온도를 낮춘 뒤 습기를 공급한 거로군. 여기에 찬 공기가 머무르고 습기가 공급되기 안성맞춤인 지형도 한몫했고 말이야. 하지만 이런 게 왜 나라의 큰일들과 딱 맞춰 일어난 거지?”
사건 해결 - 표충비의 진정한 의미
“국사대사전에 실린 역사기록을 보면 국가적 대사는 1년에 8~20회 정도 일어납니다. 아무래도 잦은 역사적 사건과 표충비의 응결현상이 우연히 일치한 것 같아요.”
닥터고글의 말에 비명대사가 다시 한 번 표충비를 조심스레 닦으며 말한다.
“그래도 이렇게 비각이 있는 비석이 이런 특별한 지형에 세워지고, 날씨도 물방울이 맺히기 딱 좋은 조건을 갖췄을 때 나라에 중대사가 생겼던 건 예사로운 일은 아니지. 이거야말로 나라를 걱정하던 사명당의 뜻이 아니었을까? 이 표충비를 보면서 사명당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해.”
닥터고글도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요. 우리가 조상님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결코 잊으면 안 되죠.”
이 때 표충비를 닦던 비명대사가 손을 멈추며 냥냥이를 쳐다본다.
“흐음…. 근데 닥터고글, 가만 보니 저 고양이가 말을 잘 알아듣는 거 같아. 게다가 과학까지 잘 아는 고양이는 정말 희귀할 텐데….”
“아…, 이 고양이는 그냥 보통 고양이에요. 그냥 좀 영리한 정도죠.”
황급히 닥터고글이 말을 돌리는데 비명대사가 냥냥이를 잡아당긴다.
“내가 사실 궁금한게하나더있어. 우리 절의주지 스님도 이상할 만큼 머리에 땀을 뻘뻘 흘리시더라구. 저 신통한 고양이만 있으면 땀의 이유를알 수 있을 것 같아! 어때, 그 고양이를 내게 주는 건?”
“냐냥~, 아우아우우~, 냐냐냥(살려 줘~, 끼아아악~, 냥냥이 살려)!”
“으아아아~, 안 돼욧! 냥냥아, 도망가자!”
닥터고글, 어째 올해 여름휴가는 순탄치 않을 것 같은데?
후덥지근하고 흐린 날씨에도 예불을 드리러 가던 비명대사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경남 밀양군 홍제사에 있는 비석‘표충비’에 땀이 흥건하게 줄줄 흐르고 있었던 것! 땀 흘리는 비석이라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사건 의뢰 - 나라에 변고가 생긴다고!
“아이고, 무슨 변고가 생기려고 이러나!”
비명대사는 수건으로 정성스레 표충비를 닦으며 근심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 때 여름휴가를 맞아 냥냥이와 함께 아름다운 절을 여행 중이던 닥터고글이 귀를 쫑긋하며 발걸음을 멈춘다.
“네? 나라에 무슨 일이 생긴다구요?”
“앞으로 큰일이 벌어질지 몰라. 이 비석은 국가에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특별한 징조를 보이거든.”
“이 비석이 무슨 신통력이 있다고 그러는 거죠?”
“우리 홍제사의 자랑인 표충비는 임진왜란 때 나라를 위해 몸 바쳐 싸우신 사명당 송운대사를 기리기 위해 1742년 세운 비석이지. 나라를 걱정했던 사명당의 혼이 깃들어 있어 국가에 중요한 일이 생기면 구슬땀을 흘린다네.”
닥터고글이 비석에 가까이 가 보니 정말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닥터고글의 키를 훌쩍 넘을 만큼 위용이 대단한 비석은 높이 275㎝, 폭 98㎝, 두께 56㎝나 됐다. 비석 위에 놓인 비각까지 치면 높이가 4m가량이나 된다.
“에헴. 크기만 대단한 게 아니라니까. 1910년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나 3·1 운동, 6·25 전쟁 등 국가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렸다구. 이런 신통한 표충비가 또 땀을 흘렸으니 내가 걱정을 안할 수 있겠어?”
“걱정은 잠시 거두세요. 어디 한번 제가 살펴보도록 하죠.”
사건 분석 ➊ 신비한 표충비의 능력?
비명대사의 말에 냥냥이가 궁금증을 못 참고 표충비의 땀방울을 할짝거린다.
“냐냥냐냥~냥!(이거 그냥 물이야, 물!)”
“흐음…. 그냥 맹물이라고?”
냥냥이의 말을 들은 닥터고글이 손을 뻗어 표충비를 만진다.
“엇? 오늘은 날씨가 꽤 후덥지근한데도 표충비는 시원하다 못해 놀랄 만큼 차갑군요!”
“맞아. 표충비는 묘하게도 늘 서늘하더라고.”
더운 날 표충비를 닦느라 땀을 뻘뻘 흘리던 비명대사가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며 중얼거린다. 이 때 닥터고글이 눈빛을 반짝이며 무릎을 탁 친다.
“하핫! 이 표충비 땀의 정체를 알았어요! 비밀은 그 음료수 병에 맺힌 물방울과 같아요.”
닥터고글이 비명대사의 음료수 병을 잡아채며 말을 이어간다.
“자, 여길 보시죠. 이 음료수 병은 무척 차갑죠?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이렇게 찬 음료수 병을 만나면 병 표면에 물방울로 맺히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차가운 표충비에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되어 물방울로 흐르는 게 바로 표충비의 땀이죠.”
“엥? 물방울이라고?”
“예. 이 표충비는 휘록암으로 만들어졌어요. 이런 어두운 색의 암석에는 철이나 마그네슘 같은 원소가 많아 쉽게 온도가 내려간답니다.”
그러자 비명대사가 의혹의 눈초리로 닥터고글을 바라본다.
“흥! 그럼 다른 비석들은 멀쩡한데 이 표충비만 땀을 줄줄 흘리는 건 왜 그렇지? 영험한 능력이 있으니까 그런 거 아냐?”
닥터고글이 고개를 들어 비각을 바라본다.
“다른 비석과 달리 표충비 위에는 양산처럼 비각이 있어요. 이 비각이 직사광선을 막아 줘서 차가운 상태를 유지시켜 주는 거죠. 게다가 비석이 워낙 커서 떨어진 온도를 올리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온도가 잘 오르지 않는 거예요!”

사건 분석 ❷ 특별한 날씨의 힘
“에헹~, 그냥 차가운 돌 위에 물방울이 맺힌 거라면 그럼 비각이 있는 비석들은 다들 이렇게 표면에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야 하는 거 아닌가?
비명대사의 질문에 닥터고글의 말문이 막힌다. 그 때 표충비 옆에 놓인 습도계가 눈에 들어온다.
“비명대사님, 이 표충비가 언제 땀을 흘렸죠?”
“가만있자…, 1975~1993년 사이에 표충비는 땀을 35회 흘렸다네. 각 계절과 횟수는 봄 6회, 여름 1회, 가을 9회, 겨울 19회였지. 겨울 중 5회를 빼곤 전부 흐리거나 비가 왔던 때였어. 어때? 내가 이래 봬도 기억력 하나는 최고라고.”
“그러고 보니 겨울에 월등하게 땀을 많이 흘렸군요. 나라의 중대사가 겨울에 몰려서 일어나지는 않을 거고…. 냥냥아! 표충비가 땀을 흘린 날의 기압도를 보여 줘!”
“냐냐냔냥~!(그럴 줄 알고 준비했지)”
“아하! 표충비의 땀은 특별한 날씨 때문이군요. 기압도를 보면 북서쪽에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있고, 동쪽에도 고기압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엔 남서~북동쪽으로 저기압이 있죠. 이건 차가운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장기간 머무른 뒤 남쪽에서 습기가 많은 저기압이 올라와 겨울비를 내리는 전형적인 기압 배치랍니다.”
“못 알아듣겠어! 당최 기압이랑 땀이랑 무슨 상관이란 말이야?”
“표충비가 땀을 흘린 날은 대부분 저기압이 몰려와 비가 왔던 날이죠. 따라서 공기 중에 물방울이 무척 많은 날들이었어요. 차가운 고기압 덕분에 오랫동안 차게 식은 표충비에 습기가 높은 축축한 저기압의 공기가 밀려들면서 수분을 공급했고, 그 수분이 응결된 게 땀이었다는 얘기예요.”
“그러고 보니 표충비가 땀을 흘린 날은 무척 습도가 높았어. 근데 맑은 날은 왜 땀이 난 거야?”

사건 분석 ❸ 기막힌 지형의 조건
“맑은 날에도 비교적찬기단이 머무른뒤남쪽에서 덥고 습한 공기가 올라왔을 때땀을 흘렸답니다. 그래서 표충비에 땀이 나기 며칠 전엔 온도가 낮았다가, 땀나는 날은 기온이 오르고 상대습도도 높아져 응결 현상이 일어난 거죠. 다만 추운 겨울보다는 온도 차이가 적기 때문에 땀의 양이 적었을 거예요.”
“난 표충비가 명당자리에 있어서 좋은 기운을 받아 신통력을 발휘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쉬운 표정으로 비명대사가 말을 잇는다. 그러자 닥터고글이 주변을 휘휘 둘러보곤 씨익 웃는다.
“비명대사님의 생각도 일리는 있어요. 표충비가 있는 홍제사 근처엔 낙동강이 있어 충분한 습기를 공급받을 수 있어요. 게다가 낙동강이 있는 남쪽으론 산이 없어서 습기 찬 공기가 흘러들기 좋지요.”
이때 똘똘한 냥냥이가 잽싸게 지형도를 건네준다.
“표충비가 있는 곳은 마치 커다란 대접처럼 북쪽, 서쪽, 동쪽으로 산이 아늑하게 둘러싼 분지 지형이에요. 마치 그릇에 담겨 있듯 찬 공기가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비석보다 표충비의 온도가 훨씬 더 떨어질 수 있었던 거죠.”
이제야 비명대사의 얼굴에 의심의 빛이 사라진다.
“사실 표충비뿐만 아니라 같은 지역에 있는 비슷한 재질, 크기를 가진 송계공 신씨 유적비도 같은 이유로 땀을 흘리고 있답니다.”
“아항~, 비각이 비석에 닿는 직사광선을 막아 온도를 낮춰 주고, 특별한 날씨가 표충비의 온도를 낮춘 뒤 습기를 공급한 거로군. 여기에 찬 공기가 머무르고 습기가 공급되기 안성맞춤인 지형도 한몫했고 말이야. 하지만 이런 게 왜 나라의 큰일들과 딱 맞춰 일어난 거지?”
사건 해결 - 표충비의 진정한 의미
“국사대사전에 실린 역사기록을 보면 국가적 대사는 1년에 8~20회 정도 일어납니다. 아무래도 잦은 역사적 사건과 표충비의 응결현상이 우연히 일치한 것 같아요.”
닥터고글의 말에 비명대사가 다시 한 번 표충비를 조심스레 닦으며 말한다.
“그래도 이렇게 비각이 있는 비석이 이런 특별한 지형에 세워지고, 날씨도 물방울이 맺히기 딱 좋은 조건을 갖췄을 때 나라에 중대사가 생겼던 건 예사로운 일은 아니지. 이거야말로 나라를 걱정하던 사명당의 뜻이 아니었을까? 이 표충비를 보면서 사명당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해.”
닥터고글도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요. 우리가 조상님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결코 잊으면 안 되죠.”
이 때 표충비를 닦던 비명대사가 손을 멈추며 냥냥이를 쳐다본다.
“흐음…. 근데 닥터고글, 가만 보니 저 고양이가 말을 잘 알아듣는 거 같아. 게다가 과학까지 잘 아는 고양이는 정말 희귀할 텐데….”
“아…, 이 고양이는 그냥 보통 고양이에요. 그냥 좀 영리한 정도죠.”
황급히 닥터고글이 말을 돌리는데 비명대사가 냥냥이를 잡아당긴다.
“내가 사실 궁금한게하나더있어. 우리 절의주지 스님도 이상할 만큼 머리에 땀을 뻘뻘 흘리시더라구. 저 신통한 고양이만 있으면 땀의 이유를알 수 있을 것 같아! 어때, 그 고양이를 내게 주는 건?”
“냐냥~, 아우아우우~, 냐냐냥(살려 줘~, 끼아아악~, 냥냥이 살려)!”
“으아아아~, 안 돼욧! 냥냥아, 도망가자!”
닥터고글, 어째 올해 여름휴가는 순탄치 않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