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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가 여기 있다고?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S라인의 효리는 보이지 않는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 살펴봐도 소녀 팬을 몰고 다니는 잘생긴 강타도 찾을 수 없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이 씩웃으며 서 있을 뿐! 이렇게 엄마도 친구도 몰라보게 체인지한 비법은 바로 특수 분장이야. 마스크 하나 쓴 것뿐인데 마법처럼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특수 분장의 비법을 공개할게!

천의 얼굴, 특수 분장


멋진 아가씨처럼 되고 싶어서 엄마 몰래 화장품으로 눈썹을 그리고 입술을 칠해 본 적 있니? 그럼 이미 분장의 세계에 발을 들인 거야. 분장은 고대 그리스에서 연극을 할 때부터 시작됐어.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분장기법이 본격적으로 발달한 건 약 100년 전이지. 우리나라에서는 1953년 이후 영화 산업이 발달하면서 분장 기술이 발달했어. 1960년대에 흑백TV, 1980년 이후 컬러TV가 보급되면서 섬세하고 정교한 분장 기술이 나왔고, 1990년대부터 특수 분장 기술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단다.
분장과 특수 분장의 차이는 뭘까? 환상적인 노래 솜씨를 뽐내는 고양이들이 나오는 뮤지컬‘캣츠’. 이 고양이 분장은 평면적인 캐릭터분장이야. 다양한 안료로 고양이 얼굴을 그렸지만 사람의 얼굴 윤곽이 그대로 남아 있거든. 반면 특수 분장은 마스크처럼 보철을 만들어 신체에 붙이는 입체 분장을 말해. SBS에서 방영되는 <;체인지>;에서처럼 감쪽같이 사람을 달라 보이게 만드는 게 특수 분장인 거지. 특수 분장은 얼굴 분장에만 한정된 건 아니야. 마스크, 틀니,다리 등 몸의 전체나 일부를 비롯해 전시용 형상을 만드는 모든 입체 분장을 말한다구. 지금도 특수 분장은 영화나 광고 등에서 천의 얼굴을 만들어 내고 있단다.
 
영화‘301.302’(1995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보철로 뚱뚱한 분장을 한 배우가 나온다.

특수 분장의 재구성

<;체인지>;에서 연예인들이 쓴 특수 분장용 마스크는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을까? 마스크만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석고나 유성찰흙 등을 이용해 여러 번 틀을 만드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보통 하나의 마스크를 만드는 데 2~3주가 걸리지.
마스크를 만들기 전에는 먼저 어떤 캐릭터를 만들지 정하고 꼼꼼하게 스케치해. <;체인지>;처럼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게 목표라면 낮은 코는 높게, 광대뼈가 낮다면 광대뼈를 튀어나오게 하는 등 현재 얼굴의 특징과 반대되는 부분을 살린단다.

1단계 배우 얼굴 본뜨기
 

➊ 배우 얼굴에 알지네이트, 실리콘, 석고 등을 발라 굳힌 뒤 떼어 내면 음각틀이 만들어진다.
➋ 음각틀에 석고를 채운다. 특수분장용 마스크를 만들 때는 배우의 얼굴을 그대로 정확하게 본을 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➌ 음각틀을 떼어 내면 양각틀이 나온다. 이 양각틀은 배우의 실제 얼굴이 그대로 나타난 입체적인 상이다.

2단계 캐릭터 얼굴 만들기
 

➊ 양각틀 위에 유성찰흙을 붙여서 원하는 캐릭터 얼굴을 만든다.
➋ 유성찰흙으로 만든 캐릭터 얼굴 위에 석고를 부어 굳힌다.
➌ 굳은 석고를 뜯어서 유성찰흙을 긁어 내면 석고로 만들어진 캐릭터 얼굴의 음각틀이 나온다.

3단계마스크 만들기
 

➊ 배우 얼굴인 양각틀과 캐릭터 얼굴의 음각틀을 붙이고 그 사이에 실리콘을 넣는다. 두 개의 틀을 잘 맞춰 24시간 정도 굳힌다.
➋ 캐릭터 얼굴의 음각틀을 떼어 내면 배우의 얼굴(양각틀)에 딱 맞는 실리콘 마스크가 나온다. 마스크에서 필요한 부분만 떼어 내 다듬는다.
➌ 실리콘 마스크를 배우 얼굴에 붙이고 자연스럽게 화장을 한다.

특수 분장 재료

유성찰흙(유토)


기름 성분이 들어 있는 찰흙으로 일반 찰흙과 달리 오래 두어도 굳지 않는다. 배우 얼굴을 석고 등으로 본을 뜬 뒤 그 위에 유성찰흙을 붙여서 원하는 캐릭터를 만든다.

폼 라텍스

라텍스는 고무나무의 끈적끈적한 하얀 즙으로 만든다. 라텍스와 약품을 섞어 틀에 넣은 뒤 오븐에 구우면 수많은 거품이 생긴다. 이것이 고무 스펀지 같은 폼라텍스다. 핫 폼이라고도 불리며 부피감이 좋아‘미녀는 괴로워’같은 뚱뚱한 분장이나 상처 분장 등에 다양하게 이용된다.

알지네이트

해조류에서 추출한 고무 성분으로 식품과 의료용품으로 쓰인다. 치아를 본뜰 때 주로 사용한다. 알지네이트 가루에 물을 섞어 본뜰 대상에 발라 굳히면 음각틀을 얻을 수 있다.

실리콘

규소와 산소로 이뤄진 실리콘은 정교하고 섬세한 표현이 가능한 재료다. 알지네이트는 굳으면서 피부를 잡아당겨 약간의 변형이 생기지만 실리콘을 쓰면 있는 그대로의 얼굴 본을 뜰 수 있다. 탄력과 질감이 사람의 피부와 가장 비슷해 의수나 의족 등을 만들 때 사용된다.

체인지의 마술사를 만나다

강타, 이효리, 장나라, MC몽 등 연예인들을 감쪽같이 다른 사람으로 체인지한 마술사는? 영화‘범죄의 재구성’에서 형으로 분장해 우릴 깜빡 속였던 박신양, ‘여우 계단’에서 뚱뚱하게 변신한 조안을 만든 주인공은? 바로 특수 분장사 이창만 선생님이야. 이창만선생님께 특수 분장의 비법을 들어 볼까?

Q특수 분장을 할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쓰시나요? Q
A완성된 마스크를 연기자의 얼굴에 붙이는 작업은 30분이면 충분해요. 하지만 마스크를 붙인 부분과 진짜 피부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실리콘을 붙이고 화장하는 작업은 3~4시간 넘게 공을 들입니다. 실리콘 마스크 위에 가는 실을 붙이고 채색을 해서 실제 피부의 혈관처럼 보이게 하는 작업 등 섬세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거든요. 또 땀으로 마스크가 떨어지거나 분장이 지워질 수 있어 촬영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어요.

Q‘이건 어색하다!’라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요?
A특수 분장은 보형물을 붙여 가면서 하지요. 서양인은 얼굴이 작은 반면 동양인은 얼굴이 크기 때문에 마스크 등을 덧씌우면 머리가 더 커져요. 그래서 특수 분장이 자연스러워도 신체 비율 때문에 어색할 수 있어요. 또 광대뼈를 너무 도드라지게 하거나 코를 너무 높이면 어색해 보이죠. 그래서 특수 분장을 할 때는 몸 전체와 비교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Q특수 분장으로도 감추기 힘든 부분이 있나요?
A노홍철 씨의 독특한 말투, 표정, 눈빛, 손동작은 마스크로 가릴 수 없겠죠? 연기자가 특수 분장을 해도 목소리, 걸음걸이, 버릇 등 특징적인 행동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사람들이 누군지 눈치를 채요. 그래서 연기자들은 발음과 웃는 방법까지 바꾸는 등 신경써서 연기를 하죠. 완벽한 특수 분장과 연기자의 연기가 더해져야 그야말로 감쪽같이 다른 캐릭터가 만들어진답니다.

Q최고의 특수 분장사가 되는 비결은 뭔가요?
A같은 재료를 써도 분장사에 따라 정말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숙련된 감각이 필요해요. 이 감각과 솜씨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죠. 진짜 같은 특수 분장을 하려면 조소 실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고 인체 구조, 뼈와 근육의 움직임, 각 재료의 화학적 특성까지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특수분장은 어려운 작업이지만 새로운 생각과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매력적인 일이죠.

특수 분장의 무한도전

특수 분장은 진짜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진짜보다 더 사실적으로 보이는‘무엇’을 만들어 내는 게 핵심이지. 이‘무엇’은 고구려 시대의 무사나 오지의 동물, 공포 영화에 나오는 신체의 일부일수도 있어. 상상력으로 만들어 내는 괴물이나 외계인 제작처럼 특수 분장의 영역은 무궁무진하게 넓단다.
특수 분장의 가장 핵심은 누가 봐도 자연스러워 보일 것! 그래서 새롭고 적합한 재료를 끊임없이 찾아 내야 해. 상처만 해도 화상, 찰과상, 멍, 흉터 등에 따라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왁스, 라텍스, 실리콘 등 다양한 재료를 쓰지. 화상의 경우 라텍스를 붙이고 기름을 발라 고름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가루약을 싸는 얇은 비닐 같은 오브라이트라는 물질을 피부에 붙여서 만들기도 해.
요즘엔 새로운 재료와 기술을 응용해 진짜 뺨치는 특수 분장에 도전하고 있어. 시체는 마네킹 같은 플라스틱을 쓰는 게 아니라 진짜 피부의 질감이 살아나는 실리콘을 이용해 소름끼칠 만큼 사실적으로 만들지. 연기를 시키기 힘든 동물은 로봇처럼 움직이는 기계에 정교한 가죽을 입히는 특수 분장을 해서 영화를 찍는다구. 단순히 모형이나 외양을 만드는 것을 뛰어넘어 정말 살아움직이게 만드는 거야.
최고의 특수 분장은 분장을 안 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이는 거겠지? 올 여름 SF영화나 공포영화에서 괴물이나 귀신을 본다면 눈 크게 뜨고 어떤 특수 분장을 했는지 살펴봐. 어디서도 특수분장을 한 티를 못 찾았다고? 그럼 최고의 특수 분장을 본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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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남연정 기자
  • 도움

    이창만 특수 분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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