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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로 농사라니 그게 무슨 말이여~?”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어 외롭지만 평화롭던 섬‘나외로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냥 두면 안 돼~.”
“그려 그려, 안 그래도 척박한 이 섬이 아예 염전으로 변해 버리면 어쩌려고….”
냥냥에게 줄 물고기를 잡는다고 밤낚시를 나갔다가 배가 뒤집혀 고생 끝에 구조된 닥터고글. 이장님 댁 사랑방에 누워 있다가 문 밖에서 들려오는 마을 사람들의 걱정스런 대화를 듣고 깨어나는데….


사건 의뢰 - 고집쟁이 므울 달라 씨

닥터고글이 사랑방 문을 슬며시 열어 보니 툇마루에 마을 사람들과 이장님 부부, 그리고 중동 사람으로 보이는 외국인 남녀가 앉아 무언가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아유~, 총각! 이제정신이들었는감. 그러게 배도 잘 못 몰면서 밤낚시는 왜 나가서….”
닥터고글을 발견한 이장님 부인이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말을 건다.
“아, 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생명의 은인이세요 그런데 무슨 일인가요?”
“그게 말이지, 저기 저 외국인들 있잖여. 므울 달라씨라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부부인데 글쎄 바득바득 우겨가면서 이 섬에서 농사를 짓겠다는겨. 그것도 바닷물로. 우리 섬은 물이 부족해서 마시기도 빠듯한데 말이야. 안 그래도 척박한 땅인데 이러다 염전으로 변하는 건 아닌가 마을 사람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여. 도대체 바닷물로 농사를 짓는다는 게 말이나 되남?”
그러자므울달라씨가더듬더듬서툰한국말로대답한다.
“오…. 알라…. 걱정마세요. 바닷물, 농사, 지을 수 있어요.”
“글쎄, 그 짠 바닷물로는 농사를 못 짓는다니깐….”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쥐어뜯는 므울 달라 씨. 정말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사건 분석 ➊ 바닷물로는 식물을 키울 수 없다?

“므울 달라 씨라고 하셨죠? 바닷물로 농사를 짓는다는것은말이안돼요. 바닷물은염분농도가3.5%예요. 생물의몸안에 있는 물보다 훨씬 진하기 때문에 식물이 시들어 버린답니다.”
이장님이 연신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암, 그렇지. 그렇지.”
하지만 이장님 부인은 눈을 빛내며 묻는다.
“그런데, 총각. 소금은 생물한테 꼭 필요한 거잖여. 근데 왜 바닷물을 주면 식물이 시드는겨?”
“김장할때배추를 소금에 절여 보셨지요? 그것과 같은 원리예요. 식물의 세포를 구성하는 물질중가장비율이 높은 것은 물이에요. 이물에는 소금을 포함한 무기질이 약간 들어 있답니다. 그런데 배추에 소금을 뿌리면 배추 밖은 배추 세포 안에 비해서 소금농도가 무척 높아져요. 이렇게 세포 안과 밖의 농도가 다르면 세포 안에 있던 물이 세포 밖으로 빠져나가게 돼요. 그래서 배추가 쪼글쪼글해지지요.”
과학과는 담쌓고 살았던 외딴 섬마을 사람들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러자 닥터고글은 어디선가 세숫대야를 가져온다.
“세숫대야에 물을 담고‘반투막’이라고 하는 막으로 반을 나눈 뒤, 한쪽에만 소금을 넣고 저어 보겠습니다.”
“오오…!”
잠시 기다리자 소금을 넣은 쪽 물의 높이가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게 바로‘삼투 현상’이에요. 가운데에 놓인 반투막은 물 분자는 통과시킬 수 있지만 소금 분자는 통과시키지 못해요. 반투막의 양쪽은 농도를 비슷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는데, 반투막 때문에 소금 분자가 골고루 양쪽에 퍼지지 못하지요. 그래서 대신물분자가 소금 분자가 많은 곳으로 이동해 농도를 떨어뜨리는 거예요. 생물의 세포막도 대표적인 반투막으로, 같은 원리랍니다.”
“그럼, 사람이 소금물을 마셔도 그런 현상이 일어난단말인가? 에그, 무서워라. 소금물이독약인겨~?”
“사람의 경우는 좀 달라요.‘신장’이라는 기관이 따로 있거든요. 신장은 오줌을 내보내 혈액 속에 있던 소금성분(염분)을 줄여 주는 역할을 하지요. 하지만 바닷물을 마셨을 때에는 이런 신장도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요. 신장이 처리할수있는 염분 농도는 2%까지거든요.”
 
배추가 소금에 절여지는 것도 삼투 현상 때문이다.

사건 분석 ❷ 므울 달라 씨 부부는 특이 체질?

이 때 어디선가 이장님의 손자 정직한 군이 쪼르르 달려온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이 사람들이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셨어요! 제가 두 눈으로 직접 봤어요.”
이장은 또 고개를 끄덕인다.
“뭐…, 특이한 사람이 워낙 많은 세상이니 그럴 수도 있지….”
“아니 여보, 방금 이 총각이 설명해 줬잖아유. 바닷물을 마시는 사람이 어디 있다구….”
“우리 직한이는 거짓말을 못하지? 정말 므울달라 씨 부부가 바닷물을 마셨단 말이여?”
“아이, 정말이라니까요. 펌프 같은 걸로 퍼 올려서 마셨어요. 긴 막대기처럼 생긴 펌프인데 수돗물처럼 물이 졸졸 나오더라구요.”
“잠깐, 긴 막대기 모양이라고?”
직한이의 말에 뭔가 생각난 듯한 닥터고글, 마을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바닷물은 그냥 마실 수 없어요. 하지만…. 잠시 불을 빌리겠습니다.”
갑자기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그 위 에 바닷물을 담은 주전자를 올리는 닥터고글.
잠시 후 물이 끓어 증발하면서 그릇에는 소금 알갱이가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증발한 수증기는 찬물이 흐르는 관을 통과하면서 식어 물방울로 맺혀 떨어진다.
“보시다시피 바닷물을 가열하면 염분은 남고 물만 증발해 수증기가 되는데, 이걸 차게 식히면 다시 물로 변해요. 바닷물을 끓여 순수한 물만 얻는 이 방법은 아주 단순해 보이지만 지난 60년대부터 물이 부족한 중동 지방에서 먹는 물을 얻기 위해 써왔던 방법이지요. 아마 므울 달라 씨 부부도 이것을 이야기하신 것 같네요.”
 
바닷물을 끓여 수증기를 차게 식히면 염분이 없는 물을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을 반복해 마실 수 있는 물을 얻는 과정을 ‘증발식 담수화’라고 한다.

사건 분석 ❸ 바닷물을 거르는 정수기?

닥터고글은 제트에서 홀로그램 상영기를 가져와 중동 지방의 거대한 담수처리장 영상을 튼다.
“와~, 커다란 물공장이네~!”
이 때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직한이가 말한다.
“뭔가 이상해요. 므울 달라 아저씨 집에는 저도 가 봤어요. 거기에서 물을 끓였다면 덥고 물 끓는 소리도 나고 그랬을 것 아니에요? 하지만 그냥 길다란 관에 연결된 펌프 하나만 있던데….”
“하하! 직한이 말이 맞아요. 이렇게 바닷물을 끓여서 증류수를 얻는 방식을‘증발식 담수화’라고하는데, 저 홀로그램에 있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시설이 필요해서 이런 작은 섬에서는 이용할 수가 없어요. 최근에는 다른 원리를 이용한 담수 시설이 사용되고 있답니다.”
“다른 원리가 또 있는겨? 거 참 또 궁금하네!”
“아까 긴 관이라고 하는 직한이의 말에 비밀이 숨어 있어요. 바로‘역삼투 현상’이지요. 삼투 현상이 일어나면 반투막 한쪽의 물 높이가 높아지잖아요? 그만큼 압력이 생기는 거예요. 그걸‘삼투압’이라고 부르지요. 역삼투 현상은 반대로 농도가 높은 곳에 압력을 가해 농도가 낮은 쪽으로 물을 이동시키는 현상이랍니다. 물만 통과할 수 있고 소금은 통과하지 못하는 주머니에 바닷물을 넣고 꽉 짜서 순수한 물만 얻는 원리죠.”
“듣고 보니 별 것 아니네. 그런데 그거랑 긴 모양의 펌프랑 무슨 관계여?”
“원리는 간단하지만 바닷물에서 염분을 없애려면 정교한 반투막이 필요해요. 그리고 대기압보다 60배나 높은 압력으로 바닷물을 누르기 때문에 압력에 견딜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답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바로 길쭉한 모양의 여과막이지요. 므울 달라 씨, 펌프처럼 보이는 장치에는 사실이 여과막이 들어 있는 거죠?”

삼투 현상과 역삼투 현상
반투막으로 농도가 높은 물과 낮은 물을 나누면 농도가 높은 쪽으로 물이 이동하는 삼투 현상이 일어난다(왼쪽). 이 때 물을 밀어 올리는 힘을 삼투압이라고 한다.역삼투 현상은 반대로 농도가 높은 물에 압력을 가하면 농도가 낮은 물쪽으로 물만 이동하는 현상이다(오른쪽).

사건 해결 - 사막에도 물 걱정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

설명하는 내내 별 말없이 눈만 깜빡이고 있던 므울 달라 씨 부부, 마을 사람들을 둘러보고는 비로소 더듬더듬 입을 연다.
“맞아요. 한국에서 우리나라에 담수시설 많이 지어 줬어요. 하지만 그래도 사막이라 물, 부족해요. 그래서 연구하려고 왔어요.”
하지만 므울 달라 씨 부부, 머나먼 외국에서 돈은 떨어지고 연구는 끝나지 않아 결국 섬마을에 들어 온 것이란다.
“그렇군요…. 증발식 담수 시설의 경우 한국 기업이 전세계 시설의 절반을 건설할 정도로 독보적이지요. 하지만 요즘에는 최신 기술인 역삼투식 담수 시설이 더 많이 건설되고 있는 추세예요. 한국도 역삼투 방식의 담수 시설을 건설하고는 있지만 아직 핵심 기술을 100% 국산화하지는 못했어요. 지금 한국기계연구원과 광주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연구가 한창이니까 조만간 우리 기술만으로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므울 달라 씨가 연구하고 있는 장치는 잘 작동하고 있나요?”
연구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가방을 열고 물병을 꺼내 드는 므울 달라 씨.
“네! 그럼요! 이게 제가 연구한 시설에서 만든 물이에요. 자, 이장님, 마셔 보세요.”
“응? 나 마시라고~?”
의심 많은 이장님, 하는 수 없이 물잔을 받아 든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
“꽥…, 이게 무슨 맛이여~? 짜잖여! 먹으면 큰일나는 거 아니여? 아이고 나 죽네, 나 죽어~!”
“흠…, 첫 실험은 실패군요. 아무래도 기술을 더 갈고 닦아야겠어요. 그건 그렇고, 닥터고글 씨?”
갑자기 닥터고글과 냥냥을 휙 돌아보는 므울 달라 씨.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당신의 과학 지식에 감탄했어요. 그래서 당신을 다음 실험 대상으로 결정했어요. 도와 주실 거죠?”
므울 달라 씨의 간절한 표정을 보니 도저히 도와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불쌍한 닥터고글. 어젯밤 바다에 빠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저 짠 물을 또 마시게 생겼네?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 중인 쇼아이바 역삼투식 담수처리장.

2008년 1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 도움

    박상진 박사
  • 진행

    이국현
  • 사진

    박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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