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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화재보고서-방화에서 복원까지

2008년 2월 10일 오후 8시 45분, 국보 1호 숭례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설 연휴의 마지막 밤을 맞아 편안히 쉬고 있던 국민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숭례문 화재 사건의 시작이었다. 이 날의 화재로 인해 숭례문 1층 누각의 상당부분과 2층 누각 전체가 불에 타 사라졌다. 조선 태조 7년인 1398년에 완성된 이후 600여 년에 걸쳐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등 온갖 역경을 이겨 낸 소중한 문화재가 순식간에 우리 곁에서 사라진 것이다.
 

숭례문 화재 사건일지

2008년 2월 10일 오후8:45
숭례문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오후 8:50
서울 중부소방서에 화재신고가 접수되었다.
오후 8:53
화재진압팀이 현장에 도착. 2층 내부로 진입해 천장에 집중적으로 물을 뿌려 불을 끄기 시작했다.
오후 9:40
겉불이 꺼지고 연기만 나는 상태가 되자 불길이 잡힌 듯했다.
그러나 잠시 후 기와 안쪽에 숨어 있던 불씨가 맹렬하게 번져 나왔다.
오후 10:32
화재비상 3호 발령. 그러나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오후 11:10
숭례문 현판을 떼어 냈다.
현판은 약간의 손상을 입었지만 무사히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2008년 2월 11일 오전 0:25
2층 누각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오전 0:58
2층 누각 지붕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오전 1:50
2층 누각 전체와 1층 누각 대부분이 무너져 내린 뒤 마침내 불이 꺼졌다.

목조 문화재의 가장 큰적, 불!

우리나라의 건축 문화재는 대부분 나무로 지어졌기 때문에 항상 화재의 위협을 받고 있다. 수원 화성,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 등이 이미 화재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그러던 중 마침내 국보 1호인 숭례문까지 화재에 희생당한 것이다. 숭례문의 화재 원인은 방화로 밝혀졌다. 방화범이 2층 누각의 바닥에 시너를 뿌린 후 라이터로 불을 붙인 것이다.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인 이유는 나무가 탈 수 있는 온도를 쉽게 확보하기 위해서다. 나무를 200℃ 이상의 온도로 가열하면 나무의 구성 물질이 분해되면서 불에 잘 타는 기체가 발생한다. 이 기체에 불꽃이 닿으면 비로소 나무에 불이 붙는 것이다.
외부의 불꽃에 의해 불이 붙을 수 있는 최저 온도를 인화점이라고 한다. 보통 나무의 인화점은 240~270℃이며, 숭례문에 사용한 소나무의 인화점은 253℃이다. 소나무의 인화점은 다른 나무에 비해 낮은 편이기 때문에 불이 붙기 더 쉽다. 숭례문에는 인화점을 2~3배 높여 주는 방염제까지 발라 두었지만 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불은 주변의 나무 구조물을 태우면서 점점 커졌다. 목재 건물의 화재가 무서운 것은 불에 타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나무는 얇고 가늘수록, 표면이 거칠수록, 건조할수록, 검은색일수록 불에 잘 탄다. 목조 건물이라는 숭례문의 특성과 겨울철의 건조한 날씨는 화재의 진행 속도를 빠르게 해 주었다.

"목조 건물의 화재는 A급 화재로 분류합니다. 대부분이 나무로 이루어져 있어 빠른 속도로 불타기 때문입니다. 목조 건물의 화재 진행 시간은 30~40분으로 보통 건물일 때 걸리는 2~3시간의 4분의 1밖에 안 됩니다. 또한 온도도 높아 불이 붙은 지 20분이면 1200~1300℃까지 올라갑니다. 일반 건물이 낮은 온도로 오랫동안 타는 반면 목조 건물은 높은 온도로 짧은 시간 동안 타는 것입니다. 이동명(경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화(火)를 부른 숭례문의 구조

2층 누각의 바닥에서 시작된 열기는 빠르게 천장으로 번졌다. 출동 40여 분 후 대부분의 불길이 잡히고 연기만 나는 상태가 되자 소방대원들은 화재 진압의 강도를 잠시 낮추었다. 화재가 진압됐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불은 천장 깊숙한 곳에 살아 있었다.
이것은 숯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숯은 겉보기에는 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안쪽에서는 타고 있다. 탈 물질과 열은 충분하지만 산소가 부족해 타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이 때 숯에 산소를 공급해 주면 불꽃이 살아난다. 숭례문 화재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잠시 후 지붕 안쪽 적심목에 숨어 있던 불길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맹렬하게 타오른 불은 쉽게 꺼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숭례문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숭례문의 지붕은 보온이나 단열을 위해 기와 밑에 진흙, 적심목, 개판 등이 층층이 쌓여 있는 구조다. 그래서 지붕 위로 뿌린 물이 불에 닿을 정도로 침투하지 못했다. 이 때 기와를 걷어 내고 물을 뿌렸다면 어땠을까? 이에 대해서는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주장과 기와를 걷어 내면 공기가 들어가 오히려 불길이 더 커졌을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아직 논란의 대상이다.
불길이 되살아난 지 약 3시간 후, 2층 누각 지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불에 타면서 구성 물질이 대부분 기체로 변해 날아가자 기둥이 지붕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5시간 동안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숭례문은 화재에 의해 파괴된 또 하나의 문화재가 되고 말았다.
 

문화재 지키는 첨단기술

그렇다면 문화재를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화재가 발생하지 않게 철저히 관리하고, 그래도 불이 났다면 작은 불꽃일 때 꺼야 한다. 처음에는 소화기 한대로 끌 수 있는 작은 불도 소방대원들이 출동하는 몇 분 사이에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물이나 문화재에는 열이나 연기를 감지하여 경보를 울리는 화재경보기가 설치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화재경보기는 작은 불꽃을 감지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광섬유 센서를 이용한 화재경보기가 보급되고 있다. 최대 수㎞에 달하는 광섬유를 문화재에 고루 설치해 두면 일정한 간격으로 온도를 읽을 수 있다. 불꽃이 생겨 그 주변의 온도가 올라가면 그 차이를 감지해 불이 났는지 판단하는 것이다. 건물외부의 불도 감지할 수 있어 산불이 문화재로 번져 오는 것을 미리 알 수 있다.
광섬유 센서는 화재뿐만 아니라 침입자를 감지하는 데도 유용하다. CCTV와 달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침입자가 피해 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가 아닌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누전 등의 염려가 없어 문화재에도 안심하고 설치할 수 있다.
화재경보기가 불꽃을 탐지하면 내부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나 물안개 분사시스템이 작동하게 된다. 물안개 분사시스템은 단순히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와 달리 안개 같은 물 입자를 내뿜는다. 스프링클러에 비해 물을 적게 사용할 뿐만 아니라 불과 접촉하는 물 입자의 표면이 넓어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더 크다. 한편, 문화재가 밀집되어 있는 곳에는 수막시스템을 사용하면 좋다. 수막시스템은 화재가 발생하면 물을 분사하여 문화재 주위를 막처럼 물로 둘러싼다. 산불이 문화재에 번지거나 불이 다른 건물로 옮겨 붙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문화재 되살리는 전통기술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화재가 훼손되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훼손된 문화재는 원래 상태로 복원해야 하는데, 이 때는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전통기술이 중요하게 쓰인다.
숭례문의 경우, 우선 남아 있는 숭례문의 잔해를 해체한 후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부재와 새로 제작해야 할 부재를 파악해야 한다. 다행히 2006년에 숭례문을 정밀하게 측정해 놓은 도면이 있어 복원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재료로 쓸 나무를 확보해야 한다. 숭례문 복원에는 금강소나무가 쓰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금강소나무는 나이테가 촘촘해 조직이 치밀하다. 다른 소나무에 비해 송진이 많고 골고루 분포되어 있어 균열도 적게 일어난다. 잘 썩지 않고 강도가 뛰어나 예부터 궁궐 건축 등에 많이 쓰였다. 현재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금강소나무는 전국 39곳에서 자라는 21만 그루 정도다. 문화재청이 문화재 복원용으로 쓸 금강소나무를 요청하면 산림청이 적당한 나무를 골라 제공하게 된다.
숭례문 복원에 쓰일 금강소나무는 지름이 1m를 넘어야 한다. 금강소나무가 이 정도로 자라는 데는 100년 이상이 걸린다. 적합한 나무를 벌채한 후에는 최소 1~2년 동안 그늘에서 자연 건조를 해야 한다. 시간을 아끼려고 인공적으로 가열하면 터지거나 휘어져 못 쓰게 된다. 무리해서 쓰더라도 목재가 오래가지 않는다. 조상의 얼이 담겨 있는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되살리기 위해서는 혼을 불어 넣어 손수 만드는 옛 방식을 따라야 하는 듯하다.
신중하게 복원하면 옛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숭례문이 복원되기까지는 5~6년의 시간과 200~3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된다고 해도 과연 숭례문이 예전처럼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렇듯 한 번 잃어버린 문화재를 되살리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숭례문 화재 사건을 계기로 철저한 문화재 관리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무관심이야말로 문화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원래 모습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듭니다.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신응수 대목장 ”
 
문화재청에서 발표한 복원 구상안. 기존의 숭례문에 더해 성벽 일부까지 복원했을 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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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5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 도움

    이동명 교수
  • 도움

    신응수 중요 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보유자
  • 진행

    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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