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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거기누구있어요?”
쌩~ 신나게 달리던 운전자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퇴근길인데, 어디선가 묘~한 노래가 들렸기 때문이다. 분명 차 안엔 운전자뿐인데, 대체 누가 노래를 하고 있는 걸까?


사건 의뢰 - 고속도로가 이상하다.

평소 자가용을 몰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최고속 씨. 빠른 속도로 운전하는 걸 좋아해서 종종 제한속도를 넘나들곤 했었다.
“회사 일에 지쳤다가도 운전대만 잡으면 신나는 거예요. 시원하게 달리면 스트레스도 시원하게 날아가는 느낌이거든요.”
오늘은 웬일인지 차도 적어서 뻥 뚫린 길을 시원스레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일하다 보니 퇴근길은 늘 피곤하거든요. 살짝 졸릴 때도 있구요. 그래도 먼 길이 아니니까 그냥 꾹 참고 가곤 했어요. 오늘도 막 졸음이 몰려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허밍을 하듯 멜로디가 들려오는 거예요.”
“멜로디요? 어떤 멜로디죠?”
“잠시만요. 음음 음음 음음음 음음음~ 음음음~. 이게 무슨 노래죠?”
들었던 멜로디를 떠올려 보는 최고속 씨. 닥터고글도 함께 따라 부르며 어떤 노래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아!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맞죠?”
“맞아요! 바로 그 노래예요. 아무도 없는데 그 노래 멜로디가 어디선가 들려왔다구요.”
“혹시, 차 안에 CD나 라디오가 켜 있지는 않았나요? 확인해 보셨어요?”
“아무것도 켜 있지 않았어요. 게다가 노래도 아니고 허밍처럼 멜로디만 들리는 게 묘~한 느낌이었다구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요. 아! 혹시 진짜로 귀신이 곡을 한 걸까요?”
웃음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한 닥터고글. 하지만 최고속씨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데….
“귀신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아무래도 제가 직접 들어봐야 할 것같군요.”

사건 분석 ❶ 이곳은 위험 구간!

닥터고글은 노래가 들린다는 고속도로를 달려보기로 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앞서 달리던 최고속 씨가 창문으로 손을 흔들어 노랫소리가 들린다는 신호를 보내 왔다. 곧 이어 닥터고글에게도 노래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역시 ‘비행기’ 라는 동요의 멜로디였다.
“분명 귀신이 곡하는 건 아니네요. 그렇다면 노래가 들리는 곳이 어디인지부터 알아봐야겠어요. 제트, 위치를 파악해 줘.”
제트가 인공위성 위치추적 시스템을 이용해 알아 낸 정보에 의하면 이 곳은 경기도 시흥시 금이동 부근에 있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였다.
“그런데 이상한건특정한 구간에서만 멜로디가 들린다는 거예요. 제가 졸다가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차를 세웠거든요. 그랬더니 아무 소리도 안 나더라구요. 다시 자동차를 달리자 또 소리가 났고요.”
“최고속 씨 말대로 정말 자동차로 달릴 때만 소리가 나는군요. 게다가 졸다가 깜짝 놀랐다는 점도 흥미로워요. 어쨌든노랫소리 덕분에 졸음이 싹 달아난 거니까요.”
“그렇다면, 혹시 과속으로 죽은 사람이 귀신이 되어 노래를 하는걸까요?”
여전히 귀신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최고속 씨. 이제 바들바들 몸이 떨릴 지경이다.
“오우, 제 말은 그게 아니에요. 노랫 소리가 졸음을 깨우는 장치일 수도 있다는 거죠. 이 구간이 사고도 많은데다, 졸음이나 과속, 주의 부족 등이 교통사고 원인의 70%정도나 차지하거든요.
“잠깐 조는게그렇게 위험한가요? 저는 좀 졸려도 참고 운전하곤 했는데….”
“꺄옹~! 냥냥냥!(큰일날 소리! 아래 그림 좀 보시라구요!)”


졸릴 때 몸의 반응


눈이나 귀 등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인식해 손이나 발에 신호를 보내는 과정이 느려진다. 속도와 거리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고, 제대로 정보의 위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눈이 감기면서 신호등, 앞차와의 거리, 차선 등에 대한 정보가 차단된다. 주의력이 떨어져 눈은 뜨고 있지만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뇌에서 오는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운전대를 조정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졸음운전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달리는 방향으로 계속 돌진하는 경우가 많다.


속도가 빨라지면서 나는 소음이나 뒷차의 경적을 듣지 못한다.


손과 마찬가지로 신호 전달이 느려지면서 제때에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다.


사건 분석 ❷ 울퉁불퉁한 표면이 수상하다?

“오~, 역시 명탐정답군요. 닥터고글의 말이 일리가 있어요. 그렇다면 이 주변에 스피커가 있겠군요. 제가 한번 찾아보죠.”
귀신이 아니라는 안도감에 적극적으로 스피커를 찾아다니는 최고속 씨. 그런데 고개를 들고 스피커를 찾는 최고속 씨와 달리, 닥터고글은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다.
“아니, 닥터고글. 땅에 돈이라도 떨어졌어요? 뭘 그리 고민하세요? 아마 가로등 어딘가에 스피커가 있을 거라니까요.”
“땅? 아, 그래! 어쩌면!”
최고속 씨의 말을 듣던 닥터고글은 갑자기 고개를 더 숙여 도로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도로에 스피커가 달려 있을 리는 없는데 무슨 이유인지 궁금한 최고속 씨. 그런 최고속 씨의 마음을 알았는지 닥터고글이 보여 줄 게 있다며 최고속 씨에게 고개를 숙여 보라고 말한다.
“고개를 숙여 봐도 보이는 건 울퉁불퉁한 고속도로 표면밖에 없잖아요.”
“바로 그거예요! 울퉁불퉁한 표면!”
“엥? 울퉁불퉁한 표면이 어쨌다는 건지 저는 통 못 알아듣겠네요. 이런 홈이야 고속도로 요금소 근처에도 있잖아요.‘드르륵’하는 소리가 나면서 주의도 환기되고, 또 속도도 줄일 수 있도록 말이지요. 저도 그 정도는 아는 운전자라구요.”
“만약 그 홈에서 드르륵 하는 소리 대신 노래의 멜로디가 나온다면 어떨까요? 홈을 잘 보세요. 일정한 간격으로 홈이 파여 있다가 얼마 지나선 조금 다른 간격으로 홈이 파여 있어요. 홈과 홈 사이의 간격을 조정해서 음높이를 다르게 만들어 내는 거예요.”


 


▲ 소리는 물체의 떨림(진동)이 주변의 공기로 전달되어 퍼져나가는 현상 이다. 그래서 일정한 시간에 얼마나 많이 떨리느냐에 따라 소리의 높이가 달라진다. 이걸 진동수라고 하는데, 진동수가 높을수록 높은 음을 낸다. 노래를 만드는 음계도 고유의 진동수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음에 맞는 진동수가 나오도록 홈의 간격을 조정하면 원하는 음높이를 가진 진동을 만들어 멜로디를 만들 수 있다.




 
사건 분석 ❸ 음악은 과학

"정말 놀라워요! 홈을 파서 음을 만들어 내다니!”
“음악도 진동이 만드는 과학 현상이랍니다.”
설명을 하던 닥터고글은 주머니에서 빨대를 꺼내 빨대 피리를 만들어 불어 본다. 삐리리~ 소리가 나자 이번에는 최고속 씨에게도 빨대를 불어 보라며 건넨다.
“그런데 소리가 좀 다르네요. 닥터고글의 빨대 에서 더 높은 음이 나요.”
“음감이 좋으시군요. 맞아요. 빨대의 길이가 짧을수록 높은 음이, 길수록 낮은 음이 난답니다. 이것 역시 진동수 때문이에요. 진동수가 높을수록 더 높은 음이 나고, 진동수가 낮을수록 더 낮은음이 나거든요. 기준음이 어떻든 간에 12%, 12%, 6%, 12%, 12%, 12%, 6%씩 진동수를 높이면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들은 느낌이 난답니다.”
“그러니까 그 진동수에 맞는 소리가 나도록 홈 의 간격을 조정해 비행기 노래에 맞는 떨림을 만들어 낸 거군요.”
“맞아요. 아래 음계표를 보세요. 홈 간격 으로 음높이를 맞추고, 홈의 개수로 음 길이를 맞춰서 노래 한 곡을 만들어 냈답니다.”
“생각해 보니 피리를불때도 구멍을 다 막고 불면 낮은 음이 났어요. 또 기타줄은 팽팽하게 했을때 더 높은 음이 났구요. 악기에서 소리의 과학을 찾는 게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어요.”
어느 새 소리의 과학에 푹~ 빠져 기타로 비행기 노래를 치고 있는 최고속 씨의 눈에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눈물이 핑 돌 만큼 재미있으신 건지…?”
“흑~, 기타를 치다 보니 헤어진 첫사랑 생각이 불현듯 나서…. 초등학교 때 제 첫사랑이 비행기노래를 특히 좋아했거든요. 아흑~!”




 
사건 해결 - 졸음 싹~, 안전 운전 시작!

사랑의 추억에 푹~ 빠져 있는 최고속 씨를 흔들어 깨우는 닥터고글. 이제 사건은 해결되었으니, 다른 사건 현장으로 가 보겠다고 말한다.
“잠깐! 궁금한 게 있어요. 대체 이 홈은 누가 파놓은 건가요? 혹시 제 첫사랑이?”
“이런! 정신 차리세요. 이 홈은 한국도로공사에 서파놓은 거예요. 앞서 말했듯이 졸음운전이나 과속을 막기 위해 아이디어를 낸 거죠. 2001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랍니다. 올해 10월에 설치했으니 앞으로 그 효과를 지켜보고 더 늘릴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해요.”
“또 잠깐! 달리는 속도에 따라 노래가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하는것같아요. 왜 그런 거죠?”
“역시 청각이 뛰어나시군요. 맞아요. 과속을 방지하기 위해 시속 100㎞를 기준으로 노래의 빠르기가 달라지도록 만들어 놓았거든요. 즉, 시속 100㎞ 이상으로 빨리 달리면 빠른 비행기 노래를, 100㎞ 이하로 달리면 느린 비행기 노래를 듣게 되는 거지요. 이제 궁금증은 다 풀렸나요?”
“닥터고글 덕분에 귀신도 첫사랑도 이젠 훌훌~ 털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고마워요!”
최고속 씨는 마지막으로 다 같이 비행기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며 노래하는 고속도로를 달려 보자고 제안한다.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헤어지려는 순간, 또 다시 무언가 생각난 듯 닥터고글을 붙잡는 최고속 씨.

“혹시, 제 첫사랑이 한국도로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절 못 잊어서 만든 걸지도 모르잖아요?”
못 말리는 최고속 씨의 상상력. 그러나 바로 이어지는 닥터고글의 한 마디.
“남…, 남자분이 만들었는데….”
비로소 최고속 씨의 가슴 아픈 첫사랑은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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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선아 기자
  • 도움

    한국도로공사
  • 진행

    이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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