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동네사람들~!내얘기좀들어보소~!”
발목까지 물이 찰랑대는 동네 한복판에서 울음 섞인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멀쩡한 주택가에 물이 찰랑대는 것도 이상하고, 고향땅이 사라
졌다고 울먹이는 상황도 이상하다. 대체 여기는 어디지?

사건 의뢰 - 찰랑~ 바닷물이 들어찬 땅

내가 고향을 떠날 땐 이렇지 않았어요. 변해도 너무 변했다구요!”
꿈에 그리던 고향 땅을 20년 만에 찾은 살라노씨. 맑은 바닷물과 살랑대는 바람, 길게 뻗은 백사장을 그리며 공항 문을 나섰다. 그런데 고향집으로 가는 동안 예전과 뭔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겨 있었어요. 심지어 도로가 폐쇄된 곳도 많아 종종 되돌아가야 했구요. 고향땅이 사라진 거라구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개발이 되면 시골이 도시로 변하기도 하지요.”
일단 너무 흥분한 의뢰인을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한 닥터고글. 하지만 살라노 씨는 그런 닥터고글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냥 사라진 게 아니라 물에 잠겼다구요. 닥터고글, 발 아래를 좀 보세요!”
그러고 보니 닥터고글이 서 있는 도로도 물에 잠겨 찰랑거리고 있었다. 살라노 씨의 외침에 허겁지겁 달려오느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어디가 바닷가고 어디가 도로인지 모를 지경이군요. 살라노씨, 혹시 고향이 수상도시인가요?”
“오, 노우! 수상도시에 멀쩡한 도로와 표지판이있 을 리가 없잖아요. 이 곳은 분명 아름다운 백사장과 멋진 야자수 길을 자랑하던 내 고향 땅이라구요!”
수상도시도 아닌데 이렇게 물에 잠기고 있다면 정말 심각한 일! 닥터고글도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조사에 착수한다.
“살라노 씨, 우선 고향에 대한 정보를 좀 알려 주세요. 여기가 대체 어디죠? 태평양을 건너다 거대한 *사이클론을 만나는 바람에 제트의 위치 안내시스템이 고장나 버렸거든요.”


*사이클론 : 인도양, 아라비아해, 벵골만에서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 열대 저기압은 발생하는 지역에 따라 구분되는데, 태평양에서 발생하면 ‘태풍’, 대서양에서 발생하면‘허리케인’이라고 부른다.

사건 분석 ➊ 고향이 어디야?

그렇다면 내가 우리 고향에 대해 이야기를해줘야겠군요. 그런데 명색이 명탐정한테 그냥 알려 주는 건 예의가 아니지요. 닥터고글, 스무고개 어때요?” 알고 보니 살라노 씨는 고향에서도 유명했던 스무고개의달인. 마치 쇼를 하듯, 스무고개를 내는데….
“첫 번째 단어는‘아틀란티스’!”
“하루 아침에 대서양 속으로 가라앉았다는 전설의 대륙…? ”
“역시 처음에는 모르겠죠? 두 번째 단어는‘날짜변경선’!”
“날짜변경선? 흠날짜변경선 근처에 있는 아틀란티스가 대체 어디지?”
“역시 내 스무고개 실력은 녹슬지 않았어! 만약 이번에도 못 맞힌다면 나는 차라리 이번 사건을 썰렁홈즈에게 의뢰하겠어요.”
살라노 씨의 말에 상처받은 닥터고글. 그런 일은 없을 거라며 다음 단어에 집중한다.
“세 번째 힌트는, 바로‘이상한 나라의 OOO’! 어때요? 알아차렸나요?”
3초간의 짧은 침묵이 흐른 뒤, 드디어 닥터고글이 말문을 열기 시작한다.
“냥냥, 우리는 남태평양을 건너다 사이클론을 만났어. 날짜변경선은 태평양의 중앙(약 경도 180°)을 기준으로 동서를 나누고 있고, 아틀란티스라는 말에서 바다 속에 잠기고 있거나 잠긴 상태를 떠올릴 수 있지. 그리고‘이상한 나라의 OOO’에 들어갈 말은‘엘리스’….”
“오! 답을 알아 냈나요? ”
“그렇다면 답은‘남태평양에서 날짜변경선 근처에 있으면서 바다 속에 잠길 위험에 처한 엘리스’! 바로‘투발루’야.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
인 투발루는 날짜변경선 서쪽에 있는 엘리스 제도의9개의섬으로이루어진나라거든.”
“오우, 내 스무고개를 풀다니, 역시 명탐정 닥터고글이군요.”


 
사건 분석 ❷ 왜 물이 들어찼지?

“투발루 전체를 둘러보고 싶은데, 제트가 아직 수리 중이니 가장 높은 산으로 올라가 볼까요?”
그런데 웬일인지 갈팡질팡 하는 살라노 씨.
“사실은, 가장 높은 곳이라 봐야 해발 3.7m밖에 안돼요. 산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 없답니다.”
가장 높은 곳이 3.7m이고, 평균 해발고도가 3m밖에 되지 않는다는 살라노 씨의 말에 깜짝 놀라는 닥터고글. 마침‘척척수리시스템’을 이
용해 수리를 끝낸 제트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투발루의 전체 모양새를 살펴보기로 한다.
“오우, 가늘고도 납작한 섬이군요! 정말이지 대형 사이클론이라도 오면 물이 금세 밀려들겠어요.”
“맞아요. 또 매달 보름과 그믐에도 바닷물이 높아져요. 달이 지구를 잡아당기는 힘이 세져 바닷물 높이가 높아지는 거예요. 그 결과 곳곳이 물에 잠기지요.”
“그렇다면 원래 이렇게 물에 잠기는 땅이었단 말씀인가요?”
“그건 아니에요. 종종 물에 잠기곤 했지만 이 정도로 심하진 않았어요. 뭔가 변화가 있는 게 분명해요.”
살라노 씨의 말을 들은 닥터고글은 바다로 내려가 직접 해수면의 높이를 재 보기로 한다.
“제트, 지금 높이뿐만 아니라 그 동안 해수면의 높이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함께 조사해 줘!”
“띠리띠리 띠띠리….”
“오우, 세상에! 가장 높은 곳이 3.7m인데, 바닷물이 3.4m나 차오르다니!”
제트의 조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라는 살라노 씨. 하지만 닥터고글은 1993년부터 2007년 2월까지 투발루 바닷물이 1년 동안 평균 5.3㎜씩 올라가고 있다는 자료에 더욱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라면 60년 뒤에 투발루는 영영 물에 잠기고 만다!
“후~. 그러니까 원래 이 작은 섬나라가 가진 지형적 특징에다가 바닷물 높이가 점점 올라가는 현상이 더해져 지금 이렇게 바닷물이 들어찬 거군요.”

 

사건 분석 ❸ 지구의 눈물이 섬을 삼키다.

“제트가 또 하나의 자료를 준비했어요. 지구 평균 해수면 높이를 나타낸 그래프인데…. 이런! 높아지는 폭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바닷물높이가점점올라가고있다구요? 왜죠? 왜냐구요?”
계속되는 충격에 어지럽기까지한 살라노 씨는 왜 자꾸 바닷물 높이가 올라가는지 답답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뭔가 짚이는 데가 있는 듯한 표정을 짓는데….
“혹시, 이것도 지구온난화와 관련 있나요? 지구 온난화 때문에 극지의 얼음이 계속 녹아 내린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 얼음이 녹으면 결국 바다로 흘러드는 물의 양이 많아질 테니, 결국 바닷물도 높아지는 것 아닌가요?”
“맞아요, 살라노 씨. 투발루가 처한 위험은 결국 지구온난화와 관련되어 있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극지의 얼음이 녹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더 큰 이유는‘열팽창’에 있답니다.”
지난 50년 동안 지구의 평균 기온은 10년마다 0.13℃씩 올라갔고, 최근 12년(1995~2006년) 중 11년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그 결과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액체인 물의 부피가 늘어난다는 게 닥터고글의 설명.
“액체인 물은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늘어나요. 양이 적으면 그 변화가 작아 눈에 띄지 않지만, 바다처럼 물의 양이 많을 경우 부피가 늘어나는 정도가 커지지요. 지구온난화로 바닷물이 높아지는 가장 큰 이유가 이러한 물의 특성 때문이랍니다.”
“오우, 마이 갓! 이러다가 정말 내 고향 땅이 영원히 물에 잠기게 되는 건 아닐까요? 지구온난화가 정말 미워요! 흑흑….”
“살라노 씨의 고향은 평화로운 땅에서 이제 안타깝고도 아슬아슬한 땅으로 변해 버렸네요.”


 
사건 해결 - 위기의 투발루를 구하려면?

“올해 4월에 정부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어요.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으로 2020년에는 홍수와 폭우의 위험이 늘고, 2080년대에는 전 세계 해안 지역의 30%가 물에 잠길 것이라고 해요. 투발루가 정말 아틀란티스가 될 날이 다가오고 있는 거지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닥터고글과 살라노 씨. 이 때 냥냥이 물에 잠긴 빈 집을 발견하고 소리친다.
“냥냥냥 야옹야옹 냥냥.(빈 집이 곳곳에 많이 있어.)”
“홍수가 밥 먹듯이 일어나니 고향 사람들이 피지, 뉴질랜드, 호주 등으로 떠났어요. 나야 20년 전에 돈을 벌 목적으로 고향을 떠났지만 지금은 살기 위해 떠나는 거라고들 하더군요.”
“남태평양의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섬 투발루가 지구온난화의 공포로 몸서리치는 곳으로 변하다니 정말 안타깝군요. 투발루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를 막는 길밖에 없는데….”
“미국이나 중국 등은 아직도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국제 약속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면서요? 투발루의 위기가 곧, 지구 전체의 위기라는 걸 왜 모르는 건지 정말 답답해요.”
눈물을 그치자 이제 화가 나는 살라노 씨. 아름다운 섬 투발루가 정말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면 지구의 미래도 함께 가라앉는 거라며 분노한다.
“이제 잘 사는 나라든, 못 사는 나라든 모두 함께 지구 온난화를 막는 일에 나서야 할 때예요. 더 미룰 시간이 없으니까요.”
사건의 궁금증은 해결했지만 마음이 답답한 닥터고글.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림처럼 아름다운 노을이 투발루 해변 너머로 펼쳐
진다. 이제 살라노 씨와 헤어져야 할 시간. 투발루를 떠나는 닥터고글에게 살라노 씨의 간절한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닥터고글,‘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에게 투발루 소식을 꼭 전해 주세요! 환경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실천에 옮겨달라는 내 부탁도 함께요! 꼭이요!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7년 2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선아 기자
  • 진행

    이국현

🎓️ 진로 추천

  • 환경학·환경공학
  • 지구과학
  • 해양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