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괴물에 살고 괴물에 죽는 괴생괴사 괴구라 박사. 괴물을 연구한 지 100년 째 되는 날, 난 결심했어.온갖 괴물이 모인 괴물동물원을 만들어 내 이름을 온세상에 알리기로 말야!
뭐? 불가능한 일이라구? 아니 이런 발칙한 것들이…! 감히 나의 연구를 무시하는 거냐? 좋아! 그럼 내가 이제껏 정리한 비밀 연구노트를 증거로 보여 주지. 훗~, 보고 까무러치지나 말라구!
괴물동물원 역사전시관 : 신화 속의 괴물
괴물동물원에 들어갈 첫 번째 괴물은‘뼈대 있는’괴물이 좋겠다. 아주 먼 옛날부터 있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괴물 말이다. 아니면 각 나라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 속의 괴물도 좋다. 하지만 아무 괴물이나 들일 수 없는 터!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분석한 괴물만 필요하다! 이 작업에는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 소장의 도움을 받았다.
키메라
외양 : 한 몸에 사자, 뱀, 염소의 머리가 합쳐졌다.
특징 : 뱀 머리에서 불을 내뿜어 농작물을 태우고
사자의 이빨과 발톱으로 가축을 죽인다.
고향 : 소아시아의 리키아 지방
그리핀 그리핀
외양 :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 사자의 몸이 합쳐졌다.
특징 :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자의 용맹함으로 황금을
지킨다.
고향 : 그리스 리파이오스산
괴 박사의 분석
고대 괴물엔 키메라와 그리핀처럼 서로 다른 동물을 결합한 모습이 많다. 각 동물이가진 장점을 모두 갖고 싶었던 고대인의 욕망 때문이었을까?
이런 욕망은 현대인도 마찬가지다.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두 동물의 세포가 섞인 키메라 동물을 만들어 내려고 하니 말이다. 털의 색이 서로 다른 쥐의 수정란을 이용해 얼룩말같이 얼룩덜룩한 색을 가진‘키메라마우스’를 만들거나, 양의 몸에 인간의 세포를 넣어 인간의 장기를
가진 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 키메라도 만들고 있다. 무와 배추를 둘 다 갖고 있는 무추, 토마토와 감자가 동시에 열리는 포마토! 이 두괴물의 사육장 앞에 무추와 포마토를 심으면 잘 어울리지 않을까?
![무추](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1.jpg)
불사조
외양 : 활활 불타오르는 깃털.
특징 : 불멸과 재생의 상징.
고향 : 이집트의 아라비아
사막, 중국
괴 박사의 분석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같나보다. 하지만 정말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을까?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염색체의 끝 부분에는 염색체를 보호하는 텔로미어가 있다. 마치 펜을 보호하는 펜 뚜껑처럼 말이다. 이것은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데, 정해진 길이까지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늙기 시작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없을까? 실제로 사람의 몸 속에는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게 도와주는 효소가 있다. 혹시 불사조는 이 효소를 엄청나게 많이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외눈박이 외눈박이
외양 : 눈이 이마 한 가운데 하나밖에 없다.
특징 : 손재주가 뛰어나
대장일에 능숙하다.
고향 : 그리스
괴 박사의 분석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두 개의눈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 눈이 얻은 정보는 뇌에 전달되는데, 이 때 눈에 맺힌 상이 두 개가 있어야만‘입체시’를 느낄 수 있다. 즉 한쪽 눈으로만물체를 보면 입체로 보이지 않는다. 한쪽 눈을 감고 양 손에 연필을 쥐고 팔을 벌렸다가 서서히 오므려 연필 끝이 서로 닿도록 해 보면 눈이 두 개인 이유를 금세 알 수 있다.
외눈박이는 손재주가 뛰어나 성도 잘 쌓고 대장일도 잘했다고 전해 오는데, 사실은 일을 제대로 못 했을 뿐만 아니라 손에 상처투성이였을 것이다. 사실 이 외눈박이는 수백만 명에 한명 꼴로 나온다는 외눈증(Cyclopia)을 앓고 있지 않았을까…? 이 병이 생기면 코, 뇌, 팔, 다리에도 기형이 생겨서 100% 사망한다고 하는데, 이 외눈박이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신기할 따름이다. 역시 괴물동물원의 식구가될 만하다!
괴물동물원 수족관 : 실제로 있는 괴물
역사전시관 다음에는 현재 실제로 살고 있거나 옛날에 살았던 괴물을 모은 전시관을 만들어야겠다. 그런 괴물을 하나씩 살펴보니…, 주로 바다 속에 산다는 사실을 알아 냈다. 좋아! 멋진 수족관을 지어야지! 그런데 어떤 괴물이 좋을까?(단, 공룡은‘쥬라기 공원’이 있어 제외했다.)
대왕오징어
이름 : 콜로살 오징어, 자이언트 오징어 등
특징 : 보통 오징어의 30배가 넘는 길이와 100배가 넘는 몸무게.
서식지 : 심해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3.jpg)
괴 박사의 분석
예전에 항해선을 파괴하는 오징어인 크라켄에 대한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대왕오징어는 크라켄보다는 훨씬 작겠지만 보통 오징어를 훌쩍 뛰어넘는 멋진 모습은 괴물동물원과 100% 어울린다.
2004년 일본과학박물관 츠네미 구보데라 박사는 수심 900m 깊이에서 길이 8m, 촉수5.5m짜리 대왕오징어가 바다 속을 헤엄치는모습을 처음으로 포착했다. 박사의 연구에따르면 다리에 있는 촉수에서 빛을 쏘아 보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심해에서 사냥을 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길이 10m, 무게 450㎏의 대왕 오징어가 남극에서 잡혀 나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국립수산연구원 김영승 연구관은 “보통 오징어의 수명은 1년~2년 반 정도로 몇 개월이지나면 30~45㎝이상으로 자라지 않는데, 대왕오징어의 수컷은 10m, 암컷은 13m정도나 자란다”고 말한다. 이제껏 잡힌 대왕오징어중에서 가장 긴 건18m나 된다고 한다. 성장속도가 굉장히 빠른 게 틀림없다.
세계적인 오징어 전문가 스티브 오세아 박사에 따르면 2003년도에 잡은 300㎏ 짜리 대왕오징어의 위장에서 크릴 새우가 나왔다고 한다. 수족관에 크릴 새우를 잔뜩 넣어 주면좋아하지 않을까?
메갈로돈
이름 : 메갈로돈
특징 : 입을 벌렸을 때 높이가 약 3m, 전체 몸 길이는 18~30m로 추정.
서식지 : 바다
![목포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메갈로돈 턱 모형.](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4.jpg)
괴 박사의 분석
상어는 뼈가 물렁물렁한 연골어류라 화석으로 발견되기 힘들다. 다행히 이빨은 딱딱해 화석으로 종종 발견되고 있는데, 여러 종의 이빨 화석 가운데 단연 멋진 건 메갈로돈! 이빨 하나의 길이가 15㎝라 성인 남자인 내 손을 덮을 정도로 크다. 오오~, 정말 근사한녀석이다!
중생대 백악기부터 신생대 제4기까지 살았다는 메갈로돈은 매우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다. 이빨 화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그마한 톱날이 빽빽하게 나 있다. 이러한 톱날 구조는 돈가스를 먹을 때 사용하는 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고기를 잘 썰게끔 도와 준다. 위턱에 29개씩 모두 5줄, 아래턱에는 30개씩 5줄의 이빨이 나 있어 모두 290여 개의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다. 상상해 보면290개의 칼을 입 안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셈이다. 요 녀석의 입에 한번 들어가면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설마 저 이빨로 나의 소중한 대왕오징어를 잡아먹는 건 아니겠지…?
![메갈로돈의 이빨](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5.jpg)
괴물동물원 도심 사파리 : 영화 속의 괴물
수족관을 관람하고 난 뒤에는 사파리 구경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사파리에는 영화에등장한 괴물을 모아 놓는 게 어떨까? 이 괴물들은 보통 도시에서 나타나니까 사파리에 건물도 짓고 도로도 깔아 도시 형태로 꾸며야겠다. 설마 도시를 다 부수는 건 아니겠지?
괴물
출연작 : 괴물
외양 : 길고 날렵한 꼬리와 작은 다리.
특징 : 한강에 버린 포름알데히드 때문에 생겨남.
고질라
출연작 : 고질라
외양 : 이구아나와 공룡의 모습이 섞여 있다.
특징 : 이구아나가 방사능을 맞고 거대 파충류로 변신한다.
괴 박사의 분석
괴물과 고질라는 둘 다 과학기술 때문에 생겨난 괴물이다. 괴물은 한강에 버린 포름알데히드, 고질라는 핵실험 때 누출된 방사능때문에 돌연변이가 생겨 거대한 파충류의 모습을 가진 괴물로 변했다. 포름알데히드나방사능 때문에 영화에서처럼 거대한 돌연변이가 되는 일은 실제로 거의 일어나진 않겠지만 왜 하필 둘 다 파충류의 모습일까?
파충류는 지질 시대에 살았던 공룡을 비롯해 도마뱀, 악어, 뱀 등이 속한 동물군이다. 사람들은 유독 파충류에 속하는 동물을 무서워하는데,
그 이유는 파충류가 털이 없는 피부와 날카로운 이빨, 차가운 피부를갖고 있는 등 생물학적으로 사람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한 파충류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일 뿐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 나, 괴구라 박사는 거대 파충류 괴물이 너무나 사랑스럽기만 하다.
![이구아나의 모습](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6.jpg)
이무기
출연작 : 디워
외양 : 뱀과 공룡을 적당히 섞은 외모. 몸 길이가 200m나 된다.
특징 : 여의주를 얻으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할 수 있다.
괴 박사의 분석
디워의 이무기와 가장 비슷하다고 알려진 건구렁이. 하지만 구렁이는 최대 2m밖에 자라지 않는다. 구렁이보다 더 크고 긴 뱀을 찾아 보니 최대 9m 정도 자라는 아나콘다와 보아뱀이 있다. 8.8m 길이의 보아뱀은 무게가 115㎏며 8m 길이의 아나콘다는 180㎏이다.
영화 속의 이무기는 적을 공격할 때 상반신을 높이 치켜든다. 아나콘다와 보아뱀은 불가능한 일이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상반신을 치켜드는 뱀은 유일하게 유혈목이가 있다. 하지만 유혈목이의 길이는 1m 남짓….
외국에 사는 뱀 가운데 코브라에 속하는 뱀은 거의 다 상반신을 세울 수 있다고 한다.그렇지만 코브라 역시 최대 길이가 5.5m밖에 안 된다. 어쨌든 뱀은 몸 길이의 3분의 1 정도를 세울 수 있다고 하니 길이 200m인 이무기는 66m 정도 세울 수 있다.
코브라에 대해 조사하다 새로운 사실을 하나알아 냈다. 디워의 성질 나쁜 이무기인 부라퀴는 망토를 입은 것처럼 상반신이 약간 넓게 퍼져 있다. 코브라도 화가 나면 몸의 상반신을 세우고 목의 후드 부분을 넓게 펴는 성질이 있다는데…, 혹시 부라퀴는 코브라의먼 친척?
![아나콘다의 모습](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7.jpg)
![코브라의 후드가 넓게 펴져 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8.jpg)
괴물 사육법 1 : 전쟁보다 살벌한 이무기 관리!
휴~, 드디어 괴물동물원 후보를 다 정리했다. 모두가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멋진 건 이무기! 그런데 이무기는 뭐가 필요하지? 또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어떻게 이동하는 걸까?
영화 속의 이무기가 빌딩숲과 차들이 빽빽한 도로를 거침없이 누비는 모습은 나의 눈길을 확 잡아끈다. 발도 없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움직이는 걸까? 나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양서파충류연구소 심재한 박사님께 물어 보았다.
![한국양서파충류연구소 심재한 박사](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9.jpg)
뱀은 배에 있는 비늘을 치켜세워 몸을 함께 움직여 이동해요. 뱀이 이동하는 방법은 사는 지역에 따라 달라요. 영화에서처럼 울퉁불퉁한 곳을 이동하는 뱀은 물결처럼이동하죠. 근육을 구부려 머리부터 꼬리까지 하나의 큰 물결을 만드는 거예요. 몸이 만드는 물결로 식물, 바위, 잔가지 표면의 거친 부분을 눌러 앞으로 나아간답니다.
영화 속의 이무기처럼 몸이 두꺼운 아프리카독사나 비단구렁이는 직선운동을 하기도 해요. 이 방식은 근육을 수축시켜 배 부분의 비늘을 앞으로 밀어 내면서 나아가는 운동이에요. 이렇게 움직이는 뱀은 배 비늘이 사각형이라 나뭇가지를 비늘로 쥐면서 나무를 쉽게 기어오를수 있답니다.
앗! 그렇다면 이무기는 배에 있는 비늘을 이용해 그렇게 큰 빌딩을 기어오를 수 있었던 게아닐까? 그렇다면 이무기의 배에 있는 비늘을 깨끗이 청소해 줘야겠다. 빌딩을 쑥쑥 기어오를 수 있게….
![배 부분 비늘의 모습.](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0.jpg)
![뱀이 지나간 흔적](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1.jpg)
![뱀의 비늘을 확대한 사진.(사진제공 : 심재한)](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2.jpg)
먹이는 얼마나 줘야 하지?
잘 기르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 도대체 이무기는 얼마나 먹을까? 몸무게가 100㎏인 사람은 매일 약 2㎏의 음식을 먹는다. 즉 몸무게의 2~3%를 먹는 셈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건 길이가 200m나 되는 이무기의 몸무게! 이무기와 가장 비슷하게 생긴 아나콘다와 비교하면 3000톤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먹이의 양은 3000톤의 2~3%인 60톤! 으악~! 먹이값만 해도 장난이 아닐 것 같다. 천연기념물센터 김소영 학예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움직임이 별로 없는 변온동물은 활발하게 움직이는 정온동물보다 먹이를 적게 먹는다고 한다. 휴~, 그나마 다행이다!
![생쥐를 잡아먹으려 똘똘 마는 뱀.](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3.jpg)
이무기의 성격은 어떨까?
이무기를 기를 때 가장 중요한 건 사육사와 얼마나 교감을 잘 하느냐다. 만약 영화에서처럼 사람을 공격하면 어떡하지? 다행히 뱀은 절대로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다. 대신 먹잇감이 있을 때 건드리거나, 마주쳤을 때 먼저 움직이면 자기를 공격하는 줄 알고 상대방을 위협한다. 야생의 뱀도 집에서 오랫동안 기르고, 일부러 먼저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저절로 순해진다. 그러니까 이무기도 먹이를 충분히 주고 절대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 이무기를 맡을 사육사는 얌전한 사람으로 뽑아야겠다!
괴물 사육법 2 : 한눈에 보는 괴물동물원
이무기말고 다른 괴물은 어떻게 기르고 관리할까? 괴물동물원 조감도를 만들어 각 괴물한테 필요한 게 뭔지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메갈로돈을 키우려면 얼마나 큰 수족관이 필요할까?
메갈로돈의 크기는 18~30m다. 그렇다면 수족관의 넓이는 얼마나 커야 할까?
메갈로돈이 살 수족관의 넓이를 알기 위해서는 몸무게를 아는 게 필수! 현재 살고 있는 동물 중에 메갈로돈과 비슷한 크기는 바다의 제왕 흰수염고래! 길이 24~26m인 흰수염 고래는 평균 몸무게가 125톤이다. 125톤이면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일 트럭 125대의 분량! 125톤의 메갈로 돈이 살려면 수족관에 물이 도대체 얼마나 있어야 하는 거야? 으아악~, 상상불가다! 서울대공원 돌고래 사육사는“현재 무게가 100㎏ 인 돌고래 네 마리가 60톤짜리 수족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바다 속을 뛰놀던 돌고 래에게는 비좁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바다 속에서 자유롭게 살았을 메갈로돈에게는 천 톤의 물이있어도 부족할 것 같다. 휴~, 아무래도 수족관 대신 아주 넓고 깊은 호수를 파 줘야겠다!
불사조는 타지 않는 사육장이 필요해!
온몸이 활활 타오르는 불사조를 키우기 위해서 불에 타지 않는소재로 만든 사육장은 필수!
불에 잘 타지 않는‘노멕스’나, 만약 불에 탄다고 해도 다이옥신같은 유독가스가 나오지 않는 소재인‘파이렉스’를 이용해서 사육장을 만들어야겠다.
![카레이서가 입는 옷은 불에 타지 않는 노멕스로 만든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4.jpg)
대왕오징어의 빨판 공격을 피할 사육장!
오징어는 먹이를 사냥할 때 흔히 가장 긴 발이라고 부르는 두 개의 촉수를 이용해 먹이를 움켜쥐는데, 촉수에 달린 빨판을 같이 이용한다.
오징어와 문어처럼 빨판이 있는 동물은 빨판으로 진공을 만들어 벽에 달라붙거나 물체를 들어올린다. 빨판에는 진공을 만들기 위한 특수 근육이 여러 개 있다.
바다 속에 있는 오징어나 문어의 빨판 속은 2~3기압 정도의 힘을 가진다. 최근 태안에서 청자를 끌어올린 주꾸미 빨판의 힘을 생각해 보시라~! 하지만 대왕오징어처럼 빨판이 엄청나게 크고 깊은 바다 속에 산다면 이 압력은 더 커진다. 즉 물체를 더 단단히 움켜쥐거나 매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 대왕오징어 빨판의 힘은 아직 정확히 조사된 바는 없지만 향유고래의 피부에 둥근 상처를 낼 정도로 세다.
만약 대왕오징어가 빨판의 힘을 이용해 수족관 벽을 기어서 탈출하면 어떡하지? 진공상태를 만들지 못하게 수족관 벽을 올록볼록하게 만들어야겠다!
![현미경으로 본 빨판](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5.jpg)
도대체 왜 이렇게 큰 거야!
사육장의 크기를 계산하다가 지쳐 버렸다. 도대체 괴물들은 왜 이렇게 큰 건지…. 고대에 살던 큰 동물들은 왜 그렇게 컸는지 알아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신생대 말기에 검치호, 비버, 나무늘보, 매머드 등은 몸집이 엄청나게 커졌다. 그 이유는 뭘까? 이들이 살았던 숲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숲은 동물들이살 수 있는 집이기도 하지만 적으로부터 몸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물들은 숲이 사라지고 난 곳에서 살기 위해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몸집이 크면 힘이 세져 적을 쉽게 무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큰 몸으로 성큼성큼 걸어서 먼 거리도 빨리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식량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우리는 왜 괴물에 열광할까?
드디어 괴물도 다 정하고 사육법까지 정리했다! 그런데 괴물동물원의 주 고객이 될 아이들이 과연 괴물을 좋아할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혹여 괴물의 무서운 모습을 보고 놀라거나 울진 않을까? 으~, 점점 더 걱정되는데.
아이들은 환상의 세계에 살아요. 비록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믿는 현대의 영악한 아이일지라도 아이들은 환상의 세계에 빠지길 좋아하죠.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걸 좋아하고 이상한 상상을 하는 것도 다 환상의 세계에 빠져있다는 증거예요. 특히 괴물처럼 신비한 존재가 자신의 나약함을 대신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아직 덜 성숙한 아이들은 자칫 괴물의 흉측하고 무서운 모습을 감당하지 못하곤 해요.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시상 부분이 계속 자극을 받으면 트라우마 같은 증상이 일어나기도 하죠. 트라우마란 큰 충격을 받은 뒤 늘 불안하여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증상 이에요. 화재를 경험하고 나서 불을 보게 되면 굉장한 무서움에 시달리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죠. 하지만 괴물이 살고 있는 상상의 세계가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우리가 초현실주의 그림을 보고 창의적인 영감을 받듯이 괴물의 독특하고 특이한 모습이 창의력에 도움이 되거든요.
즉 너무 빠지면 독이 되지만 적절히 조절하면 훌륭한 약이 되는 되죠!
![‘생각과 느낌’소아청소년정신건강클리닉손성은 원장](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6.jpg)
고민 하나 더! 괴물을 좋아하는 나 괴구라박사에게 요즘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연못 속의 물고기가 사람 얼굴처럼 보이고 용오름이 하늘을 올라가는 이무기처럼보인다. 왜 이런 거지?
괴구라 박사! 사람은 보이는 걸보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걸 봐요. 그래서 매일 괴물 생각만 한 괴구라 박사는 괴물과 조금만 비슷한 모습을 한 물체만 봐도 자기가 항상 생각하고 있던 괴물로 보게 되는 거죠. 특정 물고기를 봤을 때나 캄캄한 밤에 검은 옷과 흰옷이 걸려 있는 걸 귀신처럼 보는 것도 우리가 사람얼굴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던 것을 바탕으로 해석하려 하는 경향이 있
답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평소 자기 머릿속에 많이 담아 뒀던 것부터 보게되는 거죠.
![성균관대 인지심리학과 이남석 박사](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7.jpg)
어때? 이만하면 괴물동물원을 만들 수 있겠지? 특별히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에게는 50% 할인권을 선사하지.
어…, 그런데 뭐라구? 이무기가 여의주를 찾아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구? 대왕오징어가 내 이야기를 듣고 바다 깊은 곳으로 꼭꼭 숨어 버렸다구? 키메라와 그리핀도 날아가 버렸어? 흐어엉, 뭐야~! 그럼 내 괴물동물원은 어떻게 되는 거야! 엉엉~!
그래두 뭐,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가 어디 저들뿐이겠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억 종의 생물 가운데 연구가 된 종은 아직 200만 종도 안 돼. 게다가 아직 우리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장소도 얼마나 많은데!
나무가 빽빽한 열대우림은 동물이 몸을 숨기거나 집을 짓기에 아주 훌륭한 곳이지. 그래서 우리가 아직 모르는 신기한 동물들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무척 커. 캄캄하고 깊은 바다 속도 마찬가지야. 저마다 신기한 모습과 능력을 가진 바다생물이 우리의 손짓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잖아?
그리고 어디 몸집이 큰 동물만 괴물인가? 흙 한 줌 속에도 수억 마리의 박테리아가, 한그루의 나무에도 수십 종의 곤충이 살고 있지!
분명히 깊은 땅 속, 어두운 동굴 속, 하늘 너머 저 어딘가에 자기들의 이름을 불러 주길 기다리는 괴물이 있을 거야!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 나 괴구라박사의 새로운 괴물동물원을 위한 괴물 탐사, 도와 줄 거지? 꼭 같이 가자~!
뭐? 불가능한 일이라구? 아니 이런 발칙한 것들이…! 감히 나의 연구를 무시하는 거냐? 좋아! 그럼 내가 이제껏 정리한 비밀 연구노트를 증거로 보여 주지. 훗~, 보고 까무러치지나 말라구!
괴물동물원 역사전시관 : 신화 속의 괴물
괴물동물원에 들어갈 첫 번째 괴물은‘뼈대 있는’괴물이 좋겠다. 아주 먼 옛날부터 있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괴물 말이다. 아니면 각 나라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 속의 괴물도 좋다. 하지만 아무 괴물이나 들일 수 없는 터!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분석한 괴물만 필요하다! 이 작업에는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 소장의 도움을 받았다.
키메라
외양 : 한 몸에 사자, 뱀, 염소의 머리가 합쳐졌다.
특징 : 뱀 머리에서 불을 내뿜어 농작물을 태우고
사자의 이빨과 발톱으로 가축을 죽인다.
고향 : 소아시아의 리키아 지방
그리핀 그리핀
외양 :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 사자의 몸이 합쳐졌다.
특징 :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자의 용맹함으로 황금을
지킨다.
고향 : 그리스 리파이오스산
괴 박사의 분석
고대 괴물엔 키메라와 그리핀처럼 서로 다른 동물을 결합한 모습이 많다. 각 동물이가진 장점을 모두 갖고 싶었던 고대인의 욕망 때문이었을까?
이런 욕망은 현대인도 마찬가지다.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두 동물의 세포가 섞인 키메라 동물을 만들어 내려고 하니 말이다. 털의 색이 서로 다른 쥐의 수정란을 이용해 얼룩말같이 얼룩덜룩한 색을 가진‘키메라마우스’를 만들거나, 양의 몸에 인간의 세포를 넣어 인간의 장기를
가진 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 키메라도 만들고 있다. 무와 배추를 둘 다 갖고 있는 무추, 토마토와 감자가 동시에 열리는 포마토! 이 두괴물의 사육장 앞에 무추와 포마토를 심으면 잘 어울리지 않을까?
![무추](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1.jpg)
불사조
외양 : 활활 불타오르는 깃털.
특징 : 불멸과 재생의 상징.
고향 : 이집트의 아라비아
사막, 중국
괴 박사의 분석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같나보다. 하지만 정말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을까?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염색체의 끝 부분에는 염색체를 보호하는 텔로미어가 있다. 마치 펜을 보호하는 펜 뚜껑처럼 말이다. 이것은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데, 정해진 길이까지 짧아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늙기 시작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없을까? 실제로 사람의 몸 속에는 텔로미어가 짧아지지 않게 도와주는 효소가 있다. 혹시 불사조는 이 효소를 엄청나게 많이 갖고 있는 게 아닐까?
![노란 부분이 텔로미어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2.jpg)
외양 : 눈이 이마 한 가운데 하나밖에 없다.
특징 : 손재주가 뛰어나
대장일에 능숙하다.
고향 : 그리스
괴 박사의 분석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두 개의눈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 눈이 얻은 정보는 뇌에 전달되는데, 이 때 눈에 맺힌 상이 두 개가 있어야만‘입체시’를 느낄 수 있다. 즉 한쪽 눈으로만물체를 보면 입체로 보이지 않는다. 한쪽 눈을 감고 양 손에 연필을 쥐고 팔을 벌렸다가 서서히 오므려 연필 끝이 서로 닿도록 해 보면 눈이 두 개인 이유를 금세 알 수 있다.
외눈박이는 손재주가 뛰어나 성도 잘 쌓고 대장일도 잘했다고 전해 오는데, 사실은 일을 제대로 못 했을 뿐만 아니라 손에 상처투성이였을 것이다. 사실 이 외눈박이는 수백만 명에 한명 꼴로 나온다는 외눈증(Cyclopia)을 앓고 있지 않았을까…? 이 병이 생기면 코, 뇌, 팔, 다리에도 기형이 생겨서 100% 사망한다고 하는데, 이 외눈박이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신기할 따름이다. 역시 괴물동물원의 식구가될 만하다!
괴물동물원 수족관 : 실제로 있는 괴물
역사전시관 다음에는 현재 실제로 살고 있거나 옛날에 살았던 괴물을 모은 전시관을 만들어야겠다. 그런 괴물을 하나씩 살펴보니…, 주로 바다 속에 산다는 사실을 알아 냈다. 좋아! 멋진 수족관을 지어야지! 그런데 어떤 괴물이 좋을까?(단, 공룡은‘쥬라기 공원’이 있어 제외했다.)
대왕오징어
이름 : 콜로살 오징어, 자이언트 오징어 등
특징 : 보통 오징어의 30배가 넘는 길이와 100배가 넘는 몸무게.
서식지 : 심해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3.jpg)
괴 박사의 분석
예전에 항해선을 파괴하는 오징어인 크라켄에 대한 소설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대왕오징어는 크라켄보다는 훨씬 작겠지만 보통 오징어를 훌쩍 뛰어넘는 멋진 모습은 괴물동물원과 100% 어울린다.
2004년 일본과학박물관 츠네미 구보데라 박사는 수심 900m 깊이에서 길이 8m, 촉수5.5m짜리 대왕오징어가 바다 속을 헤엄치는모습을 처음으로 포착했다. 박사의 연구에따르면 다리에 있는 촉수에서 빛을 쏘아 보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심해에서 사냥을 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길이 10m, 무게 450㎏의 대왕 오징어가 남극에서 잡혀 나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국립수산연구원 김영승 연구관은 “보통 오징어의 수명은 1년~2년 반 정도로 몇 개월이지나면 30~45㎝이상으로 자라지 않는데, 대왕오징어의 수컷은 10m, 암컷은 13m정도나 자란다”고 말한다. 이제껏 잡힌 대왕오징어중에서 가장 긴 건18m나 된다고 한다. 성장속도가 굉장히 빠른 게 틀림없다.
세계적인 오징어 전문가 스티브 오세아 박사에 따르면 2003년도에 잡은 300㎏ 짜리 대왕오징어의 위장에서 크릴 새우가 나왔다고 한다. 수족관에 크릴 새우를 잔뜩 넣어 주면좋아하지 않을까?
메갈로돈
이름 : 메갈로돈
특징 : 입을 벌렸을 때 높이가 약 3m, 전체 몸 길이는 18~30m로 추정.
서식지 : 바다
![목포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메갈로돈 턱 모형.](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4.jpg)
괴 박사의 분석
상어는 뼈가 물렁물렁한 연골어류라 화석으로 발견되기 힘들다. 다행히 이빨은 딱딱해 화석으로 종종 발견되고 있는데, 여러 종의 이빨 화석 가운데 단연 멋진 건 메갈로돈! 이빨 하나의 길이가 15㎝라 성인 남자인 내 손을 덮을 정도로 크다. 오오~, 정말 근사한녀석이다!
중생대 백악기부터 신생대 제4기까지 살았다는 메갈로돈은 매우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다. 이빨 화석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그마한 톱날이 빽빽하게 나 있다. 이러한 톱날 구조는 돈가스를 먹을 때 사용하는 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고기를 잘 썰게끔 도와 준다. 위턱에 29개씩 모두 5줄, 아래턱에는 30개씩 5줄의 이빨이 나 있어 모두 290여 개의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다. 상상해 보면290개의 칼을 입 안에 주렁주렁 달고 있는셈이다. 요 녀석의 입에 한번 들어가면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설마 저 이빨로 나의 소중한 대왕오징어를 잡아먹는 건 아니겠지…?
![메갈로돈의 이빨](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5.jpg)
괴물동물원 도심 사파리 : 영화 속의 괴물
수족관을 관람하고 난 뒤에는 사파리 구경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사파리에는 영화에등장한 괴물을 모아 놓는 게 어떨까? 이 괴물들은 보통 도시에서 나타나니까 사파리에 건물도 짓고 도로도 깔아 도시 형태로 꾸며야겠다. 설마 도시를 다 부수는 건 아니겠지?
괴물
출연작 : 괴물
외양 : 길고 날렵한 꼬리와 작은 다리.
특징 : 한강에 버린 포름알데히드 때문에 생겨남.
고질라
출연작 : 고질라
외양 : 이구아나와 공룡의 모습이 섞여 있다.
특징 : 이구아나가 방사능을 맞고 거대 파충류로 변신한다.
괴 박사의 분석
괴물과 고질라는 둘 다 과학기술 때문에 생겨난 괴물이다. 괴물은 한강에 버린 포름알데히드, 고질라는 핵실험 때 누출된 방사능때문에 돌연변이가 생겨 거대한 파충류의 모습을 가진 괴물로 변했다. 포름알데히드나방사능 때문에 영화에서처럼 거대한 돌연변이가 되는 일은 실제로 거의 일어나진 않겠지만 왜 하필 둘 다 파충류의 모습일까?
파충류는 지질 시대에 살았던 공룡을 비롯해 도마뱀, 악어, 뱀 등이 속한 동물군이다. 사람들은 유독 파충류에 속하는 동물을 무서워하는데,
그 이유는 파충류가 털이 없는 피부와 날카로운 이빨, 차가운 피부를갖고 있는 등 생물학적으로 사람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한 파충류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일 뿐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 나, 괴구라 박사는 거대 파충류 괴물이 너무나 사랑스럽기만 하다.
![이구아나의 모습](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6.jpg)
이무기
출연작 : 디워
외양 : 뱀과 공룡을 적당히 섞은 외모. 몸 길이가 200m나 된다.
특징 : 여의주를 얻으면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할 수 있다.
괴 박사의 분석
디워의 이무기와 가장 비슷하다고 알려진 건구렁이. 하지만 구렁이는 최대 2m밖에 자라지 않는다. 구렁이보다 더 크고 긴 뱀을 찾아 보니 최대 9m 정도 자라는 아나콘다와 보아뱀이 있다. 8.8m 길이의 보아뱀은 무게가 115㎏며 8m 길이의 아나콘다는 180㎏이다.
영화 속의 이무기는 적을 공격할 때 상반신을 높이 치켜든다. 아나콘다와 보아뱀은 불가능한 일이다.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 상반신을 치켜드는 뱀은 유일하게 유혈목이가 있다. 하지만 유혈목이의 길이는 1m 남짓….
외국에 사는 뱀 가운데 코브라에 속하는 뱀은 거의 다 상반신을 세울 수 있다고 한다.그렇지만 코브라 역시 최대 길이가 5.5m밖에 안 된다. 어쨌든 뱀은 몸 길이의 3분의 1 정도를 세울 수 있다고 하니 길이 200m인 이무기는 66m 정도 세울 수 있다.
코브라에 대해 조사하다 새로운 사실을 하나알아 냈다. 디워의 성질 나쁜 이무기인 부라퀴는 망토를 입은 것처럼 상반신이 약간 넓게 퍼져 있다. 코브라도 화가 나면 몸의 상반신을 세우고 목의 후드 부분을 넓게 펴는 성질이 있다는데…, 혹시 부라퀴는 코브라의먼 친척?
![아나콘다의 모습](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7.jpg)
![코브라의 후드가 넓게 펴져 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8.jpg)
괴물 사육법 1 : 전쟁보다 살벌한 이무기 관리!
휴~, 드디어 괴물동물원 후보를 다 정리했다. 모두가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멋진 건 이무기! 그런데 이무기는 뭐가 필요하지? 또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어떻게 이동하는 걸까?
영화 속의 이무기가 빌딩숲과 차들이 빽빽한 도로를 거침없이 누비는 모습은 나의 눈길을 확 잡아끈다. 발도 없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잘 움직이는 걸까? 나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양서파충류연구소 심재한 박사님께 물어 보았다.
![한국양서파충류연구소 심재한 박사](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09.jpg)
뱀은 배에 있는 비늘을 치켜세워 몸을 함께 움직여 이동해요. 뱀이 이동하는 방법은 사는 지역에 따라 달라요. 영화에서처럼 울퉁불퉁한 곳을 이동하는 뱀은 물결처럼이동하죠. 근육을 구부려 머리부터 꼬리까지 하나의 큰 물결을 만드는 거예요. 몸이 만드는 물결로 식물, 바위, 잔가지 표면의 거친 부분을 눌러 앞으로 나아간답니다.
영화 속의 이무기처럼 몸이 두꺼운 아프리카독사나 비단구렁이는 직선운동을 하기도 해요. 이 방식은 근육을 수축시켜 배 부분의 비늘을 앞으로 밀어 내면서 나아가는 운동이에요. 이렇게 움직이는 뱀은 배 비늘이 사각형이라 나뭇가지를 비늘로 쥐면서 나무를 쉽게 기어오를수 있답니다.
앗! 그렇다면 이무기는 배에 있는 비늘을 이용해 그렇게 큰 빌딩을 기어오를 수 있었던 게아닐까? 그렇다면 이무기의 배에 있는 비늘을 깨끗이 청소해 줘야겠다. 빌딩을 쑥쑥 기어오를 수 있게….
![배 부분 비늘의 모습.](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0.jpg)
![뱀이 지나간 흔적](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1.jpg)
![뱀의 비늘을 확대한 사진.(사진제공 : 심재한)](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2.jpg)
먹이는 얼마나 줘야 하지?
잘 기르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 도대체 이무기는 얼마나 먹을까? 몸무게가 100㎏인 사람은 매일 약 2㎏의 음식을 먹는다. 즉 몸무게의 2~3%를 먹는 셈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건 길이가 200m나 되는 이무기의 몸무게! 이무기와 가장 비슷하게 생긴 아나콘다와 비교하면 3000톤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먹이의 양은 3000톤의 2~3%인 60톤! 으악~! 먹이값만 해도 장난이 아닐 것 같다. 천연기념물센터 김소영 학예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움직임이 별로 없는 변온동물은 활발하게 움직이는 정온동물보다 먹이를 적게 먹는다고 한다. 휴~, 그나마 다행이다!
![생쥐를 잡아먹으려 똘똘 마는 뱀.](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3.jpg)
이무기의 성격은 어떨까?
이무기를 기를 때 가장 중요한 건 사육사와 얼마나 교감을 잘 하느냐다. 만약 영화에서처럼 사람을 공격하면 어떡하지? 다행히 뱀은 절대로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는 않는다. 대신 먹잇감이 있을 때 건드리거나, 마주쳤을 때 먼저 움직이면 자기를 공격하는 줄 알고 상대방을 위협한다. 야생의 뱀도 집에서 오랫동안 기르고, 일부러 먼저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저절로 순해진다. 그러니까 이무기도 먹이를 충분히 주고 절대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되는 거다! 이무기를 맡을 사육사는 얌전한 사람으로 뽑아야겠다!
괴물 사육법 2 : 한눈에 보는 괴물동물원
이무기말고 다른 괴물은 어떻게 기르고 관리할까? 괴물동물원 조감도를 만들어 각 괴물한테 필요한 게 뭔지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메갈로돈을 키우려면 얼마나 큰 수족관이 필요할까?
메갈로돈의 크기는 18~30m다. 그렇다면 수족관의 넓이는 얼마나 커야 할까?
메갈로돈이 살 수족관의 넓이를 알기 위해서는 몸무게를 아는 게 필수! 현재 살고 있는 동물 중에 메갈로돈과 비슷한 크기는 바다의 제왕 흰수염고래! 길이 24~26m인 흰수염 고래는 평균 몸무게가 125톤이다. 125톤이면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일 트럭 125대의 분량! 125톤의 메갈로 돈이 살려면 수족관에 물이 도대체 얼마나 있어야 하는 거야? 으아악~, 상상불가다! 서울대공원 돌고래 사육사는“현재 무게가 100㎏ 인 돌고래 네 마리가 60톤짜리 수족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바다 속을 뛰놀던 돌고 래에게는 비좁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바다 속에서 자유롭게 살았을 메갈로돈에게는 천 톤의 물이있어도 부족할 것 같다. 휴~, 아무래도 수족관 대신 아주 넓고 깊은 호수를 파 줘야겠다!
불사조는 타지 않는 사육장이 필요해!
온몸이 활활 타오르는 불사조를 키우기 위해서 불에 타지 않는소재로 만든 사육장은 필수!
불에 잘 타지 않는‘노멕스’나, 만약 불에 탄다고 해도 다이옥신같은 유독가스가 나오지 않는 소재인‘파이렉스’를 이용해서 사육장을 만들어야겠다.
![카레이서가 입는 옷은 불에 타지 않는 노멕스로 만든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4.jpg)
대왕오징어의 빨판 공격을 피할 사육장!
오징어는 먹이를 사냥할 때 흔히 가장 긴 발이라고 부르는 두 개의 촉수를 이용해 먹이를 움켜쥐는데, 촉수에 달린 빨판을 같이 이용한다.
오징어와 문어처럼 빨판이 있는 동물은 빨판으로 진공을 만들어 벽에 달라붙거나 물체를 들어올린다. 빨판에는 진공을 만들기 위한 특수 근육이 여러 개 있다.
바다 속에 있는 오징어나 문어의 빨판 속은 2~3기압 정도의 힘을 가진다. 최근 태안에서 청자를 끌어올린 주꾸미 빨판의 힘을 생각해 보시라~! 하지만 대왕오징어처럼 빨판이 엄청나게 크고 깊은 바다 속에 산다면 이 압력은 더 커진다. 즉 물체를 더 단단히 움켜쥐거나 매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 대왕오징어 빨판의 힘은 아직 정확히 조사된 바는 없지만 향유고래의 피부에 둥근 상처를 낼 정도로 세다.
만약 대왕오징어가 빨판의 힘을 이용해 수족관 벽을 기어서 탈출하면 어떡하지? 진공상태를 만들지 못하게 수족관 벽을 올록볼록하게 만들어야겠다!
![현미경으로 본 빨판](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5.jpg)
도대체 왜 이렇게 큰 거야!
사육장의 크기를 계산하다가 지쳐 버렸다. 도대체 괴물들은 왜 이렇게 큰 건지…. 고대에 살던 큰 동물들은 왜 그렇게 컸는지 알아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신생대 말기에 검치호, 비버, 나무늘보, 매머드 등은 몸집이 엄청나게 커졌다. 그 이유는 뭘까? 이들이 살았던 숲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숲은 동물들이살 수 있는 집이기도 하지만 적으로부터 몸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물들은 숲이 사라지고 난 곳에서 살기 위해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몸집이 크면 힘이 세져 적을 쉽게 무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큰 몸으로 성큼성큼 걸어서 먼 거리도 빨리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식량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우리는 왜 괴물에 열광할까?
드디어 괴물도 다 정하고 사육법까지 정리했다! 그런데 괴물동물원의 주 고객이 될 아이들이 과연 괴물을 좋아할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혹여 괴물의 무서운 모습을 보고 놀라거나 울진 않을까? 으~, 점점 더 걱정되는데.
아이들은 환상의 세계에 살아요. 비록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믿는 현대의 영악한 아이일지라도 아이들은 환상의 세계에 빠지길 좋아하죠.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걸 좋아하고 이상한 상상을 하는 것도 다 환상의 세계에 빠져있다는 증거예요. 특히 괴물처럼 신비한 존재가 자신의 나약함을 대신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아직 덜 성숙한 아이들은 자칫 괴물의 흉측하고 무서운 모습을 감당하지 못하곤 해요. 감정을 담당하는 뇌의 시상 부분이 계속 자극을 받으면 트라우마 같은 증상이 일어나기도 하죠. 트라우마란 큰 충격을 받은 뒤 늘 불안하여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증상 이에요. 화재를 경험하고 나서 불을 보게 되면 굉장한 무서움에 시달리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죠. 하지만 괴물이 살고 있는 상상의 세계가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우리가 초현실주의 그림을 보고 창의적인 영감을 받듯이 괴물의 독특하고 특이한 모습이 창의력에 도움이 되거든요.
즉 너무 빠지면 독이 되지만 적절히 조절하면 훌륭한 약이 되는 되죠!
![‘생각과 느낌’소아청소년정신건강클리닉손성은 원장](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6.jpg)
고민 하나 더! 괴물을 좋아하는 나 괴구라박사에게 요즘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연못 속의 물고기가 사람 얼굴처럼 보이고 용오름이 하늘을 올라가는 이무기처럼보인다. 왜 이런 거지?
괴구라 박사! 사람은 보이는 걸보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걸 봐요. 그래서 매일 괴물 생각만 한 괴구라 박사는 괴물과 조금만 비슷한 모습을 한 물체만 봐도 자기가 항상 생각하고 있던 괴물로 보게 되는 거죠. 특정 물고기를 봤을 때나 캄캄한 밤에 검은 옷과 흰옷이 걸려 있는 걸 귀신처럼 보는 것도 우리가 사람얼굴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던 것을 바탕으로 해석하려 하는 경향이 있
답니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평소 자기 머릿속에 많이 담아 뒀던 것부터 보게되는 거죠.
![성균관대 인지심리학과 이남석 박사](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716/C200716N001_img_17.jpg)
어때? 이만하면 괴물동물원을 만들 수 있겠지? 특별히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에게는 50% 할인권을 선사하지.
어…, 그런데 뭐라구? 이무기가 여의주를 찾아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구? 대왕오징어가 내 이야기를 듣고 바다 깊은 곳으로 꼭꼭 숨어 버렸다구? 키메라와 그리핀도 날아가 버렸어? 흐어엉, 뭐야~! 그럼 내 괴물동물원은 어떻게 되는 거야! 엉엉~!
그래두 뭐,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가 어디 저들뿐이겠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수억 종의 생물 가운데 연구가 된 종은 아직 200만 종도 안 돼. 게다가 아직 우리가 가보지 못한 미지의 장소도 얼마나 많은데!
나무가 빽빽한 열대우림은 동물이 몸을 숨기거나 집을 짓기에 아주 훌륭한 곳이지. 그래서 우리가 아직 모르는 신기한 동물들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무척 커. 캄캄하고 깊은 바다 속도 마찬가지야. 저마다 신기한 모습과 능력을 가진 바다생물이 우리의 손짓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잖아?
그리고 어디 몸집이 큰 동물만 괴물인가? 흙 한 줌 속에도 수억 마리의 박테리아가, 한그루의 나무에도 수십 종의 곤충이 살고 있지!
분명히 깊은 땅 속, 어두운 동굴 속, 하늘 너머 저 어딘가에 자기들의 이름을 불러 주길 기다리는 괴물이 있을 거야!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 나 괴구라박사의 새로운 괴물동물원을 위한 괴물 탐사, 도와 줄 거지? 꼭 같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