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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커지는 구덩이는 외계인의 흔적?

“우아~ 밤새 더 커졌어!”
넓은 들판에 울려 퍼지는 우렁찬 목소리. 꼭 닮은 쌍둥이 형제가 커다란 웅덩이의 크기를 재면서 놀라고 있다. 엄청난 크기의 웅덩이를 본 닥터고글의 눈도 휘둥그레!
“이건 분명 외계인의 소행이야. 일종의 미스터리 서클이지!”
오호, 미스터리 서클이 나타났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쌍둥이 형제. 닥터고글, 정말 외계인의 소행 맞아?


사건 의뢰 - 인간이 한 일이 아니다?

“우리 마을 사람들 모두가 증인이에요. 쿠쿵~ 하는 소리도 나고,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웅덩이가 더 커지기도 한다구요.”
“그러니까 이건 사람이 한 일은 아니라는 거죠. 어떤 불가사의한 힘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구요.”
닥터고글이 도착하자마자 거대한 웅덩이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 내기 시작하는 쌍둥이 형제. 자신들을 왕상상, 왕공상이라고 소개한 쌍둥이 형제는 마을에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부터 들려주기 시작했다.
“한밤중에 쿵~ 하는 소리가 나면서 구멍이 생기거나 커지는데, 그건 땅 속에 살던 이무기가 이 구멍을 통해 하늘로 올라갔기 때문이래요.”
“하지만 닥터고글, 우리 쌍둥이 형제는 누구보다 과학적이기 때문에 그런 전설은 믿지 않아요. 이무기라니요! 이건 분명 외계인의 비행선이 착륙한 흔적이라구요.”
스스로 과학적이라더니 이젠 무턱대고 외계인의 흔적이라고? 이렇게 황당할 데가! 그렇다고 이무기의 전설은 더더욱 황당한 닥터고글.
“와우! 25m!”
이 때 건너편에서 다시 들려오는 왕공상 씨 목소리. 지름을 재어 보니 25m나 된단다.
“이렇게 큰 구덩이가 저절로 생겨났다니 정말 미스터리하네요. 그렇지만 외계인의 흔적이라고 단정짓는 건 성급해요. 과학적으로 하나하나 따
져 보면 분명 뭔가 실마리가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냥냥 시작해 보자구!”
“그르릉 그르릉!(구덩이 조심해!)”

사건 분석 ➊ 증거를 찾아라
 
저절로 생긴 거대한 웅덩이와 동굴의 모습. 대체 누가 만든 걸까?


“그런데이런구덩이는이곳뿐인가요?”
“역시 날카로운 질문을 하시는군요, 닥터고글! 이런 구덩이가 우리 마을에는 여러 개나 된답니다.”
“하나 만들기도 힘들 텐데, 여러 개나 있다니 역시 외계인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니까요!”
쌍둥이 형제의 말에 따르면 이 마을 곳곳에 이런 구덩이가 있단다. 큰 것도 있고, 좀 작은 것도 있고 크기는 다양하다고.
“백문이 불여일견! 현장에 가서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군요.”
닥터고글이 쌍둥이 형제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곳에서는 크고 작은 구덩이들을 볼 수 있었다.
“외계인의 흔적이란 증거는 또 있어요. 원래 저쪽 구덩이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보니 찰랑대던 물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거예요!”
“웅덩이 바닥이 다 드러나 있더라니까요. 그 때의 충격이란!”
커다란 웅덩이의 물이 갑자기 말라 버렸다고? 이건 또 웬 황당한 상황? 그런데 오히려 닥터고글은 눈빛을 반짝이며 무언가를 찾기 시작!
“아니, 닥터고글 뭐 하는 거예요? 외계인을 찾는 건가요?”
“외계인이 아니라 혹시 마을에 동굴 같은 게 있나 해서요.”
“어떻게 알았죠? 우리 마을에 크고 작은 동굴이 몇 개 있답니다. 혹시 그 안에 외계인이라도?”
“오케이! 드디어 증거를 찾았어!”

사건 분석 ➋ 지층을 분석해라

“제트, 이 지역의 지층을 이루고 있는 암석을 조사해 줘.”
증거를 찾았다며 제트를 부르는 닥터고글. 지층을 이루고 있는 암석을 알려 달라고?
“지각을 이루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는 광물이에요. 생물로 치자면 세포에 해당하는 게 광물이죠. 이광물이 모이면 암석이 되는 거고요.”
암석은 만들어지는 원리에 따라 퇴적암, 화성암, 변성암으로 나뉜다. 퇴적암은 물, 바람 등에 의해 운반된 광물과 퇴적물들이 쌓여 만들어지고, 화성암은 뜨거운 마그마가 식어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변성암은 이미 만들어진 암석이 높은 열과 압력을 받아 다시 변하면서 만들어진다.
“아니, 웅덩이의 정체를 알려 달라고 의뢰를 했는데, 왜 뜬금없이 지질학 강의를 하시는 거죠?”
이 때 제트가 조사한 자료를 닥터고글에게 건네는데….
“역시 예상대로야! 이 지역은 퇴적암 지층으로, 특히 석회암 지대가 발달해 있군요. 석회암은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어 빗물이나 지하수에 잘 녹는답니다.”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CO2)는 탄산칼슘과 만나면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그 결과 탄산칼슘이 녹는다. 따라서 석회암 지대에 빗물이나 지하수가 스며들면 석회암이 녹으면서 석회동굴이 생긴다.
“그러니까 곳곳에 있는 동굴들은 빗물과 지하수에 석회암이 녹아 생긴 거랍니다.”
 


❶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는 빗물이 석회암의 틈을 따라 스며든다.
❷스며든 물에 의해 석회암층이 녹아 석회동굴이 만들어진다.

사건 분석 ➌ 움푹 팬 지형, 전체를 보라
 
석회암이 물에 녹으면 빈 공간이 생기고, 이것이 점차 커지면 지층이 가라앉아 움푹 패인다

“우리 동네 동굴이 빗물과 지하수에 녹아 만들어졌다는 건 알겠어요. 그런데 동굴은 동굴이고, 구덩이는 웅덩이잖아요.”
“맞아요. 우린 동굴이 아니라 저 커다란 구덩이가 궁금한 거라구욧!”
외모만큼이나 급한 성격도 똑같은 쌍둥이형제. 거대한 구덩이의 정체를 알고 싶어 그야말로 안달이 났다.
“이 근처에서 가장 높은 산이 어떤 거죠?”
엥? 갑자기 웬 산? 쌍둥이 형제가 가장 높은 산을 알려 주자 그 곳을 오르기 시작하는 우리의 닥터고글. 어느 새 쌍둥이 형제도 함께 정상에 올라 마을을 한 눈에 내려다본다. 그러자 저 아래로 움푹 팬 구덩이들이 곳곳에 보이는데….
“구덩이와 함께 지형을 보세요. 아까도 말했듯이 이 지역은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석회암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녹으면 동굴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이처럼 지층이 가라앉으면서 움푹 패기도 합니다. 이런 걸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하지요.”
카르스트 지형은 크로아티아의 카르스트 지역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카르스트 지형에서 움푹 팬 곳을‘돌리네’라고 하고, 돌리네가 모여 커진 것을 ‘우발라’라고 한다.
“구덩이를 보면 어딘가에 물이 빠져 나가는 구멍이 있을 거예요. 그 구멍으로 물이 빠져 나가면 하루아침에 구덩이가 바닥을 드러낼 수도 있답니다.”
 


사건 해결 - 올여름 피서는 석회동굴로!

“외계인의 흔적이 아니라 카르스트 지형의 특징이라구요?”
“외계인이 아니라니 정말 아쉬워요. 하지만 카르스트 지형은 정말 놀랍네요!”
아쉬움과 놀라움에 휩싸인 쌍둥이 형제.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의 삼척, 영월, 정선과 충청북도의 단양이 석회암 지대로 잘 알려져 있다는 말에, 이 곳이 바로 단양이라고 이야기한다.
“아항, 그렇다면 아마 이 근처에는 시멘트 공장도 있겠네요.”
“헉! 닥터고글,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요? 당신은 닥터고글인가요, 아니면 도사인가요?”
이런! 닥터고글의 과학 실력이 도사라는 오해까지 일으킨 상황! 사실 카르스트 지형이 발달한 곳은 석회암이 풍부하기 때문에 석회암을 재료로 하는 시멘트 공장이 있을 거라는 예상은 기본!
“석회암이 지하수에 녹으면서 만들어 낸 석회암 동굴은 그야말로 멋진 풍경을 보여 주지요. 물이 계속 흘러들면 동굴 천정에서부터 석회암이 조금씩 녹아 석순과 석주 등이 화려하게 발달하거든요.”
“맞아요. 단양에는 고수동굴이 유명한데, 기기묘묘한 석순, 석주, 석화 등을 볼 수 있답니다.”
“게다가 동굴 안은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얼마나 시원한지 몰라요. 일등 피서지라고 할 수 있죠.”
일등 피서지라는 말에 다시 한 번 닥터고글의 눈이 반짝!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 위해 냥냥과 함께 고수동굴로 향하는데…. 그런데 고수동굴 입구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는 왕상상, 왕공상 형제.
“카르스트 지형은 인정할게요. 하지만 왠지 이 동굴 안에 외계인이 살고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뭔가 느낌이 팍팍 온다구요!”
오, 노우! 과학적으로 설명해도 변하지 않는 쌍둥이 형제의 못말리는 외계인 사랑.
어쩜 좋아, 닥터고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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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고선아 기자
  • 진행

    이국현,
  • 진행

    최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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