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젖은 빨래가 마르고 얼음이 녹는 현상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물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알갱이는 물 분자다. 물 분자는 주위 온도나 압력에 따라 빽빽하게 모여 있기도 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얼음에서 물로, 물에서 수증기로 물 분자의 상태가 변해도 물이 가진 원래의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 맨눈으로 분자를 볼 수는 없지만 냄새가 퍼져나가고 물이 증발하는 현상을 통해 분자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쪼개고 또 쪼개면 분자가 돼요
물이 끓어 수증기가 되고, 수증기가 다시 식어 물이 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기화와 액화의 상태변화를 거치며 물의 성질이 변했을까? 다시 말해 물과 수증기는 전혀 다른 성질을 띠게 될까? 그렇지 않다. 푸른색 염화코발트 종이를 물과 수증기에 대면 모두 붉은색으로 변한다.
소금을 곱게 빻아도 여전히 짠맛이 난다. 액체 아세톤이 기체가 되어도 아세톤 특유의 냄새는 변하지 않는다. 이처럼 물질을 계속 쪼갰을 때 그 물질의 성질을 갖는 가장 작은 알갱이를 분자라고 한다.
물은 물 분자로, 소금은 소금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물질의 상태가 변해도 분자가 갖는 고유한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
분자의 크기는 너무 작아서 맨눈으로 볼 수 없다. 거름종이도 통과하고 현미경으로도 보기 힘들다. 그러므로 우리는 분자의 특성과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분자모형을 이용한다. 만일 분자를 탁구공 크기로 확대한다면 작은 탁구공은 지구만큼 커질 것이다. 지구만큼 커진 탁구공으로 탁구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커질지 상상해 보자.
고체, 액체, 기체의 분자 배열
상태변화가 일어나면 분자의 성질은 변하지 않는 대신 분자 사이의 배열이 달라진다. 고체가 액체로 변하면 규칙적이던 분자의 배열이 흩어지면서 부피가 약간 증가한다. 액체가 기체가 될 때도 마찬가지다. 다만 기체일 때는 분자사이의 간격이 멀기 때문에 액체일 때보다 부피가 수백~수천배증가한다. 반대로 기체가액체로, 액체가 고체로 상태 변화할 때는 부피가 감소한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물병을 냉장고에 넣어 두면 물이 얼면서 유리가 깨진다. 액체 상태인 물이 고체 상태인 얼음이 되면서 부피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물이 얼음이 되면 원래 부피의 10% 정도 커지는데 500㎖짜리 생수를 얼리면 부피가 550㎖로 늘어난다.
기체
분자끼리 멀리 떨어져 있고 결합력도 약하다. 따라서 일정한 모양이 없고 온도와 압력에 따라 부피가 변한다.
고체
분자 사이의 거리가 가깝고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분자 사이의 결합력이 강해서 모양과 부피가 일정하다.
액체
분자가 고체보다는 불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다.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결정되고 부피는 언제나 일정하다.
발 없는 냄새가 천리 간다!
젖은 빨래가 보송보송하게 마르고, 맛있는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이유는 뭘까? 이는 물질을 이루는 분자들이 스스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는 고체나 액체에서는 분자 간의 자유로운 이동이 어렵지만 기체 상태에서 분자는 활발하게 운동하며 퍼져 나간다.
빨래의 물이 마르거나 알코올을 묻힌 솜이 금세 건조해지는 것은 액체의 증발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액체 표면에 있던 분자들이 운동하며 비교적 규칙적이던 사슬을 끊고 기체가 되어날아간다. 증발이 잘 일어나기 위해서는 바람이 많이 불고 온도가 높으며 습도가 낮아야 한다.
물에 잉크를 떨어뜨리면 사방으로 퍼져 나가고 멀리서 굽는 고기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이유는 확산 때문이다. 물질을 이루는 분자들이 진동하며 기체나 액체 속으로 퍼져 나가는데 액체보다는 기체에서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즉, 분자의 운동이 자유로울수록 확산이 잘 일어난다. 또 온도가 높을수록 확산속도가 빨라지는데 추운 겨울보다 더운 여름에 악취가 더 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 물에 잉크를 떨어뜨리면 확산이 일어난다. 물의 온도가높을수록 잉크가 퍼져 나가는 속도가
빠르다.
살아있는 실험실
비교체험 드라이아이스 VS 얼음
준비는 이렇게
드라이아이스, 얼음, 접시 두 개

실험은 이렇게
①드라이아이스와 얼음을 접시에 한 조각씩 올려놓고 겉보기 성질을 비교해 보자.
드라이아이스 : 이산화탄소를 높은 압력에서 압축하여 만든 고체로 눈을 뭉쳐 놓은 것처럼 하얗다.
얼음 : 물을 0℃ 이하의 온도에서 얼렸을 때 만들어지는 고체로 색깔이 투명하다.
②시간이 지나면서 드라이아이스와 얼음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관찰해 보자.
드라이아이스 : 덩어리의 크기가 줄어든다.
얼음 : 물로 변한다.

생각은 이렇게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반면 드라이아이스는 크기가 점점 줄어들며 이산화탄소가 되어 날아간다. 온
도가 높아지면 얼음과 드라이아이스를 이루는 분자가 활발히 움직이며 규칙적인 배열을 깨고 자유로워진다. 단, 드라이아이스는 액체 상태를 건너뛰고 바로 기체 이산화탄소로 변하는데, 그 이유는 압력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기체를 압축하여 만든 드라이아이스는 대기압 하에서 쉽게 기체가 된다. 그러나 현재의 대기압보다 5배 이상 큰 압력을 가하면 액체 이산화탄소로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