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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귀신 VS 동양귀신

이상하군. 책을 펼치니 갑자기 왜 이렇게 으스스한 거야? 어디선가 차가운 기운이 오싹오싹 밀려오고 있어. 으악! 저게 뭐야? 드라큘라, 늑대인간, 미라, 도깨비, 처녀귀신…, 무섭다고 소문난 귀신들이 다 모여 있잖아? 무서워서 발이 떨어지지 않아. 저 좀 살려 줘요! 그런데 잠깐! 날 잡아먹으려는 게 아닌가 봐. 날 보고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뭐라구? 어느 귀신이 가장 무서운지 말해 달라고?
하…, 하하. 무섭긴 하지만 어쩌겠어. 그…, 그럼 정확한 판정을 위해 귀신들 이야기를 좀 들어 볼까?

 

서양 귀신 대표 ➊ 드라큘라

안녕〜, 친구들. 목은 잘 씻고 자니? 목을 깨끗이 씻어야 내가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지. 난 아주 깔끔하고 고상한 사람 아니 귀신이걸랑, 으하하! 무서운 귀신의 대명사 하면 뭐니뭐니해도 나 드라큘라 백작 아니겠어? 희고 창백한 피부에 붉은 피가 번들거리는 송곳니를 보면 누구나 오금이 저릴걸. 나의 방문을
막기 위해 문을 잠궈도 소용없어. 난 마음만 먹으면 안개로 변해 조그만 틈으로도 감쪽같이 들어갈 수 있다구.

흐흐흐…, 며칠 동안 굶었더니 피가 고파. 오늘밤은 누구 집에 가서 맛있게 피를 빨까나〜!

귀신에겐 미안하지만…, 과연 그럴까?

포르피린증에서 흡혈귀 전설이 생겼다!

피를 빠는 귀신‘흡혈귀’전설은 먼 옛날부터 존재했습니다. 서양에서는‘뱀파이어’로 알려져 있지요. 유명한 드라큘라 백작은 1897년 브람 스토커의 소설을 통해 유명해진 존재며 대표적인 흡혈귀 중 하나일 뿐입니다. 흡혈귀는 정말 존재할까요? 사실 흡혈귀 전설은‘포르피린증’이라는 특이한 병 때문에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입니다.‘포르피린증’은 혈액의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잘 공급하도록 도와 주는 ‘포르피’이라는 단백질 고리에 이상이 생기는 유전병입니다. 그런데 이 병에 걸리면 우리가 알고 있는 흡혈귀의 모습이 나타나지요.

1. 햇빛을 싫어한다 : 헤모글로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항상 빈혈에 시달려 얼굴이 창백하다. 망가진 포르피린 고리는 피부 밑에 저장되는데 햇빛을 쬐면 피부에 손상이 생긴다.

2. 송곳니가 도드라져 보인다 : 잇몸에 산소공급이 잘 안 되면 잇몸이 주저앉는 합병증이 생긴다. 환자의 이는 정상보다 더 도드라져 보인다.

3. 마늘을 두려워한다 : 마늘에는 이상이 생긴 단백질 고리를 이어 주는 효소가 있다. 치료에 도움이 되나 많이 먹으면 부작용으로 죽을 수 있다.

이렇듯 사람들은 포르피린증에 걸린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흡혈귀의 전설을 만들어 냈습니다. 잘못된 이야기를 듣고 병을 치료하기 위해 실제로 사람의 피를 마신 사람들도 있다고 해요. 이런 모습이 정상인들에게 흡혈귀로 보인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15세기 루마니아의 왕 블라드 체페슈도 흡혈귀 전설을 더 무섭게 만들었다. 이슬람 국가인 투르크와 전쟁을 치르던 그는 잔인한 방법으로 포로들을 고문했다. 뿐만 아니라 사소한 일로 백성들까지 잔인하게 죽였는데 그의 악명은 수백 년 동안 이어졌다. 브람 스토커의‘드라큘라’는 그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서양 귀신 대표 ➋ 늑대인간

아우우우우〜!
난 보름달만 보면 흉악한 반인반수의 괴물로 변하는 늑대인간이야. 평소에는 멀쩡한 사람이지만 보름달이 뜨면 늑대를 닮은 괴물이 되지. 우리 늑대인간에 비하면 진짜 늑대는 귀여운 강아지 수준이지. 거대한 몸, 날카로운 이빨, 엄청난 괴력에다 성격까지 흉악해져. 친구도 가족도 못 알아볼 정도로 이성을 잃게 되지. 우리랑 마주치면 살아서 돌아갈 가능성은 없어. 게다가 살짝 물리기라도 하면 물린 사람도 늑대인간이 된다구.

그러니 보름달이 뜨는 밤엔 집에 꼼짝 말고 있는 게 좋을 거야. 크르르〜!

귀신에겐 미안하지만…, 과연 그럴까?

털이 많다고 놀리지 마라!

사람은 누구나 털이 있습니다. 털은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줍니다. 하지만 털이 지나치게 많으면 놀림받기 십상입니다. 더군다나 늑대를 두려워하던 옛날 서양 사람들에게 털이 온몸을 덮는‘선천적전신성다모증’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은 경멸과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차별을 받던 그들은 서커스단에 들어가거나 숲 속에 숨어 살았는데, 세상에 증오를 품은 몇몇이 사람들을 살해하면서 늑대인간의 짓이라는 오해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선천적전신성다모증’을‘늑대인간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광견병도 늑대인간 전설에 한몫

1881년 프랑스의 파스퇴르가 백신을 만들기 전까지 광견병은 가장 무서운 전염병 중 하나였습니다. 광견병에 걸린 개나 늑대에게 물린 사람은 거의 100% 이 병에 걸립니다. 광견병에 걸린 사람은 물을 마시지 못하며 눈이 충혈되고 경련을 일으키다 대부분 죽고 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끔찍해 중세 사람들은 늑대에게 물리면 죽어서 늑대인간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치명적인 전염성이 늑대인간 전설에 한몫을 한 거지요.
 


서양인들은 보름달을 싫어해

동양 사람들은 보름달을 좋아합니다. 풍요와 완성의 상징이라고 생각하여 추석, 정월대보름 같은 명절까지 즐기지요. 서양은 반대입니다. 중세 서양 사람들의 세계관은 밤은 악마가 지배하는 세상이었는데 보름달은 밤의 기운이 충만할 때 뜬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보름달이 뜨면 나쁜 기운을 받아 사람들이 이상해지고 괴물들이 깨어난다고 믿었습니다. 평소에는 멀쩡한 사람이었다가 보름달의 기운을 받으면 늑
대로 변하는 늑대인간 전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서양 귀신 대표 미라

내 무덤에 허락 없이 들어 온 자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지니….
수천 년의 세월을 살아 온 불사신. 나의 영생을 방해하는 자들은 용서할 수 없어. 1922년 처음으로 내 무덤을 발견한 도굴꾼들이 몇 년 사이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건 다 나의 저주 때문이었지. 흐흐흐.
칭칭 감긴 붕대 사이로 슬쩍 보이는 음산한 눈, 바짝 말라붙어 흉측한 몸, 그리고 모래바람을 만들고 해골 병사를 부리는능력까지…. 이런 나에게 대항할 귀신이 누가 있을쏘냐!

귀신에겐 미안하지만…, 과연 그럴까?

미라는 이집트에만 있는 게 아니다

미라는 사람이나 동물의 시체가 바짝 말라 오랜 세월 동안 원래 모습에 가까운 상태로 있는 것을 뜻합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인공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인공적으로 만든 지역은 이집트가 대표적이지만 남아메리카의 잉카제국에서도 똑같은 장례 풍습이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미라는 추운 지방을 중심으로 자주 발견되며 우리나라에서도 발굴됩니다. 세균이 잘 번식하지 않는 추운 겨울에 매장된 시체가 썩지 않고 미라가 된 경우지요.
 
2002년 경기도 파주에서 발굴된 440년 전의 조선시대 중년부인 미라.


무덤을 발굴한 사람들은
저주를 받아 죽었을까?


고대 이집트의 왕이었던 투탕카멘은 기원전 1323년에 젊은 나이로 죽었습니다. 미라로 만들어져 왕가의 계곡에 묻힌 채 수천년 동안 잊혀졌던 투탕카멘의 시체는 3245년 후인 1922년 영국의 귀족인 카나본과 고고학자 카터에 의해 발견되었지요. 그런데 몇 년 사이에 발굴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말아요. 투탕카멘의 관에는‘사자의 안녕을 방해하는 자에게 저주가 있으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에 그의 저주를 받아 사람들이 죽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일명‘파라오의 저주’지요. 학자들은 수천 년 동안 피라미드에서 서식하고 있는 곰팡이가 치명적인 병을 일으켜 죽게 했다고 추측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저주와 관계없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세계의 독특한 귀신들

잠깐! 드라큘라나 늑대인간, 미라 그리고 곧 나올 도깨비나 처녀귀신들은 유명한 귀신들이잖아.
하지만 세상에 귀신은 그게 다가 아냐. 얼마나 많다구. 일본에만 800만 가지의 귀신이 있을 정도야. 동양의 유명한 귀신들을 보기 전에 우리처럼 독특한 귀신들도 한번 만나고 가라구.

잣하크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에서는 종교적 특성상 귀신 전설이 별로 없는데 이 잣하크 만큼은 유명하다. 페르시아 전설에 나오는 악한 왕이었는데 악마의 꼬임에 빠져 귀신이 되었다고 한다. 양어깨에 흉악한 뱀이 달려 있다

강시

영화로 만들어져 친숙한 중국의 귀신. 얼어 죽거나 맞아 죽은 사람이 원한을 품은 채 강시가 된다고 한다. 대부분 청나라 관리의 복장을 하고 있다. 손을 앞으로 뻗은 채 콩콩 뛰어다니는 것은 온몸이 굳어서 그렇다고 한다.

좀비

원래 아프리카 서부의 부두교 신자들이 믿는 뱀신이었다. 죽지 않고 부활하는 특성 때문에 서양에서 만든 영화에서 귀신도 사람도 아닌 돌아다니는 시체로 묘사되었다.

야광귀

중국과 한국의 전설에 나오는 귀신. 동지에 팥죽을 쒀먹는 것은 야광귀를 막기 위한 풍습이다. 야광귀는 어린 아이가 죽어서 된 귀신으로 신발을 좋아해 밤새 신발이 없어지면 야광귀가 가져갔다고 믿었다.

태세

땅 속에 사는 중국의 귀신. 고깃덩어리 같은 형체에 무수히 많은 눈을 갖고 있다. 자신을 발견하는 모든 사람에게 재앙을 내린다. 목성의 자전 방향을 따라 움직인다고 믿어 목성이 이동하는 방향으로는 땅을 파지 않는 풍습이 중국에 남아 있다.

구울

아랍 지역의 전설에 있는 귀신이었으나 동유럽으로 전해져 유럽에서 더 유명한 귀신이 되었다. 무덤에 살면서 갓 죽은 시체를 파내 뜯어먹는다. 유럽에서 무덤이 훼손되면 구울의 짓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로구로목

일본 전설에 나오는 목긴 귀신. 낮에는 보통 사람과 똑같지만 밤이 되면 목을 길게 늘이거나 몸에서 떼어 내어 나그네의 피를 빨아 먹고 산다. 하지만 물린 사람은 피만 빨릴 뿐 죽지 않는다는 게 특이한 점.

갓파

일본의 호수 주위에서 사는 물귀신.‘하동’이라고도 부른다. 어린이의 몸집을 하고 성격이 장난스러워 사람을 놀래키기 좋아한다. 머리에 이고 다니는 접시의 물이 떨어지면 힘이 약해진다고 한다.

텐구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귀신. 산에 사는 도깨비다. 커다란 코에 왕방울 만한 눈, 새빨간 피부를 갖고 있다. 잘 섬기면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여 아직도 텐구를 섬기는 사당이 많다.

부기맨

서양 사람들은 벽장을 유독 무서워한다.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가 벽장 속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는 사건이 자주 발생했는데 이것을 부기맨이 한 짓이라고 믿었다. 부기맨은 벽장 속에 살면서 영혼을 갉아먹는 귀신이다.

동양 귀신 대표 ➊ 도깨비

헤헤헤! 사람들에게 겁만 주는 녀석들이 잘 난체하기는! 자고로 귀신이란 우리 도깨비처럼 사람들의 숭배를 받아야 하는 법. 사람들이 우리를 무서워하지만 싫어하지도 않아. 우리를 기분 좋게 해 주면 도깨비방망이로 뚝딱! 금은보화를 주기도 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나쁜 짓을 하거나 욕심을 부리면 아주 고약한 방법으로 혼을 내 주지. 그러니까 우리에게 잘 보여야 해. 참! 밤에 무덤가로 오면 우리를 만날 수 있어. 도깨비불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 조심하라구. 우헤헤!

귀신에겐 미안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가 알고 있는 도깨비는 진짜가 아니다

도깨비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귀신입니다. 오래 된 빗자루나 짚신, 부지깽이 등이 변해서 된 것이니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죽어서 되는 귀신도 아니지요. 도깨비는 해만 끼치는 다른 귀신과는 달리 잘만 대해 주면 금은보화를 안겨 준다고 해서 대문이나 지붕에 도깨비 모양을 한 장식을 많이 했습니다. 도깨비가 들어간 속담이 수두룩할 정도로 한국 사람들에게 친숙한 존재랍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도깨비의 모습은 진짜가 아니랍니다. 뿔이 달려 있고 위로 삐쭉 나온 송곳니에 원시인 같은 옷을 입은 모습은 도깨비와 비슷한 일본의 귀신인‘오니’입니다. 일제 시대를 거치며 오니가 도깨비처럼 여겨진 거지요. 기와나 문고리에 묘사되어 있는 도깨비의 모습이 진짜 한국 도깨비의 모습이랍니다.

도깨비불은 정말 도깨비가 만든 걸까?

옛날 사람들이 밤에 산길이나 공동묘지를 걷다 자주 봤다던 도깨비불. 지금도 심심찮게 목격되는 도깨비불은 정말 도깨비가 만드는걸까요?

1. 인이 만들어 내는 빛? : 뼈나 썩은 고기에 들어 있는 인(P)은 공기와 만나면 저절로 불이 붙는다. 인은 자연발화를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푸르스름한 빛을 낸다. 무덤 주위에는 인이 다른 지역보다 많기 때문에 도깨비불로 착각할 수 있다.

2. 메탄가스가 타면서 생기는 불? : 시체가 썩으면 메탄가스가 생긴다. 동식물이 썩기 쉬운 늪지대에는 메탄가스가 많은데 자연적으로 불이 붙어 음산한 빛을 낸다. 무덤 주위도 마찬가지로 메탄가스가 많이 생긴다.

3. 빛의 이상굴절에 의한 신기루 현상? : 공기의 밀도는 똑같지 않다. 빛이 밀도가 서로 다른 공기층을 통과하면 이상한 모양으로 찌그러지기도 하고 나눠지기도 한다. 먼 곳의 불빛이 밀도가 다른 공기층을 통과하면서 이상굴절을 일으켜 도깨비불처럼 보일 수 있다.
 

동양 귀신 대표 ➋ 처녀귀신

하나같이 다 칠칠치 못하긴. 얘기를 들어 보니 정말 한심하군. 진짜 무서운 귀신은 나처럼 억울한 죽음을 당해 원한을 풀기 위해 이승을 떠도는 처녀귀신이라구. 귀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도 하얀 소복을 입고 창백한 얼굴에 눈을 부릅뜨고 입가에선 피를 흘리고 있는 처녀귀신의 모습아니겠어? 그만큼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라는 거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는데 죽은 여자인 처녀귀신이 한을 품으면 어떻게 되겠어? 정말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 거지. 오호호호〜!
 

귀신에겐 미안하지만…, 과연 그럴까?

왜 한국에는 처녀귀신 전설이 많을까?

우리 조상들은 사람이 죽으면 생명이‘혼’과‘백’과‘귀’로 변한다고 믿었습니다. 혼은 죽자마자 하늘로 돌아가고‘넋’으로 알려져 있는 백은 땅으로 돌아가고 귀는 이승에서 떠돈다고 생각했지요. 문제는 귀입니다. 아무 아쉬움 없이 하늘로 가는 혼, 3년 동안만 제사를 받으면 없어지는 백은 인간에게 해를 안 끼치지만 귀는 다르지요. 대부분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이 귀가 되는데 그 억울함을 풀어 줄 때까지는 이승에 남아 사람을 괴롭힌다고 생각했어요. 전통적으로 남성중심사회였던 한국은 억압과 고통을 받은 여자들이 많았고 결혼을 못하고 죽는 여자는 십중팔구 귀인 처녀귀신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새로 부임한 사또 앞에 나타나 억울함을 풀어 달라던 장화홍련 자매나 아랑이 대표적인 처녀귀신입니다. 지금도 경남 밀양 지방에서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아랑을 위한 제사를 매년 지내고 있답니다.

구미호는 처녀귀신일까?

요사스런 웃음과 함께 사람을 홀린다는 꼬리 아홉 개 달린 구미호. 젊은 여자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구미호도 처녀귀신일까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구미호는 귀신이 아닙니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사람으로 변한 것처럼 예로부터 동물이 스스로 수련을 하면 특별한 능력이 생긴다고 믿었는데요. 구미호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우는 영리한 동물이라서 사람들에게 잘 잡히지 않고 오히려 사람을 놀리기도 합니다. 그 모
습이 밉살스러웠던지 사람들이 구미호라는 가상의 요괴를 만들어 낸 거지요.

동양 귀신 대표 ➌ 집귀신

에이〜, 다 아니야, 아니라구. 지금까지 나온 귀신들 외모는 무서울지 몰라도 다 밖에서 사는 귀신들이잖아. 진짜 무서운 귀신은 우리처럼 집에 사는 귀신들이라구. 화장실, 부엌, 마당, 방안까지 우리가 없는 곳은 없지. 누군가 자기가 사는 모습을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지 않아?

성주

집을 지키고 보호해 주는 귀신

조왕

부엌에 사는 귀신



이사할 때 따라다니며 방해하는 귀신

주당

뒷간(화장실)에 사는 귀신

터주

집터를 지키는 귀신

집에 귀신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싹하지요? 하지만 한국의 민간신앙에 전해 오는 집귀신들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랍니다. 오히려 잘만 섬기면 사람을 도와 주고 생활을 더 편리하게 해 주는 귀신들이지요. 집귀신들은 지금도 남아 있는 전통풍습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성주풀이

성주는 집안의 생, 사, 화, 복을 책임지는 으뜸 귀신이기 때문에 새로 집을 짓고 나면 무당을 불러서 굿을 했다. 이것을 성주받이라고 하고 이 때 부르는 노래를 성주풀이라 한다. 이후에도 매년 성주꾸러미를 바치는데 마른 명태를 대들보에 매달아놓는 풍습도 성주를 위한 것이다.

손 없는 날

손이 활동하는 날에 이사를 하면 힘들다고 하여 일부러 손이 잠잠한 날을 골라 이사를 했다. 요즘도 이사 날짜나 결혼 날짜를 고를 때 손 없는 날을 따질 만큼 생활 속에 숨쉬고 있는 귀신이다.

터줏대감

아직도 터줏대감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을 정도로 터주는 친숙한 귀신이다. 함부로 땅을 파고 집을 고치면 터주가 노해서 재앙을 내린다 믿었다. 조상들은 터주항아리를 두고 곡식을 따로 모아 바치면서 위했던 귀신이다.

정화수

성주가 집안의 길흉을 책임지는 귀신이라면 조왕은 부엌에 살면서 재물을 책임지는 귀신이다. 또 불씨를 보호해 준다고 해서 아녀자들이 가장 두려워 한 귀신이다. 조왕을 잘 섬기면 부자가 된다고 해서 부뚜막에 정화수를 떠놓고 극진히 모셨다.

어떤 귀신이 가장 무서운가요?
하지만 귀신은 역사와 문화 속에서 생겨난 존재입니다. 있고 없고를 떠나 사람과 무척 친근한 대상이지요. 무조건 무서워하지 말고 어떻게 생겨났는지 궁금해하고 더 알게 된다면 귀신이 친숙하게 느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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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5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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