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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처럼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아인슈타인

꽃들과 나무들이 황금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오후, 앨리스는 지루하게 하품을 하고 있어요.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풀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놀란 앨리스가 고개를 돌리니 하얀 토끼 한 마리가 허둥지둥 달려가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토끼는“바쁘다, 바빠”라고 중얼거리며 주머니 속의 시계를 꺼내다가 앨리스와 눈이 마주쳤어요. “그래. 너라면 가능하겠어. 나와 함께 떠나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12시간이야! 그 시간 동안만 아인슈타인을 만날 수 있단 말이야. 서둘러!”앨리스는 이제껏 말하는 토끼를 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지금 그 사실에 의문을 품게 되면 마치 꿈처럼 모든 것들이 사라질 것만 같아 그냥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로 떠나기로 했어요. 아인슈타인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로 앨리스의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답니다.

2시_어린 아인슈타인
바이올린이 좋아


토끼를 따라 낮은 터널을 지나 끝없이 솟아 있는 계단을 오르고 올라서 도착한 곳에는 시간의 문이 있었어요. 그 문을 열자 처음에는 너무 어두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점차 주위는 밝아지기 시작했답니다. 저길 보세요. 아인슈타인이 바이올린을 켜고 있어요.
아인슈타인은 음악을 좋아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배웠답니다. 처음에는 딱딱한 연습이 무척이나 싫었지만, 열세 살 때 우연히 연주하게 된 모차르트의 음악은 바이올린을 평생의 친구로 만들어 주었어요. 훗날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물리학자가 되지 않았다면 음악가가 됐을 거라고 말했지요. 음악을 사랑하는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켜며 음악만큼이나 비밀과 수수께끼로 가득한 시간과 공간을 꿈꾸었는지도 모릅니다.
 
5살 때 여동생 마야와 함께 찍은 사진.

천체가 공간을 휘게 한다★★★★★

이상한 나라에는 재미있는 일들이 가득해요. 속도가 빨라지면 질량이 커지고, 중력이 매우 클 때는 시간이 늦어지거나 공간이 휘며 블랙홀이 생겨요. 현실에서는 잘 느낄 수 없는 상대성이론을 실험하기 위해 앨리스는 아인슈타인의 방으로 몰래 숨어 들어갔어요. 아주 무거운 공을 침대에 놓으면 매트리스가 움푹 가라앉습니다. 이제 작은 구슬을 굴려 보세요. 구슬은 활처럼 휘어서 굴러가거나 무거운 공을 따라 원을 그립니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우주에서 각각의 천체 주변의 휘어진 공간을 상상해 볼 수 있겠지요?
일반적으로 빛은 똑바로 그리고 항상 일정한 속도로 나아간다고 알고 있어요. 그러나 이 법칙은 중력이 작을 때만 성립해요. 태양이나 중성자별, 블랙홀의 주변은 중력이 매우 강해서 주위 공간이 휘어져 있는데, 휘어진 공간을 통과하는 빛 또한 휘어지는 거예요. 이처럼 빛과 중
력에 관한 비밀을 풀어 낸 것이 바로‘일반상대성이론’이랍니다.

4시_싹트는 사랑
내사랑밀레바!

 
1903년 아인슈타인은 밀레바와 결혼했다. 밀레바는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발휘해 아인슈타인의 연구를 헌신적으로 도왔다. 밀레바와 아인슈타인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열렬한 사랑을 나누었다. 비록 멀리 떨어져서 각자의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앨리스는 꽃들이 속삭이듯 달콤한 목소리를 좇아발걸음을 옮겼어요.
“오, 밀레바! 나의 귀여운 병아리! 당신을 생각하지 않고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사랑에 빠진 아인슈타인이 밀레바에게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고 있어요. 아인슈타인보다 나이가 많고 건강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둘의 결혼을 반대하고 있거든요.
1896년 취리히 연방공대에 입학한 아인슈타인은 인생의 동반자가 될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밀레바예요. 세르비아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밀레바는 스위스로 유학을 온 뛰어난 학생이었지요. 당시 공대에는 여학생이 드물었는데, 밀레바는 수학과 물리학 분야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과학도였답니다. 둘은 함께 공부를 하며 가까워졌고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어 주었어요. 앨리스가 아인슈타인에게 속삭였어요.
“빨리 프러포즈 하세요. 꽃이 시들기 전에!”
앨리스의 목소리를 들은 걸까요? 아인슈타인은 결국 밀레바와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어요. 그 당시 아인슈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공부와‘ 사랑하는 인형, 밀레바’뿐이었거든요. 밀레바는 훗날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이용해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정립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답니다.

쌍둥이역설★★★★★★★★★★★★★★★★★★★★★★★★

두 명의 쌍둥이 형제를 상상해 볼까요? 형은 빛의 속도와 가까운 속도로 나는 우주선을 타고 멀리 떨어진 별을 향해 우주여행을 떠났어요.
이런 속도로 우주여행을 하면 시간이 느리게 가기 때문에 그가 지구에 돌아왔을 때 고작 몇 개월 정도의 나이를 먹었을 뿐이에요. 그러나 지구에서의 시간은 훨씬 빨리 지나갔지요. 동생은 그 사이에 노인이 되었답니다.
아인슈타인은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이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 냈어요. 그것이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이지요.


8시_기적의 해, 1905년
쏟아지는논문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앨리스는 목이 말랐어요. 조금 지쳐 있기도 했고요. 그 때 어디선가 찻잔이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앨리스가 다가가 보니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작고 아담한 테이블이 놓여 있고 주위는 홍차의 향기로 가득했어요. 앨리스는 의자에 앉아 온 몸을 기대고 맛있는 홍차를 마셨어요. 홀짝홀짝 다 마시고 고개를 드니 앞에 아인슈타인이 앉아 있어요. 헝클어진 곱슬머리에 헐렁한 스웨터 차림의 아인슈타인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지 바로 앞에 앨리스가 있는데도 모르는 듯합니다.
1905년, 바로 그 해에 아인슈타인은 다섯 편의 유명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노벨상을 안겨 준 ‘광전효과’에 관한 논문을 비롯하여 분자와 원자의 세계를 설명하는 ‘브라운 운동’과 ‘특수상대성이론’에 관한 논문이었어요. 이 눈부신 성과는 과학의 역사를 바꿀 만큼 중요한 사건이라 1905년을‘기적의 해’라고 부른답니다. 디지털 카메라와 레이저, 원자력 심지어 음주측정기까지 모두 아인슈타인 덕분에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이에요.
“으흠…, 저… 저기 아인슈타인 박사님!”
다정한 눈길로 앨리스를 바라보며 아인슈타인은  입을 열었어요.
“앨리스구나! 토끼가 널 여기까지 안내해 주었니? 해마다 많은 아이들이 여기 이상한 나라에 와서 재미있는 여행을 하고 간단다. 난 아이들을 너무 너무 좋아하거든.”
 
아인슈타인에게 수여된 노벨물리학상 증서.


시간이 늘어난다!★★★★★★★★★

땅 위에서 사는 사람들은 젊지만 아주 높은 곳에서는 빨리 늙어 버린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릅니다. 지구표면과 산 위를 비교해 보면 지구 표면 쪽은 중력이 강하고 산으로 갈수록 점점 약해져요. 따라서 지구 표면의 시계가 산꼭대기보다 상대적으로 천천히 간다는 뜻이에요. 일반상대성이론의 이런 효과는 정밀한 원자시계에 의해 증명되었어요. 바로 중력이 시간을 늦어지게 만드는 거죠.

10시_아인슈타인 리얼 인터뷰
앨리스, 드디어말을건네다

별명을 알고 싶어요!


아인슈타인 박사님은 별명이 있나요?

하하. 앨리스, 네 별명은 뭐지?

글쎄요. 만날 사고만 친다고 해서 언니는 저를‘작은 사고뭉치’라고 불러요.

그래? 귀여운 별명이구나. 내 별명은‘게으른 개’였단다. 어린 시절의 나는 무척 장난이 심하고 괴팍해서 심지어 동생 마야의 머리에 구멍을 내려고 괭이를 산 기억도 있지. 학창시절에는 늘 건성으로 공부하는 것처럼 보여 교수님은 나를 게으른 개라고 부르기까지 했단다.

히틀러와 원수사이?

별명 얘기를 하니 괜히 얼굴이 붉어지는구나. 다른 궁금증은 없니?

독일의 히틀러 있잖아요. 히틀러가 박사님을 싫어해서 현상금까지 걸면서 박사님을 해치려는 나쁜 계획을 세운 이유가 뭐죠? 잘못하신 거라도 있으세요?

그건 내가 유대인이기 때문이지. 유대인은 오랫동안 나라 없이 떠돌면서 차별 받아 왔어. 히틀러는 공동의 적을 만듦으로써 국민을 단합시키려 했단다. 표적은 바로 유대인이었고, 이 때 많은 유대인들이 강제수용소에 격리되어 목숨을 잃었지.

인종 때문에 차별받는 일은 없어져야 해요!

그렇지. 유대인은 유일신을 믿고 신으로부터 선택받았다고 생각한단다. 또 유대인만이 신의 구원을 받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다른 민족으로부터 미움을 사게 된 거야. 하지만 유대인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모두 유대교를 믿는 것은 아니란다. 난 열세 살 때, 칸트의 책을 읽으며 무비판적인 종교보다는 과학과 철학처럼 명확한 세계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되었지.

타고난 천재였을까?

열세 살 때 어려운 철학책을 읽다니 박사님 정말 대단해요! 그런데 박사님은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좋았나요?

그렇지는 않았지. 내가 태어났을 때 부모님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단다. 내 머리 모양이 보통 아이들과는 다르게 크고 울퉁불퉁했거든.

큭큭~!

곧 머리 모양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뿐만이 아니었단다. 말을 배우는 것이 늦어 세 살이 되어서야 입을 열기 시작했어. 그리고 난 천재라기보다는 다만 열정적인 상상력과 호기심을 가졌지. 상상은 지식보다 더 중요한 거란다. 지식의 세계는 제한되어 있지만 상상은 모든 경계를 허물 수 있거든. 나는 사소한 문제라도 의문이 풀릴 때까지 물고 늘어졌지.

아! 알겠어요. 박사님의 사고실험도 다 그 상상력 덕분에 가능했던 거네요.

한국에올뻔 했다던데….

박사님이 한국에 오실 뻔했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나는 예루살렘에 유대인을 위한 대학을 짓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강연을 하며 모금활동을 벌였지. 그래서 노벨상을 타게 됐다는 소식도 1922년에 일본으로 향하고 있던 배 위에서 들었단다. 그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도 겨레의 혼을 길러 줄 민립대학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고 나를 초청하려 했지. 우린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거야. 결국 한국에 가지는 못했지만 나는 한국과 일본이 서로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단다. 평화를 지키는 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나는 당당하게 내 목소리를 낼 각오가 되어 있었지.

발명은나의 친구

저는 발명에 관심이 많은데 박사님이 직접 발명한 물건들은 없나요?

어려서부터 발명가였던 삼촌의 영향을 받고 자란 나는 젊은 시절 스위스 특허국의 직원으로 일하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게 됐지. 나의 첫 발명품은 브라운운동을 연구하면서 만든 작은 측정기였어. 그리고 독창적인 모양의 비행기 날개를 설계하기도 하고 회전 나침반도 만들어 냈단다.

나침반이요?

응.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나침반을 사 주셨지. 나침반이 언제나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게 내 눈에는 무척 신기하게 보였단다. 그 바늘을 일정한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자연의 힘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 그 밖에도 가정용 냉장고나 자동 노출 카메라, 보청기도 내 발명품이야.

아인슈타인 서포터즈

정말 대단해요. 박사님!

뭘, 이 정도 가지고…. 크크크. 내가 이룬 일들은 모두 혼자만의 노력이라기보다는 주위의 도움이 컸지.

.
 


아이, 박사님 겸손하시기도 하세요. 그럼 아인슈타인 서포터즈를 소개해 주세요.

아인슈타인 서포터즈? 하하! 우선 대학 시절에 만난 그로스만을 소개하지. 착실하고 꼼꼼한 성격이었던 그는 수학에도 뛰어나서 늘 내가 공부하는 것을 도와 줬지. 훗날 취리히 연방 공대 교수로 있으면서 나와 함께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들기 위한 공동 작업을 했단다. 마찬가지로 대학동창이었던 베소는 나의 생각을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친구였어. 나는 그와 토론하는 도중에도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지. 내가 상대성이론에 대한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이야기한 상대도 바로 베소야.
마지막으로 에딩턴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이해하고 지지했던 과학자였어. 전세계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몇 사람 되지 않았는데 말이지. 나는 태양과 같이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빛이 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이를 검증하지 못해서 답답해하고 있었지. 그런데 1919년 개기일식 때 에딩턴은 서아프리카에서 태양 주변에서 빛이 휘는 사진을 찍음으로써 나의 이론을 증명했단다.

아! 그렇군요. 하지만 결국은 박사님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했기 때문에 놀라운 결과를 얻은 거라고요
 

시간 여행을 마치다

멀리서 청동으로 만든 종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댕댕~! 수많은 나뭇잎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앨리스의 얼굴로 떨어졌어요. 앨리스가 눈을 비비며 일어서자 갑자기 토끼가 나타났어요. “어때? 즐거운 여행이었니? 이제 가야 할 시간이야. 빨리 가지 않으면 시간의 문이 닫힐지도 몰라. 서둘러!”
앨리스는 토끼를 따라 구불구불 어지럽게 휘어져있는 길을 달리며 외쳤어요. “정말 신나는 경험이었어. 집에 돌아가면 언니에게 자랑해야지. 아마 믿지 않겠지? 그런데 여긴 마치 시간이 정지해 있는 곳 같아….”
“앨리스, 일어나! 참 오래도 자는구나!”언니는 앨리스의 얼굴에 떨어진 나뭇잎을 하나씩 털어 내고 있어요. “아, 꿈이었잖아.”앨리스는 토끼를 만난 것부터 시작해서 아인슈타인과 홍차를 마시며 한 이야기, 빛에 관한 사고실험까지 언니에게 모두 이야기했어요. 황금빛 오후는 저물어가고 언니는 앨리스에게 따스한 키스를 해 주었답니다.
우리 친구들도 이상한 나라의 아인슈타인을 만나러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나요? 그럼 토끼를 찾으세요. 호주머니에 시계를 넣어 다니는 토끼가 여러분을 이상한 나라로 데려다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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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신방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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