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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멸망시나리오③ 1만5000개의 핵무기가 터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한 인터뷰에서 제3차 세계대전 때 어떤 무기로 싸울 것 같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제3차 세계대전은 잘 모르겠지만 제4차 세계대전은 막대와 돌멩이로 싸우겠죠.” 당시는 핵무기가 막 개발되기 시작한 때로 아인슈타인이 핵전쟁은 인류를 멸망 수준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예언대로 핵무기 전쟁으로 인류는 사라지게 될까. 

 

솔직히 인류는 방심하고 있었다. 핵무기는 인류를 멸망하게 할 가장 가능성 높은 요인으로 꼽혔지만, ‘너도 죽고 나도 죽는’ 전쟁을 시작할 인간은 지구 상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순진하게도, ‘핵확산금지조약(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이면 대비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1970년부터 시행된 NPT는 지구상의 핵무기를 줄이기 위한 조약으로, 191개 국가가 가입했다. 조약은 핵무기를 보유한 5개 국가는 계속 핵무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핵무기가 없는 나머지는 만들지 못하는 모순적인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핵무기 보유국도 점점 줄여나가 언젠가 폐기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 실제로 1980년대에 7만 개가 넘었던 핵무기는 2020년대에 1만 3000여 개까지 줄어들었다. 


하지만 2040년, 혜성처럼 등장한 헬공화국의 지도자 ‘나폴레옹’은 인류의 순진함에 제대로 일격을 가했다. NPT를 탈퇴하고 다시 핵무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헬공화국은 북한 이후 두 번째 NPT 탈퇴국이 됐다. 물론 여전히 국제사회는 두 국가 모두 탈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진 지 100년이 흐른 뒤인 2045년 8월 6일, 핵무기가 다시 상공을 갈랐다. 헬공화국은 보유한 핵무기를 총동원해 총 1만 5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한 번에 사용했다. 헬공화국이 지닌 핵무기 하나는 20만 t(톤)의 TNT와 위력이 비슷했으니 30억 t의 TNT가 터진 셈이다. 인류의 기록 상 가장 규모가 컸던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의 폭발력보다 4배 정도 컸다.

 

화재, 폭풍, 섬광으로 즉각적인 피해 입어


헬공화국이 쏜 핵무기는 도시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순식간에 지름 50km의 불덩어리가 치솟았고, 그 안의 모든 것들은 증발해버렸다. 생명이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든 인공물까지 녹아 사라졌다. 폭발이 일어난 지점은 순간적으로 기압이 낮아졌고, 공기가 위로 피어올라 버섯모양의 구름이 만들어졌다. 구름은 성층권을 뚫을 정도로 성장해 높이가 70km에 달했다.


폭발 직후 20psi(프사이)의 압력이 반경 30km에 퍼졌다. 이 압력으로 부는 풍속은 초속 152m에 달했다.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바람을 몰고 오는 초강력 태풍의 풍속이 초속 54m임을 고려하면, 초강력 태풍의 거의 세 배 가까운 속도였다. 도시는 초토화됐다. 


열복사는 더 멀리 퍼졌다. 반경 240km 내에 있는 것들은 모두 불탔다. 화재 속에 목숨을 겨우 부지한 사람도 3도 화상에 준하는 피해를 입어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몇 주 동안 충격파가 지구 전체를 돌며 굉음을 만들었다. 충격파가 만든 굉음으로 폭발지에서 멀리 떨어진 일부 사람들까지 귀가 손상됐다.


폭풍, 화재의 반경에 벗어난 곳에 있어도 무사하지 못했다. 핵폭발이 일어날 당시 온 세상이 잠시 섬광으로 밝아졌는데, 이 백색 빛을 본 사람들의 피해도 속출했다. 섬광으로 인한 피해는 빛의 파장대에 따라 피해 정도가 결정됐다. 400~6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파장대에 노출된 사람의 피해가 가장 컸다. 빛은 체내 깊숙이 침투해 혈관과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을 파열시켰다. 750nm 이상의 파장대에 노출된 사람들은 피부가 급격히 그을려 증기가 피어올랐고 옷이 그을렸다. doi: 10.1016/j.burnso.2017.10.002

 

인류 멸망은 이제부터 시작


폭발 당시 생긴 재가 성층권으로 퍼져 전 지구를 뒤덮었다. 이 재의 양은 150Tg(테라그램·Tg은 1조 g)으로 추산됐고 지구 기후에 10년 이상 영향을 끼쳤다. 일명 ‘핵 겨울’이 찾아온 것이다. 수 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7~8℃ 떨어졌으며, 10년이 지나도 핵 폭발 이전보다 4℃가량 낮은 상태가 지속됐다. 인류가 1만 8000년 전 겪은 마지막 빙하기에 지구 평균 기온이 5℃ 하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냉각의 속도와 폭 모두 인류가 겪어본 적 없는 수준이었다. 


육지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변화는 훨씬 급격했다. 폭발 다음 해에 북반구의 여름 평균 온도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30℃ 이상,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20℃ 이상 하락했다. 지구 표면이 냉각되면서 수증기의 순환이 약해져 전 지구의 평균 강수량이 45%가량 감소했다. doi: 10.1029/2006JD008235 성층권의 오존층도 최대 75% 감소해 지구 표면에 입사하는 자외선 양이 급격히 증가했다. doi: 10.1029/2021JD035079 식량 생산이 중단되고, 생태계가 붕괴돼 대다수의 인류는 굶어야 했다.


과학자들은 이미 핵이 몰고 오는 겨울이 얼마나 황량한지 계산해뒀다. 이 분석에 따르면 1만 5000개 가운데 0.33%인 50개만 폭발했어도 10년 동안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이 12% 감소하고 중국의 쌀 생산량은 17%, 밀은 31%나 감소했을 것이다. 물론 이 가정보다 300배가 넘는 핵무기가 폭발한 지금은 다 소용없는 수치일 뿐이지만. doi 10.1007/s10584-012-0518-1


핵무기가 인류에게 선사하는 시련이 한 가지 더 남았다. 핵무기가 폭발하며 방출한 에너지는 50%가 충격파, 35%가 열복사로 퍼진다. 나머지 15%는 방사성 에너지다. 폭발 지점 반경 20km 부근은 5Sv(시버트·생물학적 효과를 고려한 방사선 선량당량) 수준의 방사선에 피폭됐다. 이는 1개월 안에 체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의 방사선량으로, 피폭된 사람의 15%가 사망했다.


방사선은 재와 함께 퍼져나갔다. 폭발지 주변에 재와 방사성 물질이 섞인 ‘검은 비’가 내렸고, 이 비를 맞은 사람들은 방사능에 피폭됐다. 그리고 점점 더 멀리 지구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자연에 존재하는 평균 방사선량이 두 배로 뛰어 이전보다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100년 전,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사건 때는 폭발, 화상과 급성 방사선 피폭으로 수 개월만에 11만~21만 명이 사망했다. 이번 폭발은 그보다 18만 배가량 규모가 컸다. 인류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칠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인류가 부디 살아남아 그 영향을 알아내 똑같은 멸망을 맞이하지 않을 수 있게 되기를. 

글 : 박영경 기자

과학동아 2022년 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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