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한반도 여름이 얼마나 더운지 모른다. 매해 여름마다 북극해 탐사를 떠나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오면 가을의 초입. 약 4주 동안 북극해 탐사에 필요했던 장비를 내리고, 남극에 가져갈 짐을 올린다. 이 잠깐의 틈에 과학동아는 10명의 미래 여성과학기술인이 될 여성 청소년들과 함께 전남 광양으로 향했다.
이 기사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의 제작 지원을 받았습니다.


10월 7일 과학동아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과 함께 주최한 아라온호 랩투어 참여자들이 선박에 탑승하고 있다(위). 최한샘 아라온호 선장이 배의 ‘뇌’에 해당하는 선교를 안내하고 있다(아래).
10월 7일 오후 12시, 전남 광양의 광양항 중마일반부두. 이곳에 서울, 부산, 광주,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명의 미래 여성과학기술인들이 모였다. 과학동아가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과 함께 개최한 ‘아라온호 랩투어’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8명씩 올라 갈게요. 부두와 배를 연결한 계단의 최대 하중이 약 열명이에요.” 심소연 2등 항해사와 유다영 3등 항해사가 말했다. 모두가 조심조심, 아라온호에 탑승했다. 랩투어는 메인데크의 회의실에서 시작했다. 아라온호는 총 9개 데크가 있다. 선박에서 데크란 선체에 수평으로 설치된 구조로 건물의 ‘층’과 같다. 메인데크 위로 1~4데크, 선교 데크가 있다. 회의실에 앉은 참여자들은 아라온호에 대한 영상을 본 뒤, 심 항해사와 유 항해사에게 질문했다. ‘아라온호에는 몇 분의 항해사님이 계시나요?’ 재밌는 질문에 흥미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선장을 제외하고 3명의 항해사가 아라온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쇄빙 항해를 할 때는 ‘아이스 파일럿’이라 부르는, 쇄빙에 특화된 항해사님이 타요.” 아라온호 외관을 유심히 살펴본 질문도 있었다. 아라온호에 검은색, 주황색 보트가 달려 있는데 어떤 용도냐는 질문에 심 항해사는 “검은 건 조디악 보트인데, 연구 장비를 회수할 때 연구원들이 직접 타고 나가거나, 기지에 물건을 수송할 때 사용한다”고 답했다. 주황색 보트는 구명정이었다. 다행히 아라온호는 지금까지 구명정을 내린 적 없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배의 ‘두뇌’ 선교부터 체육관, 연구실까지 아라온호 구석구석을 살피다 본격적으로 아라온호 견학이 시작된 곳은 선박의 지휘 장소, 선교였다. 선장과 항해사가 배를 항해하고, 조종하는 곳이다. 선교 안내를 맡은 최한샘 아라온호 선장은 이곳을 “배의 두뇌”라 말했다. “저와 항해사들이 24시간 근무를 하는 곳이에요. 밤이 됐다고 배를 멈출 수 없으니 교대 근무를 하죠.” 아라온호는 결빙 지역을 항해하는 쇄빙연구선이다. 2009년 첫 항해를 떠나 지금까지 매년 1년에 200일은 남극을, 70일은 북극을 항해하며 극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아라온호가 얼음을 깨는 연구선인만큼, 다른 배에는 없는 특별한 장비도 있다. 첫 번째는 자동 위치 제어 장치였다. 바다 위에서 배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런데 매번 같은 위치에서 북극 바닷물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위치에 배가 가만히 있어야 한다. 이때 자동 위치 제어 장치가 배에 가해지는 다양한 힘을 종합적으로 계산하고, 앞으로 어떻게 가해질지 예측해 그 반대의 힘을 만들어 낸다. 커다란 U자형 수조 탱크인 횡경사장치란 특수 장비도 있다. 횡경사장치는 일반적으로 물을 넣어 배의 좌우 기울기를 조절하는 데 사용된다. 아라온호에서는 이 장치가 얼음에 갇혔을 때도 가동된다. “탱크에 평형수라 부르는 물을 넣고 압축 공기를 이용해 탱크 내부의 물을 한쪽으로 밀어내면 배가 기울어져요. 한 번은 왼쪽으로, 그 다음엔 오른쪽으로 물을 계속 반대로 이동시키다보면 배가 좌우로 흔들리는데 이 과정을 반복하면 선체랑 주변 얼음 사이에 틈이 만들어지거든요. 다만 제가 아라온호에 12년 근무 중인데 지금까지 얼음에서 탈출하기 위해 횡경사장치를 가동한 적은 없어요.” 최 선장이 말했다. 얼음 탐지 레이더 등으로 안전한 항로를 찾아간 덕분이다. 이후 참여자들은 4데크부터 1데크까지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위해 가파르게 설치된 계단을 따라 아라온호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수석연구원실, 도서관은 물론, 체육관, 사우나, 병원 등 배 곳곳에 오랜 항해를 뒷받침해줄 시설들이 있었다. 심 항해사는 “약방에서 가장 많이 인기있는 약은 멀미약”이라는 깜짝 비밀을 공개했다. “멀미는 체질인 것같아요. 한 번 하시는 분들은 끝까지 하시더라고요. 심지어 아라온호 전임 선장님도 멀미를 했어요.” 최 선장이 말했다. 북극해를 연구하는 이유 두 명의 여성 북극해 연구자가 얘기하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양은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이 배를 둘러보고 온 참가자들을 반겼다. 랩투어에 참가한 독자들에게는 지난 10월호 과학동아에 소개돼 이미 친숙한 얼굴이었다. 양 책임연구원은 연구에 직접 사용하는 연구 장비와 시설을 소개했다. 먼저 북극해에서 잡은 물고기를 살아 있는 상태로 한국까지 운반하기 위해 바닷물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수족관으로 안내했다. 이어 해저 6000m까지 내려가 원하는 수심의 바닷물을 채집하는 CTD 장비와, CTD가 채집한 해수의 화학적 성분을 분석하는 분석화학연구실 등을 둘러보며 실제 연구가 진행되는 방식을 알아봤다. 견학이 끝난 뒤 회의실로 돌아온 참여자들 앞에 양 책임연구원과 모아라 극지연구소 연구원이 섰다. 북극해 연구를 왜 해야 하는지, 북극해 연구자가 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했는지 또 현재는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까지 북극해 연구자들의 강연에 청소년들의 눈이 반짝였다. 강연이 끝난 뒤엔 질문이 이어졌다. ‘대서양의 따듯하고 짠 바닷물이 북극해로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과학적인 질문부터, ‘해외 연구자들과 함께 일 하려면 영어를 잘해야 할 것 같은데 팁이 있냐’는 현실적인 질문도 있었다. 모 연구원은 “대서양 대기 순환이 강해질 때마다 대서양 바닷물이 북극해까지 온다” “배를 타지 않는 기간에 영어 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답했다. 아라온호에서 연구하는 삶에 대한 질문도 많았다. ‘아라온호에서 연구할 때 가장 힘든 건 무엇이냐’는 질문에 양 책임연구원은 “잠을 자는 시간이 따로 없고, 배가 이동하는 시간에 쪽잠을 자야 해 신체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매년 아라온호에 다시 탑승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제 딸이 예전에 자기소개서에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저를 썼더라고요. 저처럼 직업에 만족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단 거예요. 제가 바다와 아라온호 얘기를 할때마다 얼굴이 밝았대요. 저는 지금도 북극으로 향하는 매년 여름이 기다려져요.” 아라온호에서 연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양 책임연구원과 모 연구원은 모두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는 아라온호에 타면 30일 넘게 멀미약을 먹어요. 그럼에도 배를 타고 극지로 가는 게 너무 좋아요.” 모 연구원이 말했다. “원래도 탐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아라온호 랩투어로, 미래에 이렇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탐사를 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랩투어가 끝난 뒤 유지민(경남 진주 경해여중 3학년) 참여자가 행사 참여 소감을 밝혔다. 여성과학기술인과 함께 얼음을 깨며 나아가는 꿈이 한 뼘 더 멀리 영그는 시간이었다.

1 아라온호 도서관. 2025년 아라온호에 위성인터넷이 설치된 이후 인기가 살짝 사그라든 공간이다. 2 모아라 극지연구소 연구원이 아라온호에서의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하고 있다. 3 양은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이 바닷물을 채집하는 장비를 소개했다. 해저 6000m까지 내려갈 수 있다.

아라온호 랩투어 참여자들이 북극해 연구의 꿈을 키운 뒤, 2명의 여성 북극해 연구자 그리고 2명의 아라온호 항해사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