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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PART 1] 다야 베이부터 JUNO까지 중성미자계 다크호스로 떠오른 중국

입자물리학의 미래가 달렸다.

한중일이 그리는 중성미자 30년

 

중성미자. 그 성질을 측정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지만, 제대로 해낸다면 빅뱅 이후 공백으로 남은 우주 초기 역사를 풀 미지의 입자. 입자물리학의 미래로 기대되는 중성미자 연구에서 최근 동아시아 학계가 떠오르고 있다. 이미 중성미자 분야에서만 두 번의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일본은 물론, 새 검출기를 가동한 중국도 연구의 판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중성미자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우주선연구소 교수를 비롯한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중성미자가 바꿀 물리학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2026년 6월, 세계 입자물리학계를 놀라게 한 중국 연구팀의 논문 하나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이 논문은 2025년 8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중국의 ‘장먼 지하 중성미자 관측소(JUNO)’에서 나온 관측 데이터를 담고 있었다. 21세기 이후 입자물리학계의 중심 화두는 단연 중성미자에 집중된다. 그리고 최근, 세계 중성미자 연구의 중심축이 한 나라로 쏠리고 있다. 그간 기초과학계에서 선진국들을 따라가기도 언감생심이었던 중국은 어떻게 약진을 넘어 선도로 전환하고 있을까.

 

▲IHEP
중국의 장먼 지하 중성미자 관측소(JUNO) 내부의 아크릴 구를 아래에서 봤다. 아크릴 구에 설치된 광센서는 미세한 중성미자 신호를 감지한다.

 

불과 두 달. 중국 남부 광둥성 장먼의 지하 700m, 2만 t(톤)의 투명한 액체가 채워진 구형 검출기가 데이터를 모은 기간이다. 6월 10일, 이 검출기를 운영하는 중국의 ‘장먼 지하 중성미자 관측소(JUNO)’ 연구협력단은 59.1일 동안 검출된 데이터를 매만져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짧은 논문 한 편을 내놨다. 논문은 중성미자 학계를 뒤흔들었다. doi: s41586-026-10538-z

 

▲Nature
 

 

논문에는 중성미자 진동의 핵심 변수 2개를 역대 가장 정밀하게 측정했고, 기존의 모든 측정 결과보다 정확도를 약 1.6배 높였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새로운 발견이라기보단 기존 연구의 개선에 가까웠다. 관건은 시간이었다. 이를 본 전문가들은 JUNO는 지난 20년간 전 세계 중성미자 실험이 쌓아온 것과 맞먹는 정밀도를 겨우 두 달 만에 확보했다고 평했다.

 

“그동안 중성미자 실험을 진행하던 사람들이 20년 걸려 쌓은 것만큼의 정밀도를 중국은 이미 단기간에 확보했다는 걸 보여주려고 낸 논문이었어요.”

 

9월 1일 만난 유종희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중국이 이미 ‘중성미자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로 중성미자 실험(RENO)’을 비롯해 한국의 거대 중성미자 프로젝트를 십수 년간 이끌어왔다. “중국이 그 정도로 굉장히 퀄리티가 좋은 검출기를 만들어낸 겁니다. 늘 따라가고 모방하기 바쁘던 중국이 이제는 기초과학 분야에서마저 선도국이 됐다는 선언이죠.” 유령 입자 ‘중성미자’를 쫓는 경쟁에서 새로운 국면이 열렸다는 신호였다.

 

| ‘귀신 잡는’ JUNO, ‘유령 입자’의 정체 밝힌다

JUNO는 중국 광둥성 지하에 설치된 차세대 중성미자 관측소다. 원자로에서 나온 전자 반중성미자가 액체 속 양성자와 드물게 반응할 때 생기는 두 번의 미세한 빛을 포착해, 입자의 에너지와 반응 위치를 복원한다. 그 과정을 들여다보자.

▲ Nature
JUNO가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순서
❶원자로에서 전자 반중성미자()를 방출한다. ❷ 원자로 전자 반중성미자가 액체 섬광체의 양성자(p)와 드물게 반응한다. 이 ‘역베타붕괴’ 반응에서 양전자(e+)와 중성자(n)가 만들어진다. ❸ 양전자는 액체를 지나며 에너지를 잃고, 곧 전자와 만나 소멸한다. 이 과정에서 첫 번째 빛이 나온다. ❹ 전하가 없는 중성자는 액체 안에서 여러 원자와 부딪치며 느려진다. ❺ 느려진 중성자가 다른 양성자에 포획되면 2.2MeV 에너지의 감마선이 나오고, 감마선이 다시 섬광체를 빛나게 해 두 번째 빛이 나온다.

 

최고 수준 찍은 중국산 중성미자 검출기

 

중성미자는 자연계의 4가지 힘 중 중력과 약력과만 상호작용한다. 태양과 원자로에서 쏟아지는 중성미자가 몸과 지구를 아무렇지 않게 통과하는, ‘유령 입자’라 불리는 이유다. 그렇기에 중성미자 검출기는 입자 자체를 붙잡는 장치가 아니다. 아주 드물게 중성미자가 원자핵이나 전자와 부딪칠 때 남기는 미세한 물리적 흔적을 찾아 읽는 장치다.

 

JUNO는 2015년부터 10년에 걸쳐 만들어졌다. JUNO의 본체는 지름 35.4m의 투명한 아크릴 구다. 농구 코트 길이보다도 7m가 더 길다. 이 구형 용기 안에는 2만 t의 액체 섬광체가 가득 차 있다. 액체 섬광체는 유기 용매에 형광 물질과 파장 변환제를 섞었다. 하전입자가 지나가면 약한 빛을 낸다.  

 

중성미자는 전자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의 세 종류로 나뉜다. 이들의 성질과 서로 간의 변환을 밝히는 것이 현재 입자물리학의 중요한 과제다. 이중에서도 JUNO의 사냥 목표는 52.5km 떨어진 2기의 원자로에서 나오는 전자 반중성미자(전자 중성미자의 반입자)다. 이 입자는 액체 섬광체 속 양성자와 극도의 확률(대략 십조 분의 1%)로 반응한다.

 

우선 ‘역베타붕괴’라 불리는 이 반응이 일어나면 양전자와 중성자가 생긴다. 양전자는 곧 전자와 만나 소멸하며 첫 번째 섬광을 만들고, 느려진 중성자는 잠시 뒤 다른 양성자에 포획되며 두 번째 빛을 낸다. 이 빛을, 구형 검출기를 둘러싼 광센서가 잡아낸다. 센서는 중성미자는 물론 뮤온 등 여러 다양한 반응에서 나타난 빛을 포착한다. 그중에서도 시간차를 둔 두 번의 섬광이 포착되면, 연구진은 배경 잡음이 아니라 전자 반중성미자가 남긴 ‘서명’임을 알 수 있다.

 

중성미자 연구 선도국, 일본의 중성미자 검출기 ‘카미오칸데’ 내부는 JUNO와 달리 순수한 물을 채우고 중성미자가 물속에서 만드는 빛을 관측한다. RENO에 참여했던 주요 연구자이자 한국형 중성미자 검출기인 ‘KNO’ 건설을 추진 중인 유인태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JUNO가 주로 전자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반면, 카미오칸데나 KNO 같은 물 기반 검출기는 원리적으로 세 종류의 중성미자에 모두 민감하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그렇다고 특정 종류의 중성미자에 집중하는 JUNO가 한계가 크다는 건 아니다. JUNO는 원자로에서 나오는 수 MeV(메가전자볼트) 수준의 저에너지 전자 반중성미자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특화돼 있다. JUNO의 강점은 이 에너지 정보를 유례없이 촘촘하게 읽는 데 있다.

 

반면 카미오칸데 같은 물 기반 검출기는 더 넓은 종류의 중성미자와 다양한 에너지 영역의 사건을 관측한다. 즉, 두 방식은 같은 중성미자를 연구하면서도 ​서로 다른 에너지 영역과 검출 방식으로 우주를 바라보는 상호보완적 관계다. JUNO의 규모 자체도 사상 유례가 없다. 검출기의 거대한 부피는 곧 정밀도로 이어진다. 검출기가 클수록 더 많은 중성미자를 잡아내고, 통계가 쌓일수록 미세한 차이도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JUNO가 단연 2026년 기준 세계 최고 수준의 검출기”라 언급했다.

 

▲IHEP
2025년 8월 24일, 중국 JUNO 연구협력단은 약 5.7MeV 에너지(붉은 부분)의 원자로 중성미자 발생 신호를 감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미지는 JUNO의 액체 섬광체 아크릴 탱크를 둘러싼 광전자증배관이 포착한 신호를 나타낸다. 보라색 부분은 아무런 상호작용이 없을 때의 액체 섬광체다.

 

풀리지 않은 중성미자의 몸무게 순서

 

JUNO가 이 거대한 몸집으로 겨누는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중성미자의 질량 순서, 다른 하나는 중성미자가 세 가지 형태 사이를 오가며 성질을 바꾸는 정도인 ‘진동 매개변수’의 정밀 측정이다.

 

“이건 중성미자의 기본적인 물리 법칙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정보입니다. 이 둘을 정밀하게 알아야 나중에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가 다르게 행동하는지 제대로 측정할 수 있어요. 이게 우주에 왜 반물질이 아닌 물질이 남았는지를 설명하는 핵심 단서가 되는 거죠.” 유 교수는 JUNO가 겨누는 과학적 미션의 중요성을 이렇게 정리했다.

 

전자, 뮤온, 타우. 세 가지 중성미자는 서로 다른 종류로 바뀌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중성미자 진동’을 일으킨다. JUNO로 날아오는 전자 반중성미자도 마찬가지다. 원자로에서 날아오는 전자 반중성미자는 거리와 에너지의 비율에 따라 진동을 거듭하는데, 진동을 통해 다른 중성미자로 변하고 이때 만들어진 간섭무늬가 미세하게 어긋난다. 그 결과 에너지 스펙트럼에는 세 중성미자의 질량 차이와 섞임 정도에 따라 미세한 굴곡이 생긴다.

 

JUNO는 약 53km 거리의 원자로에서 날아오는 전자 반중성미자의 에너지 스펙트럼을 세계 최고 수준의 정밀도로 측정해, 이 미세한 어긋남을 직접 잡아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진동 매개변수를 파악하고, 세 중성미자 중 누가 가장 가볍고 무거운지를 가리는 ‘질량 순서’ 문제에 도전한다. 가속기로 대기를 통과하는 중성미자의 물질 효과를 관측해야 하는 다른 실험들과 달리, JUNO는 이 순서를 비교적 깔끔하게, 다른 변수에 기대지 않고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쓴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9월 1일 일본 도쿄대 우주선연구소에서 만난 2015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우주선연구소 교수는 질량 순서 문제를 이렇게 짚었다.

“현재까지의 데이터로는 두 중성미자의 질량 크기 비교만 이뤄진 상태입니다. 아직 순서조차 모르는 마지막 하나의 질량 상태가 어쩌면 가장 가벼울 수, 제일 무거울 수도 있죠.” 그는 “이것은 입자물리학계가 반드시 답해야 할 문제이며, 몇 년 내에 그 답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질량 순서가 밝혀지면 파급력은 입자물리학과 우주론 양쪽으로 뻗는다. 중성미자의 절대 질량 규모를 좁히는 단서가 되고, 중성미자가 자기 자신의 반입자인지를 묻는 중성미자 이중베타붕괴 실험의 결과 해석도 이 순서에 따라 갈린다.

 

무엇보다 일본의 3세대 검출기 ‘하이퍼카미오칸데’나 미국의 중성미자 검출기 ‘듄(DUNE)’ 같은 다음 세대 실험이 ‘CP 대칭성 깨짐(물질과 반물질이 자연에서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 현상)’을 측정할 때, 질량 순서를 모르면 관측된 신호가 진짜 CP 대칭성 깨짐 때문인지, 지구 물질을 통과하며 생기는 다른 효과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JUNO의 결과는, 그러니까 다음 세대 실험이 정확한 답을 내놓기 위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입자물리학계에서 최근 중성미자 분야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 노벨물리학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가 모두 이 때문이다.

 

▲IHEP
중국의 장먼 지하 중성미자 관측소(JUNO)를 이끄는 왕이팡 고에너지물리연구소(IHEP) 연구원.

 

시간의 축적이 만드는 중성미자 정밀도

 

JUNO는 이제 막 거대한 질문의 도입부를 열어젖혔다. 이 질문을 여는 데 필요한 것은 더 큰 검출기만이 아니다. 실험의 성과를 다음 세대로 넘겨줄 연구 생태계가 동반돼야 한다.

유 교수는 “결국 중성미자 물리학의 경쟁은 한 세대의 실험에서 얻은 성과를 다음 세대로 어떻게 이어가느냐의 경쟁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다야 베이 실험에서 JUNO로 이어진 중국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중성미자 연구의 선도 국가인 일본을 돌아보면 이 과정은 더욱 선명해진다. 일본은 1983년 중성미자 검출 시설인 카미오칸데를 만든 후로, 지금의 3세대까지 계승하고 있다. 노벨 물리학상은 덤이다. 이어지는 파트에서는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우주선연구소 교수를 만나, 한중일 중성미자 연구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 IHEP
장먼 지하 중성미자 관측소(JUNO) 속 2만 t의 액체 섬광체가 담긴 아크릴 구(사진 오른쪽 위)를 수만 개의 광전자증배관(PMT)이 둘러싸고 있다. PMT는 커다란 전구 또는 둥근 눈처럼 생긴 광센서다. 액체 섬광체 안에서 중성미자의 반응이 일어나면 PMT가 아크릴 구를 통과한 빛을 받아 전기 신호로 바꿔며 중성미자 데이터를 검출하는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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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박동현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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