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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한 줄 vs. 두 줄, ‘에스컬레이터 줄서기’의 답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급한 사람은 왼쪽으로, 여유로운 사람은 오른쪽에.’ 지난 4월 정부는 에스컬레이터 한 줄 서기 대신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실상 흐지부지됐던 이전 정책으로의 회귀다. 왜 한 줄에서 두 줄 서기로 되돌아가려는 걸까.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벌어지는 속도와 안전의 딜레마, 이를 둘러싼 과학자들의 논의를 해부해 봤다.

     

    ▲박동현
    6월 2일 오후 찾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 환승 통로 에스컬레이터는 멈춰 있는 오른쪽 줄과 이동하는 왼쪽 줄로 명확히 나뉘고 있었다.

     

    두 줄 서기, 11년 만에 귀환한다

     

    6월 2일 오후, 퇴근 시간대에 찾은 서울 지하철 2·3호선 교대역. 하루 평균 6만 2278명이 거쳐 가서 붐비기로 유명한 이곳은 이날도 환승 통로로 쏟아져 나온 수백 명의 인파가 거대한 물결을 이뤘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3호선으로 이어지는 환승 통로의 긴 에스컬레이터. 약속이나 한 듯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밀착해 길게 줄을 서고, 왼쪽은 비워뒀다. 이따금 다급한 이들이 왼쪽 빈 공간을 타다닥 뛰어 올라갔다.


    한국인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 한 줄 서기 광경은 배려와 효율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그런데 2026년 초 행정안전부가 이 익숙한 풍경에 제동을 걸었다.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11년 만에 재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에스컬레이터 사용 정책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타 왔다. 도입 초기에는 두 줄 서기를 유지하다가, 이용자가 많아지며 90년대 말부터 ‘바쁜 사람을 배려하자’며 한 줄 서기를 대대적으로 권장했다. 그러나 잦은 기계 고장과 안전사고 위험성이 대두되면서 2007년 다시 두 줄 서기로 회귀했다. 이후 시민들의 호응 부족과 실효성 논란으로 2015년 캠페인을 공식 폐지하고 ‘걷거나 뛰지 않기’라는 기본 수칙만 홍보해 왔다. 즉, 정부의 두 줄 서기 도입은 이번이 두 번째 시도다.


    정부가 다시 칼을 빼든 이유는 명확하다. 기계의 결함과 늘어나는 사고 때문이다. 2026년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 우측 부품 마모율이 좌측보다 95% 이상 높다. 또한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지하철 역사 내에서 발생한 넘어짐 사고 597건 중 에스컬레이터 관련 사고가 4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효율 면에서도 의문 부호를 일으킨다. 오른쪽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서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텅 빈 왼쪽 줄은 공간의 낭비를 초래하는 탓이다.

     

    ▲Shutterstock
    에스컬레이터는 내부에 수많은 체인과 부품으로 이뤄진 복잡한 기계인 만큼, 승객의 안전을 위한 하중 관리가 중요하다.

     

    멈춰 선 ‘한 줄’이 짓누르는 치명적인 하중

     

    안전 측면에서 봤을 때 한 줄 서기는 에스컬레이터에 독이다. 김의수 한국교통대 교수는 기계공학적 관점에서 한 줄 서기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했다. 에스컬레이터는 겉보기엔 단순한 계단 같지만, 내부에서 수만 개의 부품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기계 장치인 탓이다.


    “에스컬레이터는 하중이 좌우에 균등하게 분산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됩니다. 한 줄 서기를 지속하면 무게를 지탱하는 롤러와 레일이 한쪽만 빠르게 깎여 나가는 편마모 현상이 계속해서 발생해요. 또한 하중이 집중되는 쪽의 체인이 더 강한 장력을 받으면서 좌우 체인의 길이가 다르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결국 고질적인 고장으로 이어지는 거죠.”


    에스컬레이터는 전기 모터로 구동되는 두 개의 체인이 디딤판(계단)을 끝없이 순환시키는 구조다. 한쪽으로 쏠리는 무게인 ‘편심 하중’은 구동 체인, 스텝 롤러 등 에스컬레이터 핵심 부품의 피로도를 높이고 수명을 급격히 단축한다. 자동차의 한쪽 바퀴에만 무거운 짐을 싣고 매일 수백 킬로미터를 달리는 광경에 비유할 수 있다. 타이어는 한쪽만 닳고, 차축은 틀어지며, 결국엔 큰 고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동적 하중’이다. 정적 하중이 시간이 지나도 크기와 방향이 변하지 않는 힘이라면, 동적 하중은 시간이나 위치에 따라 크기와 방향이 계속 변하는 움직이는 힘을 말한다. 사람들이 가만히 서 있는 오른쪽 줄은 정적 하중을, 계속해서 걸어 오르내리는 왼쪽 줄은 동적 하중을 주로 받는다.


    한 줄 서기 문화는 필연적으로 반대쪽 차선을 걷거나 뛰는 공간으로 비워둔다. 김 교수는 “이용자가 가만히 서 있을 때의 정적 하중을 1이라고 할 때, 걸을 때는 3배, 뛸 때는 7~8배에 달하는 충격(동적 하중)이 기계에 가해진다”고 설명한다. 이 강한 충격이 매일 수천 번씩 누적되면 금속 피로도가 한계치에 다다른다. 금속 피로도는 눈에 보이지 않게 축적되다가 어느 순간 갑작스러운 파괴를 일으키고 만다. 걷거나 뛰는 이용자가 멈춰 선 사람과 충돌할 경우 도미노식 낙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결국 기계 구조를 보호하고 돌발 고장으로 인한 대형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좌우 균형을 맞춰 이동하는 두 줄 서기가 공학적으로 훨씬 안전한 방식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에스컬레이터는 애초에 보행을 전제로 만들어진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승강기 안전관리법에는 “에스컬레이터에서 걷거나 뛰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일본처럼 실질적인 제한을 가할 수 있는 지자체별 조례를 제정하거나 무리하게 보행하다 타인에게 부상을 입힐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구체적인 처벌 조항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컬레이터에 가해지는 정적 하중과 동적 하중의 차이
    정적 하중은 에스컬레이터 자체 무게와 승객 체중처럼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하중이며, 동적 하중은 시동·정지·승객 이동 등으로 발생하는 변동 및 충격 하중을 뜻한다. 에스컬레이터에 승객이 움직이며 가해지는 동적 하중이, 서 있을 때 발생하는 정적 하중보다 더 큰 충격과 피로를 유발한다.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하중 상태
    ˙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가해지는 힘

    힘의 특징
    ˙ 에스컬레이터 자체 무게
    ˙ 정지된 승객 무게
    ˙ 비교적 일정한 압력

    영향
    ˙ 에스컬레이터 구조물의 지지력 약화
    ˙ 정적 변형 및 압력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하중 상태
    ˙ 승객들의 움직임, 가속도, 충격 등이 함된 힘

    힘의 특징
    ˙ 승객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규칙한 압력

    영향
    ˙ 에스컬레이터 부품의 마모 및 피로
    ˙ 진동 및 소음 발생

     

    ‘비워둔 줄’은 과연 더 빠를까

     

    안전 문제를 배제한다면 한 줄 서기가 더 빠르니, 효율적일까? 군중물리학과 대기행렬이론의 대답은 “반드시 그렇진 않다”다. 핵심은 ‘비워둔 줄’의 역설에 있다.


    에스컬레이터 혼잡 연구를 지속해 온 마이클 푸 미국 메릴랜드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e메일 인터뷰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현상을 수학적, 확률적으로 분석하는 이론인 ‘대기행렬이론’으로 설명했다. 한쪽 줄을 걷는 사람 전용으로 비워두면, 에스컬레이터가 실질적으로 두 개의 독립된 대기열로 분리된다. 그런데 문제는 보행자의 비율이다. 실제 지하철 이용객 중 에스컬레이터 위를 걸어가는 사람은 평균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75%는 가만히 서서 이동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한쪽 레인을 걷는 사람에게 전용으로 주면, 서 있는 레인은 과밀해지고 걷는 레인은 활용이 저조해져 자원 불균형이 발생합니다. 출퇴근 시간처럼 혼잡한 시간대에 두 줄 모두 서도록 하면 부하 균형이 개선되고 전체 처리량이 증가하겠죠.”


    병목 효과는 에스컬레이터 입구에서 더 극적으로 나타난다. 푸 교수는 “걷는 사람과 서 있는 사람이 두 레인으로 분리될 때, 수요가 불균형하면 에스컬레이터 입구에서 정체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이용객이 서 있는 줄을 선호하면 그 줄만 길게 늘어서고 걷는 줄은 텅 비는 현상이 반복된다. 작은 지체가 뒤쪽으로 증폭되는 전형적인 병목이다. 퇴근 시간의 교대역처럼, 우리가 복잡한 지하철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 모습이다.


    이러한 직관은 실제 실험으로도 증명됐다. 2016년 런던 지하철 홀본역에서 진행된 보행자 실험이 대표적이다. 홀본역은 영국 런던 캠든 중심부에서 피카딜리선과 센트럴선이 교차하는 핵심 환승역이다. 홀본역에는 23.4m에 달하는 긴 에스컬레이터가 있는데, 이곳에서 오전 8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3주에 걸쳐 두 줄 서기를 유도한 결과, 같은 시간대 통과 승객이 1만 2745명에서 1만 6220명으로 늘어 수송 용량이 약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줄 서기, 왜 느려지나
    2020년 일본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한 줄 서기가 두 줄 서기에 비해 에스컬레이터의 수송력이 낮아졌다. 이를 나타낸 그래프를 보면, 에스컬레이터가 혼잡할수록 한 줄 서기의 상대적 수송 효율이 낮아짐을 알 수 있다.

     

    군중물리학이 바라본 질서의 함정

     

    사회 속 복잡계 현상을 분석하는 원병묵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에스컬레이터를 “개별 탑승자의 선택이 모여 전체 흐름을 만드는 복잡계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복잡계 관점에서 보면 병목은 에스컬레이터 위가 아니라 진입구에서 발생한다. 사람들이 한 줄만 이용하면 진입 가능한 경로가 사실상 하나로 줄어들고, 대기열이 길어지며, 작은 지체가 뒤쪽으로 증폭된다. 이것은 국소적인 행동 규칙이 전체 시스템의 비효율로 확대되는 전형적인 복잡계 현상이다.


    네트워크 과학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탑승객을 노드(Node), 사람들 사이의 거리와 상호작용을 링크(Link)로 볼 때, 한 줄 서기에서는 ‘서 있는 줄’과 ‘걷는 줄’이 기능적으로 분리된다. 걷는 줄의 이용자가 적으면 네트워크의 한 경로는 과밀해지고 다른 경로는 저활용되는 자원 불균형이 발생한다. 반면 두 줄 서기에서는 두 경로가 병렬적으로 작동해 흐름이 균등해지고, 특정 경로에 과부하가 집중되지 않아 네트워크 안정성이 높아진다.


    원 교수는 “사람들이 한 줄 서기를 선호하는 이유가 효율만은 아니”라고 짚었다. 빠른 사람에게 길을 비켜주는 것이 예의라는 사회적 규범,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까 따라 하는 동조 행동, 뒤에서 오는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는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런 행동은 사회물리학적으로 ‘자발적 질서 형성’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자발적으로 형성된 질서가 항상 시스템 전체의 최적해는 아니라는 점이다.


    2020년 발표된 연구는 에스컬레이터 이용 방식을 통계물리 모델인 ‘TASEP(Totally Asymmetric Simple Exclusion Process)’로 분석했다. doi: 10.1016/j.physa.2020.124571 TASEP는 서로 겹치지 않는 입자들이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다루는 모델로, 교통 흐름이나 군중 흐름 연구에 자주 사용된다. 연구팀은 두 줄 모두 서기, 한 줄 서고 한 줄 걷기, 두 줄 모두 걷기의 세 가지 전략을 비교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사람이 많을 때는 두 줄 서기가 전체 수송 시간, 즉 집단 차원의 처리량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중국 연구팀이 2018년 발표한 시뮬레이션 연구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doi: 10.1088/1674-1056/27/12/124501 에스컬레이터에서 걷는 것이 항상 수송량을 높이지는 않으며, 특히 혼잡한 조건에서는 오히려 효율 개선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감소할 수 있었다. 또한 ‘왼쪽을 비워두면 더 효율적일 것’이라는 직관이 항상 성립하지 않음을 실험과 물리학적 모델 분석을 통해 보여주었다.


    원 교수는 “논쟁의 본질은 단순히 어느 쪽이 더 빠른가가 아니라, 집단 최적화와 개인 최적화의 균형”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교통 시스템의 목표가 개인의 빠른 이동보다 전체 이용자의 안전과 수송 효율이라면, 특히 혼잡 시간대에는 두 줄 서기가 더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두 줄 서기와 한 줄 서기를 혼용하는 방식은 넓은 사회적 인식과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Shutterstock
    TASEP은 서로 겹치지 않는 입자들의 이동을 다루는 물리학 모델이다. 에스컬레이터, 고속도로의 교통 체증 등을 시뮬레이션하는 주요 방법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세계는 이미 두 줄로 향한다

     

    ‘빨리빨리’의 나라인 한국만 이 고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이 비슷한 문제를 먼저 경험했다. 결과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가장 앞서 움직인 곳은 대만 타이페이다. 타이페이 지하철은 이미 2005년부터 에스컬레이터 보행을 금지하고 두 줄 서기를 제도화했다. 2005년 연말에 발생한 압사 사고를 계기로 20년 넘게 이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타이페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다른 국가에서도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시도됐다. 캐나다 토론토는 2007년, 중국 상하이는 2012년 보행 권장 안내판을 철거했다. 중국 당국도 2025년 7월부터 고밀도 환경에서의 안전 강화를 이유로 두 줄 서기를 재차 권고하고 있다. 런던에서는 2012년 캠페인 이후 에스컬레이터 위를 걷는 사람의 비율이 28%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사례는 한국이 가장 참고할 만하다. 일본에서는 2018~2019년 2년간 보행 등 부적절한 이용으로 인한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805건에 달했다. 이에 사이타마현이 2021년 10월 에스컬레이터 보행을 금지하는 조례를 전국 최초로 시행했고, 나고야도 2023년 10월 같은 조례를 뒤따랐다.


    결과는 어땠을까. 2024년 일본엘리베이터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타마현의 경우 조례 시행 3개월 만에 보행자 비율이 20%가량 줄었지만, 1년이 지나자 다시 원상 복귀했다. 처벌 조항이 없는 조례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다.


    그럼에도 일본 엘리베이터협회가 2024년도에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90.2%가 “에스컬레이터 보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답했고, 55.9%는 “보행하는 사람 때문에 위험을 느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시민 의식은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관행은 그보다 느리게 따라온다는 것이다.

     

    ▲Shutterstock
    일본 도쿄의 ‘시부야 스크램블’은 1회 신호에 3000명가량이 이동할 정도로 사람이 붐비는 교차로로 유명하다. 군중물리학자들은 에스컬레이터는 물론 교차로 등의 보행자 흐름을 물리학의 방법론을 사용해 연구한다.

     

    한 줄 vs. 두 줄, 결국은 유연함이 답

     

    에스컬레이터 사용 문제는 ‘언제나 두 줄’이라는 경직된 캠페인이 아니라 ‘혼잡도에 따른 동적 관리’로 좁혀진다. 김 교수는 에스컬레이터의 길이(높이)와 보행자 비율에 따라 탑승 규칙을 다르게 적용하는 ‘조건별 가변적 탑승 정책’을 제안했다. 긴 에스컬레이터는 두 줄 서기를 강제해 전체 수송 용량을 늘리고, 짧은 곳은 한 줄 서기를 허용해 바쁜 직장인들의 보행 의지를 충족시키며, 바쁜 사람은 계단으로 유도하는 이른바 ‘삼박자 정책’이 출퇴근 시간 혼잡도를 줄이는 최적안이라는 것이다. 


    특히 길이가 짧은 구간에서는 바쁜 직장인들의 보행 의지가 높아 왼쪽 보행 차선의 회전율이 매우 높다. 때문에, 보행자가 빽빽하게 계속 걸어 올라갈 수만 있다면 가만히 서서 이동하는 것보다 인당 통과 속도가 빠르므로 전체 유입 군중을 소화하는 데 유리하다.


    푸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동적 레인 관리를 권장한다. 그는 “혼잡 시간대에는 두 줄 서기로 수송 용량을 극대화하고, 수요가 낮은 시간에는 걷기를 허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며 “실시간 혼잡도에 따라 규칙을 바꾸는 신호등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좋은 접근”이라고 전했다. 이렇듯 복잡계 물리학은 유체처럼 움직이는 군중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원 교수는 “에스컬레이터 사례처럼 실생활에서 복잡계 물리학을 응용하면 교통 체증이나 군중 밀집에 대한 해답도 얻어낼 수 있다”고 전했다.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벌어지는 속도와 안전의 딜레마. 11년 만에 돌아온 두 줄 서기 캠페인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제는 단순한 계도를 넘어 기계공학과 군중물리학의 지혜를 빌려 풀어가야 할 때다. 일본 사이타마현의 경험이 보여주듯, 허울뿐인 캠페인은 관성 앞에 무너지기 쉽다. 이 복잡한 방정식의 해답은 결국 과학과 기술, 그리고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화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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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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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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