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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 마션 인 하와이 ’ 8개월의 기록

어서 와, 화성은 처음이지?

“에어록(air lock·오염된 외부 공기의 침입을 막기 위해 문을 이중으로 설치한 공간)으로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탄소 필터가 달린 물 재생시스템으로 식물을 키우고 있다. 여기서는 물 사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식물이 이곳 주민처럼 소중하게 느껴진다.”_ 조슈아 에를리히 대원

 

“해발 2500m에서 생활하려니 초반에는 기온 탓인지 몸 상태뿐 아니라 심리적인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어느 날에는 갑자기 강한 지진이 일어나 화산이 분출한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_ 로라 락 대원

 

집 바깥 공기는 이산화탄소와 메탄으로 가득하다. 풀 한 포기, 개미 한 마리는커녕 물 한 방울 없이 척박한 이곳. 지구를 떠난 인류가 정착할 행성 후보 일순위로 거론되는 화성이다. 아직까지 화성에 간 인간은 없다. 그렇다면 이들은 누구일까.

 

 

현무암질 화성 표면과 유사, 하와이판 화성 기지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하와이 빅아일랜드 마우나로아 지역에 화성 모의기지를 짓고 매년 지원자를 모집해 화성인의 생활을 시뮬레이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일명 ‘하와이 우주탐사 아날로그 및 시뮬레이션 탐사 프로젝트(HI-SEAS)’. ‘마션 인 하와이’인 셈이다. 2013년에 시작해 올해가 벌써 다섯 번째다. 그간 24명의 ‘화성인’이 하와이의 화성 기지를 거쳐 갔다.

 

하와이의 마우나 로아 지역은 여러 모로 실제 화성표면과 닮았다. 2012년 NASA가 보낸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Curiosity)’가 화학및광물분석기로 분석한 결과 화성 표면은 오랫동안 풍화된 현무암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비슷하게 마우나 로아 지역도 화산이 분출한 화구 주변에 마그마가 퇴적하면서 해발 약 2500m에 작은 언덕이 생겼다. 이곳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현무암질 용암이 뒤덮고 있어 서식하는 동식물이 거의 없다. 날씨도 1년 내내 큰 변화 없이 시원하고 건조한 편이다.

 

화성의 척박한 환경과 닮았다.

 

사람의 발길도 거의 닿지 않아, 화산 봉우리와 용암 대지뿐 아니라 용암동굴, 용암이 동굴을 뚫고 나오면서 생긴 구멍 등 실제 화성에서 볼 법한 지형이 많아 모의 탐사를 하기에 적합하다.

 

 

밖에 나갈 땐 무조건 우주복, 문자는 20분 뒤에 수신


올해는 1월 19일 오후 3시 30분(현지 시간) ‘화성 탐사’가 시작됐다. 대원들은 공학자, 탐험가 등 총 6명. 남성 4명, 여성 2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약 8개월간 하와이의 화성 기지에 머물며 화성에서 살기에 도전했다. 그리고 9월 17일 대원 6명 모두 ‘지구’로 무사 귀환하며 올해 미션이 종료됐다.

 

화성 기지는 언제라도 도심으로 ‘귀환’할 수 있는 비포장도로가 지척에 있고, 병원 응급실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장소에 있다. 하지만 대원들이 실제 화성에서 거주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제약 사항을 여럿 걸었다.

 

‘HI-SEAS’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탐사대원들이 8개월 동안 머문 화성 모의 기지. 동식물이 자라지 않는 외딴 황무지에 있어 화성 분위기가 난다.

 

 

거주지 안에서는 편한 복장으로 생활하다가도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우주복을 입어야 했다. 토양이나 지형에 관계된 실험을 할 때에는 실제 화성에서 하듯이 로봇을 조종하도록 했다. 목욕은 1주일간 총 6분 이내로 제한했다.

 

외부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에는 전화나 실시간 채팅은 금지시켰고, e메일과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만 이용하게 했다. 또 모든 메시지는 실제로 지구~화성 간 데이터 전송에 걸리는 시간인 20분만큼 지연시켰다.

 

유인 화성 탐사에서는 우주인의 심리적, 정서적인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탐사선 기술로는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데만 260일가량 걸린다. 따라서 일단 화성에 도착하면 장기 체류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대기 중 산소가 희박하고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화성의 척박한 환경이 탐사대원의 건강과 대원들 사이의 대인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맞춰 탐사대원들의 미션도 정해졌다. 5년간 미션은 매번 달라졌다. 올해는 화성에 체류하는 동안 개인이 겪을 수 있는 심리적인 어려움을 찾아서 해결하라는 숙제가 떨어졌다.

 

지난해와 2014년에는 한 장소에 고립된 상황과, 이 경우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을 찾았다. 대원들은 말과 행동 등 대원들 사이의 상호 작용 횟수를 기록해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소시오메트릭 배지(sociometric badge)’를 24시간 몸에 달고 있었다. 고립감을 줄이기 위해 3차원 가상현실도 이용했다.

 

 

2013년에는 오랫동안 인스턴트를 섭취하는 경우와 본인들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는 경우에 대해 각각 비용과 영양학적 측면, 그리고 사회심리학적인 이점을 비교하는 미션을 수행했다. 그래서 당시에는 탐사대원들이 냉장고 없이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식재료를 잔뜩 챙겨 들어갔다.

 

HI-SEAS 프로젝트 책임 연구를 맡고 있는 킴 빈스테드 마노아 하와이대(UH마노아) 교수는 홈페이지에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 화성에서 장기간 생활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와 문제를 예측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인류의 유인 화성 탐사의 걸림돌을 줄이는 데 일조한다는 점에서 뿌듯하다”고 밝혔다.

 

 

창문이 하나 밖에 없는 천막 돔


대원들은 8개월간 개별 블로그를 개설하고 틈틈이 소식을 전했다. 제임스 베빙턴 대원은 “살던 집과 하던 일을 정리하고 가상의 화성으로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진짜 먼 우주로의 여정에 나서는 것 같았다”며 “프로젝트 시작 전 느낀 흥분과 설렘, 긴장감에서 이미 화성 탐사는 시작됐다”고 썼다.

 

 

새뮤얼 페일러 대원은 글 대신 대원들이 생활하는 모습과 화성 기지 곳곳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화성 기지는 천막 돔으로 크기가 약 384m3 정도다. 6명이 함께 살기에 넉넉한 공간은 아니지만, 침실은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부엌, 거실, 실험실, 화장실이 들어가 있다.

 

영상에서 공개된 화장실은 얼핏 일반 가정집의 화장실과 비슷해 보이지만, 변기에 사용한 물과 배변은 바로 흘려보내지 않고 모아두는 공간을 갖추고 있다. 침실에는 창문이 하나도 없지만, 공용 공간인 실험실에는 둥근 창문을 하나 냈다. 창밖으로는 주먹만 한 돌과 검붉은 모래가 굴러다니는 척박한 대지가 펼쳐져 있고, 저 멀리 산꼭대기에는 움푹 파인 화산 분화구가 포착됐다.

 

현재 NASA와 하와이대는 탐사대원들이 8개월 동안 미션을 수행하면서 기록한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내년에도 6번째 미션이 시작된다. 언젠가는 인간이 화성에서 머물 그 날을 고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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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아 기자
  • 사진

    HI-S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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