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기술로 인간에게 원래 없던 새로운 신체 부위를 부여한다면 어떻게 될까. VR 환경에서 인간에게 가상의 날개를 달아줬더니, 뇌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신경망을 재배선해 새로운 기관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 결과는 5월 7일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에 게재됐다. doi: S2211-1247(26)00398-0
독일 뮌헨공대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VR 속 신체 확장 환경에서 인간의 뇌가 보이는 적응력을 정밀 분석했다. 실험 참가자 25명에게 VR 헤드셋을 씌운 뒤, 등 뒤에 가상 날개 한 쌍을 달았다. VR 영상 속 참가자들의 등에 날개 이미지를 합성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30분씩 총 네 번 이 날개를 달고 VR 환경을 체험했다. 이 날개는 뇌에서 직접적인 신경 신호를 받는 실제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연구팀은 새로운 움직임을 유도할 인터페이스를 설계했다. 참가자들은 양쪽 어깨부터 팔 끝까지 미세한 수축 및 이완 움직임을 인식하는 제어 장치를 부착했다. 이를 통해 상지 부분과 VR 속 날개의 움직임을 연동시켜 가상 날개를 상하좌우로 독립적으로 제어하며 가상 공간을 날아다니는 훈련을 받았다.
약 2시간의 비행 훈련이 끝난 후, 연구팀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참가자들의 뇌를 살폈다. 그러자 날개를 제어하는 데 사용된 근육 관할 뇌 영역의 신경 활성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기존 근육으로 새로운 도구를 다루면, 기존 운동 신경망과 새로운 도구를 쓰는 데 필요한 운동 신경망 사이에 간섭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번 실험에서는 뇌가 가상 날개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팔다리와 동등한 별도의 독립된 신체 기관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참가자들은 기존 신체 기관을 움직이는 데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도 마치 새처럼 등 뒤의 날개를 자연스럽게 따로 펄럭일 수 있게 됐다.
이번 연구는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확장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연구에 참여한 실비아 프란츠 뮌헨공대 신경공학과 연구원은 “향후 신체 마비 환자들의 신경 재활 치료 기기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신경과학적 기초가 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Cell Report
독일 및 영국 국제 공동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게 한 뒤, 아래와 같은 화면을 보여주며 날갯짓을 하도록 유도했다.
GIB, 이형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