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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과동 피플] 몰입이 깊어질수록 아이디어는 가까워집니다

    중앙대병원

     

    민경찬

    중앙대 의대·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조교수

     

    2005~2007년    경북과학고
    2007~2011년    경북대 자연과학대 생명과학부(경제통상학 부전공)
    2011~2015년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의학과
    2021~2025년    GIST 의생명공학과 대학원 유전체의학 연구실 박사과정(이학박사)
    2025~2026년    중앙대병원 임상조교수
    2026년~현재    중앙대 의대·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여섯 살 때, 동네 친한 형 집에 놀러 갔다가 ‘우주는 왜’라는 책을 우연히 접했습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빌려다 여러 번 읽었고, 제가 처음으로 직접 산 책도 그 책이 속한 10권의 과학 전집이었습니다. 표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지요. 이때 과학자와 기자를 꿈꾸며 과학동아 정기 구독도 했습니다. 특히 1998년경에 유성우 기사를 읽고 새벽에 어머니와 별똥별을 보러 간 기억, 2000년대 초반의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 기사들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꿈과 시련이 준 큰 교훈

     

    글을 쓰고 읽기를 좋아해 중학생 때부터 법대 진학을 생각했는데, 과학경시대회에 입상해 과학고에 진학했습니다. 재학 중에 생물올림피아드에서 입상했지만, 법조인의 꿈을 위해 과학고 2학년부터 경찰대 입시를 준비했지요. 그러나 수능에 집중한 결과가 좋지 않았고 그 스트레스로 심한 위장 질환까지 겪었습니다. 결국 조기졸업을 하고 경북대에 진학했습니다. 당시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은 본교 학부 졸업생 대상의 입학 전형이 있었고, 조기졸업생 중 이례적인 진로였습니다. 


    과학고 시절엔 자신감이 넘쳐, 뭐든 해 보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패의 좌절감도 컸고, 신중히 생각해서 결정하는 성향으로 바뀌었지요. 어린 시절의 꿈과 시련이 준 큰 교훈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동기들과 방학마다 내일로 철도 패키지로 전국을 함께 여행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 사진 왼쪽이 필자.


    대학에서 넓힌 시야와 관계들

     

    그렇게 진학한 종합대학은 전혀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생물올림피아드를 준비한 덕분에 주전공은 비교적 여유 있게 따라갈 수 있었고, 문과 쪽에도 관심이 있어서 경제학을 부전공했습니다. 이때는 흥미로운 강연은 주제를 불문하고 참여해서 지적 호기심을 채웠습니다. 또한 인문·사회 과학을 전공한 친구들과 다양한 정치·사회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제가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학 시절에는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험도 하나 있습니다. 한국의 관정장학재단에서 국내장학생으로 선발된 것이지요. 이 장학생으로 뽑힌 덕분에 관정재단의 네트워킹 프로그램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그 인연이 20여 년째 이어지는 중입니다. 
    제 동기부여의 원천도 과학고 동기, 관정재단 장학생의 두 모임입니다. 같이 놀던 친구가 사업에서 큰 성과를 내거나 해외에서 좋은 업무를 맡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듭니다. 다양한 시도로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과 만나며 시야를 넓히고 발전적인 생각도 하는 것이지요.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능력도 뛰어난 동료, 선후배들을 만난 것은 이 시절의 큰 행운입니다.

     

    1 2023년 대한비뇨의학회 우수초록상을 수상한 필자(가운데)와 공동 연구자인 윤석중 충북대 의대 교수(왼쪽), 정창명 충북대 의대 연구원(오른쪽). 필자는 선배 의사과학자인 윤 교수와의 꾸준한 협업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2 필자가 처음으로 본인의 연구 주제를 발표한 해외의 주요 학회인 2023년 이탈리아 밀라노 유럽비뇨기과학회.  3 2025년 GIST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필자와 지도 교수인 박한수 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 의사과학자이자 바이오테크 기업의 경영자인 박 교수는 필자가 연구자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몰입이 연구의 본질

     

    대학을 마치고 진학한 의학전문대학원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배우는 내용은 흥미로웠지만 학습량이 방대했지요. 졸업 후 진로는 비뇨의학과를 택했습니다. 당시 비뇨의학과는 이른바 기피 과여서, 비수도권의 같은 과 전공의 동기는 단 7명이었습니다. 인근의 다른 병원도 비뇨의학과 전공의가 없어서 대구·경북 지역의 비뇨기계 응급환자를 경북대병원에서 전담했고, 그 덕분에 다양한 환자의 사례를 접하며 풍부한 임상 경험을 쌓았습니다. 몸은 고됐지만 핵심 업무인 환자 진료를 중심에 놓고 근무와 휴식을 확실히 나눠서 마음은 오히려 편했습니다.


    전공의 수료 후에는 군 복무 대신, GIST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제가 전방 복무를 하면 당시 소아과 전공의였던 제 아내가 근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와 함께, 마침 박한수 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님의 강의를 학회에서 듣고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체) 분야에 흥미를 느낀 것이 진학의 계기입니다. 광주에는 처가가 있어서 학위와 육아를 병행하기에 적합했고, 의사과학자 지원도 있었기에 GIST에 진학했지요.


    그럼에도 대학원 생활은 제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병원과 달리 근무 시간과 장소가 자유롭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일과 휴식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어려움을 느꼈지요. 오래 진행한 실험이 사소한 실수 때문에 무산되거나, 긴 코드에서 작은 오류들을 찾아서 수정하는 작업은 외롭고 지난했습니다. 최소 수개월 동안 한 주제에 몰입하는 과정을 거쳐야 쓸 만한 결과가 나왔지요.


    한 주제에 오래 몰입하는 것이 연구의 본질임을 받아들이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훌륭한 지도교수님과 공동 연구자들 덕분에 연구를 끝까지 진행할 수 있었고,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학위 과정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경북대병원 전공의로 근무하던 2018년에 경북대병원 비뇨의학과 동료들과 함께한 필자(오른쪽). 다양한 증상의 환자를 진료하는 경험을 쌓으면서 근무와 휴식의 균형도 놓치지 않았던 시절이다.

     

    인공지능 이후를 준비하는 의사과학자

     

    현재 저는 ‘의사과학자’입니다. 대학병원의 임상 현장에서 비뇨의학과 환자들을 경증부터 중증까지 진료하고 다양한 시술, 수술을 수행하는 동시에, 임상에서의 의문을 연구로 진행합니다. 박사학위 전공인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구 논문이 이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최근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임상과 연구 양쪽에서 저만의 영역이 있는 의사과학자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언젠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저 스스로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진료와 연구를 꾸준히 해 나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피지컬 인공지능(AI)에도 관심이 큽니다. 특히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영상을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저의 수술도 순간순간 상황을 판단하고 해결책들을 찾는 과정이어서, 자율주행의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수술의 상당 부분을 AI와 로봇이 대체하는 때가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위기감도 느끼지요. 이 변화를 막을 수는 없기에 다가올 사회에서의 역할도 고민하는 중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도 좋은 몰입에서 나온다

     

    저의 가장 큰 힘은 우리 가족입니다. 여러 일을 벌여 놓고 지쳤을 때 조용히 응원해 주는 아내, 며칠 만에 얼굴을 보아도 항상 크게 반겨 주는 아들이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 다섯 살 터울의 둘째 아들이 태어나는 경사도 맞았지요. 저를 나아가게 하는 힘도 우리 가족들입니다. 아이가 놀고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다 뜻밖의 생각들이 떠올라 본업의 창의적 접근을 이끈 경험이 적지 않습니다. 본업과 무관해 보이는 경험을 쌓고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 내면의 엉뚱한 생각들을 진지하게 여기기. 아이디어는 이런 태도에서 일어납니다.


    저는 독자 여러분도 공부와 일에서 잠시 분리되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드시길 권합니다. 우리가 하루 중 가장 창의적인 순간이 샤워할 때, 멍하니 있을 때라는 말도 있지요. 여기에는 중요한 역설도 있습니다. 일에서 잠시 떠났을 때 좋은 아이디어가 찾아오려면, 먼저 그 일에 깊이 몰입해야 합니다. 연구를 한다면, 자나 깨나 그 연구를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산책을 하면서도, 아이와 놀면서도, 연구가 마음 한쪽에 살아 있어야만 샤워 중의 영감이 의미를 갖습니다.


    마지막으로 ‘꾸준히, 지속적으로’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모든 경험이 당장 빛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헛된 경험도 없습니다. 지금 눈앞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 작은 점들이 어느새 모여 하나의 굵은 줄기를 이룬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과동 피플에게 묻는다

    당신의 호기심은 보통 어떤 순간에 시작되나요?
    진료실에서 환자와 마주할 때입니다. 다양한 환자를 만나다 보면 현재의 의학으로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도 접합니다. 그럴 때마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이 호기심이 새로운 연구로 이어집니다.

    과학동아에서 가장 호기심을 자극한 기사는 무엇이었나요?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를 다룬 기사입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이걸로 인간을 완전히 알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인생도 정해져 있나?’라는 다소 철학적인 질문도 품었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메타유전체·대사체 등 다양한 오믹스 연구까지 가능해졌습니다. 어린 시절의 호기심이 이어져 현재 저도 이 분야를 연구하고 있지요.

    지금 과학동아를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연구자로서 저는 늘 ‘이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할까’라는 고민을 안고 삽니다. 그런 순간에 우연히 접한 과학동아의 기사에서 뜻밖의 영감을 얻을 때가 적지 않습니다. 과학동아는 여러분이 빠르게 변하는 과학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깊이 있게 따라가도록 도와주는 좋은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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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민경찬 중앙대 의대·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 에디터

      라헌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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