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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시사기획] 우리 ‘집 앞’에 미니 원자로 설치한다면? 소형모듈원전 (SMR)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의 팽창으로 전 세계는 ‘전력 허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전쟁, 중동 정세 불안정 등 국제 정세가 에너지 안보에 불안함을 더하며 에너지는 더욱 귀한 몸이 됐다. 에너지 대혼돈 시대에 ‘작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SMR은 안전하게 에너지 위기를 돌파할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과학동아가 SMR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을 파헤쳤다.

     

    GIB, Shutterstock, 박주현

     

    “인공지능(AI) 시대 소형모듈원전(SMR)은 전력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4월 23일, 차세대 원자로 패스트트랙법(원자력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남긴 말이다.


    이 법의 핵심 중 하나는 단연 SMR. 전기 출력 300MW(메가와트, 1MW는 100만 W) 이하의 소형 원자로다. 대형 원전의 건물 높이가 최대 100m까지 달하는 반면, SMR은 최소 10분의 1 이하 크기인 원전 모듈을 레고처럼 하나씩 조립해서 건설한다. 소위 ‘미니 원전’인 셈이다.


    SMR이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에너지 위기 탓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은 탄소 배출이 없는 안정적인 전력원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존 대형 원전에 대한 높은 건설 비용, 긴 건설 기간, 그리고 대중의 반감이라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SMR이 제시되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SMR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025년 기준 설립이 계획된 국내 데이터센터는 150개. 여기에 필요한 추가 총 전력 용량은 9.4GW(기가와트, 1GW는 10억 W)로 추산된다. 대형 원전 7기 이상이 추가로 필요한 규모다. 단순 계산으로도 지금보다 4배 가까운 전력 인프라가 5년 안에 갖춰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에 따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SMR 도입이 포함되는 등 정책적 추진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SMR이 소형이라는 이유로 ‘내가 사는 집’ 근처에 원전이 설치되리란 우려가 나온다. SMR은 대형 부지가 필요치 않아 인구가 몰린 도심에도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원전이 집 앞에 올 수 있을까. 먼저, SMR의 장점이 뭔지 짚어본다.

     

    NuScale Power

    뉴스케일파워는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으로, SMR 분야에서 가장 높은 기술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이들이 개발한 뉴스케일파워모듈(NPM)은 원자력 업계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 인증을 획득했다.

     

    한 통이면 끝, ‘올인원 원전’ 작동 원리

    소형모듈원전(SMR) 

     

    소형모듈원전(SMR)은 중대 사고 시 핵연료 용융과 같은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자 개발됐다. 이를 위해 SMR은 소형화를 통해 외부 동력 없이도 방사능으로 만들어진 열이 자연 대류로 냉각되도록 설계됐다. 또한 주요 기기들을 통합하는 일체형 구조를 채택해 배관 파손으로 인한 위험을 제거해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SMR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

     핵분열 물질이 들어있는 노심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는 주변의 1차 냉각수를 가열한다. 가열된 1차 냉각수는 온도가 높아지면서 밀도가 낮아지고 부력이 증가한다.

     밀도가 낮아진 고온의 1차 냉각수는 대류 현상에 의해 원자로 압력 용기 내부에 설치된 수직관을 통해 상부로 상승한다. 이 과정에서 펌프와 같은 외부 동력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상승한 고온의 1차 냉각수는 증기 발생기로 이동, 그 열을 증기 발생기 튜브 벽을 통해 2차 냉각수(노란 파이프)로 전달한다. 이 열을 받은 2차 냉각수는 가열돼 고압의 증기로 변환되며, 이 증기는 외부 터빈을 구동해 전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된다.

     증기 발생기에서 열을 잃어 온도가 낮아지고 밀도가 높아진 1차 냉각수는 원자로 압력 용기 내부의 관을 통해 원자로 하부로 하강한다. 차가워진 1차 냉각수는 다시 노심으로 유입돼 가열되면서, 원자로의 안정적인 냉각 순환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SMR 발전소의 구조

    소형모듈원전(SMR)은 방사능 유출 사고 발생률이 10억 년에 1회에 불과할 정도로 높은 안전성을 가졌다. 이러한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SMR을 여러 기 묶어 사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때 각 SMR은 대형 물탱크에 담겨 설치되며, 하나의 통합 제어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기술에 대한 설계 인증까지 완료된 상태다. 아래는 SMR 기술로 현재 가장 앞선 미국의 뉴스케일파워가 구상한 SMR 발전소의 구조다.

     

     


     SMR이 쥔 두 무기, 크기와 안전

     

    SMR의 첫 번째 장점은 크기다. SMR 지지자들은 소형인 덕분에 건설 기간과 비용, 부지 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21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학부 연구에 따르면 300MW급 SMR의 완전 모듈화는 초기 건설 비용을 약 45%까지 절감할 수 있다. doi: S0149197021000433 두 번째 장점은 안전성이다. 기존 대형 원전은 작은 마을 규모의 복잡한 배관을 필요로 하지만, SMR은 이 배관을 없애고 원자로 용기 안에 주요 기기를 모두 집어넣은 일체형 설계를 택한 덕이다. 2025년 발표된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의 연구는 한국형 SMR인 ‘i-SMR’가 노심 손상 빈도를 10억 년에 1회꼴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doi: S1738573325002657


    일체형 설계는 모든 부품이 하나의 원전에 모두 포함된 구조를 말한다. 배관이 파괴될 위험이 없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처럼 냉각재 상실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특히 SMR이 채택하는 피동형 안전 계통은 외부 전원이나 인간 개입 없이 중력과 대류 같은 자연법칙만으로 원자로를 식히는 기술이다. 이는 대규모의 재난 가능성을 물리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인터뷰에서 “공학적으로 SMR은 사고 발생 확률을 10분의 1 미만으로 낮췄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원전 전문가들의 공학적 확신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차가운 인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내 집 앞’과 ‘원전’이란 말이 합치면서 본능적인 거부감이 드는 탓이다. 이는 최근 발표된 한 논문으로 더욱 가중됐다. 2026년 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기고된 논문은 미국 내 원전 인근 지역의 암 사망률이 더 높다는 통계적 상관관계를 제시했다. 이 연구는 미국 내 원전 200km 이내 도시의 17만 3326건의 암 사망이 원전 근접성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doi: 10.1038/s41467-026-69285-4


    이 수치는 다소 충격적이지만, 관련 연구자의 시각은 달랐다. 해당 연구가 실제 주민들의 ‘방사선량’을 측정하지 않고 단순 ‘거리’만을 변수로 사용했으며, 특정 고령층에서만 위험이 높게 나타나는 등 생물학적 메커니즘 설명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방사선 위해 논쟁의 기저에는 현대 방사선 규제의 근간인 LNT(선형 비임계) 모델이 있다. “아무리 적은 양의 저선량 방사선이라도 노출된 방사선량에 비례해서 암 발생 위험이 커지며, 안전한 수치(임계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견고한 과학적 믿음에 관해서도 반론이 제기됐다. 


    4월 10일 만난 강건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는 “LNT 모델은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며, 노이즈가 심하게 섞여 있어 과학적으로 앞으로도 검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방사선방어위원회(ICRP) 위원을 비롯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이자 대한방사선방어학회장을 역임 중이다. 즉, ‘거리의 공포’ 상당 부분이 순수한 과학적 사실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조작된 모델에 기반한 보수적인 규제와 이를 이용하는 정치적, 전문적 이해관계가 얽혀 만들어진 결과물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원전 vs. 소형모듈원전(SMR)

     

     

    NuScale power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2026년 5월, 뉴스케일파워가 한국 정부와 투자 협의를 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보도하는 등, 한국 정부 또한 SMR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SMR을 둘러싼 논란, 과연 구원투수일까?

     

    SMR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SMR의 반감은 크게 경제성과 안전성으로 나뉜다. 4월 29일 만난 이헌석 에너지전환포럼 정책위원은 “SMR은 아직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기술”이라며 “아직은 경제성을 평가할 수 없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원자력 산업계가 규모의 경제를 위해 대형 원전으로 나아갔던 역사를 언급하며, “작은 원자력발전소는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배척됐던 과거를 SMR이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보다 더 비판적인 시각은 해외 전문가에게도 이어졌다. M.V. 라마나 영국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공공정책 및 국제관계학부장은 인터뷰에서 “SMR은 상업적으로 결코 실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SMR 건설 비용은 전력 생산량 대비 대형 원전보다 훨씬 비쌉니다. 최근 취소된 뉴스케일 SMR 6기 프로젝트의 MW당 비용은 2023~2024년 가동된 보그틀(Vogtle) 대형 원전 프로젝트 초기 비용보다 약 2.5배 더 높았어요.”


    앞서 핵공학자들이 주장한 안전성 입장에도 반론이 제기된다. 라마나 교수는 “안전하다는 것이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라며 “SMR 역시 핵분열에 의존하므로 대형 원전과 동일한 방사성 물질 위험을 내포한다”고 경고했다. “단일 부지에 여러 SMR을 건설할 경우, 결합된 방사성 물질 재고량은 대형 원전과 비슷해질 수 있습니다. 한 기의 사고가 다른 원자로의 사고를 유발하거나 비상 대응을 어렵게 할 수 있죠.” 이 위원 또한 “원자로 크기가 단순히 작아진다고 해서 안전 규정도 작아지는 것은 아니며, 사고 시 피해는 대형이나 소형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면 애초에 SMR이 주목받은 원인인 전력 수요 해결은 가능할까. 라마나 교수는 “AI 산업이 SMR에 의존하고 있진 않다”면서 “SMR이 전력을 공급하기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므로, 당장 전력이 필요한 AI 산업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덧붙였다.

     

    GIB

    체코 남보헤미아에 위치한 테믈린 원전. 테믈린 원전과 같은 대형 원전은 최소 아파트 단지 이상의 커다란 부지를 필요로 한다. 또한 사고 발생 시 즉각적인 주민 대피가 이루어지는 예방적 보호조치구역(반경 3~5km) 등의 확보를 포함하면 더욱 넓은 부지가 필요하다.

     

    NuScale Power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SMR) 모듈. 뒤로 보이는 건물과 비교하면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음을 알 수 있다. SMR은 모든 부품이 하나의 모듈 안에 들어간 일체형이라는 특징 덕분에 좁은 부지에서도 발전이 가능하다. 

     

    이미 확정된 K-SMR, 어디에 설치될까

     

    여러 논란 속에서도 특별법과 함께 한국 SMR의 삽은 이미 떠졌다. 2026년 2월 27일,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단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i-SMR 표준설계인가를 공식 신청했다. 이는 상용화를 위한 본격적인 인허가 절차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2035년 초도호기 준공 및 상용 가동을 목표로 청사진을 그린다.


    한국에 SMR이 설치된다면 어디에 지어져야 할까. SMR이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들어설 ‘땅’ 자체의 물리적 안전성은 타협할 수 없는 문제다. 점차 지진 안전지대에서 벗어난다는 평을 받는 한반도에서 부지 선정은 SMR 프로젝트 성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첫 단추다.


    4월 3일 부산 부경대 대연캠퍼스에서 만난 김영석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진의 ‘흔들림’보다 치명적인 ‘지표 파열’의 위험성에 손가락을 가리켰다. “지진 발생 시 활성 단층을 따라 땅 자체가 어긋나고 찢어지는 현상이 지표 파열입니다. 아무리 내진 설계를 잘해도 지반 자체가 1~2m씩 찢어진다면 어떤 구조물도 버틸 수 없습니다. 현재 과학기술로는 지표 파열을 견디는 설계가 불가능하며, 활성 단층을 피하는 것이 유일한 대비책입니다.”


    김 교수는 지형학적 관점에서 SMR 입지 조건을 제시했다. “단층은 주로 계곡이나 강이 흐르는 저지대를 따라 발달합니다. 반면 산악 지형은 오랜 세월 지각 변동을 견뎌낸 단단한 암석 덩어리일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SMR은 단층이 지나가는 계곡보다는 지반이 안정된 산악 지형의 지하에 건설하는 것이 지질학적으로 훨씬 안전할 걸로 봅니다.”


    현재 한국의 SMR 유치 과정은 부지 입찰 단계며, 대구, 경주, 울진 등이 유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i-SMR의 부지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대구시와 MOU를 맺었지만, 막상 부지 응모에서는 바다와 접한 ‘임해지역’만 가능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도심에도 넣을 수 있다고 홍보해 왔는데, 실제 건설 단계에서는 그렇게 안 되는 것이죠.” 이는 줄곧 SMR 이해관계자들이 선전한 ‘우리 집 앞’에 올 수 있다는 홍보와 실제 건설 조건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김 교수는 정부의 부지 선정 방식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먼저 국가 차원에서 전국을 대상으로 정밀 지질 조사를 수행해야 해요. 지표 파열 위험이 없는 안전한 후보지 10~20개를 과학적으로 골라내는 거죠. 그 후에, 안전한 후보지들 중에서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와 협의하는 ‘탑다운’ 방식이 돼야 합니다. 부지 선정엔 보통 지역 정치들이 많이 개입되는데, 안전이 정치나 경제 논리보다 무조건 우선돼야 해요.”

     

    한반도 SMR 적지는 어디?

    과학동아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국내 소형모듈원전 주요 후보지를 분석했다. 먼저 활성단층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과, 지금까지 드러난 단층 노두를 지도에 기록했다. 지질상 원전 설치를 피해야 할 곳이다. 다음으로, 송전망 효율, 용수 확보, 지진 안정성, 인구 밀도라는 4가지 핵심 지표를 바탕으로, 각 지표에 가중치(송전망 효율 30%, 지진 안정성 30%, 용수 확보 20%, 인구 밀도 20%)를 부여해 종합 점수를 산출했다. 이 결과 경기 용인, 충남 당진, 경북 경주, 부산 기장, 전남 해남 총 5곳의 적합 후보지가 도출됐다.

     

     

    박주현, Shutterstock

     

    ※ 경기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용인은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등 산업 단지가 있어 전력 수요가 높다. 단층과도 떨어져 있어 지진 안전성도 높다. 다만 인구 밀집 지역이며, 발전용수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 충남 당진

    당진은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플랜트가 설치된 지역으로 기존 원전 부지 및 송전망을 풍부히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타 지역에 비해 주민들의 SMR 수용 의사가 낮은 편이다.

    ※ 전남 해남(솔라시도)

    해남은 낮은 인구 밀도로 방사능 누출 사고시 타 부지에 비해 피해가 적은 지역이다. 이와 더불어 추후 데이터 센터를 유치할 경우, 높은 산업 연계 효율이 기대된다. 그러나 송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 부산 기장
    기장은 고리 원자력 발전소를 필두로 검증된 입지를 자랑한다. 또한 기존 송전망이 풍부하며 주변 산업 단지와 연계해 높은 경제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부산이라는 높은 인구 밀도와 부지 확장성에 있어서는 한계를 보인다.

    ※ 경북 경주(양남면)

    경주는 SMR 유치에 적극 나서는 지역 중 한 곳으로, 높은 주민 수용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경주를 지나는 활성단층에 관한 잠재적 위험이 여전해 지질조사가 더 진행돼야 한다.

     


    ‘얼마나 작나’가 아닌 ‘얼마나 믿음 주나’

     

    SMR이 실제로 도입되려면 많은 방지턱을 거쳐야 한다. 현재 SMR이 상용화된 곳은 러시아의 원자력기업 로사톰 한 군데밖에 없다. 로사톰조차 지상이 아닌 배에서 발전하는 부유식 SMR을 운용 중이다. 또한 SMR의 장점만큼 단점이 많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이 위원은 “SMR이 없다고 해서 전력 계획에 심각한 누수가 생기진 않는다”며 “정부가 시민이 혼란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고 양쪽의 입장을 충분히 균형 있게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MR이 한 번도 만들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안전 규제도 새로 만들어야 하며, 특히 ‘대도시 인접 발전소’라는 기본 콘셉트를 고려할 때 안전성 논란을 짚어주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한편에선 해외 선진국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SMR이 원전의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며 원천 기술 확보에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원자력 로드맵을 통해 SMR 도입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팀 캐나다’라는 포괄적 참여 모델을 구축했다. 정부, 산업계, 학계는 물론 원주민 커뮤니티까지 참여시켜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SMR이 우리 집 앞의 ‘안전한 이웃’으로 자리 잡기 위한 조건은 명확하다. 기술적 장벽을 넘어 경제적 상용화를 일궈내고, 피동형 안전 계통으로 증명된 공학적 안전성을 증명해야 한다. 더불어 지표 파열의 위험을 완벽히 벗어날 수 있는 지질학적 입지를 조사해야 하며, 무엇보다 위험의 불확실성을 넘어설 수 있는 학계와 정부, 주민과의 과학적 위험에 대한 열린 소통이다. 과거의 조작된 공포를 넘어선 투명하고 객관적인 ‘과학적 신뢰’다.


    SMR은 단지 크기를 줄인 원자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과학적 사실을 어떻게 수용하고 합의해 나갈지를 묻는 거대한 시험대다. 이제 남은 일은 차가운 금속 기술을 따뜻한 환대로 바꿔 낼 사회의 성숙한 과학적 대화다. 

     

    김영석

    울산의 단층 노두 모습. 단층 노두란 지각 변동으로 인해 암석이 끊어지고 어긋난 구조인 단층이 지표면에 직접 드러난 부분을 뜻한다. 김영석 부경대 지질학과 교수는 “SMR 입지에 있어 무엇보다 단층을 피하는 게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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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박동현
    • 디자인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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