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엄청 올랐습니다. 4월 12일 기준 금 1돈(3.75g)의 값은 99만 4000원입니다. 1년 전인 2025년 4월 12일 대비 51.99% 오른 겁니다. 이 가운데 강으로, 개천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천 바닥에서 번쩍이는 사금을 찾는 금 사냥꾼들입니다. 강바닥에서 돈을 주울 수 있다니! 솔깃해할 당신을 위해, 과학동아가 전문가들을 만나봤습니다.
금, 어디에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알려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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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
유튜브 ‘오디사금’ 채널을 운영하는 김종현 씨가 하천에서 사금을 채취하고 있다. 손에 든 검은 그릇은 사금을 채취할 때 사용하는 ‘패닝 접시’다.
5월입니다. 어린이날이 다가옵니다. 어렸을 때는 5월이 오면 어린이날 선물로 뭘 받을지 두근거렸는데 말이죠. 기자는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서, 어떤 선물을 줄지 생각해야 합니다. 게다가 이 달엔 어버이날도 있고요, 스승의 날도 있습니다. 선물 쇼핑에 앞서 잔액을 보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렇다고 땅을 파면 십 원 한 장 나오냔 말이죠. 가만, 땅? 땅을 파 봐야 할까요?
최근 들어 소셜 미디어에서 하천 바닥에서 작은 모래알처럼 생긴 금인 ‘사금’을 줍는 영상이 종종 보입니다. 금값이 올라, 어디서든 금을 긁어모아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겁니다. 4월 12일 기준으로 금 1g만 캐도 최소 20만 원은 벌 수 있습니다. 이 돈이면 귀여운 동생이 좋아하는 RX-93 뉴건담 프라모델을 네 개나 살 수 있죠. 좋습니다. 사금을 채취하러 가 봅시다.
잠들었던 한반도의 금, 다시 눈을 뜰까
문제는 어디로 떠나야 할지 아무런 힌트도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사금 전문가를 어렵게 모셨습니다. 유튜브 ‘오디사금’ 채널을 운영하는 김종현 씨입니다. 김 씨는 2020년부터 사금을 캔 7년차 ‘사금인’입니다. 유튜브를 보면 사금은 이렇게 채취합니다. 어두운 색 그릇에 모래를 퍼서 흐르는 물에 씻습니다. 그러면 밀도가 낮은 가벼운 광물은 다 흘러가버리고. 무거운 금속, 즉 사금만 남습니다. 철이 함께 나오는 경우엔 자석으로 철을 분리하죠.
당장 전화했습니다. 4월 7일 그와의 전화 통화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어디서 사금이 나오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가 받아 적을 새도 없이 지명들을 줄줄 읊기 시작했습니다. 강원 홍천, 경기 포천, 전북 순창, 충북 진천에 영동까지. 김 씨는 “더 있다”고 했습니다. “정말 여기에서 다 사금이 나와요?” 기자의 질문에 김 씨는 “그렇다”면서 “이 지역 하천 지류를 뒤져보면 간혹 금이 나온다”고 답했습니다. 논바닥에서 금이 나오는 곳도 있대요. “사금을 채취하며 알아보니까 한국이 황금의 나라더라고요.” 김 씨의 설명입니다.
그의 말대로 금은 오래전인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의 역사 속에서 함께했습니다. 특히 금을 사랑했던 이들은 신라인입니다. 사슴뿔과 나무를 모방해 만든 금관, 섬세한 세공이 돋보이는 금귀걸이 등 사진만 봐도 익숙한 신라시대 금제 유물이 많습니다. 경주와 인근 지역에서 난 사금이 재료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러던 금이 본격적으로 채굴되기 시작한 건 20세기 들어서입니다. 4월 7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상준 한국지질자연연구원 광상지질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금 광상(광물이 지각 내 많이 모여 있는 부분)을 전공한 전문가입니다. 그에게 20세기 이후 한반도 금광 개발의 역사에 대해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체계적인 금광 개발은 일제강점기 때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기 일제에 의해 한반도 전역에 금광만 수천 곳 개발됐죠. 이어 금 개발의 역사는 1960~80년대 최고점을 찍었다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상당한 양의 국부를 창출했던 금광산이 죽은 건 90년대 넘어오면서부터입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금을 팔아 금값이 하락했죠.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금광 탐사를 활발히 했지만 가격 하락으로 채산성이 안 맞게 됐어요. 그 이후로는 금 수요가 끊기는 대신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전략광물에 관심이 옮겨갔죠.”
전략광물이란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광물입니다. 국가가 산업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광물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면서 금광 개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시들해진 겁니다. 현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서는 금광 개발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기업 차원에서도 금 탐사를 활발히 하지는 않습니다. 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채굴하고 있는 금광은 7곳입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2016년 전류를 통해 광석의 분포를 알아내는 ‘광대역 유도분극탐사’ 기술로 전남 진도 가사도에 금 627.5kg가량이 매장돼 있음을 확인했다. 사진은 탐사 기술을 시험하는 모습.
중생대, 깊은 땅속에서 금이 흘렀다
박 선임연구원은 “한반도는 땅의 크기에 비해서 상당한 양의 금이 묻혀 있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산업통상부가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엔 여전히 592.2만t(톤)의 금광석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광석 내 금의 비율인 ‘품위’는 7.8g/t입니다). 한반도에 많은 양의 금이 매장된 이유는 한반도 지층 대부분이 굉장히 오래된 변성암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중생대에 형성된 지층에서 금이 많이 발견됩니다. 이 시기 한반도에서는 마그마의 활동이 강하게 발생했거든요.
마그마의 활동과 금의 연관관계를 살펴봅시다. 지각에 금 광상이 형성되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마그마 열수’ 방식이 있습니다. 마그마가 식으면서 암석 사이에 금, 구리 등의 광물이 이온 상태로 녹은 뜨거운 물이 남습니다. 이를 마그마 열수라고 부릅니다. 또 하나는, 암석 안에 있던 물이 마그마의 활동에 의해 열을 받은 다음 지각변형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변성수’입니다.
마그마 열수 또는 변성수는 무척 온도와 압력이 높은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면 물의 용해도가 높아져 많은 양의 화학물질을 녹일 수 있습니다. 이 화학물질엔 금도 포함되죠. 금이 녹은 고온 고압의 마그마 열수 또는 변성수가 지각 내부를 흘러 다닙니다. 그러다 작은 틈을 만나 갑자기 넓은 공간에 나오면 압력이 낮아지면서 그 안의 화학물질이 석출되는 식입니다. 석출이란, 용액(물)에 녹아있던 용질(금)이 다시 고체 결정으로 분리되는 현상을 말해요.
이론을 알았으니 이제 금을 찾아볼 단계입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금은 다른 광물에 비해 자력이 강하게 나타나지도 않는 데다, 맥이 무척 가늘기 때문에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많이 택하는 금 탐사 방식은 열수 변질대 탐사입니다. 앞서 설명한 마그마 열수 또는 변성수에는 수소, 황, 염소 등 이온이 녹아있어 산성이 강합니다. 산성이 강한 물이 지나가면 주변 암석이 변질되죠. 이렇게 변질된 암석을 찾는 방식입니다.
또, 금이 침전될 때 석영이나 황철석 등 광석도 함께 굳습니다. 그래서 암석 속 ‘흰색 줄’을 찾는 것도 좋은 방식이죠. 석영 결정이 흰색을 띄거든요. 금은 아니지만, 금처럼 노란 광택을 내는 황철석이 많은 지역이라면 금이 있을 확률도 함께 높아집니다. 강바닥에 떨어진 사금의 위치를 토대로 금이 어느 쪽의 암석에서 출발했는지 추적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사금은 금이 박힌 채 밖으로 드러난 암석이 풍화되면서 물에 휩쓸려 내려가 형성됩니다. 자연히 금 광산 근처에서 사금이 나올 확률이 높죠. 사금인 김 씨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한민국 주요 광물 자원 분포도’를 보며 금광이 있었던 자리 근처를 찾아다닌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도는 도움이 됩니다.
박 선임연구원도 “지질도에서 중생대 백악기, 쥐라기에 형성된 화강암과 화산암지대를 찾아보라”면서 “특히나 큰 단층 옆에 잔가지처럼 난 작은 단층에서는 열수가 배어 나와 금이 굳었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큰 단층은 고속도로와 비슷합니다. 열수가 많이 흘러가는 통로긴 한데, 열수가 금방 지나가 버려서 금이 고이진 못하죠. 대신 작은 단층은 좁은 골목처럼 열수가 빨리 지나가지 못하니까, 금이 멈춰 굳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경북 경주 금관총에서 출토된 신라 시대 금관(오른쪽)과 금제 관식(관모를 장식하는 장신구)이다. 얇은 금판을 오린 정교한 솜씨가 인상적이다. 신라는 ‘황금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금 유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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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금광맥은 대개 흰색 석영맥 속에 있다. 사진은 석영 사이에 껴 있는 금이다.

김종현
1 슬루이스는 모래를 비중에 따라 분리하는 장치다. 모래를 물과 함께 슬루이스에 흘려보내면, 사금 등 무거운 입자는 위에 남고, 가벼운 입자는 아래로 내려간다.
2 김 씨가 직접 채취한 사금. 그는 “하루에 6시간 사금을 채취하면 평균 0.5g의 사금을 얻는다”고 했다.
집중하세요, 금 탐사 쪽집게 강의 나갑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보라고 했죠. 여기까지 읽은 여러분을 위해 고급 정보를 하나 드립니다. 기자는 취재 도중 2017년 한국지질학회에서 발간한 논문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인리형 분지에서의 열수광화작용-무극 광화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입니다. 충북 음성에는 한반도 중부에서 단층이 지표와 평행하게 이동하면서, 지반이 가라앉아 생긴 분지가 있습니다. 음성분지라고 부릅니다. 초록에서는 이 음성분지가 형성되면서 지표에 자잘한 틈이 생겼다고 설명합니다. 네, 금이 모이기 딱 좋은 장소죠. 여기를 무극 광화대라고 부르는데, 금과 은을 채굴하는 무극, 금왕, 금봉, 태극 광산이 위치합니다. 현재는 대부분 폐광됐고요. 이 음성분지에 금이 묻혀 있다는 게 논문의 골자입니다. 김 씨도 “그 지역에서 사금이 나온다”고 귀띔했습니다.
그나저나, 이 논문이 나온 건 2017년입니다. 금값이 뛰기도 전, 금광 개발이 시들하던 때입니다. 돈이 안 되는 시기에도 왜 과학자들은 꿋꿋이 금을 찾았던 것일까요. 박 선임연구원은 “금은 많은 지질학적 정보를 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략광물들은 한 지역에 몰려 존재합니다.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지질학적 정보는 적습니다. 금 광상은 전국적으로 존재하고, 생성 시기도 다양하죠. 금 광상을 연구하면 한국 전체 지질에 대한 이야기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지질을 논할 기초 자료죠. 경제에도 물론 도움이 되고요.”
한반도 지질의 역사를 품고 있는 금, 찾으러 달려가려는 여러분에게 마지막 팁을 전합니다. 김 씨는 “그동안 거의 10돈(37.5g) 정도의 금을 찾았다”면서도 “하지만 돈을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사금에 접근해선 안된다”고 말합니다. “하루에 6시간 사금을 채취한다고 하면, 평균 0.5g의 금을 얻어요. 순도가 100%는 아닐 테니 잘 해도 2026년 금값 기준으로 8만 원쯤 되죠. 교통비, 식비,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안 남습니다. 대신, 재미있어요. 자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풍경도 보고 개울에 발도 담그는 즐거움을 느끼길 바랍니다.”
금 사냥꾼을 위한 사금 탐사지도
어디로 가야 금을 많이 만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국가지도집에 수록된 주요 금속 광물 자원 분포도에서 금·은광의 위치를 찾아봤습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2021년 발표한 도별 광물자원 매장량 현황을 함께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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