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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사이언스 북마크] 이기적 복제자가 선택한 반항적 의식 이기적 유전자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가?” 인류가 오랫동안 던져온 근본적인 질문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 물음에 답한다. 이 책은 진화생물학의 입문서를 넘어, 생명과 인간 존재를 향한 인류의 시각을 새롭게 한다. 앞으로도 독자들은 자기 자신과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과학적 구조를 이 책에서 만날 것이다.

     

    김연정


    불편한 진화, 더 불편한 ‘이기적’ 유전자

     

    물리를 배우며 아이작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이나 운동 법칙을 공부할 때, 이 이론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론에 비견되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1859년)’에서 밝힌 진화론을 배울 때는, 심지어 가르칠 때도 뉴턴 역학과 다소 차이가 있다. 뉴턴의 역학은 명백한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지만, 다윈의 진화론은 사람의 종교적 신념이나 믿음에 따라 다양한 감정과 의구심을 일으킨다. 
    다윈은 진화를 ‘변형을 동반한 계승’으로 표현했으며, 진화의 주요 기전으로 ‘자연선택’을 제시했다. 자연선택이 일으키는 생명 진화에 따라,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명의 나무’의 일부로서 각각의 공통 조상을 거쳐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 다윈의 주장이다. 하지만 당시 대다수 유럽인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각 생물종은 개별적으로 창조됐고 처음부터 변하지 않았다고 본 까닭에, 다윈의 주장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다윈이 진화의 주요 기전으로 제시한 자연선택은 생존 경쟁에 적응한 개체의 형질이 다음 세대로 더 많이 전달되는 과정을 뜻한다. 과잉 번식과 자원 부족이 생물 집단 내에 생존 경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자연선택의 주체는 자연환경이며 작용 대상은 개체이다. 적자생존은 개체가 환경에 적응한 정도의 차이가 자연선택 과정을 거쳐서 생존, 번식의 차이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이런 진화 과정에 대한 우리의 직관에 정면 도전한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 자연선택의 궁극적인 단위가 유전자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자연선택의 궁극적인 선택 단위는 개체가 아니라 유전자라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자의 개념은 “자연선택의 단위로서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는 염색체의 한 부분”이다. 이 개념은 유전자를 ‘특정 단백질이나 기능성 RNA를 암호화하는 DNA 영역’으로 정의한 생명과학 교과서의 그것보다 넓다. 이 책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유전자의 생존과 전달을 돕는 ‘생존 기계’이자 유전자 운반체라고 설명한다. 이 관점 전환은 자연선택이 개체 수준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선택의 진화적 의미를 유전자 수준에서 해석하려는 시도다.

     

    을유문화사

     

    이기적 유전자가이드맵

     

    분야·시기    생물학·현대(1976년)
    중요도     매우 중요함   ‘코스모스’와 쌍벽을 이루는 대표적인 과학고전입니다. 특히 생물학에 관심있는 학생이라면 읽지 않아도, 내용을 정확히 알아야 하는 필독서 중의 필독서! 
    추천    서울대 추천도서 100선 선정
    난이도     어려움   분량도 적지 않고 내용도 쉽지는 아닙니다. 유전자는 이기적이라고 정의한 저자의 의도와 치밀한 논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이번 독서의 핵심입니다. 제대로 독파하고 나면 마치 내가 리처드 도킨스가 된 듯한 뿌듯함까지도 느낄 만한 책입니다.
    더 읽기    매트 리들리 ‘이타적 유전자’, 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이기적 유전자를 향한 과학적 반론들을 담고 있어서 ‘이기적 유전자’와 함께 읽고 독후 활동을 기록하면 생물학에 관한 나만의 훨씬 깊은 이해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홍영남, 이상임 옮김|을유문화사|632쪽|2만 원

     

    근본적으로 살아남는 건 내가 아니라 유전자

     

    생명체가 지구에 등장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분자, 즉 ‘자기복제자’는 이미 존재했을 것이다. 많은 과학자는 초기 자기복제자가 RNA 같은 핵산 분자였다고 추정한다. ‘이기적 유전자’의 1~4장은 이 자기 복제자가 나타나고 살아남은 원리에 초점을 맞춘다. 생명체 출현 이전의 ‘원시 수프’ 환경엔 아미노산, 당, 지질, 뉴클레오타이드 같은 생체 분자가 존재했으며, 이 분자들이 자연의 화학적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복제자가 등장했을 것이다. 이런 ‘우연’한 과정은 수억~수십억 년에 이르는 진화의 시간을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도킨스가 자기복제자를 ‘이기적’이라고 말한 것은, 결과적으로 자기복제자가 자신을 최대한 복제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원시 수프의 제한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에서, 더 안정되고 정확하게 복제되는 자기복제자가 유리했을 것이고, 이 분자는 자신을 보호하고 복제 효율을 높이는 구조인 생존 기계를 갖춘다. 세포가 그 예다. 따라서 진화가 세포 같은 완전한 생명체에 선행한다. 이후 DNA 기반 유전자들이 보다 안정적인 유전 체계의 중심이 됐을 것이다.


    개체의 외형이나 행동과 같은 표현형에 자연선택이 작용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도킨스는 궁극적으로 세대를 거쳐 보존, 전달되는 근본 단위는 유전자라고 본다. 개체, 집단은 한 세대를 살고 사라질 뿐, 유전자처럼 정보 단위로서 복제돼 세대 간에 전달, 지속되지 않는다. 진화의 결과는 집단 내 유전자 빈도의 변화로 나타난다. 

     

    University College London Digital Collections(W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을 오랑우탄으로 풍자한 캐리커처 ‘존경받는 오랑우탄’. 다윈이 진화론과 자연선택의 원리를 밝힌 ‘종의 기원’을 출간한 직후인 1871년 3월 영국의 잡지 ‘호넷’에 실렸다.

     

    이기적 생존을 위한 이타적 전략

     

    이기적 유전자가 개체 간의 협력, 가족 간의 애정, 그리고 성 전략 같은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만드는 원리는 ‘이기적 유전자’의 5~10장에서 전개된다. 다윈의 자연선택에 따른 진화는 일반적으로 개체의 과잉 번식, 제한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 그리고 생존과 번식 성공율의 차이를 동반한다. 이 과정에서 개체들은 생존, 번식의 성공을 높이는 방향, 즉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희생’ ‘이타적 행동’ 같은 현상들도 관찰된다. 이 이타성은 개체 중심적 관점이 강했던 초기의 자연선택 원리가 설명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이 제시한 ‘포괄적합도’ 이론과 같은 유전자 중심 관점에선, 이런 이타적 행동도 자신의 유전적 복제 가능성을 높이는 유전자가 자연선택된 결과로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에 대한 부모의 헌신은, 부모와 유전적 관련성이 강한 자녀의 생존과 번식 성공을 높인다. 결국 부모와 자녀가 공유하는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될 가능성을 높인다. ‘해밀턴의 법칙’은 개체가 이런 식으로 유전적으로 가까운 친척의 번식을 도와서 자신의 유전자를 확산시키는 방식을 수학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또한 존 메이너드 스미스의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ESS)’ 개념은 자연선택 및 다른 개체들과의 상호작용이 이런 행동을 안정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음을 설명한다. 이 관점에선 암수 간의 성적 행동도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될 가능성을 높이는 진화적 전략으로서 형성, 유지됐다고 이해할 수 있다. 도킨스가 강조하는 관점은, 겉으로는 매우 다양하고 때로는 이타적으로 보이는 개체의 행동 기저에 유전자의 차등적 복제, 전달이란 자연선택 원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필로소픽, 유튜브 KBS 교향악단 캡처, 유튜브 MBN 캡처, Greg Salibian(W)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제안한 문화적 전달 단위인 ‘밈’은 인터넷과 결합해서 한국의 대중 문화로 자리잡았다. 겨울 한강의 고양이, 궁예의 관심법을 이용한 베르디 ‘레퀴엠’ 영상이 대표적인 예다.

     

    인간의 문화로, 확장된 표현형

     

    ‘이기적 유전자’의 11~13장은 유전자의 범주를 인간 문화까지 확장한다. 여기서 도킨스는 유전자 복제, 생존에 기여하도록 자연선택을 거쳐서 형성된 인간의 뇌가 ‘밈(meme)’이란 새 형태의 복제자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한다. 밈은 인간의 생각, 신념, 지식, 유행 같은 문화적 요소가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전달, 복제, 변형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도킨스가 제안한 개념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에서도 많이 쓰이는 개념이다. 유전자는 동물이란 생존 기계를 만들어 DNA로 전달되는 자신의 복제 가능성을 높였고, 동물의 일부인 뇌도 이 과정 속에서 진화했다. 그런데 고도로 발달한 인간의 뇌는 유전자는 물론, 밈이란 새 복제자의 전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유전자 복제 과정에서 진화한 뇌가 유전자와 다른 방식으로 복제되는 문화적 전달 단위인 밈까지 등장시킨 것이다.


    밈 개념은 복제와 선택이란 진화 원리가 생물학적 유전자뿐만 아니라 문화 현상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생물학적 유전자와는 별개로, 인간의 사고와 행동은 밈이란 문화 전달 체계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도킨스는 이런 밈의 영향 속에서, 인간이 이기적 자기 복제자, 즉 유전자의 지배에 어느 정도 ‘반항’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밈 이론은 유전자 이론만큼 경험적으로 확립됐다기보다는 설명적 모델로 이해된다.


    이 책의 마지막 장 ‘유전자의 긴 팔’은 ‘확장된 표현형’이란 개념을 소개한다. 확장된 표현형이란 유전자의 영향이 생명체의 신체 내부뿐만 아니라, 그 생명체가 만드는 구조, 환경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비버가 만드는 댐은 비버 행동의 결과이지만, 그 행동 자체도 유전자의 영향을 받은 표현형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즉, 유전자의 영향이 개체의 신체를 넘어 외부 환경, 생태계까지 확장된다. 도킨스는 1976년 ‘이기적 유전자’를 출간한 후, 1982년에 보다 학술적인 저서인 ‘확장된 표현형’을 써서 이 개념을 상세히 설명했다.

     

    유전적 경향성과 인간적 존엄성이 선택한 진화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생명의 본질에 대한 과학적 이해뿐 아니라, 인간이 어떤 존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도 제기한다.


    ‘이기적 유전자의 설계’란 자연선택으로 형성된, 생존·번식을 주로 증가시키는 경향성이다. 그러나 인간은 고도의 사고 능력으로 유전자가 형성한 이기성을 인식하고 교육, 이성 등을 활용해, 때로 직접적인 번식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 인간 신체는 유전자의 매개체로 볼 수 있지만, 정신은 유전자의 영향을 성찰하고 새로운 가치를 모색할 수 있다. 여기서 인간은 ‘존엄’이란 가치를 지향하는 존재다.


    또한 이 책이 미래의 과학자와 공학자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진화론의 초점을 새롭게 해석하고 진화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확장해 준다는 점이다. 도킨스는 오랫동안 다윈의 진화론이 주로 개체 단위에서 설명해온 자연선택을 유전자 단위로 재해석하고 그 의의를 밝힘으로써, 현대의 생명관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기적 유전자’는 과학의 발전이 지식의 축적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이론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도 이뤄진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고전이다. 

     

     

     편집자 주 
    서울대·KAIST·POSTECH이 추천한 도서 가운데 12권을, 매달 한 권씩 전문가와 함께 읽습니다. 과학자를 꿈꾸고, 세특·과제·교양을 고민하는 독자를 위한 과학 독서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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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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