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진지식하우스,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공학을 잃은 국가는 생각보다 위태롭다
브레이크넥
변호사의 나라 미국과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은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는가
댄 왕 지음│우진하 옮김│웅진지식하우스│424쪽│2만 2000원
“미국은 공학에 대한 열정을 잃었고, 중국은 사회 모든 분야에 공학을 적용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중국 기술·산업 전문가인 댄 왕의 신간 ‘브레이크넥’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이 책은 공학의 사회적, 역사적 역할을 예리하게 보여준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공교롭게도 현재 미국과 중국에서 공학의 위상이 너무나 달라서다. 이 두 나라는 공학이 결핍되거나 폭주할 때, 각각 어떤 상황이 닥치는지 극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은 미국과 중국, 변호사와 엔지니어 중 어느 한 쪽의 승리를 선언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공학 결핍의 심각성과 대책을 제안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미국 독자들을 대상으로 썼기 때문임을 감안해야 한다. 저자가 본 미국은 공학이 매우 필요한 국가다.
‘브레이크넥’은 선전의 폭스콘이 생산하는 아이폰과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로 대표되는 중국의 공학적 역량이 미국에 시사하는 바를 치밀하게 분석한다. 효율성을 앞세운 미국의 제조업 경시와 금융 서비스업 편중이 심화할수록 아이폰의 도시인 중국 선전의 제조업 역량이 급속히 고도화된 과정을 재구성한 부분에서, 미국과 중국의 산업 동향을 아우른 저자의 통찰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선전은 전기차, 배터리, 민간용 드론을 아우르는 전자 산업 클러스터가 됐다. 아이폰 생산을 계기로 선전의 소재, 부품 산업에 막대한 자금이 투자됐고, 중국은 이 산업 기반과 막강한 생산력을 무기로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을 선도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아이폰의 정밀한 제조 노하우를 익힌 대량의 노동력까지 더해졌다. 아이폰이 미국에겐 스티브 잡스의 창조적 발상이었다면, 중국에겐 민첩하고 무수한 노동자들의 지속적 생산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댄 왕은 7세에 부모와 자신의 고향인 중국 남부 윈난성을 떠나 캐나다와 미국에서 성장했고,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베이징, 상하이를 오가며 기술·산업 분석가로 활동 중이다. 공학의 관점에서 미국과 중국을 깊이 있게 살펴보기에 적합한 배경인 셈이다. 특히 저자가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친 시기 중국에 살면서 공학 국가의 비효율성을 경험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제로 코로나를 내세운 중국은 국민들도 개인이 아닌 제조업 원자재 같은 집단으로 통제했지만 국내의 코로나 종식에 실패했다. 저자는 중국의 해답이, 헌법과 법률로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며 예측 가능하게 보호하는 미국의 다양성에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미·중의 현재를 보여준 이 책의 공학적 사례들이 두 나라에 대한 저자의 최종 평가는 아니다. 오히려 그의 일관된 고민은 다수의 지속적인 행복과 인권을 위해 필요한, 공학과 법률의 조율이다.

김영사, GIB
“작품에는 주인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조연공’도 있다”는 요지의 말을 본 적이 있다. ‘감초 연기’의 조연 배우로 유명한 어느 배우의 인터뷰 기사였다. 김우재 중국 하얼빈공대 생명과학센터 교수의 ‘보통 과학자’는 그 조연공으로서의 과학자에 초점을 맞춘 교양 과학서다. 천재, 엘리트 과학자가 아닌 보통 과학자들이 협력하는 ‘모두를 위한 과학’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칼럼집으로도 읽힌다.
김 교수의 학문적 이력에서 ‘보통 과학자’란 이 책의 주제와 관점에 대한 그의 ‘당사자성’을 살펴볼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연세대와 POSTECH 대학원을 거쳐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로 초파리의 환경 적응을 신경회로의 관점에서 연구했다. 현재는 하얼빈공대에서 초파리와 꿀벌의 사회성 행동을 연구 중이다.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해외에서 연구자로 활동 중인 저자의 경험을 고려하면, 세계 과학계에서 보통 과학자의 영역이 축소되는 현상과 한국 과학계의 이와 유사한 맥락에 대한 문제의식이 교차하는 이 책의 접근이 보다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보통 과학자’는 최근에 활발한 ‘과학을 위한 과학(SOS·Science of Science)’의 여러 연구는 물론 사회학, 경제학 등의 사회과학 연구도 반영해, 과학계의 현실적 쟁점들을 살펴본다. 상위 10% 과학자가 전체 연구비의 50% 이상을 지원받는다고 분석한 사회학 연구와 연구 기관별 연구비 규모의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는 연구로부터, 연구실 규모가 비대해지면 영향력 있는 논문의 발표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2025년의 SOS 연구에 대한 통찰로 나아가는 식이다.
연구비 지원, 정규직 연구자 임용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논문 중심 평가 등의 구체적인 과제를 짚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부분도 ‘보통 과학자’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저자는 논문 중심 평가가 경력 초기의 과학자들을 지원에서 배제하는 구조에 주목하며, 특정 주제의 연구가 아닌 개별 연구자들에게 연구비를 직접 지원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은 앞으로도 과학이 서로의 전문성에 기댄 보통 과학자들의 협동 속에서 나아가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보여준다.

동아시아, GIB
지난 2월 2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월 6일 예정이었던 아르테미스 2호 발사를 3월로 연기한다고 발표했을 때, 이제는 발사가 임박했다는 실감이 났다. 처음 발표한 일정대로 성공한 우주 발사체가 드물기도 하거니와, 1972년 아폴로 17호 발사 이후 무려 54년 만의 달 유인 왕복비행 자체가 마치 과거도 현재도 아닌 듯 애매했던 탓이다. 발사 일정이 추가로 연기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인류가 다시 한번 달을 목적지로 삼아 비행할 시간은 머지않았다.
NASA의 발사 연기가 실은 결정적인 발사 신호라면, 이제 우주에서 농사짓는 법에 대한 한국 과학자의 대중 과학서가 나온 것은 어떤 신호일까. ‘기후 디스토피아’ ‘2039: 화성 일 년 살기’ 연재 등으로 과학동아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원예학자인 정대호 연암대 스마트원예계열 교수와 한국에서 스마트팜 연구를 선도해 온 손정익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명예교수가 쓴 신간 ‘우주 농업’은, 우리가 우주에서 ‘살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신호다. 우주에 ‘갈 방법’이 점점 가까워지는 지금이, 우리가 우주에 가서 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란 사실을 이 책은 납득시킨다.
‘우주 농업’의 저자들은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연구하며 축적한 통찰을, 가장 도전적인 공간인 우주에 적용한다. 이 책은 그동안 인류가 고도화시킨 농업 기술인 온실, 수경 재배부터 토지와 물 등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수직 농장과 유인 우주 비행의 기술적 토대인 생명지원시스템까지 우주 농업의 씨앗인 현재의 과학적, 기술적 성과를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한국어로 ‘먹고살다’가 붙여 쓰는 하나의 동사이듯, 인류가 우주에서 산다는 건 먹는다는 뜻도 된다. 게다가 우주에 머문 시간의 길이와는 별개로, 결국 지구로 돌아오는 기존의 우주 비행과 미래의 우주 정착은 먹는다는 의미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 책은 우주에서 계속 ‘먹고살려면’ 그 식량을 우주에서 생산, 공급해야 한다는 궁극적 목표를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