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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호출용에서부터 심지어 시험 부정행위에 까지 사용되고 있는 삐삐. 삐삐는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됐다. 이 문명의 이기를 좀 더 유용하게 만들 삐삐의 숨겨진 기능을 찾아보자.

무선 호출기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삐삐'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는 무선 호출기는 처음 등장할 무렵 급한 연락을 필요로 하는 개인 사업가나 영업사원, 기자 등이 주 사용자였으나 이제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조차 필수품으로 인식돼 가는 형편이다. 요즘엔 일정 그룹 구성원들 나름의 약어(略語)를 숫자로 정해 놓고 이를 이용해 의사를 전달하는 이른바 '삐삐언어'가 등장하는 등 삐삐를 통한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기도 한다.

3월 현재 가입자수 3백만명을 헤아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삐삐가 이처럼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비록 일방향 통신이긴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와 연락을 취하고 싶다는 내재된 인간의 욕구를 만족시켜준다는 데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역시 급속히 사용자가 늘고 있는 휴대폰은 말 그대로 '완벽한 쌍방 통신'을 가능케 하지만 비용면에서 아무나 접근하기엔 벽이 높아 그 공백을 삐삐가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삐삐 사용방법은 매우 단순하다. 012나 015처럼 정해진 코드를 누르고 상대편 번호를 누른 다음 신호음이 들리면 다시 내 전화번호를 눌러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그만이다. 말할 필요조차 없이 무선 호출기의 주 임무는 모든 사용자들이 현재 이용하고 있는 이 단순 호출기능에 있다. 하지만 제 2 사업자의 등장과 함께 불붙은 서비스 경쟁으로 요즘엔 사용자들이 익혀두면 편리한, 몰라서 못 쓰는 기능이 적지 않다.

무선 호출은 AM의 장거리 전파전달성과 FM의 직진 투과성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지만 전파는 이 두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지 못한다. 단지 송신 기지국의 적정한 운용에 따라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주파수를 찾아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1백60㎒대다. 그러나 주파수 특성이 아무리 좋아도 지하실과 같은 특수한 장소의 사각 지대가 생기기 마련.

이때 음성 사서함(VMS, voice mail service )기능은 가장 효과적인 서비스로 꼽을 만하다. 호출자가 전화를 이용해 무선 호출음성사서함에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녹음 저장해두면 호출 받은 가입자가 전화로 음성사서함과 연결해 메시지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가입자가 즉시 전화를 걸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경우 남겨진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유용하다. 한개의 음성 사서함에는 30초 길이의 메시지를 최대 10개까지 저장할 수 있으며 녹음된 메시지는 48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지워진다.

한국이동통신에서는 음성사서함 가입자가 상대방 음성 사서함에 전달 내용을 녹음한 후 일시를 지정해 송신하는 시간 지정 송신, 녹음된 내용을 동시에 여러 명의 음성사서함 가입자에게 송신하는 동시통보, 음성사서함 가입자가 상대방 음성사서함에 메시지를 보낸 후 상대방이 메시지를 들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메시지 전달 확인 등의 음성 사서함 부가 서비스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제 2 사업자인 나래텔은 무선호출기를 통해 음성 전달은 물론 팩시밀리 데이터 전송까지 알려주는 종합 사서함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팩스 사서함 서비스는 문서를 보내려는 사람이 나래텔 팩스 사서함(3653-015)으로 전화를 걸어 팩스를 보내면 접수와 동시에 가입자에게 삐삐를 통해 통보되고 가입자는 현재 받을 수 있는 팩시번호를 알려 문서를 전달받는 시스템이다.
 

6월부터는 전국에서 삐삐통화

이와 함께 가입자가 부재중이거나 외지에 있을 때 호출자에게 가입자가 호출가능 지역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부재 안내 서비스는 서비스권역의 제한을 극복하는 한 방법이다. 현재의 무선호출 서비스는 수도권을 포함, 전국을 9개의 서비스권역으로 분할해 각각의 지역권별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부재 안내 서비스의 사용 방법은 가입자 삐삐 번호를 누른 후 *66*을 입력해 부재중임을 등록하고 해제할 때는 #60*을 누른다.

가입자를 반복 호출하고 싶을 때 1분에서 1시간간격으로 1-5회까지 원하는 수만큼 반복해 호출하는 비서업무 서비스도 있다. 이 서비스는 가입자가 신호를 수신할 수 없는 지역을 지날 때도 계속 호출되기 때문에 수신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삐삐가 가진 일방향 통신의 한계와 서비스 지역의 제한은 오는 6월부터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무선호출 광역시스템이 가동 돼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호출이 가능해져 삐삐의 전국화가 이루어지기 때문.

일반적으로 무선호출 광역서비스는 광역화 방법과 서비스 지역 범위에 따라 전국권 서비스, 복수지역 서비스, 선택지역 서비스로 구별되는데 , 이번에 우선적으로 실시될 방식은 선택지역 서비스. 이 서비스는 가입자가 다른 지역권으로 이동할 때마다 일반 전화기를 통해 자신이 서비스 받을 지역이 변경됐음을 무선호출 교환기 시스템에 알려주면 이동지역에서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다른 사람에 의해 잘못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밀번호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등록해야 한다.

가입자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전화번호 표시와 함께 가입자를 호출할 수도 있다. 이를 예약호출서비스라 하는데, 지정한 시간에 호출음과 함께 약속한 숫자나 메시지를 표시하므로 약속을 지키는데 유용하다. 또 특정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을 한꺼번에 호출할 때 유용한 집단 호출서비스도 있다.

이외에도 오는 6월부터는 한글문자로 표시된 교통 증권 기상정보 등 생활정보나 한글메시지(완성형 코드)를 삐삐를 통해 받아 볼 수 있는 '무선 호출 한글 문자 서비스'가 곧 시범 운영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거는 사람의 위치나 전달사항 등을 명확하게 전할 수 있어 숫자 삐삐 약어는 불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용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일반전화를 이용해 이동통신의 오퍼레이터로 하여금 자신이 보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입력하거나 전달자가 직접 자신의 PC통신을 이용해 문자 메시지를 입력하는 방법이 있는데, 두번째 경우는 별도의 호출자용 메시지 입력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최근 나래텔에서 무선호출기를 자동차정합부에 장착해 수도권지역 어디서건 한번 호출로 자동차의 시동은 물론 에어컨이나 히터를 가동하는 서비스를 개발, 6월부터 본격 서비스에 들어간다.

한편 이같은 기능들은 모든 단말기와 지역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글문자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문자 메시지를 수신하기 위한 별도의 단말기가 필요한 등 교환기 시스템의 기종에 따라 되지 않는 기능도 있다. 한국 이동통신의 음성사서함, 메시지 송부, 부재안내, 동시 호출 등의 서비스는 서울과 부산지역에서만 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