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이 꺼지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다. 전등과 기술은 세상을 24시간 움직이게 만들었고, 야간노동은 일상화됐다. 하지만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건강의 토대다. 야간노동은 일주기 리듬을 교란해 심혈관·대사·정신 건강 위험을 높인다. 고정 야간노동에 생체시계가 완전히 적응하는 사람은 3% 미만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야간노동을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닌 공중보건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한다. 잠의 가치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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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세상에는 자본이 삶의 질이나 건강, 가족보다 우선순위에서 앞선다.” 메이어 크리거 미국 예일대 의대 교수이자 미국 수면의학 아카데미 회장은 저서 ‘최상의 잠’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등을 켜서 활동할 수 있게 되면서 인류의 밤잠은 줄어들었다. 또한 그 이후 기술의 발달은 세상을 24시간 동안 움직이게 만들었다. 크리거 교수는 “24시간 가동 체계를 도입하는 업종이 점점 늘어났고, 지금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 짚었다.
한국은 어떨까. 장태원 가톨릭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2023년 한국 교대 및 야간노동 실태와 규제 현황을 살폈다. doi: 10.35371/aoem.2023.35.e19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교대 노동은 순환 교대, 24시간 교대, 주·야 교대, 고정 야간노동 등의 형태가 있다. 이들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11.6~13.9%를 차지한다.
야간노동은 총 3개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김재광 노무법인 필 대표공인노무사가 2024년 12월 법률잡지 ‘노동법률’에 기고한 ‘야간노동, 계속 두고 볼 것인가?’에 따르면 첫째는 필수 공공서비스 유형이다. 전력, 상하수도, 통신, 의료, 치안, 소방, 국방 등으로 불가피한 야간노동 영역이다. 둘째는 기술적 필요 유형이다. 발전소나 제철소 등 설비 가동을 멈출 수 없거나, 사고 발생 시 사회적 안녕을 대단히 크게 위협할 수 있는 부문이다. 마지막은 이윤 및 편의 지향 유형이다. 이윤을 증대시키기 위해 24시간 생산 시설을 가동하는 영역이다. 제조, 물류, 배송 등이다. 김 노무사는 “이용자의 편의 증대를 앞세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야간노동을 가속하는 유형“이라며 “반드시 야간노동을 할 필요가 없지만, 제공자가 이용자의 편의란 개념 자체를 개발했거나, 이 편의가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도록 조장해 조성한 것”이라 짚었다. 오늘날 이윤과 편의를 추구하는 유형의 노동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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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나 제철소 같은 곳에서는 작업을 멈추기 힘들어 기술적으로 야간노동이 필요불가결하다. 야간노동이 점점 더 크게 문제가 되는 분야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이윤과 편의를 추구하는 경우다.
야간노동 괜찮은 사람은 3%에 불과하다
“수면은 건강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1월 30일 화상으로 만난 레베카 로빈슨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가 말했다. 로빈슨 교수는 브리검 여성병원에서 수면과학자로도 일하고 있다. 그는 야간노동이 일주기 리듬(생체 리듬)에 맞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주기 리듬은 약 24시간 주기에 따라 오르내리는 생물학적·행동적 리듬이다.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시교차상핵(SCN)이 조절한다. 수면은 이 리듬에 따라 작동하며, 리듬은 빛과 어둠에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어두우면 멜라토닌이 분비돼 졸리고, 밝은 햇빛은 우리 몸에 깨어 있어야 할 시간이라는 신호를 준다.
“낮에 암막 커튼을 치고 잘 자면 괜찮지 않을까요?” 기자의 질문에 로빈슨 교수는 “야간 노동자들이 퇴근길에 선글라스를 껴 ‘해가 지는 중’이라고 뇌를 착각하게 하고, 아주 두꺼운 암막 커튼으로 적절한 수면 환경을 만들고, 오후 늦게 일어난 뒤에는 청색광 스펙트럼의 자연광과 가장 유사한 인공 빛으로 몸을 깨우는 것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가족 관계나 친교 활동부터 공공 업무까지 대부분의 사람이 깨어 있는 시간에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야간 노동자들의 낮 수면이 질 좋은 숙면으로 이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고정적으로 야간노동에 생체 리듬이 완벽하게 적응하는 사람도 고작 3%에 불과하다. 사이먼 포카드 영국 스완지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2008년 멜라토닌 분비 리듬을 기준으로 고정 야간노동 적응 여부를 분석했다. doi: 10.1080/07420520802106835 연구에 따르면 고정 야간노동에 완전히 적응한 노동자는 3% 미만이었다. 상당한 수준으로 적응한 사람은 21.1% 미만이었다. 적응하지 못한 대부분은 생체 리듬이 교란되다 보니 집중력이 저하되고, 만성 피로를 겪으며, 사고 위험이 증가했다.
함께 연구를 살펴본 조성식 동아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3%의 경우도 “소위 말하는 ‘올빼미형’이었던 사람들의 취침 시간이 늦춰진 경우일 것”이라 설명했다. 사람마다 일주기 리듬이 모두 다른데, 원래 밤이 깊어도 남들보다 늦게 자던 사람 중 일부만이 야간노동에 적응할 뿐 일반적인 수면 리듬을 가진 사람들은 리듬과 맞지 않는 환경을 버티며 일하고 있는 것이다. 밤에 자지 않고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셈이다.

연합뉴스
2025년 11월 23일 전국택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과로사 없는 택배 만들기 시민대행진에 앞서 택배 노동자의 야간노동과 과로사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한밤에도 고강도의 장시간 노동을 한다
2020년 10월 쿠팡 대구칠곡물류센터에서 고 장덕준(사망 당시 27세) 씨가 야간노동을 하다 사망했다.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때로 택배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었다. 산업의 성장은 과로로 이어졌다. 1월 28일 서울 녹색병원에서 만난 임상혁 원장은 고 장 씨의 과로사 원인이 ‘고강도의 야간 고정 노동’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장 씨는 저녁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근무했으며, 해당 시간 동안 만보계에는 무려 5만 보가 찍혔다. 임 원장은 “유달리 한국에서만 장시간, 고강도의 야간노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월 2일 사무실에서 만난 김광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은 “쿠팡의 경우 특히 마감 시간 압박이 크다”고 말했다. 택배 표준약관에 따르면 배송될 물건이 입고된 뒤 고객이 물건을 받는 인수일이 48시간 이내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쿠팡의 경우 시간 단위로 배송이 요구된다.
“주간배송의 경우 밤 8시, 새벽배송의 경우 새벽 7시에 배송을 완료하지 못하면 담당 배송 구역을 회수 당합니다.” 쿠팡은 당일 배송 여부와 마감 시간 준수율, 프레시백 회수율 등을 평가해 기준에 못 미치면 배송 구역을 회수한다. 구역이 없어진다는 것은 일할 수 있는 터전이 사라진다는 것으로 곧 해고와 다름없다.
쿠팡 새벽배송에는 물류센터에 물건을 받으러 가는 세 번의 출고도 포함된다. 쿠팡은 현재 24시간을 기준으로 총 5회전 시스템을 돌리고 있다. 주간은 2회, 야간은 3회 출고를 진행한다. 새벽배송 노동자들은 저녁 8시 30분 경에 한 번, 자정에 한 번, 새벽 3시 30분 경 한 번 배송해야하는 물건이 배정된다. 때문에 김 위원장은 “3회전 배송 시스템을 포함한 출고 시스템과 프레시백 수거 강요 규정 등이 바꾼다면 배송 총량을 줄이지 않고도 노동 시간과 노동 강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025년 9월에 시작된 ‘택배 사회적대화기구’에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초심야시간’의 배송 제한 조치를 제안한 상황이다.

연합뉴스
밤은 깊었지만 업무는 끝나지 않았다. 서울 시내의 한 아파트에 정차된 택배 트럭 내 아직 배송되지 않은 물품이 쌓여 있다.
빨리 받아야 하는 물건과 천천히 받아도 되는 물건을 구분하는 요금 체계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노동자에게는 과로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차선의 선택지는 제도화된 휴식이다
야간노동 시간 제한은 이미 많은 나라가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EU 회원국은 야간 근로자의 정상 근무 시간이 24시간 기간 동안 평균 8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권고하며, 특수 위험이나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심한 야간 노동자는 24시간 중 어느 기간에서도 8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한국은 새벽배송을 제외한 야간노동 시간을 별도로 규제하지 않고 있다. 1월 23일에야 제6차 택배 사회적대회기구는 야간배송과 관련해 주 노동시간을 최대 46~50시간으로 제한하고, 일 노동시간을 최대 8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EU는 또한 “야간 및 교대 노동자가 노동에 앞서 무료로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검진은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규정했다. “미국 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간노동을 하는 곳 중) 수면·피로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장은 10%도 안 됐어요.” 로빈슨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설명했다.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10%의 사업장도 주로 고소득 노동자를 고용한 곳이었다. 때문에 로빈슨 교수는 야간노동에 “정책과 제도 차원의 개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연속적인 야간노동도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2020년, 덴마크 국립 작업 환경 연구센터는 워크숍을 개최했다. 오래 교대 근무 연구를 해왔던 15명의 전세계 연구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질병과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야간노동 권고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doi: 10.5271/sjweh.3920
국제 공동연구팀은 연속된 야간노동은 3일 이하로 제한해야 하며, 노동 시간은 9시간을 넘지 않아야 하며, 노동이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 데까지 11시간 이상의 휴식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 교수는 해당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정형 야간노동에도 연속된 노동 일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 새벽배송의 경우에는 노동자들이 자영업자 신분이며,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돈을 더 버는 구조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노동 일수만 규제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존할 방안도 함께 찾아야 합니다.”

김태희
1월 28일, 서울 녹색병원에서 만난 임상혁 원장은 “야간노동은 수면장애를 유발하고, 생체리듬을 파괴할뿐 아니라 소화기 질환과 심장질환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잠을 경시하던 사회는 바뀔 수 있을까
새벽배송 체계는 현재 한국에서 배송의 ‘뉴노멀(새 기준)’이 됐다. 심지어 정부는 쿠팡의 새벽배송 독과점 방지를 위해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규모 점포의 경우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심야영업을 제한하고 있는데, 해당 조항에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행위는 예외’라는 조항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월 8일 여당과 정부, 청와대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예외 조항이 신설되면 더 많은 노동자가 건강을 해치는 노동을 하게 된다. 공중보건 차원의 지원과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주은연 서울삼성병원 신경과 교수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사회 전체가 교대 노동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아야 하며 교대 노동자들이 합당한 경제적 보상을 받고, 체계적인 안전망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화는 규제 혹은 제도의 차원을 넘어서도 필요하다. “새벽배송은 더이상 노동자와 회사만이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임 원장은 새벽배송이 쏘아 올린 야간노동 문제에는 ‘소비자’들도 함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어떤 물건을 구매해도 새벽배송이 기본인 체계를 만들어뒀어요.” 김 위원장은 배송 기준을 밤샘 노동이 아닌, 주간 노동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늦게 오든 빨리 오든 소비자가 지불하는 택배 요금이 동일한 현재 체계가 바뀌는 방식을 제안했다. 늦게 받는 고객에게 택배 요금을 할인해 주는 식이다.
“소비자들이 어떤 방식의 택배를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현재 속도 경쟁에서 새벽배송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과로로 내몰고 있는 자기 착취적인 구조를 바꿀 수 있습니다.”
조 교수는 경쟁이 당연하고,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면의 가치를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은 청소년 시절부터 잠을 적게 자고 경쟁하는 게 당연한 사회예요. 사회적으로 건강 수준을 높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2025년 10월, 서울시의회는 고등학생들이 다니는 학원 교습 시간을 밤 10시에서 자정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발의했다. 수면의 중요성은 여전히 모두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다. 쿠팡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이제 모두의 손에 떨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