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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자유로운 소 베로니카, 도구를 쓰기로 결심하다

    Antonio J. Osuna Mascaró

     

    이 소의 이름은 베로니카다. 베로니카는 도구를 쓸 줄 안다. 2025년 여름, 오스트리아 빈 수의대 연구팀은 베로니카에게 긴 막대기가 달린 청소 솔을 줘 봤다. 베로니카는 막대기를 입에 물고 등과 배를 긁었다. 도구를 사용한다는 건 그 동물이 고등한 인지능력을 가졌다는 증거다. 평범해 보이는 가축이 특별한 능력을 가졌단 사실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연구를 이끈 안토니오 오수나-마스카로 연구원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축은 종종 정해진 목적을 위해 키우는 부품으로 여겨진다. 인간은 닭을 알과 고기를 얻는 데 쓰고, 돼지를 키워 고기를, 소를 키워 젖과 고기를 얻는다. 그래서 이들이 하나의 생물로서 가진 다채로운 면모는 쉽게 경시된다.


    그런데 2026년 1월 19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오스트리아 서부의 작은 마을 뇌치에서 사는 소 ‘베로니카’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베로니카는 농부 비트가르 비겔레 씨의 반려동물이다. 연구를 진행한 오스트리아 빈대 수의학과 연구팀은 베로니카에게 긴 막대기가 달린 청소 솔을 줬더니 베로니카가 거친 솔 부분으로는 등을 긁고, 반대편의 뭉툭한 막대기 부분으로는 피부가 여린 배를 긁었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하나의 도구를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은 베로니카 이전에는 인간과 침팬지에게서만 발견됐다. doi: 10.1016/j.cub.2025.11.059


    연구를 이끈 안토니오 오수나-마스카로 빈 수의대 연구원과 2월 2일 화상 인터뷰를 했다. 그는 “나는 원래 흰이마유황행무(Tanimbar corella)를 연구하고 있었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흰이마유황앵무는 긴 막대를 도구로 활용하는 새다.


    “이 새들은 인도네시아 타님바르 제도에서 살아요. 제 동료들은 그 지역에서 8년간 살면서 흰이마유황앵무를 연구하고 있죠. 베로니카의 사례를 접하고 나서, 세계에서 가장 외딴 섬들에 사는 이 이국적인 동물의 도구 사용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1만 년 이상 함께 살아온 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Antonio J. Osuna Mascaró

    베로니카와 그의 ‘반려 인간’ 비트가르 비겔레 씨가 오스트리아 서부의 뇌치에 펼쳐진 들판 위에 서 있다. 


     
    커피머신 버튼을 누를 때 당신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앨리스 아우슈베르크 교수는 오수나-마스카로 연구원이 속한 연구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2025년 도구를 이용하는 동물들에 대해 다루는 ‘동물의 발명정신(Der Erfindergeist der Tiere)’이란 책을 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이 아우슈베르크 교수에게 “내 반려동물이 도구를 사용한다”며 제보했다. 오수나-마스카로 연구원은 “이 제보 중 대부분은 고양이가 문손잡이를 밀어 문을 여는 것, 까마귀가 도로에 견과를 떨어뜨린 다음 지나가는 차가 견과류를 깨 주길 기다리는 것 같은 행동이었다”면서 “그건 엄밀히 말해 도구를 이용한 사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수나-마수카로 연구원은 “학술적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행위(flexible tooling)는, 동물이 무언가를 잡아서 자기 신체의 한계를 확장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효자손으로 등을 긁을 때 효자손은 팔의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그래서 우리가 쉽게 긁을 수 없었던 등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효자손을 쓸 때 우리는 도구를 사용한다.


    한편 커피머신의 버튼을 눌러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경우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본다. 커피머신은 몸의 연장선상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않기에 그렇다. 오수나-마스카로 연구원은 “이 경우는 ‘도구적 문제 해결(instrumental problem solving)’이라 한다”고 설명했다. 물체를 흥미로운 방법으로 사용해 원하는 결과를 얻는 행위다. 앞서 소개한 고양이나 까마귀의 행동이 여기 속한다.


    동물이 도구를 사용하는 행동을 살펴보면, 그 동물의 사고방식을 가늠할 수 있다. 오수나-마스카로 연구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을 통해 동물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도구는 인지능력을 비추는 일종의 창이에요. 도구를 사용하는 행위에서는 사고의 유연성과 그 동물이 이룬 혁신이 드러납니다. 우리는 이제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의 리스트에 소를 추가하게 됐습니다. 베로니카는 단지 도구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도구를 혁신적으로, 매우 유연하게 사용해요. 이건 베로니카가 매우 똑똑하다는 걸 말해주죠.”

     

    베로니카는 어떻게 긁었나

     

    베로니카는 긁을 부위에 따라 하나의 도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했다. 등을 긁을 때는 청소 솔의 솔 부분을 이용했다. 몸 아래쪽의 배와 유방 등을 긁을 때는 반대편 손잡이 끝을 이용했다. 연구팀은 베로니카가 몸을 긁은 부위와, 도구를 사용한 방식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베로니카 앞에 청소 솔을 총 70번 내려놓아봤다.
    그 결과를 분석했을 때, 신체 부위와 도구 사용 방식 사이에 통계적으로 매우 강한 연관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Antonio J. Osuna Mascaró, GIB


    베로니카가 전무후무한 ‘천재 소’였던 걸까

     

    베로니카는 올해로 13살이다. 소의 기대수명은 20년 정도다.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우는 육우는 보통 2~3년을 살고, 젖소는 4~6년 정도 산다. 드넓은 오스트리아의 초원에서 베로니카는 오래, 자유롭게 살았다. 좁은 우리에 갇혀, 보이는 물건이라고는 흙과 건초, 그리고 울타리밖에 없는 환경에서 사는 육우와는 사뭇 다른 환경이다.


    2025년 초, 아우슈베르크 교수에게 막대기를 이용해 등을 긁는 베로니카의 영상이 제보됐다. “앨리스는 즉시 저에게 그 영상을 보여줬고, 우리는 당장 베로니카를 만나러 가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그건 정말로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였거든요.” 오수나-마스카로 연구원이 회상하며 말했다.


    10년 전, 베로니카는 나무에서 떨어진 가지를 주워 자신을 긁기 시작하면서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기 시작했다. 누군가 베로니카를 훈련한 건 아니었다. 베로니카는 다양한 길이의 막대, 빗자루, 헝겊 등 많은 도구를 사용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오수나-마스카로 연구원은 “우리가 관찰한 기술은 베로니카가 일생 내내 많은 경험을 하고, 그걸 개선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베로니카가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청소 솔을 준비해 베로니카 앞에 내려놓았다. 이 도구에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쪽은 솔 부분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베로니카가 이 부분을 의미 있게 사용할 거라고 생각했다. 정확한 실험 결과를 위해 솔 부분을 왼쪽에 놓는 경우와, 오른쪽에 놓는 경우를 무작위로 섞어 진행했다. 오수나-마스카로 연구원은 “실험을 진행한 2025년 여름, 들판에는 쇠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베로니카는 쇠파리가 달라붙는 걸 무척 싫어해서, 계속 몸을 긁고 싶어 했어요. 실험하기 아주 쉬운 환경이었죠.” 베로니카는 가려운 몸을 긁기 위해 혓바닥을 이용해 바닥에 놓인 청소 솔을 들어 올렸다. 그다음 막대기 부분을 꽉 물고, 솔 부분을 이용해 몸의 뒤쪽을 긁었다. 연구팀의 예상대로였다. “실제로 베로니카는 손잡이 부분보다 솔 부분을 다섯 배 더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베로니카가 가끔 손잡이 부분도 사용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오수나-마스카로 연구원의 설명이다.


    베로니카는 솔 부분을 이용해 빗자루질하듯이 등을 긁었다. 그런데 피부가 더 여린 배가 가려울 때는 뭉툭한 막대기 부분으로 가려운 지점을 콕콕 찔렀다. 우리가 등을 긁을 때는 손톱을 세워 벅벅 긁는 반면, 얼굴이 가려울 때는 손톱 끝으로 찌르듯 긁는 모습과 닮았다. 연구팀은 베로니카의 행동 양상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베로니카가 우연히 이런 행동을 보인 게 아니라, 확실히 의도적으로 부위에 따라 한 도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이용했음을 입증했다.


    세상에 도구를 사용해 등을 긁는 소가 베로니카 하나뿐일까. 오수나-마스카로 연구원은 “우리는 베로니카가 ‘아인슈타인 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아직 학술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소셜미디어에는 소가 막대기로 등을 긁는 모습이 종종 소개된다. 특히나 주목할 부분은 막대기로 등을 긁는 소 중 일부는 인도에서 유래한 인도혹소(Bos indicus)라는 점이다. 베로니카는 서아시아 지역에서 유래해 지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 소(Bos taurus)다.


    오수나-마스카로 연구원은 이를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소와 인도혹소는 50만 년 이상 진화적으로 분리돼 있었어요. 그런데 둘 다 도구를 사용해요. 이건 두 집단의 공통 조상, 즉 야생 소 오록스가 이미 도구 사용 능력을 갖추고 있었을 가능성을 말해줘요. 그래서 베로니카의 행동은 소들의 본성 깊숙이 자리한 잠재 능력일 가능성이 커요. 기회가 있을 때만 표현되는 능력요.”

     

    iScience, AI 생성 이미지(Nano Banana)

    2025년 영국, 포르투갈, 모잠비크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야생 침팬지가 흰개미 낚시를 위해 사용하는 식물 재료의 기계적 특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침팬지는 흰개미 굴을 부수는 딱딱한 식물() 대신 구멍을 따라 휘는 유연한 식물()을 선호했다. 이는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할 때 그 도구의 물리적 특성을 보고 기능을 예측할 줄 안다는 의미다. doi: 10.1016/j.isci.2025.112158

     

    Stephanie King

    호주 서해안에 사는 병코돌고래들은 바다 밑바닥에서 먹이를 찾을 때 해면 조각을 코에 끼운다. 틈새에 있는 작은 물고기를 찾아 먹기 위함이다. 

     

    인간은 조금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영국 출신의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 박사는 1960년대 초,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학계에 발표했다. 당시 학계에선 인간을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로 정의하고 있었다. 구달 박사의 발견은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경계를 무너뜨린 대사건이었다. 구달 박사의 멘토였던 영국의 고인류학자 루이스 리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도구를 재정의하거나, 인간을 재정의하거나, 아니면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2026년 지금, 우리는 땅 위에 사는 침팬지와 소도, 하늘을 나는 흰이마유황앵무도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안다. 바닷속에도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 있다. 병코돌고래는 코에 해면을 꿰고 바다 밑바닥을 부드럽게 쓸어가며 바위와 조개껍데기 사이에 숨어있는 물고기를 찾는다. 더더욱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하는 특별한 동물’이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 한 가지 도구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줄 안다는 점도 원래는 인간과 침팬지만 공유하던 모습이었지만, 베로니카의 등장 덕에 이제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도구를 사용하는 위대한 동물’로서 인간의 설 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 베로니카가 막대기로 등을 긁고, 병코돌고래가 해면을 물고 다니며, 침팬지가 막대기로 흰개미를 잡아먹는 모습이 단순해 보이는가?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진화’에는 브라질 세라 다 카피바라 국립공원에서 사는 야생 카푸친 원숭이가 지금으로부터 2400~3000년 전부터 석기 도구를 활용해 왔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카푸친 원숭이는 주로 자연에서 얻은 돌을 그대로 활용하지만, 간혹 돌을 서로 맞부딪혀 생긴 날카로운 조각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제 인간을 ‘스스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동물’로도 정의하기 어려워졌다. doi: 10.1038/s41559-019-0904-4


    “우리는 겸손해질 필요가 있어요. 우리가 모르는 동물의 능력이 아직도 많이 있습니다. 베로니카의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기쁩니다. 저는 더 많은 베로니카를 찾고 싶어요. 앞으로는 그간 저평가됐던 가축인 말, 염소, 소, 양 등 동물의 능력을 더 연구하고자 합니다. 한국에도 제2, 제3의 베로니카가 얼마든지 있을 거예요. 만약 그런 동물을 발견한다면 꼭 제게 연락해 주세요.”


    인간이여 고개를 숙여라. 콧대를 높이기만 했을 때는 보지 못했던 동물의 다채로운 능력을 그때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으리라. 오스트리아의 초원에서 느긋하게 등을 벅벅 긁는 베로니카의 이야기는 지금 세계 곳곳에 퍼져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다. 언젠가 당신의 주변에서도 베로니카와 같은 발명가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만약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을 찾았다면 Antonio.OsunaMascaro@vetmeduni.ac.at으로 제보하면 된다. 앞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의 목록에 또 어떤 동물이 추가돼 우리를 놀라게 할까. 오수나-마스카로 연구원의 다음 논문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 

     

    Current Opinion in Behavioral Sciences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카푸친 원숭이는 견과류나 딱딱한 나뭇가지 등을 으깰 때 석기를 사용한다.
    카푸친 원숭이는 돌을 서로 부딪쳐 가며 한쪽 면이 날카로운 석기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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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김소연
    • 디자인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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