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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새책] 과학동아 에디터와 함께 읽는 이달의 책

    ▲현암사, 이형룡, GIB, Nano Banana

     

    병원에서 다시 만난 낯익은 과학들

    병원에 간 과학자
    김병민 지음│현암사│360쪽│2만 3000원

     

     

    투병이란 누구에게나 극적인 경험이다. 의사들조차 자신이나 배우자, 가족의 지난한 투병 경험을 인상적인 책으로 쓴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비춰봐도 그렇다. 자신의 진료 경험에서 얻은, 인간에 대한 남다른 통찰을 나눠준 의사이자 신경학자인 올리버 색스가 안구 흑색종이 발병해 실명, 죽음에 이르는 동안 쓴 책들이 우선 떠오른다. 명철한 과학자였던 아버지의 알츠하이머 투병과 자신의 간병 경험을 회고한 샌디프 자우하르의 ‘내가 알던 사람’도 의사가 쓴 투병 에세이 중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런 책을 쓴 의사들은 자신이 이전까지 인식하지 않았던 현대 의학과 의료시설의 한계, 혹은 사각지대를 직면한 경험을 고백하곤 한다. 자신이 진료했던 환자들에 대한 ‘지연된’ 역지사지도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과학자의 투병 경험은 현대 의학과 병원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병원에 간 과학자’는 화학공학자이자 컴퓨터공학자로서 다양한 화학 대중서를 쓴 김병민 한림대 반도체·디스플레이스쿨 겸임 교수의 신간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23년 12월의 암 진단과 함께 그에게 시작된, 병원의 시간과 과학의 공간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그는 자신이 아는 현대 물리학과 화학이 그동안 어떤 과정을 거쳤고, 지금 자신이 있는 병원에선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게 됐는지 차근차근 살펴본다. 이렇게 과학자의 투병은 병원에서 활약하는 다양한 과학과 재회하는 계기도 된다. 병원 곳곳에서 일하는 저자의 오랜 친구들처럼 말이다.


    ‘병원에 간 과학자’는 세 가지 개념에 집중한다. 질병을 진단하는 빛, 고통과 의식을 제어하는 진통·마취, 생명의 해답이자 난제인 산소다. 칼을 대지 않은 몸 속을 최초로 보여준 빌헬름 뢴트겐의 X선에서 비롯된 빛과 시각의 물리학은 현대 의학의 진단 능력이 어떻게 비약적으로 발전했는지, 진단 행위가 왜 중요한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저자는 암 수술과 회복 과정에서 확인한 진통·마취의 역할을 생생하게 서술하고, 이 경험을 토대로 뇌 속 의식의 본질까지 과학적 시선으로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산소는 암을 겪은 저자가 질병과 노화란 문제를 인체와 세포의 작동 원리로서 바라보도록 돕는다.


    예기치 않은 투병 속에서도 현대 의학의 핵심에 놓인 과학적 요소들을 통찰하고, 이를 중심으로 자신의 치료 경험을 재구성한 점에서 ‘병원에 간 과학자’는 과학자여서 가능한 기록이다. 투병이나 간병을 경험하는 의사들이 의학의 낯선 측면을 처음 보는 때가 있다면, 같은 상황에서 과학자는 과학의 낯익은 역할을 다시 만나기도 한다. 이 책은 의학을 바꾼 과학이, 의학을 바꿀 과학보다 놀랍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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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라헌 에디터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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