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현상이 어린이 설사병 증가와 관련있다는 주장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미국 존스홉킨스 공중보건대학의 과학자들은 페루의 리마에서 어린이 5만7천3백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를 통해 1993년과 1997년 사이의 설사병 증가가 지구 기온의 상승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현지 병원에 설사병 치료를 받으러 오는 어린이 환자수가 8%씩 증가했다. 이 발견은 1997-98년 엘니뇨가 심했던 시절의 조사 결과와 유사하다. 당시 적도 지역 태평양 바다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리마 지역의 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4℃나 높아졌다. 이때 설사병 치료를 위해 매일 병원에 온 어린이 환자수는 엘니뇨가 발생하지 않은 해의 2배에 달했다.
연구를 주도한 윌리엄 체클리 박사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이번 연구는 지구 온난화가 설사병을 일으키는 병균이 더욱 기승을 부리도록 영향을 준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병은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많이 발생해 매년 5세 미만의 어린이 3백만명을 사망시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문가들은 이 연구를 통해 보다 효과적인 어린이 설사병 예방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