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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미용의 문제일까, 질병일까 | 탈모의 과학

▲GIB, 박주현, Nano Banana

 

2025년 12월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받던 이재명 대통령의 입에서 “탈모는 생존 문제”란 발언이 나왔다.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이후, 탈모를 둘러싼 근본적인 질문들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르며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탈모는 미용의 문제일까, 질병일까. ‘미니 장기’ 모낭을 둘러싼 탈모의 과학을 살펴봤다.

 

▲동아DB
2025년 12월 16일, 국정운영 라이브 현장에서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를 받던 이재명 대통령은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탈모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찬반 여론이 온라인을 가득 채웠고, 그 불씨는 지금껏 남아있다.

 

“탈모는 생존 문제입니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탈모’와 ‘생존’이라는 단어는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1000만 탈모 인구의 환호와 함께, 의료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당시 업무보고를 맡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탈모도 병의 일부 아니냐”는 이 대통령의 물음에 “생명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아니라고 봐서 급여하지 않고 있다”며 “다른 미용 목적의 치료도 급여하지 않는 중”이라고 답했다. 또 “의학적인 이유로 생기는 원형 탈모 등은 치료를 지원하지만, 유전성 탈모는 의학적 치료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탈모를 둘러싼 쟁점은 명확했다. 탈모를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인지, 아니면 질병의 일환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갈림길이다. “유전성 탈모는 건보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정 장관의 말처럼 현행 건강보험 기준에서는 원형 탈모, 휴지기 탈모 등 ‘의학적 원인’이 명확한 급성 탈모에만 급여를 적용한다. 이 경우 환자는 치료비의 20~60%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받는다. 반면 남성형 탈모, 여성형 탈모 등 ‘유전성 탈모’는 비급여에 해당한다. 즉, 치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한다.


이런 와중 탈모 인구는 해마다 늘고 있다. 한국의 경우 5명 중 1명은 탈모를 앓을 정도로 흔하다. 스트레스, 불균형한 식습관, 수면 부족 등으로 탈모 인구가 증가하면서 세계적으로도 10억 명을 돌파한 것으로 파악된다. 탈모를 연구하는 학자와 의료인 등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실제로 탈모를 현대인의 질병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노화성 탈모 vs 유전성 탈모, 시작부터 다르다
▲박주현, Shutterstock, Nano Banana
모발은 두피 속 모유두세포가 성장을 유도하며 자란다. 건강한 모발은 4~6년에 이르는 성장기를 유지하며, 모낭의 탄력과 모발의 굵기가 충분하다. 
노화성 탈모는 노화로 모유두세포의 기능이 약화돼 발생한다. 모발의 성장기가 1~4년 사이로 감퇴하고, 모낭이 수축되고 모발이 가늘어지면서 색이 빠진다.
이에 반해 유전성 탈모는 모유두세포가 선천적으로 남성호르몬을 과도하게 수용하면서 모낭의 경직을 일으켜 탈모를 발생시킨다.
모발 성장기는 1년 미만으로 급격히 줄어들며, 딱딱해진 모낭 때문에 한번 빠진 머리카락은 다시 자라지 않는다.

모낭은 평생 재생되는 ‘미니 장기’

 

 

이런 인식이 어디까지 근거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1월 5일 인천에 위치한 탈모치료제 기업 에피바이오텍을 찾았다. 성종혁 에피바이오텍 대표는 “모낭은 단순히 털이 나는 곳이 아니”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탈모 연구에 20년을 바친 의학자로, 연세대 약학과 줄기세포연구실 교수로 재직하며 세포치료제와 재생의료에 몰두하던 중 2016년 탈모치료제 전문 회사를 설립했다.


성 대표는 모낭을 “20여 종의 세포로 구성된 작은 장기”라고 짚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모낭은 스스로 성장과 휴식을 반복하고, 혈관·신경·면역세포와 연결돼 있어요. 즉, 외부 자극과 호르몬 신호에 반응하는 기능을 가진 작은 장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탈모를 ‘털이 빠지는 문제’로만 생각하지만, 의학적으로는 모낭이 병든 장기처럼 기능을 잃어가는 과정입니다.” 성 대표는 부연했다. 


모낭은 짧으면 4년, 길면 6년의 성장기를 지낸 뒤, 2주 정도 퇴행기와 3~4개월의 휴지기를 거쳐 다시 성장기로 돌아가는 주기를 평생 반복한다. 성장기에는 모낭에서 털이 자라고, 퇴행기에는 성장을 멈춘다. 휴지기에 들어서면 머리카락이 빠지고 다시 성장기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인체에서 이런 재생 주기를 지닌 기관은 모낭이 유일하다. 


다만 모낭도 노화한다. 나이가 들면 우리 몸 전반에서 세포 분열 속도가 감소하고, 조직 재생 능력이 둔화되는 떨어지는 것처럼, 모낭의 자연적인 재생 주기도 점차 기능을 상실한다. 머리카락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전체적으로 숱이 서서히 감소한다. 이런 노화성 탈모는 모발의 성장기가 기존 4~6년에서 1~3년 정도로 서서히 감소한다. 반면 유전성 탈모는 의학적으로 모낭의 성장기가 급격히 줄어든 상태를 말한다. 성 대표는 둘을 분자 단위에서 구분했다.


“노화는 신체의 전반적인 기능이 나빠지며 전방위로 발생하는 자연스런 현상인데 반해, 유전성 탈모는 분자 수준에서부터 호르몬이 다르게 작용합니다.” 유전성 탈모는 나이에 관계 없이 애초에 모낭에 기능적인 이상이 있다는 설명이다. 유전성 탈모를 지닌 사람은 모발 재생을 유도하는 ‘모유두세포’가 남성호르몬을 과도하게 수용하면서 모낭이 딱딱해지고, 이러한 이유로 모발의 성장기가 1년에서 6개월까지 급감한다. 성 대표는 이러한 기준으로 유전성 탈모 역시 “임상적, 과학적, 병리학적인 측면에서 엄연한 질병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유전성 탈모는 모낭의 남성호르몬 수용체가 호르몬 신호에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모낭이 점점 작아지고 두피 미세환경이 경직(섬유화)돼요. 그럼 염증 반응이 누적되면서 성장 신호가 약해지는 조직 기능 저하가 만성적으로 일어나죠. 이는 전형적인 질병의 모습입니다.”


그는 여타 성인병처럼 탈모에도 골든타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이나 당뇨를 방치하면 치료 불가능한 수준으로 악화하는 것처럼, 탈모도 질병이기에 방치하면 만성적으로 모낭이 파괴돼요. 모발이 완전 탈락되기 전에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하죠. 이 때문에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탈모에 관한 관심을 특히나 더 가져야 해요. 급성을 넘어 만성 질환이 되기 전에 치료와 관리를 받아야 훨씬 더 효과가 좋기 때문이죠.”

 

다종다색, 탈모의 원인
▲박주현, Nano Banana
의학계는 탈모를 원인에 따라 분류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 탈모’, 두피와 모낭의 염증으로 발생한 ‘염증성 탈모’, 모유두세포의 남성호르몬 과다 수용으로 인한 ‘유전성 탈모’, 나이듦에 따라 머리털이 빠지는 ‘노화성 탈모’ 등이다. 국내에서는 스트레스성 급성 탈모와 염증성 탈모에 한정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사회적 안녕’과 ‘개인의 미용’ 사이에 낀 탈모

 

 

탈모를 질병으로 보는 또 다른 의학적 관점은 탈모 치료를 전담하는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에게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e메일 인터뷰를 통해 탈모가 ‘증상’이자 ‘질병’인 양면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의학적으로 원형 탈모나 흉터성 탈모는 명확한 질병입니다. 반면, 남성형 탈모(남성호르몬 수용체 과발현)는 유전과 노화에 따른 ‘형질의 발현(증상)’으로 보기도 합니다. 현대 의학에서는 남성형 탈모를 막지 않으면 악화되는 진행성 만성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성 질환이란 정확히 어떤 것일까. 김 교수는 네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①3개월 이상 지속되고, ②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③완치보다는 평생 관리가 필요하고, ④삶의 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상태다. 그는 “탈모가 이 기준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짚으면서, 최근 탈모를 질병으로 보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전적 요인이 없고 남성호르몬 영향이 없는 경우 남성형 탈모나 여성형 탈모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죠.”


김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건강에 대한 정의를 근거로 탈모를 질병으로 재정의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피부는 겉으로 ‘드러나는 장기’입니다. 사회적 관계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죠. 탈모로 인한 대인기피, 우울증은 임상 현장에서 매우 빈번해요. 단순히 멋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저해한다면, 이는 WHO가 말하는 건강의 정의가 깨진 상태이므로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질환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러나 탈모를 질병으로 인정한다 해도, 또 다른 질문이 남는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다. 단순히 ‘탈모는 질병이니 급여화한다’는 식의 접근은 또 다른 불공정을 낳아 풍선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질문이 “가장 난해한 부분”이라고 공감했다.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서도 모든 질병이 급여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암 치료조차 3기, 4기 말기 암 환자에게는 일부 항암제가 급여 적용되지 않는다. 생존율이 낮고 치료 효과가 불확실한 경우, 수천만 원에 달하는 신약 비용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관건은 자원, 즉 한정된 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다.


이에 김 교수는 피부과 삶의 질 척도(DLQI·Dermatology Life Quality Index)를 도입해 탈모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입증된 경우를 선별하는 접근을 제안했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고도비만으로 인한 여러 성인질환이나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 비만에 보험치료를 적용하려는 노력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재정 여건상 고도비만이나 여드름과 같은 미용 질환까지 전부 의료보험화 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중증도를 구분해 일부 보험 적용을 시도하는 건 국민건강 수호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삶의 질 척도에 기반한 ‘기능적 손상’과 ‘정신 병리적 심각성’을 기준으로 삼아야겠죠.”


김 교수는 국제적 맥락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방향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현재 해외 주요국은 남성호르몬에 의한 탈모를 미용의 문제로 간주해 비급여로 둡니다. 한국 정부가 이를 전면 급여화한다면 포퓰리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요. 다만, 사회적 재활 관점에서 선별적 급여화 모델을 만든다면, 삶의 질을 중시하는 선진 의료 복지의 새로운 모델(테스트베드)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

 

탈모, 20~30대 때 시작된다
국내 최대 탈모 커뮤니티 ‘대다모’에서 2025년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탈모 시작 연령은 20대와 30대가 73%로 과반을 차지했다. 탈모인들은 탈모 치료에 관해 “비용이 가장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높아지는 '미의 기준', 탈모를 질병으로

 

이렇듯 탈모에 질병적 면모가 뚜렷함에도 해외 주요국들이 탈모를 비급여로 두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용과 질병 사이를 딱 잘라 선을 긋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는 탈모 치료를 미용 문제로 분류하며 원칙적으로 급여를 제공하지 않는다. 미국 대부분의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원형 탈모처럼 자가면역질환이 원인인 경우는 예외적으로 인정한다.


일본은 2016년 전립선비대증과 남성형 탈모 치료 양 방향으로 쓰이는 치료제 두타스테리드를 승인했지만, 건강보험 급여 대상은 전립선비대증 환자에 한정한다. 탈모 치료 목적으로는 여전히 전액 환자 부담이다. 한국도 2009년 세계 최초로 두타스테리드의 탈모제 적용을 승인했지만, 역시 비급여다.


주목할 만한 점은 비급여 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 경쟁이다. 한국에서 탈모 치료제 가격은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같은 약이 어느 병원에서는 한 달분에 56만 원, 다른 병원에서는 23만 원에 처방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일명 ‘탈모 성지’로 불리는 저렴한 약국 정보가 공유된다. 만약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면 환자 본인부담금은 피나스테리드 기준 월 1만 6000원, 두타스테리드는 7000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탈모를 질병으로 인정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과연 해방일까, 아니면 더 높은 미용 기준의 강요일까. 헤더 위도우스 영국 버밍엄대 철학과 교수에게 서면으로 위 질문을 던지자 “탈모와 미용, 그리고 건강 개념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완벽한 나(Perfect Me)’라는 책을 통해 세계적인 미용 기준이 어떻게 ‘정상(normality)’의 개념을 재정의하고 있는지 분석한 미용 윤리학 분야의 권위자다.


“외모와 건강의 경계는 정말 흐릿해지고 있어요. 건강한 기능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많은 시술들이 종종 ‘정상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위도우스 교수는 일상적인 로션 바르기부터 치아 교정과 미백, 성형수술까지 예로 들었다. “인류 역사상 우리는 처음으로 미용적 이상(beauty ideal)을 갖게 됐어요. 오직 이상적인 미용만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지죠. 과거에는 치장과 미용 행위였던 피부 보습이나 치아 교정, 미백, 성형수술 등이 어느새 건강과 위생 행위로 바뀌었습니다.”


미용적 이상이 이처럼 바뀌어 가는 맥락에서 위도우스 교수는 유전적 탈모를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정의하는 것이 개인에게 득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미용 기준을 더욱 강화하며 사회적으론 실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탈모 치료를 받고 있어서 탈모가 비정상으로 여겨지고 차별 받는다면, 탈모를 질병으로 정의하는 건 치료받을 방도가 없는 사람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되겠죠. 그럼 이들에 대한 외모지상주의적 차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사람이 시술에 참여하면서 미의 기준이 덩달아 올라갑니다. 전반적으로 이상적인 미용을 위해 더 많은 개입이 필요해지면서, 모든 사람에게 보다 더 까다로운 외모 기대치를 초래할 수도 있고요.” 


즉, 광범위한 탈모 보험을 허용하면 미에 대한 기준이 상승할 것이란 우려다. “미적으로 정상이 되기 위해 기대되고 요구되는 기준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지금도 계속 상승하고 있어요. 이는 분명 건강에 관한 게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노화 징후가 점점 더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심지어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겨질지도 몰라요. 탈모, 주름, 처진 살, 지방, 치아 등이 모두 그렇습니다. 점차 모든 사람이 충분히 좋거나, 정상적이거나, 받아들일 만한 인간으로 여겨지기 위해서 추가적인 치료와 시술을 하게 될 거예요.”


그의 지적대로, 탈모를 질병으로 인정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데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다. 치료 접근성을 높여 차별을 줄일 수 있지만, 동시에 미에 대한 기준을 더 높이 올려 모두에게 부담을 지울 수도 있는 탓이다. 그렇다면 탈모는 여전히 질병 아닌 미용의 영역으로 봐야 할까. 의료계는 이 고민에 대해 의학적 가치로 답했다.

 

▲Shutterstock
탈모 치료는 재생의학이라는 새로운 의학 연구의 문을 열고 있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모낭을 재생시킬 수 있는 기술은 곧 피부, 신경, 나아가 다른 장기의 재생으로 확장될 수 있는 재생의학의 열쇠”라며 탈모 치료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탈모는 ‘재생의학’의 열쇠

 

탈모 정복은 단순히 머리카락을 심는 것을 넘어, 인간의 노화를 되돌리는 항노화(Anti-aging) 의학의 출발선이 되고 있다. 김 교수는 “과거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데 주력했다면, 지금은 빠진 모발을 다시 나게(Regeneration) 하는 데 집중한다”고 전했다.


최근 탈모 연구는 그의 말처럼 재생의학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모낭 줄기세포 활성화를 위한 신호 전달 체계 조절 연구, 노화로 인해 잠겨버린 발모 관련 유전자의 스위치를 다시 켜는 후성유전학 연구, 중증 원형 탈모 치료에 혁명을 일으킨 면역 조절제, 세포 간 신호 전달 물질을 이용한 모낭 환경 개선 연구 등이 다방면으로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모낭은 인체에서 평생 성장-퇴화-휴지-재성장의 주기를 반복하는 재생성 미니 장기”라며 “모낭을 재생시킬 수 있는 기술은 곧 피부, 신경, 나아가 다른 장기의 재생으로 확장될 수 있는 재생의학의 열쇠”라고 말했다.


실제로 재생의학적 탈모 연구는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2025년 4월 호주, 싱가포르, 중국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모발의 재성장과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낭 줄기세포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보호단백질 ‘MCL-1’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밝혔다. doi: s41467-025-58150-5 이 MCL-1이 없으면 모낭 줄기세포는 스트레스를 받아 죽으며, 이는 모발의 성장을 막아 탈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탈모와 질병, 그리고 재생의학. 언뜻 보기엔 관련 없어 보이는 세 단어가 점차 상관성을 키워가고 있다. 1000만 탈모 시대에 탈모 정복은 단순히 머리카락을 되찾는 것을 넘어 인간의 노화를 되돌리는 항노화 의학의 시발점이 되려 한다. 성 대표가 이끄는 에피바이오텍 또한 재생의학적 관점으로 접근한다. 모낭 세포 속 탈모 유전자를 분석해, 각자 특성에 맞는 재생 치료를 목표한다. 


성 대표는 마지막으로 재생의학적 관점에서 본 탈모 치료 시장의 전망을 언급했다. “현재 탈모약 수요는 많은데 지금은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약 위주로 나와 있어서 시장이 그리 크진 않아요. 서양에서는 탈모에 대해 동양보다 훨씬 관대해서 연구도 오래 되지 않았고요. 탈모가 질환으로 인식되고 본격적으로 연구된 게 10년 정도밖에 안 됐거든요.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탈모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어요. 탈모 연구는 미래 한국 재생의과학 기술을 이끌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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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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