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어린왕자의 우주일기는 12월호로 연재를 마칩니다. 원고를 써주신 이석영 교수님과 독자들의 사랑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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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로 성공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소양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는 흥미와 열정이다. 똑똑한 사람이 열심히 하는 사람 못 따라가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재미있어 하는 사람을 못 따라간다고 한다. 자연을 궁금해 하고, 탐구하는 게 재밌다는데 그런 사람을 어떻게 당하나.
수학 물리를 배우지 않으면 천문학은 없다
또 중요한 것이 연구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는 것이다. 서울시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라도 지휘대를 내려가 직접 팀파니를 치거나 플롯을 분다면 그렇게 멋진 소리를 낼 수는 없다. 악성 베토벤이 환생을 하더라도 갑자기 우리 앞에서 정경화처럼 바이올린을 켤 순 없다. 어떤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훈련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과정이 과학자가 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예를 들어 천문학자가 되기 위한 훈련의 기본은 수학과 물리다. 대학에 들어와 천문학을 전공하게 되면 1, 2학년 내내 수학과 물리만 배우게 된다. 3학년이 되어서도 천문학보다 물리과목이 더 많다. 실제로 천문학을 전공하는 많은 학생들이 물리를 함께 전공한다. 학생들이 훈련과정이 지겨워서 열받다가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1학년 때 한 과목, 2학년 때 한 과목 정도 ‘맛배기 천문학’을 가르치긴 하지만, 아직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고도의 물리현상인 천문학을 가르치는 것은 시작부터 어
불성설이다.
내 책을 읽은 고등학생들로부터 종종 문의 메일을 받는다. “저는 과학을 좋아하진 않는데 천문학은 정말 좋아요. 좋은 천문학자가 될 수 있을까요?” 참 대답하기 어렵다. 사실 나도 초·중·고 과정 중에 수학이나 과학에 특별한 흥미가 있진 않았고 탁월한 재주가 있지도 않았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특별한 학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루는 친구가 “넌 도대체 왜 공부를 잘 하는지 모르겠어”라고 진지하게 말해서 날 정말 웃긴 적이 있다. 머리가 좋은 것 같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뭐 그런 말이렸다. 글쎄, 난 천문학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래서 훈련과정이라고 되어있는 수학과 물리 과목들을 견뎌 나간 것이다. 훈련이 재밌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하.
그 고등학생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훈련은 충실히 받아야 한다. 훈련 때 잘하는 사람만이 실전에서도 잘 한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열정’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악보를 보지 않고 훈련 없이도 우연히 그런 곡을 연주하게 될 확률은 로또를 백만 번 연속해서 당첨 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학창시절 수학과 과학에 대한 훈련을 최대한 성실히 받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프로 천문학자가 될 자격이 있다.
건물 한 층이 1m?
좋은 과학자들은 연구를 어떻게 정의하고 수행하여 마무리 지을지 잘 안다. 중요한 것은 연구수행능력이다. 내가 미국 예일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14층짜리 건물의 높이를 각도기 하나만으로 재는 숙제를 내 준 적이 있다. 복잡한 삼각함수를 이용한 미적분 문제는 쓱쓱 풀어내는 학생들이 이렇게 간단한 문제에 기상천외하게 답하는 경우가 있었다. 17m, 20m, 등. 그럼 한 층에 1m씩 밖에 안 된다는 말인가. 그 안에서 일하는 연구자들은 하루종일 꾸부정하게 앉아서 일하는가. 이런저런 이유로 계산이야 누구나 틀릴 수 있지만,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답을 적어 낼 수가 있느냐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실험과 검증이 중요한 과학계에 부적합하다.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책을 마련하여 실행한 후, 프로젝트를 깔끔하고 정확하게 마무리 짓는 능력이 화룡점정이다.
학문에 대한 열정도 있고, 충분한 훈련도 받고, 연구수행능력도 갖춘 사람은 또 무엇이 필요할까. 옛날같이 몇날 며칠을 은둔하며 골똘히 탐구하다가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경우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소통’이 새로운 화두다. 일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연구자들의 의사소통은 공동연구가 점점 중요해지는 현대과학의 필수요소다.
언어능력도 빼 놓을 수 없다. 나는 얼마전 우리 그룹을 이끌고 프랑스의 연구진들과 일주일간 공동워크숍을 가진 적이 있다.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프랑스 교수가 내게 조용히 와서 하는 말이 우리 학생들의 연구능력이 세계최고 수준임에 크게 놀랐지만 그들이 인정받기 위해선 영어실력부터 향상시켜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한 일을 이해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프랑스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듣다니! 나도 절절히 느낀다.
같은 이유로 지난 7년 동안 우리 연구실의 그룹미팅은 영어로 진행되어 왔다. 이 시간 동안 난 흰 머리가 많이 늘고 우리 학생들은 위산과다가 된다. 그런데, 핵심은 단순히 영어를 잘 구사하는가가 아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도 자기가 한 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우리나라 사람도 우리말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한다고 언제나 만족스럽게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언어능력은 상상력과 논리,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등 인성에 관련된 요소와 훈련에 근거한다. 나는, 좋은 과학자가 되기 위한 긴 여정에는, 성장과정에 자유의지를 가지고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전교 1등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정말로 과학동아를 많이 보시라).
흥미, 훈련, 연구수행능력, 소통 등을 나열하고 보니 어느 분야든지 전문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라 갑자기 멋쩍어진다. 역시 과학자도 보통 사람이다.
과학자로 성공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소양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는 흥미와 열정이다. 똑똑한 사람이 열심히 하는 사람 못 따라가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재미있어 하는 사람을 못 따라간다고 한다. 자연을 궁금해 하고, 탐구하는 게 재밌다는데 그런 사람을 어떻게 당하나.
수학 물리를 배우지 않으면 천문학은 없다
또 중요한 것이 연구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는 것이다. 서울시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라도 지휘대를 내려가 직접 팀파니를 치거나 플롯을 분다면 그렇게 멋진 소리를 낼 수는 없다. 악성 베토벤이 환생을 하더라도 갑자기 우리 앞에서 정경화처럼 바이올린을 켤 순 없다. 어떤 수준에 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훈련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과정이 과학자가 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예를 들어 천문학자가 되기 위한 훈련의 기본은 수학과 물리다. 대학에 들어와 천문학을 전공하게 되면 1, 2학년 내내 수학과 물리만 배우게 된다. 3학년이 되어서도 천문학보다 물리과목이 더 많다. 실제로 천문학을 전공하는 많은 학생들이 물리를 함께 전공한다. 학생들이 훈련과정이 지겨워서 열받다가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1학년 때 한 과목, 2학년 때 한 과목 정도 ‘맛배기 천문학’을 가르치긴 하지만, 아직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고도의 물리현상인 천문학을 가르치는 것은 시작부터 어
불성설이다.
내 책을 읽은 고등학생들로부터 종종 문의 메일을 받는다. “저는 과학을 좋아하진 않는데 천문학은 정말 좋아요. 좋은 천문학자가 될 수 있을까요?” 참 대답하기 어렵다. 사실 나도 초·중·고 과정 중에 수학이나 과학에 특별한 흥미가 있진 않았고 탁월한 재주가 있지도 않았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특별한 학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루는 친구가 “넌 도대체 왜 공부를 잘 하는지 모르겠어”라고 진지하게 말해서 날 정말 웃긴 적이 있다. 머리가 좋은 것 같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고. 뭐 그런 말이렸다. 글쎄, 난 천문학이 정말 좋았던 것 같다.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래서 훈련과정이라고 되어있는 수학과 물리 과목들을 견뎌 나간 것이다. 훈련이 재밌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하.
그 고등학생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훈련은 충실히 받아야 한다. 훈련 때 잘하는 사람만이 실전에서도 잘 한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열정’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악보를 보지 않고 훈련 없이도 우연히 그런 곡을 연주하게 될 확률은 로또를 백만 번 연속해서 당첨 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학창시절 수학과 과학에 대한 훈련을 최대한 성실히 받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프로 천문학자가 될 자격이 있다.
건물 한 층이 1m?
좋은 과학자들은 연구를 어떻게 정의하고 수행하여 마무리 지을지 잘 안다. 중요한 것은 연구수행능력이다. 내가 미국 예일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14층짜리 건물의 높이를 각도기 하나만으로 재는 숙제를 내 준 적이 있다. 복잡한 삼각함수를 이용한 미적분 문제는 쓱쓱 풀어내는 학생들이 이렇게 간단한 문제에 기상천외하게 답하는 경우가 있었다. 17m, 20m, 등. 그럼 한 층에 1m씩 밖에 안 된다는 말인가. 그 안에서 일하는 연구자들은 하루종일 꾸부정하게 앉아서 일하는가. 이런저런 이유로 계산이야 누구나 틀릴 수 있지만,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답을 적어 낼 수가 있느냐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실험과 검증이 중요한 과학계에 부적합하다.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해결책을 마련하여 실행한 후, 프로젝트를 깔끔하고 정확하게 마무리 짓는 능력이 화룡점정이다.
학문에 대한 열정도 있고, 충분한 훈련도 받고, 연구수행능력도 갖춘 사람은 또 무엇이 필요할까. 옛날같이 몇날 며칠을 은둔하며 골똘히 탐구하다가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경우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소통’이 새로운 화두다. 일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연구자들의 의사소통은 공동연구가 점점 중요해지는 현대과학의 필수요소다.
언어능력도 빼 놓을 수 없다. 나는 얼마전 우리 그룹을 이끌고 프랑스의 연구진들과 일주일간 공동워크숍을 가진 적이 있다.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프랑스 교수가 내게 조용히 와서 하는 말이 우리 학생들의 연구능력이 세계최고 수준임에 크게 놀랐지만 그들이 인정받기 위해선 영어실력부터 향상시켜야 한다고 했다. 우리가 한 일을 이해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프랑스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듣다니! 나도 절절히 느낀다.
같은 이유로 지난 7년 동안 우리 연구실의 그룹미팅은 영어로 진행되어 왔다. 이 시간 동안 난 흰 머리가 많이 늘고 우리 학생들은 위산과다가 된다. 그런데, 핵심은 단순히 영어를 잘 구사하는가가 아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도 자기가 한 일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우리나라 사람도 우리말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한다고 언제나 만족스럽게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언어능력은 상상력과 논리,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 등 인성에 관련된 요소와 훈련에 근거한다. 나는, 좋은 과학자가 되기 위한 긴 여정에는, 성장과정에 자유의지를 가지고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전교 1등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정말로 과학동아를 많이 보시라).
흥미, 훈련, 연구수행능력, 소통 등을 나열하고 보니 어느 분야든지 전문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라 갑자기 멋쩍어진다. 역시 과학자도 보통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