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를 처음 읽은 건 대학 시절이다. 그렇지만 생각 외로 책 속의 용어들이 어렵고 낯설어서 코스모스에 담긴 철학적인 깊이를 이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15년 넘게 학교에서 지구과학을 가르치며 코스모스를 다시 읽을 때마다 문장 하나하나가 새로운 울림을 일으키곤 했다.
편집자 주

크고 조화로운 우주, 작고 특별한 인류
코스모스에 대해 “이 책은 단순한 천문학 서적이 아니라 우주를 보는 관점을 바꿔주는 책”이란 서평을 본 적이 있다. 이 평가처럼 코스모스는 시간이 흐르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질수록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이런 코스모스에서 처음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은 “왜 우주 공간의 이름이 코스모스일까?”이다. 본래 코스모스는 단순히 ‘우주’란 공간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다. 그 어원은 그리스어 단어 코스모스(kosmos)인데 ‘질서’ ‘조화’ ‘아름답게 배열된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코스모스는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상태를 뜻하는 ‘카오스(chaos)’의 반대 개념이기도 하다.
우주는 멀리서 보면 복잡하고도 무한할 것만 같지만, 구체적으로 접근할수록 중력·빛·원소의 생성과 진화의 법칙들이 끊임없이 작용하는 정교한 질서가 드러난다.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우주를 다룬 이 책에 ‘코스모스’란 제목을 붙인 이유다. 말 그대로 우주의 본질이 ‘코스모스’인 것이다. 별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과정, 지구가 안정적으로 공전하는 이유, 생명이 탄생하고 변화하는 원리 등 우주의 모든 것이 이 조화로운 법칙 속에서 일어난다.
칼 세이건은 이 책의 1장 ‘코스모스의 바다’에서 우주의 탄생이 별의 진화, 지구의 형성, 생명의 등장, 그리고 인류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까지에 이르는 여정을 대항해에 비유한다. 이 책에서 태양계 밖, 은하계 너머, 관측 가능한 우주 끝까지 뻗어나가는 인류의 항해를 칼 세이건과 함께하며, 어느새 우리의 시야도 우주로 확장된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인간과 지구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는다. 더 나아가 이 작은 존재, 우리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려 한다는 바로 그 사실이 얼마나 특별한지 직시하게 된다. 코스모스는 첫 장부터 우주를 향한 우리의 관점이 어떻게 바뀔지 보여주며, 앞으로 맞을 우주의 신비에 대한 경건한 마음까지 환기시킨다.
별들의 푸가를 가로지른 생명의 멜로디
2장 ‘우주 생명의 푸가’는 생명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다룬다. 푸가(Fugue)란 여러 멜로디가 서로 겹쳐서 하나의 복잡한 곡을 구성하는 음악 형식이다. 멜로디들이 중첩돼 푸가를 이루고, 푸가 같은 형식들이 모여 교향곡이 된다. 우주도 수십억 년의 시간과 수백억 개의 별이 만드는 장대한 ‘우주 교향곡’이며, 이 속에서 중력·빛·원소부터 별과 생명체까지 여러 요소가 서로 다른 선율들처럼 조화를 이뤄간다.
세이건은 지구 생명체도 거대한 우주 교향곡 속에서 울린, 특별한 “하나의 목소리”로서 제시한다. 원시 지구의 우발적인 화학 반응에서 비롯된 생명이 수십억 년 동안 진화해 오늘날의 다양한 생명체들이 됐으며, 인간도 이런 생명의 역사 속 한 갈래일 뿐이란 사실을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우주의 생명 교향곡을 전개하면서 인간이 자연보다 특별하다는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지 우리 스스로 상기하도록 이끄는 세이건의 필력도 인상적이다.
이어지는 3장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는 코스모스에서도 특히 시적인 표현이다. 고대인이 하늘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자연의 질서를 이해하려 했던 과정을 다루는 이 장에 걸맞다. 여기서 천상이란 하늘의 질서, 즉 우주이며 지상은 인간들의 활동이다. 고대인들은 천체의 주기, 계절 변화,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관찰해 시간을 계산하고, 농사와 항해의 방식, 종교 의례를 정립했다. 이처럼 지상의 삶은 천체 주기의 규칙성이란 ‘우주의 음악’을 기준으로 조율됐다.
인류 역사상 과학의 출발점도 바빌로니아·이집트·그리스 문명이 천체 기록을 바탕으로 발전시킨, 달력을 제작하는 역법과 항해 기술이다. 이 고대의 역법과 항해 기술 위에 피타고라스의 ‘우주의 조화’ 개념, 요하네스 케플러의 행성운동 법칙, 아이작 뉴턴의 만유인력에 이르는 현대 천문학의 기초가 놓였다. 천상의 조화로부터 지상의 질서를 모색해온 고대의 시도가 지극히 정밀한 현재의 천체물리학에 이른 셈이다.
아직 서로 알아가는 사이, 우주와 우리
여기까지 코스모스의 시선이 우주를 향했다면, 4~5장은 이 책이 나온 1980년까지의 금성과 화성 탐사 결과를 토대로 지구의 환경이 얼마나 특별한지 살펴본다. 금성은 극단적인 온실효과로 마치 지옥 같은 환경이, 화성은 대기가 거의 사라져 생명체에게 혹독한 환경이 됐다. 이런 비교는 지구의 ‘적당함 또는 적절함’이란 특성이 지구 생명체들을 유지하는 희귀한 조건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 중 금성의 엄청난 온실효과는 코스모스가 나온 1980년대보다도, 기후변화 문제가 너무나 심각한 2020년대 지구의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훨씬 크다. 교과서 속에 건조한 지식으로 정리된 온실효과가 아닌, 지구라는 행성의 운명 자체를 뒤바꿀 온실효과와 기후변화라는 위협을 직시할 수밖에 없다.
우주 탐사선들이 태양계 곳곳에서 보낸 관측 자료를 만나며 인류가 우주를 새롭게 알아간 과정은 6장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에서 펼쳐진다. 세이건은 보이저·파이오니어 같은 우주 탐사선을 지구를 떠난 ‘여행자’로 바라본다. 이 여행자들이 지구에 남아 있는 우리를 대신해 목성의 폭풍, 토성의 고리, 혜성의 구조, 외곽 행성들의 지형 등을 살펴보며 그 소식들을 전해주는 것이다.
이 탐사선들이 보낸 자료는 단순한 사진이 아니다. 인류가 우주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이 우주에서 인류는 어떤 존재인지 성찰하도록 이끄는 단서들이다. 아울러 보이저 탐사선이 싣고 간 ‘골든 레코드’는 지구 인류가 띄운 자기소개서다. 우주의 누군가는 언젠가 반드시 읽어줄 우리 문명의 자기소개서 말이다.
7장 ‘밤하늘의 등뼈’는 은하수다. 세이건은 은하수를 우주의 골격이자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빛의 강’으로 표현한다. 은하수가 수많은 별들의 집합이라는 사실을 처음 밝힌 사람은 근대 유럽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다. 영국의 부자 천문학자인 윌리엄·존 허셜은 은하 구조를 측정해서 인류가 은하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식했다.
이후로 전파망원경과 분광학의 발전에 힘입어 현대 천문학은 은하의 회전, 나선팔, 성간물질 등 복잡한 은하 구조를 하나하나 규명해왔다. 은하를 끊임없이 별이 태어나고 죽는 역동적인 집합체로서 파악한 이 과정이, 은하 중심에서 떨어진 변두리인 우리 태양계의 정확한 위치를 인류가 알아온 역사임을 세이건은 입체적으로 서술한다.
8장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은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이해하기 위한 인류의 도구들을 소개한다. 세이건은 빛의 속도를 기준으로 우주적 거리를 설명하며, 우리는 우주를 보면서 곧 과거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별빛은 과거의 기록이며, 우주는 시간의 흔적이 새겨진 연대기인 것이다.
집필한 책이다.
별에서 찾아낸 인류와 과학의 가치
9장 ‘별들의 삶과 죽음’은 초신성 폭발, 블랙홀 형성 등 별의 생애를 살펴본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을 만난 장이기도 하다. 바로 “우리는 별의 재로 이루어져 있다(We are made of star stuff)”이다.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원소가 오래전 별의 잔해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에 주목한 세이건의 이 통찰 덕분에 우리는 인류가 특별하면서도 겸손해야 하는 존재라는 역설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인다.
우주가 탄생하는 순간을 다룬 10장과 우주에서 정보를 저장, 전달하는 핵심인 DNA와 뇌에 주목한 11장을 거쳐, 12장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탐구한다. 본업이 천문학자인 세이건답게 드레이크 방정식,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 프로젝트를 열정적으로 소개하며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일까?”란 질문에 과학적으로 응답한다.
세이건의 문답은 근거와 논리로 가설을 검증하는 과학적 탐구가 우리에게 중요한 태도이자 수단이란 사실까지 납득시킨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했을 외계인에 대해, 이 책은 아직 인류가 닿지 못한 우주 어딘가에 인류와 유사한 지성체의 문명이 있을 거라고 예측한다.
마지막 13장은 핵전쟁, 전 지구적 환경 파괴를 비롯해 인류 문명이 직면한 위기를 다룬다. 세이건은 이 위기의 심각성을 직시하면서도 인류의 미래는 희망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이렇게 독자를 설득하는 핵심 근거는 스스로 오류를 바로잡아온 과학의 저력과 이 과학이 지금까지 형성해온 우리의 역사다.
과학이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고 방식이며,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라는 코스모스의 이 결론은 앞으로도 인류의 보편적 기준으로서 그 가치를 증명할 것이다.
과학의 눈으로 볼 새로운 세계
이처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단순히 우주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세계를 보는 관점,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 자기 자신을 보는 시야를 바꾸는 책이다. 이 방대한 책의 메시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인간은 우주 속 작은 존재지만, 그 작은 존재가 우주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경이롭다.
②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다.
③ 과학은 우리가 어디서 왔고 무엇을 해야 하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지적 여정이다.
④ 우리는 지구라는 작은 행성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우주에서 출발해 우주에서 살아갈 우리 모두를 위한 철학에 이르는 까닭에 코스모스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누구나 읽고 나면 깊이 남을 책이다. 이 책은 과학을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로서 바라보도록 하며, 우리가 배우는 여러 과학이 서로 연결되는 원리를 일깨워준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과학이 왜 필요한지 우주적 관점에서 설명함으로써,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지구와 인류를 향한 책임감을 갖도록 도와준다는 점이 과학을 알기 위한 필독서로서 이 책의 큰 가치다. 한 번 읽으면 나의 세계가 새롭게 보이는 책, ‘코스모스’를 자신 있게 추천하는 이유다.
사이언스 북마크 코스모스
[1] 코스모스를 읽고 떠올릴 질문은?
① 인간의 존재 의미와 겸손함을 성찰하는 질문
인간은 우주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며, 우주 속에서 인간은 어떤 위치에 있을까?
② 과학의 발전이 고려해야 할 환경적·윤리적 기준을 생각하는 질문
우주의 일부인 인간이 과학적 탐구 과정에서 따라야할 윤리적 의무는 무엇인가?
[2] 2026년에 코스모스를 쓴다면 추가해야 할 부분은?
‘우주를 향하는 시야의 확장’을 추가할 수 있다. 현대 과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사건지평선망원경(EHT)이 우주의 탄생·은하 진화·블랙홀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우주 곳곳을 살펴보며, 우주의 시간과 그 속에서의 우리를 함께 알아갈 것이다.
[3] 코스모스 다음에 읽으면 좋을 책과 그 이유는?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에코리브르)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코스모스가 제시한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에 사는 인간의 책임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저자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진보로 이어지지 않은 여러 사례를 보여주면서, 과학적 사고에 따르는 윤리와 선택의 측면을 일깨워준다. 인간은 우주를 관측하는 존재를 넘어, 지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책임감을 성찰할 수 있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