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으로 용암을 분출하는 화산과, 조용히 용암을 흘려보내는 화산. 이 폭발력을 좌우하는 요인은 마그마 속 기포다. 화산 내부의 압력이 낮아지면 마그마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기포로 빠져나온다. 기포가 많이 발생할수록 마그마의 압력이 낮아져 더 빠르게 솟구치며 화산이 더 잘 폭발한다. 11월 6일 올리비에 로슈 프랑스 클레르몽 오베르뉴대 마그마및화산연구소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연구팀은 마찰력도 화산 폭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란 점을 찾아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doi: 10.1126/science.adw8543
전단력과 기포 생성
연구팀은 가설을 검증하려 화산 내부의 환경을 재현하는 실험에 나섰다. 이들은 마그마처럼 점성이 높고 이산화탄소가 잘 녹는 액체 폴리에틸렌 옥사이드(PEO)를 용기에 담았다. 이 용기에 압력을 가해 이산화탄소를 PEO에 녹였다. 그리고 PEO에 ‘전단력’을 가했다. 전단력은 맞닿은 두 물체의 단면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미끄러지게 만드는 힘이다. 화산 내부에서 전단력은 마그마가 화산 내부 벽을 따라 오르다가 벽과 마찰할 때 생긴다. 화산의 위아래 또는 가운데 등 위치별로 마그마가 움직이는 속도가 다를 때도 생기며, 벽 근처 마그마는 마찰력으로 더 느리게 간다.
연구팀은 전단력을 만들기 위해 두 금속판 사이에 PEO를 얇게 채운 뒤, 아래 금속판을 좌우로 진동시켰다. 금속판의 진동 속도가 높아질수록 전단력이 커졌고, 특정 지점에서 기포가 생겼다. 연구팀은 이 지점을 ‘임계 전단력’이라고 정의했다. 이산화탄소를 PEO에 많이 녹일수록 임계 전단력이 낮아졌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면 전단력을 조금만 가해도 기포가 잘 생기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를 토대로 컴퓨터에 마그마와 기포, 전단력을 입력해 화산 폭발 과정을 가상 실험했다. 그 결과, 마그마에서 전단력이 생긴 부분은 주변보다 압력이 낮아졌고 용액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쉽게 빠져나와 모였다. 이산화탄소가 모인 기체 덩어리는 기포로 자라나며 마그마 폭발을 유도했다. 연구에 참여한 올리비에 바흐만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교수는 보도자료에 “압력이 낮아지지 않아도 전단력만으로 화산 폭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화산 내부에서 발생하는 전단력을 통해 화산의 폭발 위험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단력에 따른 마그마 분출 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