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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과학동아 에디터와 함께 읽는 이달의 책] 판결문이 아닌, 이력서 속 갈릴레오

▲소요서가, GIB, 이형룡

 

판결문이 아닌, 이력서 속 갈릴레오
궁정인 갈릴레오

 

절대주의 문화에서의 과학적 실천
마리오 비아졸리 지음│박초월 옮김
소요서가│836쪽│3만 8000원

 

 

17세기 이탈리아의 수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목표는 철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현대의 관점에선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말할 수도 있다. 이런 커리어는 절대주의, 이른바 바로크 시대에 들어선 17세기 유럽에서 유례가 없었다. 피상적인 계산으로 간주된 수학과 본질적인 사유로 존중받은 철학, 신학 사이의 완고한 위계가 가장 큰 장벽이었다. 결국 갈릴레오는 당대 유럽에서 철학자이자 수학자로서 널리 인정받았고, 그럼에도 종교재판의 고초를 겪으며 추락했다.


지난 5월에 69세로 작고한 미국의 과학사학자 마리오 비아졸리의 대표작 ‘궁정인 갈릴레오’는 그의 생애를 17세기의 ‘경력 관리’로서 정교하게 분석한다. 비아졸리는 미국 하버드대 과학사학과 교수를 거쳐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법 및 커뮤니케이션학과 석좌교수로서 지식재산권과 과학학의 교차점에 천착했다. 비아졸리는 이 책에서 갈릴레오와 그를 철학자로서 ‘보증한’ 메디치 가문의 토스카나 대공이, 갈릴레오 자신과 그의 연구를 어떻게 인식, 활용했는지에 집중한다.


‘궁정인 갈릴레오’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갈릴레오가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직접 발견한 목성의 네 위성을, 고향인 피사가 속한 이탈리아 토스카나 대공국을 다스린 메디치가에 ‘메디치의 별’로 헌정한 과정과 의의를 입체적으로 조망한 것이다. 우선 이 책은 갈릴레오의 시대에 존재했던, 과학적 발견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이 업적을 지배 계급의 후원자에게 헌정하기 위한 전제 조건들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메디치가의 토스카나 대공이 갈릴레오의 헌정을 받아들이고 궁정 철학자로 임명한 건, 위성 발견 전후의 그가 여러 조건을 충족한 결과다. ‘궁정인’ 갈릴레오는 일찍부터 토스카나 궁정의 귀족, 관료와 인맥을 만들었고, 메디치의 별을 발견하자 이 별은 애초에 메디치가를 위해 예비됐다며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렇게 갈릴레오는 철학자가 됐다.


이 책은 갈릴레오가 17세기의 정교한 질서와 논리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과학사의 저작권 연구로 일가를 이룬 저자 덕에, 위성 발견자인 갈릴레오가 자신의 ‘저자권’을 희석시켜서 당대 유럽에서 존중받게 된 역설을 납득할 수 있다.


따라서 ‘궁정인 갈릴레오’는 수학자 갈릴레오가 유럽의 철학자라는 지위를 획득한 시대적 배경을, 그가 정치적·종교적 이유로 몰락한 원인으로서 분석한 시도이기도 하다. 로마의 종교재판소가 철학자 갈릴레오를 단죄한 사건의 본질을 그 판결문이 아니라 갈릴레오의 이력서에서 읽어내는 지적 긴장감이 인상적이다.
 

▲추수밭, G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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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후위기를 말하고, 누구도 기후위기에 맞서지 않는다. 위기가 코앞인데 실천이 미약한 이런 상황엔, 우리가 기후위기를 말해온 내용과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후과학자로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사회적 소통에도 적극적인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의 신간 ‘붉은 겨울이 온다’는 새로운 감수성부터 제도적 변화까지 실천으로 나아갈 기후위기 리포트다.


‘붉은 겨울이 온다’는 우선 여름에 비가 많이 와도 적게 와도 기후변화를, 겨울이 더워도 추워도 기후변화를 언급하고 마는 피상적 태도의 한계를 직시한다. 그래서 저자는 일상 속 기후변화의 신호를 예민하게 읽고 이에 대응해가는 기후감수성을 어떻게 키울지 이야기한다. 우리의 일상 속 극단적인 기후현상을 스스로 포착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이미 봄꽃은 어디서나 전보다 일찍 피며 위기를 알리는 중이다. 이 책은 우리가 때이른 봄꽃이란 위기 신호를 어떻게 해독할지 알기 쉽게 전해준다.


위기의 신호를 스스로 포착하면, 기후변화의 인과 관계와 실상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토대가 마련된다. 무엇보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리해진 현재 우리의 삶과 이 파괴적인 기후위기 사이의 유사점, 즉 지난 30여 년간 인류의 삶과 지구 기후가 기존의 역사적 추세를 벗어났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붉은 겨울이 온다’는 기후와 인류의 단기적 변화가 모두 막대한 점을 고려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할 정치, 경제, 기술 등을 포괄한 거시적 변화의 중요성과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다. 1년에 150t(톤)의 탄소를 흡수하는 경복궁, 종묘 등 서울의 고궁 속 숲들이 보여준 도시숲의 활용 가능성, 화석연료의 대체나 탄소 재활용 등을 연구하는 기후테크의 부상이 그 일부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개인의 일상 속 실천과 그 생활을 형성하는 구조의 변화가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짚은 데서 이 문제에 천착해온 저자의 깊은 고민도 엿볼 수 있다.


기후위기란 단어는 누구나 충분히 듣고 말했다. 이제는 우리가 기후위기의 신호를 스스로 느끼고 읽어내야 한다. ‘붉은 겨울이 온다’가 지금 곳곳에서 울리는 붉은 겨울의 접근 신호를 들려주는 이유다. 

 

▲포르체

 

| 2025년 노벨 과학상에 담긴 다양한 의의

 

과학 전문 저술가가 비전공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로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을 수상한 연구자와 업적을 소개한 책이다. 현대 과학의 최전선을 청소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흥미로운 이야기 형식으로 바꿔서, 건조한 지식에 ‘읽는 재미’를 담았다. 이 책은 “노벨상이 왜 중요한가?” “이 발견이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란 질문에 가장 쉽고 재미있게 답한 교양서다. 중·고교 과학 교과 내용과 연계해서 활용성을 높인 점도 돋보인다.

 

하루만에 이해하는 노벨 과학상 2025     전승민 지음 〡 포르체 〡 128쪽 〡 1만 2000원   

 

▲흐름출판

 

| 인간을 지탱하는 가장 과학적인 코어

 

인간이 생명체로서 살고 움직이는 데 관여하는 핵심 기관인 근육의 효용과 그 다양한 의미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탐구한 논픽션이다. 저자는 근육과 관계된 일을 수행하는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근육과 몸을 움직이는 것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파악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여성부터 근육의 실제를 낱낱이 보여준 해부학 교수까지 저자가 인터뷰한 여러 인물의 삶과 근육에 대한 통찰을 듣는 동안, 근육이 우리 삶의 강력한 원동력이란 사실을 납득할 수 있다.
 

 머슬     보니 추이 지음 〡 정미진 옮김 〡 흐름출판 〡 332쪽 〡 2만 1000원   

 

▲오아시스

 

| 천문학을 뒤바꾼 우주적 장면들

 

유리건판에 찍힌 별을 세던 여성 천문학자들부터 수십 EB(엑사바이트·1EB는 10억 GB)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 천문학까지, 지웅배 세종대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들려주는 천문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결정적 장면들이 담긴 책이다. 저자는 이 장면들 속에서 인류가 아직 밝히지 못한 우주의 비밀과 천문학의 한계까지 읽어낸다. 이 책은 천문학의 역사를 가교 삼아서 우리 모두가 우주로 좀 더 다가가도록 이끌어준다.

 

우리는 모두 천문학자로 태어난다     지웅배 지음 〡 오아시스 〡 328쪽 〡 2만 1000원   

 

▲위즈덤하우스

 

| 가장 정확한 죽음의 과학

 

미국 테네시주엔 인간의 시체가 야외에서 곤충, 박테리아, 청소동물의 도움을 받아 그 어떤 방해 없이 부패되는 ‘시체 농장’이 있다. 이 시체 농장은 과학 연구와 법적 정의의 실현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사망한 시체들의 부패 과정과 그 자연의 섭리를 연구하는 세계 최초의 연구소다. 저자가 시체 농장을 설립함으로써 ‘뼈 탐정’에 불과했던 유해 감식을 법의인류학이란 과학으로 정립해온 50여 년의 흥미진진한 역사가 펼쳐지는 논픽션이다.

 

부패의 언어     윌리엄 배스, 존 제퍼슨 지음 〡 김성훈 옮김 〡 위즈덤하우스 〡 420쪽 〡  2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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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라헌 에디터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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