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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체를 대량 배양하여 원하는 물질을 대량 생산케 하는 바이오리액터는 미생물세포와 효소를 좋아한다.

우리가 요즘 많이 들어서 귀에 익숙한 생명공학(혹은 유전공학)은 기본적으로 '생물체를 개조하여 인류에게 유용한 물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이다. 말하자면 자연상대의 생물체가 원래 갖고 있지 않은 어떤 물질(인간에게 유용한)의 생산능력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집어 넣음으로써 '새로운' 생물체로 개조하는 기술인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을 산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대량생산의 방법이 확립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때 그 생물체를 '대량배양'하여 목적하는 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하도록 하는 반응기가 바로 바이오리액터(생물반응기)이다.

바이오리액터의 중요성은 '대량배양'과 '생산반응'공정에 있어서 생산성, 즉 단위시간당 생산량이 전체 공정의 효율성은 물론이고 최종제품의 생산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더욱 강조되고 있다.

생체개조를 통해…
 

국내에서 개발된 페니실린 생산균의 고정화형태
 

유전공학 기술에 의한 생체개조는 사용하는 대상과 방법에 따라 목적물질의 생산에 무한히 많은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계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계의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해서 살아남도록 선택되었던 생물체를 인간에게 유리하도록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이므로 그 개조된 생물체는 필연적으로 매우 불안정해지기 마련이다.

한 예로써 유전자 조작된 대장균 등 미생물을 통상적인 배양방법을 키우게 되면 곧 탈을 일으킨다. 불과 몇시간 또는 며칠 못가서 우리가 원하는 물질의 생산능력을 잃어버리고 원래의(유전자 조각 전의) 미생물도 돌아가 버리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유전자 조작 특성을 계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배양환경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바로 이런 일을 바이오리액터가 하는 것이다.

또 한걸음 더 나아가 그 물질의 생산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그 물질의 생산원가를 낮추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특히 그 대상이 미생물일 때 이러한 배양기술을 통상 '발효'라고 한다. 이 발효기술은 우리가 알콜발효 등에서 알고 있듯이 새로운 기술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오랜 전통이 쌓여 있는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발효기술도 최근의 생명공학 및 다른 과학 기술 분야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더욱 실용적이고 인류의 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분야로 성장해 왔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요사이 또하나의 최신 기술로서 단백질공학(protein engineering)이 소개되고 있다. 이것은 효소단백질을 인위적으로 기능을 바꾸는 등의 조작을 통하여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성능을 갖도록 기술인 것이다.

바이오리액터는 살아 있는 세포 자체를 사용하는 발효바이오리액터와 효소단백질을 대상으로 하는 효소바이오리액터의 두 종류로 크게 나눌 수 있으나 최근에는 이 두가지의 구분조차 애매해지고 있다. 즉 담체라고 부르는 어떤 운반물질에 세포 또는 효소를 부착시키는 '고정화'(immobilization) 기술이 개발되면서부터 이러한 발효 및 효소반응기의 구별이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발효바이오리액터를 약간 개량하면 효소바이오리액터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대부분의 바이로리액터 개발 노력이 발효반응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세포를 의미하는 셀(cell)은 라틴어 CELLA로부터 유래했는데 CELLA는 '작은 포괄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포는 자체적으로 대사(代謝)과정을 갖고 증식하면서 부산물인 여러 가지 대사산물(代謝産物)을 생산하게 되는데 이들 대사산물들이 바로 우리가 관심을 갖고 대량으로 얻으려 하는 것들이다. 유전공학 등의 기술을 총동원, 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효율적으로(염가로) 생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생명공학산업이 태동케 되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산업적인 생명공학 제품으로는 효소(의약용 공업용 식품용)를 비롯해 아미노산(MSG 등 발효조미료, 아프파탐 등 발효감미료) 핵산 항생물질(페니실린 리팜피신 테트라사이클린 등) 비타민류 백신(간염백신 등) 기타 재조합 단백질(인터페론 성장호르몬 인터루킨 TPA 등)들을 들 수 있다. 지금도 이들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바이오리액터를 이용한 생산성 높은 공정기술이 집중적으로 연구·개발되고 있다.

현재 바이오리액터의 하나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은 믹서반응기 형태의 발효조다. 이 발효조는 페니실린 등 항생물질, 아미노산, 각종 유기산 등의 발효에 광범하게 쓰이고 있다.
 

실관반응기에 사용되는 실관의 전자현미경사진
 

산소와의 친밀함에 따라 소형

산업용 발효는 사용하는 미생물과 생산 목적물의 특성에 따라 크게 두가지로 구분된다.

발효도중 산소공급이 반드시 필요한 호기발효(好気醱酵)와 산소공급이 불필요한 혐기발효가 그것이다.

대부분의 발효산업의 경우 호기 발효가 많은데 이때는 산소의 적절한 공급이 필수적이므로 이를 최대한으로 유지할 수 있는 설계가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 교반기의 종류, 베플(baffle, 교반을 촉진하기 위해 반응기 벽에 수직으로 세운 판) 등의 구조와 장착위치에도 세밀한 주의가 기울여져야 한다. 또 발효가 통상 체온 부근의 온도(30℃ 내외)에서 이루어지므로 온도조절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대형 반응기의 경우 이를 위해 내부에 냉각코일을 장착해야 한다.

전통적인 교반식(믹서식) 발효반응기 이외에도 산업적으로 이용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응용공학적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진 바이오리액터가 있다. 기거식(air-lift) 반응기이다.

이 경우 반응기 내의 혼합은 교반기가 아니라 상승하는 공기방울에 의해 이루어진다. 또 이를 좀더 원활히 하기 위해 내관(drafttube)을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기거식 반응기를 실제 산업적으로 활용한 회사는 영국의 대 화학회사인 ICI 이다. 여기서는 메타놀을 원료로 하여 박테리아를 배양, 사료용으로 쓸 수 있는 단세포단백(single cell protein)을 생산하고 있다.

또 기거식 반응기는 고정화 미생물을 이용하여 유동층 반응기(fluidized-bed bioreactor)로도 사용할 수 있다. 종래에는 교반식 반응기만 좋아하던 페니실린 세파로스포린 등 항생물질 발효에도 이 반응기를 쓸 수 있음이 이미 입증되었다. 또 식물세포와 동물 세포배양에도 사용되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고 있다.

특히 식물세포와 동물세포의 경우, 세포자체가 매우 여리기 때문에 미생물배양과 같은 정도의 교반에도 쉽게 깨져 버린다. 그러므로 교반이 없는 유동층 반응기가 이들의 배양에 매우 적절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실험실 규모지만 이같은 유동층 반응기를 이용하여 자초(紫草)세포를 배양, 바이오염료인 시코닌(shikonin)을 생산하는데 성공하는 바 있다. 또 동물세포를 배양하여 항체를 생산하는데도 이용하고 있다.

새로운 바이오리액터를 고안하는 것은 생명공학의 도구를 신형으로 바꾸는 일이다. 생명공학의 발달과 생명공학 제품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바이오리액터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실관반응기(hollow fiber reactor)도 고려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새로운 반응기 형태이다. 실관반응기는 실관의 내부(또는 외부)에서 세포를 키운 후 외부(또는 내부)에 연속적으로 영양물질을 공급함으로써 세포의 생존과 함께 우리가 원하는 생산 목적물을 분비하도록 하는 것이 원리이다.
 

실험실 규모로 설계 제작된 기거식 반응기
 

바이오토피아를 이끌어

생체세포, 특히 미생물을 대상으로 하는 발효기술은 전통적으로 술 간장 식초 요구르트 등 공업적 발효로부터 발달해 왔다. 따라서 그 기술 자체가 과학적인 실험데이터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발효기술자의 경험에 입학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수준이 급진적으로 발달하고 전기·전자 및 컴퓨터 이용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발효기술도 종래의 주먹구구식 경험론적 운영 보다는 좀더 과학화 데이터화 하기 위한 노력이 기울어지게 되었다. 특히 발효공정의 정밀한 측정을 바이오센서(biosensor)등의 개발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또한 개인용 컴퓨터로 발효장치의 제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소프트웨어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앞으로 발효산물마다, 또는 각 공정마다 전문가들의 경험을 소프트웨어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앞으로는 발효산물마다, 또는 각 공정마다 전문가들의 경험을 소프트웨어화함으로써 어디서나 생산성 높은 생물공정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물전문가 시스템(bioexpert system)이 개발·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효율 높은 바이오리액터와 생물전문가시스템의 만남은 거의 모든 화학물질의 생물학적 생산을 가능케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만 되면 현재 인류가 안고 있는 각종 화학공장으로 부터의 공해에서 벗어나게 돼 소위 바이오토피아(biotopia)의 실현을 보게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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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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