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리모넨
((+)-Limonene)
해가 짧아지고 날씨가 추워지면 겨울밤이 다가온다는 사실에 마음이 두근거린다. 따뜻한 뱅쇼 한 잔, 푹신한 소파와 담요, 밤을 함께 할 소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귤이다. 자고로 겨울밤 풍경이란 시고 달콤한 귤을 손가락이 노래지도록 까먹고 나서야 마침내 완성되는 것 아니겠는가. 귤의 매력은 그 상큼한 향에 있다. 감귤류의 향은 ‘시트러스향’이라는 이름으로 향수, 음식, 샴푸 등 생활 전반에 쓰인다.
시트러스향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화학물질은 껍질에 있다. 감귤류 과일의 껍질을 까서 압착하거나 증류하면 껍질의 화학물질이 든 에센셜 오일을 얻을 수 있다. 이 오일의 주성분 중 하나가 ‘리모넨(Limonene)’이다. 레몬(이탈리아어 limone)에서 이름을 따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리모넨은 감귤류의 향을 낸다. 이 리모넨에 더해, 종에 따라 다른 화학물질이 함께 존재하며 각자의 개성을 지닌 과일향이 완성된다.
재밌는 점은 모든 리모넨이 시트러스향을 내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리모넨은 두 가지 종류의 광학 이성질체로 구분된다. 이성질체는 분자식, 즉 구성하는 원자의 수와 종류는 동일하지만 분자 내의 원자 배열이 달라 성질이 다른 물질을 이야기한다. 오렌지향을 내는 리모넨은 이성질체 중 하나인 (+)-리모넨이다. 다른 이성질체는 (+)-리모넨의 좌우 대칭 형태로 생긴 (-)-리모넨으로, 소나무 향과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 왼손과 오른손이 겹쳐지지 않듯, 두 리모넨은 모습과 향이 다르다.
겨울밤, 귤이 보이면 가만히 껍질의 냄새를 맡아보자. 여러 감귤류의 냄새를 구분해보자. 냄새의 과학이 우리에게 일러주는 건 하나다. 향은 여러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칵테일이며, 이를 구분하고 음미하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라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