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정 평가를 이용해 세탁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보자. 이 자료는 1992년 영국의 PA 컨설팅그룹에서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것이다. 연구기간은 1991년 1월부터 4월까지와 1992년 2월부터 12월까지 총 14개월이고, 대상제품은 유럽에서 사용되는 일반 대중용 세탁기다. 세탁기의 전과정은 크게 제조단계, 유통단계, 사용단계, 폐기단계의 4단계로 나눴다. 분석항목은 세탁기 전과정에 걸친 에너지 소비량, 천연자원의 소모량, 물소비량, 대기 배출량, 수계배출량, 고형 폐기량이다.
제조단계는 천연자원의 채취부터 원자재 생산, 부품생산, 세탁기 생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되는 환경적 영향들이 포함된다. 세탁기에 사용되는 세탁기 내부의 드럼과 케이스에 사용되는 철, 펌프와 모터, 전선 등에 사용되는 알루미늄과 구리, 플라스틱류와 유리, 고무 등이 있다.
유통단계에는 포장공정과 포장 후 수송 공정이 포함되는데, 포장공정에서는 포장재질을 EPS(발포폴리스티렌)를 사용한 것으로 가정해 정량화했다. 수송공정에서 수송거리는 3백km, 연료 소모율은 0.5L/km,나 18MJ/km 로 가정해 계산했다.
사용단계에서는 세탁기 사용량과 세탁에 사용되는 세제 제조에 관련된 사항이 포함된다. 수명을 14년, 연간 2백-3백회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총 3천 5백회 사용하게 된다. 더운 물 세탁에는 2kWh, 절약 세탁에는 1kWh의 전력을 사용하므로, 연간 3백kWh의 전력을 사용한다. 따라서, 세탁기 사용중 소모되는 총에너지량은 약 4만8천MJ이 된다.
세제 제조 공정에서는 세제 조성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연수제와 세제, 표백제 등이 사용된다. 세제 1회 사용할 때에 에너지 사용량이 약 6MJ이므로, 세탁기를 3천5백회 사용하면 총 2만 1천 MJ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폐기단계에는 폐기업체까지의 수송과 분쇄, 재활용 및 고형폐기물 처리 등의 공정이 포함된다. 분쇄시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분쇄소의 설비는 시간당 60톤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1천5백kW의 절단기와 1백kW의 기중기가 2-3대, 5백kW의 세척, 선별기가 포함돼 있다.
재활용과 고형폐기처리 공정에서는 세탁기의 80%가 분쇄기에 의해서 분쇄가 되고, 이중 68%가 재활용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세탁기의 54%인 44kg이 재활용이 되는 셈이다. 나머지 46%인 36kg은 소각이나 매립의 형태로 처리된다.
세탁기의 전과정과 관련된 각 단계에서 미치는 환경부담을 정리해 보면, '사용단계'가 전과정 중에서 에너지 사용량 95.5%, 대기배출물량 98.4%, 수계배출물량 95.6%, 고형폐기물 발생량 87.2%, 물소모량 97.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다른 단계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월등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만약 세탁기에 대한 환경적 개선을 이루고자 한다면, 사용단계에 대한 집중적이고 심도 깊은 분석이 필수적이다. 즉 전기사용량이 적은 절전형 세탁기의 개발이라든지, 물을 적게 사용하는 세탁기의 개발 같은 사용단계에서의 개선을 통하지 않고는 세탁기와 관련된 환경부담을 크게 감소시킬 수 없을 것이다. 전과정 평가가 모든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뤄지고 있는 환경 영향 평가 방법들은 매우 단편적이다. 전과정 평가는 한 제품의 전과정을 평가함으로써 환경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이방법은 어떤 환경평가에서 환경성이 낮게 평가된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적인 측면보다는 어느 단계에서 어떤 개선을 해야할지를 지적함으로써, 제품의 환경적인 측면을 지속적으로 개선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