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상징 같은 펭귄. 펭귄은 귀여운 외모와 엉뚱한 행동만으로도 많은 이에게 이미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펭귄에게 사랑을 줄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펭귄의 배설물이 기후위기를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5월 22일 매튜 보이어 핀란드 헬싱키대 대기 및 지구시스템 연구소 연구원팀은 펭귄의 배설물에서 방출된 암모니아(NH3)가 구름 형성에 기여한다는 연구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지구&환경’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를 가상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doi: s43247-025-02312-2
Q.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남극에 사는 아델리펭귄(Pygoscelis adeliae)입니다. 남극 마람비오 기지에서 약 8km 떨어진 곳에서 6만여 마리가 함께 모여 지내고 있죠. 저희는 크릴처럼 작은 해양 생물을 주로 먹고 살아요. 영국 남극 조사국에 따르면, 남극에 약 2000만 마리의 펭귄이 서식하고 있대요.
Q.당신들의 배설물을 왜 연구했나요?
저희 배설물은 암모니아를 방출하기 때문이에요. 암모니아는 대기 중 황산이나 질산 기체와 결합해 에어로졸을 형성하는데, 에어로졸은 구름의 씨앗인 ‘응결핵’으로 성장해 구름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연구팀은 2023년 1월 10일부터 약 두 달간 남극 마람비오 기지 인근에서 펭귄을 관찰했어요. 바람의 방향 등 기상을 세밀히 측정하면서 펭귄 배설물에서 기체 상태로 방출되는 암모니아 농도 변화를 추적했죠.
Q.배설물이 구름 형성에 진짜 도움이 됐나요?
연구팀은 바람이 펭귄 서식지에서 불어올 때 에어로졸의 농도와 크기 분포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을 여러 차례 포착했어요. 펭귄 군락지쪽에서 바람이 불어온 어느 날엔 암모니아 농도가 최대 13.5ppb(10억 개의 공기 분자 중 암모니아 분자가 13.5개)까지 상승하는 현상이 관측됐죠. 이는 남극 대기에서 일반적으로 측정되는 암모니아 평균 농도인 10.5ppt(1조 개의 공기 분자 중 암모니아 분자가 10.5개) 수준에 비해 무려 1000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관측 기간에는 에어로졸 증가 약 3시간 후, 안개가 형성되는 현상도 반복적으로 확인됐어요. 암모니아가 구름 형성에 기여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거죠.
Q.구름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구름이 많을수록 남극에 햇빛이 차단돼 얼음이 녹는 걸 막아줍니다. 구름은 햇빛을 반사하는 차폐층 역할을 하며 지표의 열 흡수를 줄이거든요. 보이어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이번 관측은 생물 활동이 지역 기후 조절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라며, “펭귄 서식지를 보호하는 것이 단순히 생태계 보전 차원을 넘어, 기후 대응 전략으로도 중요해질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