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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NASA의 남다른 B플랜 | 우주선 결함을 반전시킨 9개월의 우주 실험

    2024~2025년 스타라이너 우주선 임무를 수행한 수니 윌리엄스(왼쪽)와 부치 윌모어. 당초 10일로 예정된 계획보다 훨씬 오래 ISS에 머물며, 150건의 과학 실험을 수행했다.

     

    2024년 여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부치 윌모어와 수니 윌리엄스가 보잉의 ‘스타라이너’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했습니다. 임무 기간은 단 10일. 그런데 이들은 무려 9개월 만에 귀환했습니다. 이유는 “귀환할 우주선이 없어서”였습니다. NASA가 돌아올 우주선도 없이 우주비행사를 보냈다? 이상하죠?

     

      우주선 다변화를 위해, 불확실성을 감수한 비행  

     

    보잉이 개발한 우주선 ‘스타라이너’는 NASA의 상업용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탄생했습니다. 스타라이너는 그동안 여러 번 무인 시험비행에 성공해 큰 기대를 모았죠. 이 2024년 6월 5일의 시험 비행은 스타라이너의 ‘인간 탑승 인증’을 위한 최종 단계였습니다. 실제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우주선의 생명유지장치, 조작 시스템, 추진제 시스템, 도킹 센서 등 핵심 기술들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NASA는 장기적으로 우주 탐사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기업의 우주선을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NASA는 이미 검증을 마치고 운용 중인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외에도, 스타라이너도 실제 우주에서 개선점을 확인해 보완하는 과정을 기꺼이 감수한 것이죠.


    그러나 막상 우주에 도착하자 예상 못한 결함들이 잇따라 드러났습니다. 28개의 반응 제어 시스템 추진기 중 4개가 고장났고, 연료 시스템에선 헬륨 가스가 누출됐습니다. 도킹 센서도 불안정해서, NASA는 안전 기준을 일부 낮춰 도킹을 강행하는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2024년 6월 5일 스타라이너 우주선에 탑승해 시험 비행 중인 윌리엄스(왼쪽)와 윌모어.

     

      NASA는 계획이 다 있었다?  

     

    초반엔 NASA도 스타라이너를 금방 수리해서 돌아올 수 있으리라 판단했습니다. 귀환 일정도 4일 연기한 6월 18일로 잡았죠. 하지만 상황은 역시 복잡했습니다. 일정은 7월 2일, 다시 7월 말로 연기됐고 결국 NASA는 다른 귀환 방법을 검토할 수밖에 없었죠. 윌모어와 윌리엄스의 ISS 체류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NASA는, 우선 두 비행사를 ISS의 방문자가 아닌 정식 임무 인력으로 전환했습니다.


    동시에 NASA의 ‘플랜 B’로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이 등장합니다. 크루 드래건은 크루-9 임무로 2024년 9월 29일 ISS에 도착 예정이었고, 좌석 두 개를 비운 채로 발사했습니다. 공식 문서상으론 ‘예비 좌석’이었지만, 사실상 윌모어와 윌리엄스의 귀환을 준비한 셈입니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를 전부 계획한 건 아닙니다. 1970년 아폴로 13호의 산소탱크 폭발, 1997년 미르 정거장의 충돌 사고, 2022년 소유즈 우주선의 냉각수 누출 등 유사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반면 이 임무는 처음부터 장기 체류 계획이 없었고, 이런 고립 자체를 ‘시험’하게 됐다는 점이 이 사례들과 다릅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너무 위험한 시도라는 비판도 제기됐죠. 이번 스타라이너 비행은 기술 검증을 넘어 NASA의 위기 대응 전략과 임무 유연성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됐습니다. 

     

    스타라이너 사건 타임라인


      예정이 없었지만, 임무는 계속됐다  

     

    애초에 계획한 임무 기간은 단 10일이었습니다. 예기치 않게 장기 체류자가 된 두 비행사 윌모어와 윌리엄스는 ISS의 정식 임무 승무원으로 전환돼, 약 150개 이상의 과학 실험에 참여합니다. 이들은 유전자 변화 연구부터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재료 반응, 생리학적 변화 측정까지 다양한 분야의 실험을 수행해, 공식 장기 임무에 준하는 성과를 남겼습니다. 윌리엄스는 여성 우주비행사의 최장 기록인 62시간 6분의 우주유영을 수행했고, 윌모어도 정거장 내 시스템 점검, 실험 모듈 보수, 탑재체 설치 등에서 핵심적인 기술 임무를 담당했죠.


    한편 지상에선 이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도 커졌습니다. 둘의 생리학적 데이터, 방사선 노출량, 심혈관 반응, 면역 지표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죠. 무중력 환경에선 중력 자극이 사라져 근육과 뼈가 빠르게 위축됩니다. 골밀도는 매달 1~2%씩 줄고, 하체와 허리 근육도 눈에 띄게 약화되죠. 또한 체액이 상체로 몰리며 기립성 저혈압이 나타나고 장기적인 심혈관 건강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doi: 10.3389/fphys.2024.1284644


    방사선 노출도 위험 요소입니다. 2018년 NASA에 따르면, 우주 방사선은 발암 위험을 높이고, 인지 기능 저하와 알츠하이머병 유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뇌 기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실험에서도 확인됐습니다. doi: 10.4103/sni.sni_250_17 NASA의 일란성 쌍둥이 우주비행사 실험에선 장기 우주 체류가 유전자 발현 방식을 변화시켰고, 그중 약 7%는 지구 귀환 후에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시력 변화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24년 인도 자와할랄 네루 의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체액이 머리와 눈 뒤쪽으로 몰리며 시신경을 압박하는 ‘우주비행 관련 신경안 증후군(SANS)’은 전체 우주비행사의 약 60%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됐습니다. doi: 10.7759/cureus.53380 이 밖에도 우주 체류는 면역력 저하, 체내 수분 손실, 체중 감소, 피부 탄력 약화, 상처 회복 지연 등 신체 전반에 복합적 영향을 끼치죠.

     

    뇌 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는 우주 방사선 노출

    Surg Neurol Int

    검은 점: 뇌에 쌓이는 독성 단백질(섬유성 단백질과 β-아밀로이드) 

     

    2018년 미국 시티오브호프 병원 연구팀은 쥐 실험 결과, 우주 환경과 유사한 수준의 방사선(100cGy)에 노출될 때 뇌에 쌓이는 독성 단백질(검은 점)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단백질들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을 유발하는 등 뇌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1cGy(센티그레이)는 1kg당 1J(줄)의 방사선 에너지를 흡수했다는 뜻이다. doi: 10.4103/sni.sni_250_17

     

      인간의 마음은 얼마나 오래 우주에 머물 수 있을까  

     

    윌모어는 스타라이너가 ISS에 도킹하는 과정에서 추진기 결함으로 통제력을 상실했을 때,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합니다. 좁고 폐쇄된 환경, 반복되는 일상, 제한된 인간관계, 특히 귀환 일정을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이 우주비행사에게 큰 스트레스를 일으켰죠. 예상 못한 장기 고립과 제한된 공간에서, 가족과 친구를 그리워하며 일상을 지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물론 장기 체류 자체는 사고나 시련이 아닙니다. 러시아의 발레리 폴랴코프는 1994년부터 437일간 미르 우주정거장에 머물며 단일 임무 최장 체류 기록을 세웠고, NASA의 프랭크 루비오는 2022년부터 371일간 ISS에 머무르며 미국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장기 임무를 사전에 준비하고 수행한 경우였죠.


    하지만 이번처럼 예정된 장기 임무가 아닌, 귀환 방법조차 알 수 없는 우주 체류는 심리적 부담이 큽니다. 폐쇄 공간에서 장기간 생활한 후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유사한 증상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고 하니까요. doi: 10.2196/66626 NASA도 이 점을 인지하고, 두 우주비행사의 감정 기복과 스트레스 반응을 체류 기간 내내 면밀히 모니터링했고, 지구 귀환 후엔 심리 검사와 회복 프로그램을 병행했습니다.

     

      우주탐사의 본질을 다시 묻다  

     

    다행히 스타라이너 임무가 실패로 끝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타라이너 우주선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NASA와 보잉은 이 임무를 계기로 80개가 넘는 개선 과제를 도출했고, 항공우주안전자문패널(ASAP)의 감독하에 시스템 통합 절차와 품질 관리 체계를 개편했습니다. NASA는 이 임무를 ‘고위험 근접 사고’로 공식 분류했고, 앞으로 유인 우주선 개발과 테스트의 검증 절차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이번 스타라이너 임무는 인간이 얼마나 오래, 어떤 몸과 마음으로, 우주에 머물 수 있을지 실증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갑자기 닥친 286일의 우주 체류는 여러 과학적 성과와 함께, 향후 달과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한 정신적·생리적 데이터를 제공한 셈이죠.


    귀환 직후의 기자회견에서 윌모어는 “다시 스타라이너에 탈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모든 문제를 고치고, 스타라이너를 성공적으로 작동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이 말은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감수하는 우주 탐사의 본질을 생각하게끔 합니다. 이번 임무는 그 위험 속에서 기술이 어떻게 개선되고 인간은 어떻게 적응하는지 보여줬죠. 실패가 깊은 만큼, 다음 비행은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우주탐사는 조금씩 더 멀리 나아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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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종림 객원기자
    • 사진

      NASA
    • 에디터

      라헌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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