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B, 박주현
본격적으로 제곱수에 대해 이야기 하기 앞서 여러분이 제곱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간단한 O/X퀴즈를 냈는데요. 정답은 X, O, O, X, O입니다. 혹시 이 중 몇 문제나 맞혔나요? 많이 못 맞혔어도 걱정마세요. 하나씩 살펴보면서 제곱수를 알아가면 되니까요.
제곱수는 어떤 정수를 제곱한 결과로 나오는 수를 말합니다. 영어로는 ‘스퀘어 넘버(square number)’라고 부르는데요. ‘스퀘어’는 정사각형을 뜻해요. 제곱수는 어떤 정수를 한 변의 길이로 가지는 정사각형의 넓이와 같기 때문이에요.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0도 정수이기 때문에 0도 제곱수가 될 수 있어요. 따라서 1번 문제의 답은 X입니다. 그 외의 양의 정수나 음의 정수를 제곱했을 때는 양수가 나오기 때문에 0을 제외한 모든 제곱수는 양수이죠. 4번 문제도 비교적 간단한데요. 3과 -3을 제곱했을 때 모두 9가 나오기 때문에 답은 X입니다.
약수는 어떤 수를 나눴을 때 나머지 없이 딱 나눠떨어지는 수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16의 약수는 1, 2, 4, 8, 16입니다. 약수는 대칭적으로 쌍을 이룹니다. 쌍을 이루는 두 약수의 곱이 16이 되기 때문입니다. 16에서 4가 그렇듯, 제곱수에서는 제곱을 만드는 수가 있기 때문에 약수가 홀수 개입니다. 따라서 제곱수임을 판명하는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3번 문제는 어떨까요? 연속된 두 제곱수의 차이를 알려면 먼저 하나씩 따져보는 방법이 있겠죠. 제곱수 중 한자리 숫자인 0, 1, 4, 9만 보더라도 1, 3, 5로 차이가 연속된 홀수의 형태로 증가합니다. 이러한 방법을 귀납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곱수가 무한히 커도 언제나 이 명제가 성립함을 보이려면 수식이 필요해요.
자, 그럼 n을 어떤 정수라고 할 때 연속된 두 제곱수를 (n+1)2과 n2로 나타내 볼게요. 두 수의 차이는 (n+1)2 - n2인 2n+1이 됩니다. 따라서 n이 0부터 1씩 늘어난다면 두 제곱수의 차이는 1, 3, 5, 7, 순으로 연속된 홀수만큼 늘어나겠죠. 즉 3번 문제의 정답은 O입니다.
5번 문제도 같은 방식으로 풀 수 있습니다. 연속된 두 홀수나 두 짝수는 2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를 n-1과 n+1로 표현한다면 각각의 곱에 1을 더하는 수식은 (n-1)(n+1)+1이 됩니다. 이를 풀어보면 n2-1+1=n2
이 됩니다. 따라서 항상 제곱수가 되기 때문에 정답은 O입니다.
이처럼 수의 규칙성을 발견하고 그걸 증명하는 과정은 재미는 물론이고,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에요. 서울 신길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이성진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숫자 계산은 상대적으로 간단해서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기 좋은 소재예요. 학생들이 구체적인 숫자를 가지고 규칙성을 찾아내는 귀납적인 사고를 먼저 하고, 이 규칙성을 증명하는 과정까지 확장하면 학습적으로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어요. 어떤 학생들은 규칙성을 찾는 데에서만 멈출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 수학에 흥미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수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제곱수로 수를 표현하는 수학자들
그렇다면 수학에서는 제곱수가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수학사를 연구하는 이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수를 분해하고 수의 특성을 연구하는 데 제곱수를 활용한다”고 설명했어요.
대표적으로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있어요. 수학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a2+b2=c2라는 식을 들어봤을 텐데요. a, b, c에 들어가는 수가 모두 정수일 때 이러한 세 수의 쌍을 피타고라스 수라고 부릅니다. 두 제곱수를 더해 제곱수가 나오는 특별한 경우를 찾은 거죠.
피타고라스 정리는 고대 문명에서도 그 개념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1920년대 이라크 남부에서 발견된 고대 바빌로니아 점토판 ‘Si.427’이 그 증거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700년 전인 기원전 1800년 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점토판에서 가로와 세로, 빗변의 길이를 재 보니 빗변의 비가 3대 4대 5, 8대 15대 17, 5대 12대 13 등 3개의 피타고라스 수로 이뤄져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로 잘 알려진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는 어떤 정수 n이 언제 두 제곱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를 연구했습니다. 페르마는 ‘4로 나눴을 때 나머지가 1인 모든 소수는 서로 다른 두 제곱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17은 제곱수 1과 16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거죠. 이는 페르마가 주장한지 100여 년 만인 1749년, 스위스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가 증명해 냈죠. 이를 ‘페르마의 두 제곱수 정리’라고 불러요.
이후 1770년 프랑스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조제프루이 라그랑주는 모든 양의 정수가 네 개 이하 제곱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라그랑주의 네 제곱수 정리’를 증명했습니다. 이 또한 페르마가 증명 없이 제시한 명제에서 시작된 연구예요.
그렇다면 수학자들은 왜 숫자를 제곱수로 나타내려고 했을까요? 이승재 인천대 수학과 교수는 “수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큰 이유”라고 답했어요. “수학자들은 어떤 수를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어요. 라그랑주의 네 제곱수 정리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자연수는 최대 s개의 k제곱의 합으로 쓸 수 있는지를 묻는 ‘웨어링의 문제’로 확장됐죠.”
뉴사우스웨일스대
1 피타고라스 수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에서 두 정수의 제곱수를 더해 어떤 정수의 제곱수가 나오는 세 정수의 쌍을 말한다.
기원전 1800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점토판 ʻSi.427’에는 3개의 피타고라스 수로 이뤄진 직각삼각형이 새겨져 있다.
Wikimedia Commons
2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는 어떤 정수 n이 언제 두 제곱수의 합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를 연구해 ‘4로 나눴을 때 나머지가 1인 모든 소수는
서로 다른 두 제곱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고 밝혔다.
제곱수는 정사각수
점을 정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했을 때 점의 개수는 1, 4, 9, 16 순으로 늘어난다. 그 이유는 한변의 길이를 제곱한 값이 정사각형의 넓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곱수는 다른 말로 정사각수라고 하고, 영어로는 ʻ스퀘어 넘버(square number)’라고 부른다.
제곱수를 활용한 알고리즘으로 RSA 암호 푼다!
제곱수는 암호 해독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암호 알고리즘 중 하나인 RSA 암호는와 같이 두 개의 큰 소수를 곱한 값 n을 기반으로 합니다. 여기서 n은 합성수이고, p와 q는 비밀키입니다. 암호를 풀려면 n을 소인수분해해 비밀키인 p와 q를 찾아야 하죠.
이 암호를 푸는 데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차 체 알고리즘’입니다. 이 알고리즘은 어떤 제곱수 y2에 n을 더했을 때 또 다른 제곱수 x2가 되는 경우를 찾는 과정입니다. y2+n=x 2라는 식을 세울 수 있다면 인수분해 공식을 이용해 n=x2−y2=(x+y)(x-y)로 전개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제곱수를 활용하면 n을 빠르게 소인수분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n=319일 때를 생각해 봅시다. 만약 319+92=202라는 계산 결과를 찾을 수 있다면, 이를 통해 319=(20+9)(20−9)=29×11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p와 q는 29와 11이 되죠. 물론 실제 RSA 암호의 n은 훨씬 더 큰 숫자지만, 이처럼 수학적 규칙을 사용하면 암호를 해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다음 제곱수의 해는 2116년에야 찾아옵니다. 무려 91년 뒤이니 살아서 만날 수 있는 제곱수의 해는 올해가 유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실망하기는 이릅니다. 2116년이 되기 전에 제곱수의 날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곱수의 날은 연월일을 8자리 숫자로 나열했을 때 제곱이 되는 날입니다.
21세기 동안 제곱수의 날은 총 4번 있습니다. 2015년 11월 21일 (20151121=44932), 2024년 10월 1일 (20241001=44992), 2072년 7월 4일 (20720704=45512), 2093년 6월 25일 (20930625=45752). 두 번의 제곱수의 날이 이미 지났고 앞으로는 두 번 남았네요. 여러분도 제곱수를 탐구하면서 수학의 즐거움을 새롭게 경험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