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세계 기술계를 선도해온 것으로 평가되는 일본의 위치는 심대한 위기에 몰려 있다고 작년말 발간된 '일본 과학 기술 백서'가 밝혔다. 이 백서는"냉전 종식으로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종전에는 군사 목적에 쏟아 부었던 기술 개발 연구자금을 민간으로 전환시키고 있다"면서, 하지만 일본은 아직도 북한과 러시아를 군사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계속적인 군사 목적의 연구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도 이상적으로는 연구 개발의 예산이 빠른 시일 내에 현재의 두배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그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전적으로 정부에 달려있다"고 일본 과기청의 류지 시모다 정책국장은 말한다.
일본이 그동안 첨단 세라믹과 액정, 그리고 이를 응용한 가전분야의 연구에서 세계를 이끌어 온 것은 주지의 사실. 경제학자들은 이같은 일본의 성공을 민간 연구 개발의 대규모 투자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군수용 연구에 치중해온 미국의 경우와 자주 비교를 하곤 했다.
하지만 요 근래의 사정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 1987년 미국에서 방위산업체에 연관된 인원은 미국내 전체 기술자의 16%, 전체 과학자의 11%에 달했으나 그 수치는 92년에는 각각 13%와 8%로 점점 떨어지고 있는 편. 반면 일본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이 수치가 성장하고 있다고 백서는 밝히고 있다.
일본의 연구력은 최근들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유는 대외 경쟁력에서도 밀릴 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에서의 경기 후퇴로 예산이 깎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나날이 기술력이 증강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 특히 우리나라와 대만을 주시해야 할 새로운 경쟁 상대로 꼽고 있다.
백서는 "이들 나라는 비용 절감을 위해 R&D 센터를 해외로 내보낸 일본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왔다"고 말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직접적인 경쟁으로 인해 향후 부가가치가 높은 생산물을 개발하고 만드려는 일본의 노력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