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와 가장 가까울 때 기준 약 30만km가량 떨어진 작은 소행성 베누(101955 Bennu)에서 생명의 기반이 되는 유기물질이 발견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2023년 지구에 도착한 베누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 생명체의 구성 물질인 아미노산과 핵염기 등이 다량으로 검출됐다는 연구 내용을 1월 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공개했다. doi: 10.1038/s41550-024-02472-9
베누는 45억 년 전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 지름 약 500m의 소행성이다. NASA는 지난 2016년 9월 베누에서 시료를 채취하기 위한 탐사선 ‘오시리스-렉스’를 우주로 날려 보냈다. 오시리스-렉스는 2018년 12월 소행성 베누 궤도에 근접한 뒤, 2020년 10월 베누 표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베누의 표면에서 흙과 자갈 등 121.6g의 시료 채취를 마친 탐사선은 출발 7년 만인 2023년 9월 미국 유타주에 도착했다.
연구팀은 즉시 회수해 1년에 걸쳐 시료를 분석했다. 성분 분자들의 질량을 측정하는 ‘질량분석법’과 자외선을 비춰 물질이 방출하는 형광을 측정하는 ‘자외선형광법’ 등을 이용했다. 그 결과 베누의 흙과 자갈은 생명체의 구성 요소인 33종의 아미노산을 비롯한 수천 개의 유기 화합물을 품고 있었다. 연구진이 시료에서 발견한 33종의 아미노산 중 14종은 지구 생물이 단백질 합성에 쓰는 종류에 해당했다. 나머지 19종은 지구에선 희귀하거나 기존에 발견되지 않은 분자였다. 또한 시료에는 DNA를 구성하는 4가지 염기인 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 티민과 RNA의 구성 요소인 유라실이 함께 들어있었다.
외딴 소행성에서 다양한 아미노산이 발견되면서, 지구 생명의 우주 기원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태양계 형성 당시, 소행성이 초기 지구와 충돌하며 생명의 씨앗이 될 유기물질을 전달했다고 보는 가설이다. 논문의 저자로 참여한 대니얼 글래빈 미국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베누와 같은 소행성들이 우주의 거대한 화학공장 역할을 하며,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여러 천체에 생명체의 원재료를 배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총 2년간의 시료 분석을 마친 후 미래 세대의 연구를 위해 시료의 70% 이상을 남겨둘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