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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단 20g으로 CO2 20kg 포집? 신소재 COF-999의 비밀

    GIB, 박주현

     

    인스턴트 카레처럼 보이는 샛노란 가루의 정체는 무엇일까? 바로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신소재 ‘COF-999’다. 과연 COF-999는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의 ‘끝판왕’이 돼 기후위기의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을까.
    MOF의 뒤를 잇는 COF의 가능성을 알아봤다.

     

    2024년 10월 23일 오마르 야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은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포집하는 물질인 ‘COF-999’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름도 생소한 COF-999가 발표 후 주목을 받은 이유는 뛰어난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과 재생능력 때문이었다. COF-999는 200g당 연간 약 20kg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성숙한 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과 맞먹는다. doi: 10.1038/s41586-024-08080-x 야기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성능 면에서 COF-999보다 더 뛰어난 것은 없어서 기대가 크다”며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밝혔다.

     

    Zihui Zhou, UC Berkeley

    COF(Covalent Organic Framework공유결합성 유기 구조체)는 유기물들이 서로 공유결합해 형성된 구조체로, 구멍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다공성 구조를 가진다. 이 중 하나인 COF-999(사진 속 노란 가루)는 우수한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과 여러 번 재사용할 수 있는 재생 능력을 지닌다.

     

    MOF를 잇는 다공성 물질, COF

     

    COF(Covalent Organic Framework)는 야기 교수가 2005년 처음 개발한 ‘공유결합성 유기 구조체’다. 유기물들이 서로 공유결합을 해서 구조를 이루고 있는 물질이라는 뜻이다. 유기물이 공유결합을 한 물질은 많지만, COF의 특징은 규칙적으로 배열된 구멍이 많은 ‘다공성 구조’를 이룬다는 점이다. COF 내에서 공유결합을 이룬 유기물들은 가운데가 비어 있는 사각형, 육각형 등의 고리 구조를 띤다. 이를 여러 개 엮으니 구멍이 뽕뽕 뚫린 구조가 된다.

     

    다공성 물질은 오래 전부터 화학자들이 만들고자 했던 구조였다. 구멍이 많으면 표면적이 넓어지는데, 그 결과 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이 원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공성 물질이 잘 쓰일 수 있는 한 예시가 이산화탄소 흡착이다. 다공성 물질의 경우, 넓어진 표면에서 정전기적 인력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물체 표면에 달라붙는 물리적 흡착이 잘 일어난다. COF가 이산화탄소 포집에 효율적인 이유다.

     

    물론 제올라이트나 활성탄 등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다공성 물질도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다양한 크기를 지니며 기공의 크기가 균일하고, 보다 다양한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다공성 물질을 만들려고 했다. 1995년, 구조체를 연구하던 야기 교수는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가 결합된 다공성 물질인 금속-유기 골격체(MOF텺etal-Organic Framework)를 만들었다. 차기 노벨 화학상 연구로 거론되는 MOF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이후 야기 교수는 MOF 대신 모두 유기물로만 이뤄진 다공성 물질을 만들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먼저 작용기(분자에서 화학 반응을 담당하는 부분)가 대칭적으로 있는 두 개의 유기물을 합성하고, 다양한 화학 결합을 하나씩 적용해보면서 유기물을 규칙적으로 연달아 이었다. 이로써 공유결합을 바탕으로 하면서 결정성을 지니는 새로운 다공성 물질 COF가 탄생했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물질을 조합해 수많은 COF와 MOF를 탄생시켰고, 그 결과 COF-999가 만들어졌다.

     

    COF는 왜 유기물임에도 유기화학이 아닌 MOF를 연구하던 무기화학 영역에서 시작됐을까. 11월 29일 만난 강동원 인하대 화학과 교수는 “COF는 유기 고분자이지만 기존 유기 및 고분자 화학 연구자에게는 큰 관심거리가 아닌 물질”이라며 “다른 고분자 유기물과 달리 용매에 녹지 않아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결정성을 지닌 고체이기에 무기화합물에 주로 적용되는 분석법들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유기화학 분야에선 그리 유용하지 않지만, 연구 방법이 무기화학 분야와 비슷해 MOF를 연구하는 무기화학 연구자들이 COF까지 연구한다는 설명이다.

     

    MOF와 COF 비교

    위 예시는 MOF-303과 COF-108이다.
    COF와 MOF 뒤에 붙여진 숫자는 발견된 순서와 무관하다. 

     

    MOF보다 구조적 안정성 뛰어나

     

    COF-999는 다공성 물질인 COF 뼈대에 아민이라는 작용기를 다량 붙인 형태이다. 아민은 기체 분자와 화학 결합을 잘하는 특성이 있어 이산화탄소의 화학적 흡착에 주로 사용한다. 따라서 COF-999는 COF 뼈대의 정전기적 인력으로 인한 물리적 흡착과 함께, 아민을 이용한 화학적 흡착을 동시에 할 수 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기체를 보다 효과적으로 포집할 수 있다.

     

    강 교수는 “다공성 물질에 아민을 결합하려는 시도는 이미 MOF에서도 있었다”며 “COF에서 이런 조합을 해냈다는 것이 새로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산화탄소 포집 능력만 놓고 봤을 때 COF-999가 기존에 개발된 다공성 물질에 비해 독보적으로 뛰어나다고 볼 순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COF-999보다 이산화탄소 포집 능력이 좋은 MOF는 여럿 있다.

     

    그렇다면 COF의 장점은 무엇일까. 강 교수는 “COF의 가장 큰 장점은 구조적 안정성”이라 설명했다. MOF는 금속과 유기물이 배위결합을 하고 있지만, COF는 유기물끼리 공유결합을 하고 있다. 공유결합은 배위결합보다 결합력이 세기 때문에 쉽게 구조가 망가지지 않는다. 실제로 MOF에서 만들어지는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의 결합은 물 분자에 의해 쉽게 깨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해 화학결합력이 강해 구조적으로 안정한 COF-999는 수분이 있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데 성공했다.

     

    COF-999의 또 다른 장점은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한번 다공성 물질에 흡착된 이산화탄소를 화학 구조의 변화 없이 떼어낼 수 있어야 다음 흡착에 쓸 수 있다. MOF는 비교적 구조적 안정성이 낮아 장기간 반복적 사용 시 성능 저하가 뚜렷하고, 흡착제의 재생을 위해 높은 온도가 필요했다. 이에 비해 COF-999는 비교적 낮은 온도인 60℃에서 이산화탄소 분자를 떼어낼 수 있다. 태양열과 같은 낮은 에너지로도 탈착이 되고, 구조적 안정성이 뛰어나 쉽게 망가지지 않기 때문에 몇 번이고 다시 쓸 수 있다. 실제로 연구팀이 100회 가량 이산화탄소 포집 실험을 반복했을 때도 성능이 일정하게 유지됐다.

     

    Chaoyang Zhao

    COF-999는 주변의 이산화탄소 분자(노란 원)와 정전기적 인력으로 물리적 흡착을 일으키며,
    COF 뼈대에 다량 부착된 아민이라는 화학물질이 이산화탄소와 화학적 흡착을 일으켜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포집한다.

     

    COF-999가 과연 ‘끝판왕’일까

     

    그렇다면 COF-999가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의 상용화를 이끌까. 강 교수는 “그건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비교적 역사가 긴 MOF는 현재 연구자도 많고 포집 기술을 이용하려는 사업도 시작되고 있어요. 하지만 COF는 연구 분야가 시작되는 단계예요. COF가 잘 개발되더라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 해당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맞춤 공정도 개발해야 하는 등 갈 길이 멀어요.”

     

    게다가 COF는 매우 비싸다. 기존에 없던 유기물을 만드는 과정,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과정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비싸더라도 계속해서 재활용해 오랫동안 쓸 수 있으면 가격 경쟁력이 맞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약 280ppm)과 비교해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17ppm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화학계는 새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처리하는 것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강 교수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를지, 아니면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 속도가 더 빠를지 우려된다”며 “이 기술로 낙관하기엔 기후변화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COF-999를 포함한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에 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어 설명

     배위결합 : 한 원자가 다른 원자에게 전자쌍을 일방적으로 제공해 형성되는 결합을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배위결합도 공유결합의 일종이지만, 이 기사에서는 전자쌍을 양쪽 원자가 공유하는 결합만을 공유결합으로 구분해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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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화
    • 일러스트

      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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