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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영국의 생물물리학자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X선 회절분석’을 통해 핵 속의 DNA가 이중나선구조라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회절분석이란, 파동이 물체를 만났을 때 뒤까지 돌아들어가며 만드는 ‘회절무늬’를 분석해 물체의 형태를 유추하는 관찰법이다. 프랭클린은 DNA가 만드는 회절무늬를 분석해 DNA의 형태가 이중나선 구조임을 ‘유추’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프랭클린은 X선을 이용해 회절무늬를 본 것이지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실제로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X선으로 DNA가 이중나선 구조임을 직접 눈으로 볼 날이 멀지 않았다. 바로 ‘극한광’을 이용한 ‘결맞음 X선 회절 이미징’ 기술을 통해서다.

이름이 극한광인 이유

그런데 왜 ‘극한광’일까. 극한광응용기술 국가핵심연구센터(CELA)의 노도영 센터장이 밝힌 ‘극한의 광’의 의미는 2가지다.

“사용하는 X선의 파장이 매우 짧고, 고출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냥 출력만 높은 X선이 아니다. 고품질의 X선이어야만 한다. CELA는 자유전자레이저라는 특수한 광원에서만 만들 수 있는 ‘결맞음 X선(Coherent X-ray)’을 사용한다. 결맞음 X선이란 어느 곳에서나 파형이 매우 고른(위상이 일정한) X선이다. 파형이 매우 고르기 때문에 X선이 관찰대상을 통과했을 때 보통 X선보다 훨씬 더 규칙적인 회절 무늬를 얻을 수 있다. 이 회절 무늬를 특정 컴퓨터 알고 리듬을 통해 분석하면 비로소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결맞음 X선 회절 이미징’ 기술이다.

CELA는 결맞음 X선이 만든 회절무늬를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듬을 개발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가 터지기 전에 찍는다

‘결맞음 X선 회절 이미징’ 기술로 무엇을 볼 수 있을까. 현재 CELA에서는 나노 크기의 결정을 비롯해 미토콘드리아 같은 세포 소기관을 관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작은 대상은 투과전자현미경(TEM)을 통해서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결맞음 X선’이란 극한광을 썼을 때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장점은 무엇일까.

X선은 투과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표본을 얇게 자르지 않고도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다. 반면에 전자현미경은 투과력이 약한 전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두께가 수 마이크로미터의 세포 소기관을 관찰하려면 먼저 소기관을 얇게 잘라야만 한다. 시편의 두께가 1마이크로미터보다 더 얇아야만 전자가 대상을 통과할 수 있어 비로소 관찰이 가능하다. 하지만 관찰 대상을 얇게 조각내면, 자른 각도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X선은 투과력이 좋아 세포 소기관을 조각내지 않고도 통째로 관찰할 수 있다. 관찰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X선은 출력이 매우 높아, 노출된 세포 소기관은 견디지 못하고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로 터져버린다.


“관찰을 위해 쏘는 결맞음 X선의 펄스 길이가 고작 10펨토초(1펨토초는 1000조 분의 1초)입니다. 이 시간이면 세포 소기관이 채 폭발하기도 전입니다.”

노 센터장의 설명 속에서 CELA가 사용하는 빛이 극한광이어야 하는 이유를 또 다시 찾을 수 있었다. 10펨토초 정도의 짧은 시간만으로 충분한 회절 신호를 얻을 수 있을 만큼 X선이 고출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X선 회절로 얻은 정보를 컴퓨터 알고리듬을 통해 복원하면 실제 눈으로 보는 것 같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의 이미지를 복원한 모습.]

현대과학기술은 나노가 대세

나노다이나믹스, 나노동역학, 나노생물학 등 ‘나노’란 말이 붙은 과학 분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마이크로공정’이라는 말보단, ‘나노공정’이라는 말이 더 익숙한 시대다. 그만큼 점점 더 작은 것을 들여다보기 위한 기술의 발달이 중요시되고 있다.

“나노의 세계를 가장 먼저 자유자재로 볼 수 있는 국가가 곧 과학기술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노 센터장은 CELA의 의의를 이렇게 강조했다. 극한광을 통해 나노세계를 자유자재로 보려는 CELA의 노력이 국내 여러 나노기술 분야와 융합해 커다란 도약을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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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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