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대폭발로 이탈리아의 항구 도시 폼페이는 한순간에 소멸했다. 거대한 화산재 속에 묻힌 채 보존되던 폼페이 유적은 연구가 시작되며 발견된 인물 ‘화석’들에 당시의 상황을 상상하게 만드는 이름과 이야기가 붙여졌다. 그런데 2024년 11월 18일, 엘레나 필리 이탈리아 피렌체대 생물학과 교수가 이끈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금껏 알려져 있던 인물 화석의 성별과 관계가 기존의 해석과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doi: 10.1016/j.cub.2024.10.007 해당 연구를 가상 인터뷰로 준비했다.
Archaeological Park of Pompeii
‘크립토포르티쿠스의 집’에서 발견된 화석. 모녀 혹은 자매일 것으로 추측했으나 22번 개체(왼쪽)는 남성으로 확인됐다.
폼페이 ‘금팔찌의 집’에서 발견된 52번 개체를 모셔봤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내가 보이나요? 내 목소리가 들려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지금까지 너무 답답했거든요. 연구팀은 ‘금팔찌의 집’에서 발견된 4개의 인간 화석, ‘미스터리 집’에서 발견된 1개의 인간 화석, ‘크립토포르티쿠스의 집’에서 발견된 1개의 인간 화석을 연구했어요. 놀랍게도 이 6개의 화석이 품고 있는 정보는 과학자들이 이전에 예측한 것과 다 달랐어요!
당신은 어떻게 화석이 됐나요?
정확히는 화석이 아니라 ‘석고 캐스트(Plaster Cast)’예요. 저는 뜨거운 화산재에 묻혀 숨졌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제 몸의 연조직은 분해됐고 몸의 자세와 형태를 유지한 빈 공간이 만들어졌죠. 고고학자들은 그 빈틈에 액체 석고를 부어 굳힌 후 화산재에서 석고상을 파냈어요. 이렇게 신체 형태를 복원한 석고 모형 덕분에 우리의 마지막 순간을 그대로 남길 수 있었답니다.
이번 연구는 무엇을 새롭게 밝혔나요?
고고학자들은 ‘크립토포르티쿠스의 집’에서 한 희생자(22번 개체)가 다른 희생자(21번 개체)의 배에 얼굴을 파묻은 채 발견된 모습을 보고 모녀 혹은 자매로 추정했어요.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결과, 두 개체는 혈연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어요. 추가적인 유전자 분석으로 22번 개체가 남성이라는 사실도 드러났죠.
제가 발견된 ‘금팔찌의 집’도 고고학자들의 예측을 완전히 빗나갔어요. 저는 누운 채 팔을 올리고 있었고, 제 팔과 무릎 근처에는 두 명의 아이로 추정된 희생자들이 서 있거나 누워 있었어요. 제 팔에 채워진 금팔찌를 보고, 복원가들은 저를 어머니로, 다른 희생자들을 제 아이들로 생각했죠. 하지만 유전자 분석 결과, 제가 남성이란 게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의 희생자들과도 혈연관계가 전혀 없었어요. 연구팀은 논문에서 “로마 제국의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며, 현대적 편견으로 생긴 폼페이 희생자들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2000년 만에 오해가 풀려 좋네요. 하하하!
Archaeological Park of Pompe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