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해류가 느려져 기후위기가 가속화될 거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텮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은 북대서양 고위도 지역에서 차가운 해수가 아래로 하강해 북대서양 심층수가 되고, 이것이 대서양의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흐른 다음 남극 부근에서 상승하는 해류다. AMOC은 대서양에서 벌어지는 열 순환 중 가장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지구의 남쪽 끝과 북쪽 끝을 오가는 이 순환이 방해받으면 차가운 해수가 흐르지 못하고, 정체되는 북대서양 연안의 기온이 크게 떨어지면서 전 세계 기후가 급변할 것으로 예측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기후변화연구센터 가브리엘 폰테스 연구원팀은 AMOC의 순환이 최근 1000년 사이 그 어느 때보다 약해졌다는 연구 결과를 2024년 11월 1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구 시스템과 와류를 허용한 해수-해빙 모델’을 컴퓨터에 구현한 뒤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AMOC의 순환 속도가 1950년 이후로 10년에 0.46스베르드럽(Sverdrup1스베르드럽은 1초당 100만 m3의 해수가 이동한 양)씩 느려졌다고 밝혔다. doi: 10.1038/s41561-024-01568-1
전 세계는 파리협정을 통해 앞으로 지구 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 대비 2℃ 이내로 저지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앞으로 기온이 2℃ 상승폭을 넘지 않더라도, 21세기 말 AMOC의 순환 속도는 인류가 없던 시절보다 33%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 남반구는 더 더워지고, 유럽의 겨울은 더 추워지는 한편, 북반구의 열대 몬순은 약화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2024년 10월 세계 기후학자 44인은 북유럽 국가 정부에 “21세기 안으로 AMOC가 무너질 위험성이 높다”면서 “이는 특히나 북유럽 국가에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우리의 연구 결과는 현존하는 지구 시스템 모델들이 빙상(대륙 빙하)에서 유입되는 담수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아 AMOC의 변화를 과소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면서 “그린란드 인근의 빙상이 계속해서 녹아 사라진다면 AMOC는 앞으로 더 빠르게 약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Shutterstock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기후변화연구센터 연구팀이 ESM-fw(왼쪽)와 OM-fw(오른쪽)라는 두 종류의 해수 온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 해양에 담수가 유입된 지 50년이 지난 시점의 대서양 표층 수온을 예측했다. 두 모델에서 북대서양의 표층 수온이 낮아진 한편, 남대서양의 표층 수온이 높아지는 경향성이 나타났다. 이는 기후변화에 따라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이 약화된다는 예측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