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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 맞춤형 교육의 새 시대? AI 디지털교과서 명과 암

    2023년 6월, 교육부는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교육에서 ‘그림의 떡’처럼 여겨졌던 학생 맞춤형 교육을 에듀테크(교육 기술)로 실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온다. AI 디지털교과서의 과학적 한계와 이를 극복할 방안을 살펴봤다.

     

     

    동아일보

    교육부는 2025년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2024년 8월 AI 기반 코스웨어나 에듀테크 프로그램을 활용한 교수 및 학습법을 수업에 적용하는 디지털 선도학교를 선정했다. 선도학교로 지정된 경기 평택 효명고의 수업 모습.  

     

    교실에서 같은 내용을 배우지만, 모든 학생이 같은 정도로 이해하지는 않는다. 1+1=2를 알려주면 10+10=20인 걸 이해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1+1=2도 이해 못 하는 학생도 있다. 맞춤형 교육의 필요성이 계속해 제기되는 이유다. 표준화된 산업화 교육 방식을 비판하며 제안된 맞춤형 교육은 교사가 학습자의 흥미와 소질, 학업 성취 수준과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각각의 학습자에게 적합한 학습 내용과 활동을 제공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높인다.

     

    그럼에도 맞춤형 교육을 공교육 환경에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 명의 교사가 수십 명의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구조 안에서 학생 개개인의 필요를 파악하고, 다양한 요구에 맞는 지도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평균’이 학교 교육의 운영 기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 기술이 게임체인저로 대두됐다. 유네스코는 2017년 발행한 ‘맞춤형 학습(Personalized Learning)’ 보고서에 “컴퓨터 기반의 학습과 지능형 튜터링(개인 교습) 시스템 등이 지식 습득 양상을 바꾸고, 교사와 학생은 물론 지식과 학생, 지식과 교사 간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부터 도입, 맞춤형 교육 실현?  

     

    한국은 국가 주도로 공교육에 정보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고자 한다. 2023년 6월 8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AI 디지털교과서란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학습 기회를 지원하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다. AI 등 지능 정보화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학습자료 및 학습지원 기능이 탑재된다. 2025년 영어, 수학, 정보, 국어(특수교육) 과목에서 우선 도입한 뒤, 2028년까지 과학, 사회, 역사 등 대부분의 과목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가 제시한 AI 디지털교과서의 도입 목표는 맞춤형 교육이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AI 디지털교과서로 학생들이 각자의 학습 수준과 속도에 맞는 배움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교과서가 느린 학습자에게는 보충학습을, 빠른 학습자에게는 심화학습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AI 디지털교과서가 학생들의 1:1 지도교사가 되는 것이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업을 디자인할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또 다른 장점은 교사의 역할 변화다. AI 디지털교과서로 문제를 푸는 경우 학생들의 학습 진도, 수준, 내용 등이 기록되는데 교사가 이를 통해 학생의 학습 성향과 단계 등을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AI 디지털교과서가 기초적인 학습 지도를 대체하는 만큼, 교사는 토론이나 프로젝트 학습에 집중해 다층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정부의 설명처럼 AI 디지털교과서가 도입 취지 그대로 실현된다면 교실 수업 혁신을 이끌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도입을 코앞에 두고 우려의 목소리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AI 디지털교과서란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학습 기회를 지원하는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다. AI 등 지능 정보화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학습자료를 제공한다.

     

     문제 풀이 위주의 AI, 고도화엔 한계? 

     

    “종이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 과학기술로 교육의 새로운 길을 찾는 건 분명한 변화의 방향입니다.” 한숭회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와 김봉제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모두 입을 모아 교육의 디지털 전환이란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한다. 다만 이들이 지적하는 것은 ‘추진 방법과 과정’이다.

     

    “지금의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계발할 수 없는, 단순 전자문제집입니다.” 한 교수는 11월 12일 과학동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개발된 AI 디지털교과서가 맞춤형 교육으로 나아가는 단계가 규명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맞춤형 교육은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그런데 현재 개발된 AI 디지털교과서는 학생들이 문제를 풀면 이를 학습 데이터로 축적하는 시스템이다. AI를 활용해 학생들의 학습 욕구를 향상하고, 자신만의 학습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술이 특별히 개발된 게 아니다. 한 교수는 “학생들이 문제를 풀다가 틀리면, 패턴을 파악해 유사한 유형의 문제를 다시 제안하는 기능은 이미 사교육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에듀테크(교육 기술)”라며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정부가 (AI 디지털교과서와 맞춤형 교육 간) 핵심적인 지지 근거를 검증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데이터 축적에도 걸림돌이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학생 데이터가 매년 초기화된다. AI 디지털교과서를 민간 기업이 개발하고 운용하기 때문이다. AI는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쌓이면 쌓일수록 성능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는 점에서 AI 디지털교과서의 고도화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뇌 자극하는 물리적 상호작용, 보완할 방법은? 

     

    “AI 디지털교과서의 긍정적인 영향을 최대화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전혀 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11월 12일 과학동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가 학생들이 잃게 되는 경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목소리를 냈다.

     

    “태블릿과 같은 전자 기기로 글을 읽으면, 동일한 글을 종이로 읽을 때보다 이해도가 낮다.” 2023년 리디아 알타무라 스페인 발렌시아대 심리학과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2000~2022년 동안 디지털 독서에 관한 연구 25편을 분석해 ‘화면 열등 효과’의 존재를 입증했다. 이후 연구팀은 2024년 추가 연구를 통해 디지털 기기가 주의를 산만하게 해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우 화면 열등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혔다. doi: 10.3102/00346543231216463, doi: 10.1037/edu0000830 

     

    로렌 싱어 미국 메릴랜드대 교육심리학과 교수팀은 이런 독해력의 차이를 ‘물리적인 상호작용’ 때문이라 설명한다. 이 연구팀도 2016년 종이와 디지털 화면을 통한 학습에서 학생들이 종이에서 글을 읽을 때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종이로 무언가를 읽을 때, 밑줄을 긋거나 종이를 넘기는 등의 물리적인 상호작용이 있어 이해와 기억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doi: 10.1080/00220973.2016.1143794 

     

    “고전적인 방식으로 배운 것을 복습하는 것이 필요할 겁니다.” 11월 14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김주현 한국뇌연구원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 선임연구원에게 디지털교과서 학습 과정에서 독해력, 기억력 저하될 우려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 물었다. 김 연구원이 제시하는 답은 결국 물리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정보가 뇌에 들어올 때, 이를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으로 분류하고 저장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단기 기억은 기억이 형성되고 공고화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공고화 과정은 뇌 안의 여러 부위에서 정보를 복합적으로 처리하며 이뤄지는데 새로운 정보가 지속적으로 들어오면 주의력이 분산돼 장기 기억을 쌓는 것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때문에 김 연구원은 “디지털 기기를 통한 학습 방식은 정보 노출 속도가 빨라 많은 기억이 휘발성으로 넘어갈 수 있다”며 “서책형 교과서를 통한 복습으로 뇌의 정보 처리 속도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전적인 방식의 학습은 창의성을 함양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디지털교과서로 구체적인 시청각 자료가 전달된다면 직관적인 이해를 할 수 있지만 텍스트 정보는 스스로 생각하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매체에 따른 이해력 및 기억력 차이 

     

    로렌 싱어 미국 메릴랜드대 교육심리학과 교수팀이 2016년 9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종이와 디지털 기기 간 독해력 및 이해력 차이를 살폈다. 학생들은 신문 기사와 책 발췌문을 종이 및 디지털 기기로 읽었다. 주제를 파악할 때는 매체 간 차이가 없었지만 핵심 내용을 이해하고 기타 관련 정보를 기억하는 데는 인쇄 매체가 더 효과적이었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스웨덴의 디지털 교육 전략 

     

    스웨덴 교육부는 2024년 1월 “디지털 학습 도구는 학생들의 학습을 방해하지 않고, 촉진할 수 있는 연령에 도달했을 때 수업에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스웨덴 국가교육청은 2017년부터 ‘전국 학교 체계 디지털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의 입장 발표는 교육부가 카롤린스카의대에 의뢰해 디지털화된 교육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학생들의 독해력이 저하되고, 학습 효율을 저하시킨다고 평가한 데 따른 것이다. 

     

    그렇지만 스웨덴이 디지털 전략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현재는 스웨덴은 2023~2027년 제2차 전국 학교 체계 디지털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공교육에서의 디지털 전환을 조심스럽고 안전하게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2025년을 ‘미래를 위한 디지털 기반 교육개혁의 원년’으로 설정하고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속도를 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미완의 개혁이 되지 않기 위해선 이제라도 독해력과 기억력을 보완하고 창의적이며 자기주도적인 맞춤형 교육을 구현할 수 있는 연구 및 추가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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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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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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