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 인간과 모든 동물 암수 한쌍씩을 싣고 대홍수를 피했다는 노아의 방주. 과연 이는 어떤 종류의 배였으며 어느 정도의 풍랑을 견딜 수 있었는가.
우리는 꽤 오래전 신문지상을 통하여 고대 노아의 방주로 추정되는 선박이 터키 아라랏산에서 발견됐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다. 실제로 많은 탐험가, 성경학자들이 이 사실에 홍분하였고 그 실체를 보다 정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아라랏산 등정에 나선 예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아무도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지는 못했고, 다만 목격자들에 의하여 복원된 방주의 모습만이 오늘날 방주의 실존사실을 상징하고 있을 뿐이다.
그 물체가 노아의 방주라고 주장되었던 이유는 실물 크기가 성경에 나오는 노아 방주의 치수와 거의 일치하였고, 홍수가 끝나고 물이 빠진 후 방주가 최종 정착하였다고 여겨지는 아라랏산에서 그 물체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노아방주의 존재 여부는 별개로 접어두더라도 그 방주가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선박설계 개념에 부합되는지 여부 또한 매우 흥미있게 살펴볼 가치가 충분하다.
절대자의 인간에 대한 사랑
성경 창세기 첫부분을 보면 인류의 조상인 아담이 창조된 이후 오랫동안 인류가 활발히 생육 번식하였고 그에 따른 인간 심성의 부패와 타락의 역사가 기술돼 있다. 하나님은 타락한 인간을 심판하길 원하셨다. 그때 나타난 노아의 홍수 사건은 인간의 원죄와 타락으로 인하여 온 인류에 닥친 총체적인 멸망을 상징한다.
반면에 노아의 방주는 절대자의 인간에 대한 사랑의 결과로서 의로운 자만이 죽음으로부터 구원을 받았음을 상징한다. 이 사건은 기독교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다. 그에 따라 이 사건의 사실성 여부는 성경 전체의 진실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왔으며, 이 사건의 역사적 사실성을 주장하는 과학자와 진화론을 신봉하는 과학자들 간에 수세기에 걸친 논쟁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노아의 홍수가 역사적인 사실인지 아니면 단순한 전설이나 신화인지에 대해 수많은 연구가 수행된 결과, 지질학 분야의 발달사에는 노아의 홍수사건으로 인한 지구지질학적 변화여부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나타난 주요 논점을 살펴보면, 지표면의 생성시기 인류의 출현시기 그리고 인간과 지구가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는지 아니면 오랜 진화과정을 거쳐 생겨났는지 등에 관한 매우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들이다.
노아의 방주는 성경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박공학적인 관점에서는 그다지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다. 방주에 대한 여러가지 설에도 불구하고 정작 방주는 어떤 종류의 선박이며, 어느 정도의 격심한 환경까지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에 대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는 수행된 바 없었다.
길이 1백m가 넘는 대형선박
성경에 따르면 방주는 잣나무로 제작됐으며 크기는 길이×높이×폭이 300×50×30 규빗이다. 1규빗은 어른의 손끝에서 팔꿈치까지의 거리로 길이를 재는 히브리 지방의 단위다. 1규빗을 45㎝로 환산하면, 방주는 길이가 1백35m, 폭이22.5m, 높이가 13.5m인 대형선박임을 알 수 있다. 또한 방주의 내부구조는 3층의 갑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상에 있는 모든 동물 한쌍씩을 승선시킨 것으로 돼 있다.
이러한 선박을 그 당시에 기술적인 능력으로 건조할 수 있었는가. 또한 건조에 사용한 목재를 구할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과연 40 주야의 홍수로 대표되는 극심한 환경하에서 안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치밀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선박인가. 이와 같은 과학적인 질문에 대하여 정확히 답하기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정보가 매우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공학적 측면에서 볼 때 성경에 주어진 선박의 주요 치수, 구조부재의 재질에 관한 정보만으로도 격심한 풍랑중에서 표류하는 선박으로서 방주의 안전성에 현실성이 있는가에 대한 평가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방주의 경우와 같이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역사적인 사실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가설을 설정하고 그 사설의 진위를 확인하는 간접적인 증명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태양에는 계속적인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로 인한 영향들을 간접적으로 확인함으로써 과학적인 증명을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노아의 방주에 대한 경우도 실물이라고 판단되는 유적이 발견되기 전에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가설에 의한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노아 방주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한국창조과학회와 해사기술연구소가 공동으로 수행한 바 있으며 여기에 그 결과를 간단히 소개하기로 한다.
성경과 목격담을 근거로
방주의 선형(船型)에 관한 기초자료 중 주요치수, 갑판의 층수, 재질은 성경에 의거해(창세기 6장) 정했으며, 선체의 외부 형상은 노아방주를 목격하였다고 주장하는 탐험가들의 목격담을 근거로 하여 직육면체형상을 가진 바지(barge) 선과 같은 형상으로 정했다. 흘수(吃水, 물에 뜬 배의 선체가 물에 잠긴 깊이)는 성경(창세기 7장)을 근거로 선체 높이의 절반인 6.75m로 정했다.
그 외에 안전성 평가에 필요한 선형자료인 무게중심의 위치, 관성능률, 선체 단면의 구조 등은 조선공학적인 측면에서 최대한 합리적인 추정으로 결정했다. 특히 무게중심의 높이는 선체 자체의 중량과 3층으로 구성된 각 갑판상에 일정한 높이로 분포되는 승객과 화물의 중량으로부터 추정하였다. 이와 같이 하여 결정된 선형 자료를(표1)에 정리했다. 방주는 배수량이 약 2만1천t, 재화중량이 약 1만7천여t으로 추정되며 국내 주요 항구에 정박하여 있는 일반적인 철구조물 대형 화물선과 대등한 규모라 할 수 있다.
노아 홍수 당시의 환경조건을 알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 대양(大洋)에서 발생한 가장 격심한 풍랑의 경우 파고는 30여m이고 바람은 최대 순간 속도가 2백노트(1백2m/초)정도로 가늠하여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유사 선형에 대한 상대적인 안전도를 평가하는데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에 절대적인 환경조건 자료가 필요하지 않았다.
12척과 비교
상대적인 평가를 수행하기 위하여 방주와 동일한 배수량을 가지면서 길이-폭-높이 비가 다른 12척의 비교 선형을 (표2)와 같이 체계적으로 도출하여 환경조건에서의 안전도를 구하고, 이를 상대적으로 비교함으로써 방주의 안전도를 평가하였다. 이를 위하여 각각의 안전요소 별로 안전지수를 설정하였다. 즉 방주를 포함한 13가지 선형의 평가결과 중 최상의 안전도를 갖는 성형의 지수를 0으로, 최악의 안전도를 가지는 선형의 지수를 1이 되도록 상대적인 안전지수를 산정하였다. 이와 같이 산정된 각 안전요소별 안전지수의 가중 평균치를 취해 이를 각 선박의 상대적인 안전도로 정의했다.
운항선박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법은 조선공학의 발전과 각국의 선급협회의 노력으로 많은 발전을 하여 여러가지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선박의 안전성능은 선박을 구성하는 3대요소인 선체 승무원 화물에 대한 안전을 유지하는 능력으로서, (그림 1)과 같이 구조적인 안전성, 복원안전성 그리고 파랑안전성 등 3가지 안전요소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먼저 구조안전성은 파랑 등의 환경조건에 의해 신체가 받게되는 하중으로 인하여 신체가 손상을 입을 가능성에 관련되며,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배의 길이방향 구조강도(종강도)를 해석하게 된다. 종강도는 신체의 중앙 횡단면에 작용하는 수직 굽힘 모멘트로 평가할 수 있으며, 이는 파랑중 선체의 6자유도 운동 및 파랑하중을 해석하는 프로그램으로 추정했다. 중앙횡단면에 작용하는 파랑굽힘 모멘트로 인해 발생하는 응력은 중앙횡단면의 형상과 두께(단면계수)에 따라 달라진다.
주어진 파랑하중을 견디는데 필요한 중앙 횡단면 부재의 최소 요구 두께를 결정하기 위하여 선저평판과 지붕을 포함한 3층 갑판의 두께를 일정한 것으로 가정하였고 허용 응력의 크기는 선체의 재질과 선급협회의 평가규칙에 의거해 결정하였다. 구조안전도는 결국 최소요구 두께로 평가하며 같은 조건에서 이 두께가 작을수록 더 우수한 안전성을 갖는 선형이라 할 수 있다.
복원안전성은 배가 파도나 바람에 의해 기울어질 때 평형상태로 돌아오려는 힘이 얼마나 큰가를 평가하는 척도로서, 선형과 무게중심의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사각에 따른 복원모멘트 곡선을 구하고, 다음 선체에 물이 침수되기 시작하는 가침 경사각을 설정하여 이 가침경사각까지 경사하면서 선박이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복원모멘트 곡선의 면적)를 구하게 된다. 이를 각 배의 상대적인 복원안전 지수로 산정하여 비교했다. 한편 복원안전성을 현행 미국선급협회(ABS)에서 사용하고 있는 동복원력 기준으로 평가하여 보면 1척(2번 선형)을 제외하고는 12척의 모든 선형이 기준치 보다 10배 이상의 안전도를 갖는 것으로 판명됐다.
파랑안전성은 파도에 의해 선체가 운동을 함에 따라 승무원과 화물, 선체 내부의 주요 장비나 기계의 안전이 위험하게 되는 정도를 평가하는 척도다. 주로 선체의 상하운동, 종운동(피칭), 횡운동(롤링)과 국부적인 가속도, 그리고 갑판의 침수, 선저가 수면 위에 노출되어 발생하는 슬래밍 등에 의해 평가된다. 승무원의 경우는 국부적인 가속도 운동에 의한 배멀미 현상이 주요 평가항목이 되며, 화물이나 주요 장비의 경우 국부가속도 회전운동 그리고 갑판침수나 슬래밍에 의한 충격력 등이 주요 평가항목이 된다. 파랑안전성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포함되므로 종합적인 파랑 안전지수는 각 요소의 상대적인 안전도를 평균하여 설정하였다.
종합점수에서 최상위
한척을 제외하고는 복원안전성이 현행 선급규칙에 비해 충분한 안전성을 가진 관계로, 종합적인 안전성을 평가함에 있어서 구조안전성과 파랑안전성 평가결과만을 동일한 가중치로 종합하여 본 결과 방주는 13척중 두번째의 안전도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가장 우수한 선형으로 평가된 선형은 복원성능이 가장 나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복원안전성까지 포함하여 각각 구조 안전성 4, 파랑안전성 4, 복원안전성 2의 가중치로 종합 안전도를 평가한 결과, 노아의 방주는 상위에 속하는 안전성을 가지며, 상위 그룹간의 안전도 차이는 매우 근소하였다. 즉 노아의 방주는 조선공학적으로 볼 때 길이-폭-높이의 비가 상당히 적합하게 설정된 우수한 안전성을 갖는 선형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위에서 실시한 상대적인 평가와 아울러, 실제로 얼마나 큰 파도까지 안전한 항해가 가능할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언급한 바와 같이 절대적인 평가를 위한 자료가 부족하여 결과의 신뢰성이 다소 떨어지나 대체적인 안전도를 가늠해 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방주의 50분의 1모형을 제작하여 연구소의 대형 수조에서 모형실험을 수행했다. 이를 이론 해석 결과와 비교하였고 실험 결과와 이론 해석 결과로부터 안전하게 운항가능한 파고를 추정하여 보았다. 모형실험은 파고 11m에 해당하는 불규칙 파랑상태에서 수행하였으며 실험에서 계측된 선체운동은 이론의 결과와 잘 일치했다.
43㎝ 파고까지 운행가능
선박의 선수(船首)가속도를 살펴보기 위해 현재 여객선에 적용되는 기준인 0.43g(有意振福:g=중력가속도)와 비교하여 보면 방주는 43m의 파고까지 운항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난다. 구조 안전성의 경우 갑판의 나무두께를 30㎝로 가정할 때 방주는 약 30m의 파고까지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방주의 가침경사각을 31도로 볼때 운항안전면에서 매우 현실성 있는 길이-폭-높이를 가지는 선박으로 평가됐다. 또한 30m파고의 열악한 파랑중에서 선체 승무원 화물이 손상을 입지 않고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입증하기 힘든 가설 아래 연구가 수행되었지만 성경에 명시되어 있는 방주의 주요 치수가 우리가 가상할 수 있는 어느 경우보다 안전성 면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 결과는 기독교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